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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팀 글로벌 경제 환경은 - 끝이 안 보이는 저성장 터널

최경환 경제팀 글로벌 경제 환경은 - 끝이 안 보이는 저성장 터널

▎세계의 이목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행보에 쏠려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세계의 이목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행보에 쏠려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정부가 돈을 뿌려 인위적으로 경기를 띄우면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인플레이션, 자산시장 버블, 정부 재정 파탄 등 부작용을 열거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양해야 할 ‘때’를 놓치면 더 큰 화가 올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주는 교훈이다. 돈을 풀어야 할 때 오히려 돈을 죈 일본 경제는 이후 길고 긴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요 선진국이 가장 경계한 단어 역시 ‘일본화(Japanification)’였다. 재정 적자를 신경 쓰다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는 재정당국과 중앙은행을 압박했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예전에 없던 비전통적 통화·재정 정책이 총동원됐다.

신흥국까지 가세한 ‘팽창적 양적완화(QE)’로 세계 경제는 중환자실 신세는 면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만큼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 전과 비교하면 아직 회복실로 병상을 옮기기엔 이르다. 유로존과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미 7%대 중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BRICS) 국가들도 재정·경상 수지 악화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2.7%. 하지만 2010~2013년 평균은 2.3%다. 잠재성장률은 같은 기간 2.6%에서 1.9%로 떨어졌다. 유로존 경제성장률 역시 같은 기간 1.6%포인트, 잠재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달리 GDP 대비 정부 부채는 급증했다. 위기 이전 45%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100%를 넘겼다.



세계 경제 중환자실 신세는 면했지만…세계 경제 역시 회복은 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더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약간 둔화하고, 내년에도 회복 속도가 (올해보다) 더 높겠지만 회복력은 기대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 전망 기관들도 일제히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월) 3.7%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곧 새로 조정한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또다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세계은행은 6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8%로 0.4% 포인트 내렸다.

시장에 돈은 넘치는 데도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주요국이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정부 목표치나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친다. 유로존은 0%대 낮은 수준에 머무는 ‘로우플레이션(lowflation)’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로 9개월째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곽영훈 연구원은 “소비자 물가 0%대의 유로존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태”라며 “이러한 로우플레이션을 방치할 경우 장기 경기 침체를 초래하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MF나 OECD 등이 유로존에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IMF는 최근 보고서(6월)를 통해 ‘유로존은 경기 회복세가 취약하고 저물가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유로존 내외에서 추가 충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 분위기가 나빠지고 더 낮은 물가상승률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ECB(유럽중앙은행)는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 양적완화를 단행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처방을 내놨다.

ECB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25%에서 0.15%로 인하했다.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ECB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0.1%)를 부과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양적완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7월 3일 집행이사회 회의 직후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오래 낮은 상태에 머물면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그가 말한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국채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미국·일본식 양적완화를 뜻한다. 그는 “집행이사들 전원이 필요할 경우 양적완화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경기가 반등할 유인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ECB가 미국·일본처럼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불 붙은 환율전쟁도 ECB의 양적완화 단행을 부추긴다. 드라기 총재는 7월 14일 EU 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두드러진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의 회복세를 억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2012년 1유로당 1.2 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 1.4달러 대에 근접했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영향이 크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를 대거 풀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존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ECB 내에서 양적완화를 통해서라도 환율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일본은 최소 2년 간 양적완화 유지 전망하지만 ECB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양적완화 효과를 확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로존 대장국인 독일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직후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바이트만 총재는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를 이겨낼 열쇠는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가 아니라) 각국 정부가 경제 개혁과 재정긴축 시행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ECB집행위원이다. 양적완화 가능성에 집행위원 전원이 동의했다는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과 달리 ECB 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 간 이견 대립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로존의 대장격인 독일은 ECB의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반면 프랑스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유로존의 대장격인 독일은 ECB의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반면 프랑스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독일은 양적완화에 반대또한 ECB가 양적완화에 나선다면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회원 18개국 중 어느 국가의 국채를 얼마나 매입하는지 등의 기술적인 난제가 있다. 양적완화에 적극적인 프랑스의 나티시스 은행은 최근 75개 투자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ECB가 양적완화 정책에 나설 가능성은 30%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최근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통해 올 3분기에 양적완화 가능성은 12%,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가능성은 25%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아베노믹스’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행(BOJ)은 7월 14~1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본원통화량을 연간 60조~70조엔(약 605조~705조원)씩 늘리는 현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월 이후 줄곧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엔화를 뿌리고 있다.

