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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DIPLOMACY - 양안에 부는 봄바람

FEATURES DIPLOMACY - 양안에 부는 봄바람

앙숙이던 중국과 대만 사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속셈일까?
2월 11일 중국과 대만의 고위급 대표들이 60년 만에 처음 만났다.



‘죽의 장막’을 기억하는가? 1949년 이래 중국이 비공산권을 상대로 펼친 배타적 정책을 말한다. 이제 그 장막이 걷히고 있다. 공산주의 중국과 민주주의를 고수하는 대만은 수십 년 동안 적대감으로 맞서왔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옛 숙적 대만과 더 나은 관계를 원하는 모양이다. 이런 우호적인 움직임은 현재 일본을 포함해 여러 이웃나라들과 중국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런 갈등이 무력 대치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의 정상회담이 열릴지도 모른다.
2월 11일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례 없던 장관급 회담이 열렸다. 수십 년 동안 서로의 정통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던 양국의 대표들이 60년만에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1주일 뒤 판리칭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잉주 대만 총통과 만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판리칭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양안의 동포들은 모두 지도자들이 서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 차례 말했듯이 우리는 오랫동안 그런 입장을 견지해왔다. 우리는 언제나 그 문제에 긍정적이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판은 정상회담이 열릴 만한 일정을 논하긴 거부했지만 그런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 중요하다. 동북아 지역의 일부 국가들이 우려하는 추세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미국 리치먼드대 정치학 교수 빈센트 왕은 “현 상황은 1990년대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대만에 갈수록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동시에 일본, 한국, 필리핀 같은 이웃나라들과 긴장을 완화하면서 경제성장을 추진했다. “이제 중국의 정책은 그 이웃나라들에게 더욱 공격적인 반면 대만에는 더 유화적”이라고 왕은 말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해빙 분위기가 대만을 병합하려는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인 대다수는 그런 미래에 반대한다. 그러나 왕은 중국의 이웃나라들이 우려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만 동부의 바다는 매우 깊다”고 왕은 설명했다. 일본과 가깝고 하와이까지 별다른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대만의 동부 해안은 “중국의 잠수함 기지로 안성맞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기지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협정이 현재 논의 중이진 않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과의 우호관계를 이용해 앞으로 그런 협정을 요구할 지 모른다. 그럴 경우 심각한 전략적 군사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웃나라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대만은 자국 군사시설을 중국이 사용하도록 허용할 리 없다”고 일본의 한 외무 관리가 익명으로 말했다. “물론 중국은 현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대만을 자국의 영향권 안에 완전히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49년 중국 국민당이 본토에서 대만으로 패주한 뒤 자치국을 세워 민주국가로 발전한 이래 중국과 대만은 서로를 적대시했다. 1971년 유엔은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두 나라 중 유일한 총회 회원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인정했다. 유엔의원회원국이던 장제스의 중화민국(대만)을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축출한 것이다.

그 이후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의 회원 자격을 둘러싸고 숱한 마찰이 빚어졌다. 중국은 국제회의에 대만의 참가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대만이 참가할 경우 대만 정부의 독립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만 언론인들이 뉴욕의 유엔 본부에 들어가려고 하면 중국 외교관들이 바로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출입증을 받지 못하도록했다.

중국은 대만의 국제협정 가입 시도를 계속 방해한다. 대만은 오바마의 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제안된 거대한 새로운 지역 무역지대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려고 하지만 중국이 그런 희망을 꺾을 수 있다. 컴퓨터 마더보드와 랩톱 제조에서 세계 1위를 달리며 여러 첨단기술 산업의 동력원인 대만은 TPP 가입을 간절히 원한다.

동북아 지역의 여러 소식통은 최근 사석에서 미국 관리들이 대만의 TPP 가입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미국과 태평양 연안의 11개국을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협정이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에드워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만의 TPP 가입이 필요하다고 개인적인 희망을 피력했다. 대만 정부도 TPP 가입을 위한 특별 부서를 설치했다.
대만 기업이 투자한 중국 산둥성 웨이팡의 태양광 실리콘 웨이퍼 공장.



대만은 경제의 70%를 수출에 의존한다. 근년 들어 그 무역과 투자의 많은 부분이 중국 본토로 흘러 들어갔다. 2010년 대만의 대 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29%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40%로 늘어 중국이 대만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관광객·사업가들의 상호 방문과 사업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정기 항공노선을 개설해 중국과 관계 증진에 힘썼다. 대만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

‘세계의 공장’으로 알려진 중국의 인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특히 대만은 문화와 언어의 동질성 때문에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뉴욕 소재 대만 경제문화원의 브라이언 쉬 부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만은 외부의 압력으로 동아시아나 서방국가들과의 무역을 줄이진 않을 것이다. 중국은 대만의 제1 무역 파트너이지만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따라서 TPP가입이 “우리의 주된 경제정책”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전임자 천수이볜과 달리 중국과 일국양제에 동의한다.
반면 몇몇 이웃나라는 TPP가 중국의 원대한 지역 전략과 상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대만이 완전히 미국편이 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앞서 인용한 일본 관리가 말했다. “대만이 TPP에 가입하면 중국의 ‘핵심 이익’이 손상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

마잉주의 전임자 천수이볜(재직 중 저지른 비리로 20년 징역형을 살고 있다)은 독립을 선언하려는 욕구를 감추지 않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마잉주는 중국에 좀 더 유화적이며 ‘일국양제’ 개념에 동의한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긴장 완화를 지향한다. 지역 내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둘러싸고 고조된 아시아 국가들 및 미국과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필리핀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일부 지역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치 움직임을 두고 경고했다. “이 분쟁을 평화롭고 비대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케리는 말했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 지역에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일본과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구역이 거기에 포함됐다. 그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여전히 높다. 미국은 중국의 이웃나라들에게 중국의 침략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위협약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 대치하고 싶지 않다고 중국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중국의 대만 접근은 긴장 완화를 통해 상호 호혜적인 이익을 누리려는 더 큰 지역 전략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난징에서 열린 최초의 양안 장관급 회담과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양안 관계 정상화를 촉진할 수 있겠지만 중국과 대만이 조만간 합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리치먼드대의 왕이 말했다.

“중국은 궁극적인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통일 과정의 일환으로 대만을 합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왕은 타이베이대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예로 들며 이렇게 말했다. “대만인의 80% 이상이 즉각적인 독립이나 통일보다 현상태유지를 선호한다.”

중국이 과거의 숙적 대만의 환심을 사려고 해도 일본이나 다른 이웃나라들에서 아직은 경보가 울리지 않는 이유도 그로써 설명될지 모른다. 그 나라들은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을 원치 않는다.

앞서 인용한 일본의 외무 관리는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대만은 우리 일본과 미국의 편에 머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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