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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HEALTH - 결핵이 더 독해져 돌아왔다

FEATURES HEALTH - 결핵이 더 독해져 돌아왔다

보통 약은 무효 … 고가의 고위험 치료제를 최소 2년간 복용해야



1년 전 미국 텍사스주 남부에서 한 불법체류 네팔인이 미국 국경수비대에 연행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은 처음에는 뉴스가 되지 않았다. 연방보건당국이 공황을 유발하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결국 그 뉴스를 터뜨렸다.

연방당국이 왜 전전긍긍했는지 금방 확연히 드러났다. 억류자는 아주 심한 질병을 갖고 있었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하기 힘들며 치명적인 잠재력을 가진 병이었다. 이른바 ‘광범위 약제내성결핵(extensively drug-resistant tuberculosis)’ 약칭 XDR-TB라는 슈퍼버그였다.

평범한 결핵도 심각한 질병이다. 한때 미국의 제1 사망원인이었다. 전 세계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중 이 공기전염성 질환이 에이즈에 이어 여전히 2위를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2년에만 1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박테리아 감염자 중 활동성 결핵에 걸리는 비율은 10%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결핵 환자는 6개월 이상 계속 긴밀한 감독 아래 결핵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질병으로 결국 목숨을 잃을 확률이 3분의 2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그 위협은 개도국에서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진화하는 중이다. 201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집계한 결핵환자는 1만 명에 가까웠다. 결핵균은 끈질기며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경우 약에 내성을 가진 변종이 생겨 다른 사람에 전염될 수 있다. 의료진의 처방에서 약품·용량이 틀리거나 또는 치료기간이 너무 짧을 경우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내를 포함한 일부 빈곤지역에선 필요한 약품과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와 같은 위험은 실재한다. WHO에 따르면 2012년 세계적으로 다제내성결핵(MDR-TB, 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에 걸린 사람은 45만 명으로 추산된다. 말하자면 흔히 일반 결핵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1차 약품으로 낫지 않는 변종이다. 그런 결핵을 치료하려면 2차 약품을 더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2차 약품은 가격이 더 비싸며 환자의 건강에 훨씬 큰 부담을 주는 편이다. 게다가 구하기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MDR-TB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더 악성인 XDR-TB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네팔인 불법체류자가 감염된 변종이 대표적이다. WHO에 따르면 세계 MDR-TB 환자의 10% 가까이가 XDR-TB에 걸린다. 이들에게는 가장 널리 처방되는 2차 약품 중 최소 2가지가 무용지물이다. 평범한 MDR-TB 환자들에게 1차 약품이 듣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고가의 고위험 치료제를 최소 2년간 복용하는 방법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고도 예후가 좋지않은 경향을 보인다.

MDR-TB는 미국에선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여전히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지만 뿌리 뽑히지 않는다. 가장 최근 정식으로 자료가 수집된 2011년에는 127건이 발생했다. 그중 상당 비율이 외생적이 아니라 자생적이라고 역학자들은 확신한다. XDR-TB는 더 드물었다. 지난 20년 사이 확인된 사례는 6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주요 약물내성 결핵이 발생하게 될까 우려한다. 그것은 미국 빈민, 특히 기초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위험이다. 그리고 미국의 교도소나 이민자 수용소의 수많은 수감자 그룹도 절대 무시못할 변수다. 이들 과밀하고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시설들은 온갖 전염병의 배양접시다. 이들 수감자와 망명 신청자 중 다수는 언젠가는 병에 걸렸든 안 걸렸든 자유의 몸이 된다.

정부 정책은 원래 대중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며 일부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결핵 예방의 성패는 국가·주·도시 보건당국 간의 복잡한 조정에 좌우된다. 각 단계에서 CDC의 전문적 지도와 자원을 받아야 한다. 그들의 과업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질병의 발생을 확인한 뒤 미국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다.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환자가 필요한 약품을 수령해 복용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때에 따라 격주로 그리고 1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 사회에선 끊임없이 이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완치해야 하지만 지역보건 당국자들은 이동하는 결핵환자들의 동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의 공중보건 체제는 제각각이며 종종 어떤 환자가 한쪽 관할에서 다른 관할로 넘어갈 때 그를 인계하거나 또는 이동 중 노출됐을지 모를 사람들을 찾아내 경고할 길이 없다.

덧붙여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결핵 치료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가장 흔하고 내성이 없는 결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예산 삭감론자들은 CDC가 각 주의 결핵 프로그램에 배정하는 예산을 감축했다. 설상가상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주 및 시 당국도 자체 공중보건예산을 삭감했다.

미국 각지의 영웅적인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들 난관을 어떻게든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불가피하게 언젠가는 위기를 맞게 될 듯하다. 공중보건은 우선적으로 개인, 그들의 친지, 공동체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항상 ‘지역적’이다. 그러나 전염병을 예방하려면 더 폭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예산 삭감론자들은 인적 손실(human costs)은 보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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