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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람 제닉(39) 비욘드시큐 - 코스닥 자금조달 숨통은 트였지만···

아브람 제닉(39) 비욘드시큐 - 코스닥 자금조달 숨통은 트였지만···

벤처업계, 코스닥 분리 운영 반색 … 정책 기대감 속 코스닥 과열 논란도



“금융당국이 코스닥을 망쳐놨다.” 벤처업계에서 쉽게 듣는 얘기다. 8년 전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을 합친 통합 거래소가 출범한 이후 ‘코스닥다움’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벤처 업계의 주장이다. 상장·퇴출 요건은 까다로워지고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보수적으로 운영되면서 코스닥만의 독립성·전문성·혁신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이 코스피 2부 리그로 전락한 것은 금융당국 탓이 컸다”고 말했다. 우량 벤처는 코스닥을 외면하고 그나마 있던 코스닥 시장 대형주는 속속 코스피 시장으로 넘어갔다. 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지면서 자금 조달 기능은 현저히 약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유상증자 발행액은 2010년 1조2238억원(100건)에서 2011년 6063억원(44건), 지난해는 4387억원(29건)으로 급감했다. 2001년 170개에 달하던 신규 상장사도 지난해에는 21곳으로 줄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새내기 중벤처기업 비중은 2003~2008년에는 70% 이상이었지만, 2010~2012년은 53%로 하락했다. 창업부터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시간도 2004~2006년 평균 9년에서 지난해에는 12년 2개월로 늘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신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8곳. 2011년의 6분의 1이다.



코스닥 지수 600선 돌파 기대감코스닥 분리·독립은 벤처 업계의 숙원이었다. 정부가 그 숙원을 풀어주기로 했다. 통합거래소 출범 8년 만에 코스닥을 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해 독립 운영을 하기로 한 것이다. 벤처 업계는 반색했다. 남민우 회장은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상대로 코스닥 분리의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했고 새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5월 8일 코스닥 지수는 5년 만에 최고치인 576.70포인트를 기록했다. 5월 22일 종가는 574포인트다. 600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6월 중에는 600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연내 750~800포인트를 예상한다. 개인투자자도 코스닥으로 몰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23일 현재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잔고는 4조7991억원. 이중 코스닥 시장 신용융자는 2조250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 투자자도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5월 20일까지 9400억원으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외국인이 1조원 이상 순매수 한 것은 2000년 이후 두 차례(2004·2012년) 뿐이다.

코스닥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벤처기업도 숨통이 다소 트였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들어 5월 20일까지 코스닥 상장사가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는 5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증가했다. 건수도 59건으로 같은 기간 25% 늘었다. 기업공개(IPO) 공모금액도 119% 증가했다. 코스닥을 외면한 벤처도 다시 돌아올 조짐이다.

2011년 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증시가 부진하자 심사 도중 신청을 철회한 테스나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1차 협력업체인 테스나는 5월 15일 예비심사를 재청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좋아 재청구를 결정했다”며 “지난해 실적이 좋아 주당 발행가도 애초 계획보다 올려 청구했다”고 말했다.

상장에 필요한 설립연수 요건이 완화되고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의무기간이 단축되는 등 코스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신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도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4개 기업이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 측은 연말까지 추가로 50여 개사가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43개사)와 비교하면 약 40%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지완 코스닥협회장은 “이번 정책이 그동안 정체의 늪에 빠져있던 코스닥 시장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코스닥 지수가 800선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9년 초부터 2012년 말까지 400~500포인트 박스권에서 지루한 움직임을 보이던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자 일각에선 과열을 우려한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과열 상태”라고 말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2~3분기에도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단기적으로 과열 양상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책 기대감에 코스닥이 좋아졌지만 가시화되는 실적이나 펀더멘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조만간 옥석 가리기에 들어서면서 상승추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기관과 외국인이 과거와 달리 코스닥 중소형주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과거에 없던 새로운 산업에 속한 기업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증권사 전망도 더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올해 최대치를 650선 안팎으로 보는 증권사가 많다.

7월 출범 예정인 코넥스(KONEX)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코넥스는 코스닥에 진입하지 못하는 성장 초기 중소·벤처 전용 증권시장이다. 현재 11개 증권사가 코넥스 지정자문인으로 선정돼 예비 상장 기업을 물색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넥스 출범에 맞춰 증권사 당 2~4곳을 상장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코넥스는 자기자본 5억원, 매출액 10억원 이상, 순이익 3억원 이상 중 하나만 충족해도 상장할 수 있다. 코스닥은 자기자본 15억(벤처기업)~30억원(일반기업)과 자기자본이익률(ROE) 5%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코넥스는 개인투자자는 투자할 수 없고 3억원 이상 엔젤 투자자나 기관투자가·벤처캐피털만 투자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이상연 상무는 “코넥스에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코스닥으로 점프해 일반 투자자로부터도 투자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코넥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출범 코넥스는 기대 반 우려 반하지만 일각에선 코넥스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프리보드(장외 거래시장)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한다. 프리보드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 부실 기업이 많고 투자 정보도 불투명한 것이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출범 초기에 우량 벤처가 얼마나 상장되고 기관이나 벤처캐피털이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 업계에선 코넥스 상장 요건을 갖춘 기업을 700~800개 정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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