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물 들어올 때 돛을 펼쳐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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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물 들어올 때 돛을 펼쳐라

[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물 들어올 때 돛을 펼쳐라

최근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2·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초 부동산시장 상승기 때 경영수업을 시작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호·불황기를 모두 경험한 그들은 리스크 관리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열을 올린다.

2000년대 후반 건설업계는 지독한 불황의 터널을 지났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시장 수주 저조로 유수의 건설기업들이 명멸을 거듭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45개사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부도를 겪었다. 이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며 1995년 3만7000개에 이르렀던 국내 건설업체 수는 현재 1만1000개 수준까지 줄었다.

2013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활성화 됐고,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사업도 활기를 되찾은 모양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며 올해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4만7000가구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최고조였던 2002년 32만 5000가구를 넘어서는 수치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과 주택3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신규 분양, 지방 재건축, 서울 강북권 재개발까지 회복세가 확산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끝낸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회복 국면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견기업 2세들 신진세력으로 급부상
최근 건설업계가 2세 경영에 속속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재계서열 상위 20위 대기업집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롯데 GS 한화 두산 동부 대림 부영 등이 건설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핵심사업 중 하나인 데다 안정적인 지분 승계를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재계 19위 대림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은 미국 덴버대 경영통계학과,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과 석사를 마친 후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경영기획부에 입사했다. 건설과 석유화학 양대 부문의 거의 모든 직급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은 그는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에 올랐다.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탄생시키는 등 다양한 사업기획과 과감한 시도가 인상적이라는 게 건설업계 평이다. 그는 최근 발전소와 호텔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단순 시공에서 탈피해 개발과 운영 영역까지 진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GS건설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4남인 허명수 부회장이 맡고 있다. 고려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1981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2002년부터 GS건설(옛 LG건설)로 자리를 옮겨 2007년 대표에 올랐다. 2005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GS건설을 업계 빅5에 진입시켰지만 2013년 실적 악화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선 물러났다.

KCC그룹의 건설 분야는 정상영 명예 회장의 3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맡고 있다. 1989년 미국 페어레이 디킨슨대(FDU)를 졸업한 뒤 고려화학에 입사한 그는 1997년 금강종합건설 상무로 진급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인의 길을 걷고 있다.

당초 선친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차를 경영하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대표적인 2세 경영자다. 그는 현대그룹의 사업 분할 이후 낯선 건설 분야에 뛰어들어 토목, 플랜트, 사회간접자본(SOC)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하면서 건설업계 ‘톱 5’ 반열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25년 만에 적자를 내면서 시공 능력 순위가 13위까지 밀렸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 대한 경영수업을 시작한 한화에선 막내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태영은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의 장남 윤석민 부회장이 그룹의 양대 축인 건설과 방송 경영을 맡고 있다.

최근엔 중견 건설사 창업주의 2세들이 국내 주택시장의 신진세력으로 떠올랐다. 우미건설 창업주 이광래 회장의 장남인 이석준 사장은 2006년 대표에 오른 후 ‘우미 린’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부동산 경기 불황을 뚫었다. 위기관리능력 또한 탁월해 금융위기 이후 1조원이 넘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을 2013년 기준 2000억원대로 줄였다. 2010년 시공순위 60위에서 지난해 39위로 4년 만에 21계단이나 상승했다.