일본은행이 밝힌 양적완화 규모는 2013년 4월부터 2년 간 132조엔(약 1330조원)이다. 또한 일본은행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2015회계연도에 1.9%, 2016회계연도에는 2.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일본이 양적완화에 나설 때 세운 목표가 물가승상률 2% 달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일본의 통화 완화정책 유지는 확실해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2% 물가 목표 달성까지는 이제 중간 지점에 왔을 뿐”이라며 “목표 달성이 확실해질 때까지 양적완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자신감은 숫자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0~2007년) 일본 GDP 성장률은 평균 1.5%였는데, 위기 이후(2010~2013년)엔 평균 1.8%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0.2%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1% 포인트 올랐다. 다만, 소비세율 인상 영향과 엔저에도 수출이 부진하면서 일본 정부는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2% 낮춰 잡았다.

일본은행은 1.1%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두고 일본 안팎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 가능성이 거론된다. 구로다 총재는 “경제의 상방과 하방 리스크를 모두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통화정책의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추가 부양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엔저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애초 올 10월로 예상했던 일본은행의 추가 부양 예상 시기를 내년 4월로 미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은 양적완화 효과를 확실히 본 나라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이미 시행 중이고, 이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올릴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들쑥날쑥 하고,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도 오락가락 하면서 그때마다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우리말로 풀면 ‘선제적 안내’ 또는 ‘정책 예고제’ 정도된다. 금리를 올릴지, 올리면 언제 얼마나 올릴지, 돈을 더 풀지 중앙은행이 시장에 미리 힌트를 주는 것이다.

오랜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의 출구전략은 기정사실이 됐다. 7월 9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의사록에는 ‘마지막 채권 매입 축소는 오는 10월 회의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문장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850억 달러 규모이던 국채와 모기지채권(MBS) 매입 규모를 두 달에 100억 달러씩 줄여 현재 350억 달러로 줄인 상태다. 회의록에 따르면 7월과 9월에 각각 100억 달러씩 줄이고, 오는 10월에 나머지 150억 달러를 줄여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넘치는 돈이 몰고 올 파장 대비해야다만, 의사록에는 최대 관심사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어떤 시그널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의 이목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입으로 쏠리는 이유다.

옐런 의장은 그동안 비둘기파답게 기준금리 인상에 회의적인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7월 15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완전고용과 물가상승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에 빨리 가까워진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보다 더 일찍, 그리고 더 높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더라도 현행 저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선 상‘ 당 기간’이 예상보다 짧을 것으로 본다. 주요 외신과 경제 전망 기관들은 늦어도 내년 2~3분기 중에는 첫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주요국이 돈만 푸는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로 급한 불은 끄면서 동시에 경제 체질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통일 후유증으로 성장 동력을 잃은 독일이 2003년 전후 최대의 개혁정책으로 평가받는 ‘어젠다 2010’을 발표해 유럽 최강 경제국으로 발돋움했듯이 말이다.

미국은 2009년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조업 부활정책을 내놨다. 오바마 행정부는 법인세 감면, 저금리 대출, 현금 지원 등 파격적인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이전 기업의 미국 귀환)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포드·GE·캐터필라 등이 미국 본토로 돌아왔고 약 180억 달러의 신규 투자가 창출됐다.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40% 이상 하락한 것도 제조업 부활 정책의 결과물이다. 일본은 소위 ‘세 개의 화살(통화·재정·성장정책)’ 중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향후 3년간 설비 투자 규모를 10% 이상 늘리는 긴급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법인세를 대폭 낮췄다.

또한 규제를 대폭 없앴던 1999년 산업활력법를 모델로, 올해 초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해 기업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기존 수출과 투자 중심의 경제발전 방식을 내수 위주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신흥국 국채 발행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넘치는 돈이 향후에 몰고 올 파장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국내 자본시장 점검에도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된 글로벌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시장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 잠재성장률 하락, 노동인구 감소, 기업 투자 부진, 소득 불균형, 무역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를 깔고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 당국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의 대책도 이 부문에 모아져야 한다.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로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경제의 체질을 확바꾸는 구조 개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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