경기 고양에 ‘일산 요진 와이시티’ 완공을 앞둔 요진건설산업은 창업자인 최준명 회장의 아들 최은상 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2010년 말 5성급 특급호텔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구로’를 오픈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1999년 토지 매입 후 최근에야 빛을 보는 ‘일산 요진 와이시티’의 토지용도 변경 등 허가·승인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2세대 경영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대식 금성백조 부사장도 주목받는 2세다. 정성욱 회장의 장남으로 2012년 부사장 취임 후 ‘예미지’ 브랜드를 만들어 금성백조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금성백조주택은 지난해 320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최근 포브스코리아 선정 ‘한국의 50대 부자’에 오른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도 아들 권민석 사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권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 연세대 MBA 출신으로 자본시장과 IB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만 영풍파일, 중앙레미콘, 중앙물산 세 곳을 인수하는 등 취임 후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찬 이화공영 사장은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사장에 취임했다. 바이오·제약 생산설비 분야를 개척하는 현장경영으로 직원들의 신뢰가 높다.
 경기에 취약한 체질 신사업으로 돌파
여느 사업이 그렇듯 건설업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특히 금융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아 한 번 분양에 실패하면 금융권에서의 차입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해 10조원 매출을 올린 제조업체의 경우 이듬해 경기가 어려워지면 8조~9조원 정도로 목표치를 낮출 수 있지만 건설업은 다르다”며 “하루아침에 ‘제로’로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선 재계 2·3세들은 건축학이나 경영학 이외에도 금융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 현장 업무와 감각을 익힌 후 부친의 회사로 이동하기도 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석사 출신의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은 LG산전 연구원을 거쳐 우미건설 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성균관대에서 건축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미국 코넬대 MBA 과정을 마친 정대식 금성백조 부사장은 LG건설을 거쳐 금성백조에 입사했다. 최종찬 이화공영 사장 역시 고려대와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이화공영 기획이사로 옮겼다.

중견 건설기업의 2세 양성은 창업주 소유의 모회사가 자금대여와 일감 나누기를 통해 자녀 소유의 자회사를 키우는 식으로 진행한다. 주택 공급에 필요한 택지 확보를 자녀들에게 맡기고, 오너는 건설 등 주력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외견상 도급 계약 형태를 취하지만 분양 수익금과 공사비 등은 모두 오너일가 기업으로 들어온다. 동시에 시행사 외형 확대를 통해 2세 경영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건설업계 2세들은 회사 성장의 토대였던 보수적인 경영체제에 혁신과 도전이라는 나름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사실 중견 건설기업은 아파트 분양, 재건축 수주 등 주택부문에서는 대형 건설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해외시장 진출은 인력과 자본이 충분치 않다. 공공부문은 최저가 입찰의 후유증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2세 경영자들은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도 2년 전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업은 홀로서기가 취약하다. 제조업 하다 망하면 공장부지라도 남는데 건설사가 부도나면 책상 위 먼지뿐이란 말이 있을 정도”라며 “그래서 사업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석유화학 및 에너지, 호텔, 기업형 임대주택 등 3가지 분야를 주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최근 여의도 등에 비즈니스호텔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 용산의 현대아이파크쇼핑몰 외엔 이렇다 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지 못했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최근 호텔신라와 손잡고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보수적인 경영기조 탓에 신사업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졌던 계룡건설산업 역시 지난 연말 이인구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이승찬 부사장이 공동 대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두산건설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2002년 계룡건설에 이사로 입사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21위의 계룡건설은 최근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PF 사업 부실과 주력 분야인 공공공사의 원가율 상승 등 고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자동차 유통, 여신금융업, 장묘사업, 산업단지 분양대행업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세들에겐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해마다 반복되는 오너나 CEO의 ‘구속 릴레이’는 투자 위축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연말 최등규 대보건설 회장이 200억원대의 횡령과 비자금 조성, 군·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올해 4월엔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회사 자금 2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5월엔 박순석 신안 회장이 불법 대출 알선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기업 사정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건설업계가 타깃이 된다”며 “2·3세 경영자들이 도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업계 전반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보건설은 최 회장의 장남인 최정훈 대보건설 전무가 부친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한양대 토목공학과, MIT공대 석사 출신인 그는 2009년 대보건설에 입사했다. 저마진이지만 관급공사를 통해 안정된 운영을 보였던 부친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민간분양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서울 문래동 지식산업센터 ‘하우스 디비즈’ 개발과 신라스테이 천안호텔 건립 등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 3위의 중흥건설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정원주 사장의 빈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청년회의소(JC) 활동을 통해 다진 인맥과 공격적인 추진력이 부친 정창선 회장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정 사장은 전남 순천시 신대 지구(7300여 가구) 신도시 하나를 통째로 개발한 바 있다. 회사 설립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후계 승계에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던 신안그룹도 최근 박순석 회장이 계열사 휴스틸 지분을 자녀들에게 매각하면서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건설부분은 박 회장의 장남인 박훈 휴스틸 부사장이 맡고 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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