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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기술이 지구 살릴까

날씨 기술이 지구 살릴까

오늘날의 날씨 예측은 수 년 전보다 약 두 배 정도 더 정확하다. 데이터가 아주 많아진 덕분이다
세상 어딘가엔 잡고 돌리면 기후 변화가 역전되는 작은 손잡이가 틀림없이 있을 거다. 어쩌면 손잡이가 아니라 저 유명한 중국의 나비일지도 모른다. 날갯짓으로 엘니뇨 현상을 일으켜 남극의 빙하를 녹여버리기 전에 밟아 없애야 할 나비 말이다.

그 손잡이를 찾으려면 우선 날씨를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깊이 이해해야 한다. 내일 눈이 15㎝에서 20㎝쯤 내린다고 알려주는 일기예보는 잊으라. 그런 예보는 술을 잔뜩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플 것이라는 예측만큼이나 기상 조절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 우리는 날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그 작동 매커니즘을 조정하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낱낱이 파악해야 한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 추세를 보면 지구 온도를 낮출 방법을 알아내기란 시간 문제다. 그 다음엔 날씨에 손대는 것이 기후변화가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 덜 위험한지 가늠해야 한다. 만약 아니라면 기후변화가 뉴욕시를 전설 속의 애틀란티스 섬으로 바꿔놓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키스 하버드대학 교수가 과거 뉴요커지에 기상 조절의 가능성을 설명할 때 말했듯이, “지구에 내리쬐는 빛을 반사시켰다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는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 말은 곧 절대로 잘못된 손잡이를 돌려선 안 된다는 의미다.

날씨를 이해하기엔 더 없이 좋은 시기다. IBM리서치의 기후학자 로이드 트레이니시는 날씨 모델링에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내게 말했다. 첫째는 날씨 관측을 통해 분석에 충분한 데이터를 손에 넣는 것이다. 둘째는 그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날씨 모델링 알고리즘을 구동할 컴퓨터 연산능력이다. 셋째는 뛰어난 알고리즘이다. 이 세가지 요소는 서로 순환적이다. 뛰어난 알고리즘은 과학자들이 날씨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선 과학자들이 날씨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 “각 요소가 서로 맞물려 있다”고 트레이니시는 말했다. “몇 년 내 이 분야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데이터 입력부터 살펴보자. 날씨와 관련된 미세한 변수는 많이 포착되고 분석될수록 좋다. 오늘날 날씨 데이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곳으로부터 들어온다. IBM은 웨더컴퍼니를 2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그 회사가 전 세계에 설치한 소형 날씨관측기 14만7000개까지 손에 넣었다. 맥도널드가 운영하는 매장 3만5000개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지금의 날씨 예측은 수년 전보다 약 2배 정도 더 정확하다. 데이터가 아주 많아진 덕분이다.

오늘날의 데이터는 마치 폭우를 앞두고 내리는 가랑비와 같다. 우리는 전 세계에 수십 억 개의 센서를 배포할 사물인터넷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 센서 상당수는 기온, 풍속, 풍향, 습도 등을 측정한다. 센서티라는 업체는 모든 가로등을 날씨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 센서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과학자들은 길거리 한쪽 끝과 반대쪽 끝 사이의 날씨 차이를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늘 그렇듯 문제는 그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컴퓨터 연산 능력이다. 미국의 기상 관측을 총괄하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가을부터 연산 능력을 10배로 높일 슈퍼컴퓨터 2대를 도입 준비 중이다. 10년 뒤면 날씨 모델링에 쓰이는 컴퓨터 연산 능력은 오늘날의 시점으로 볼 때 가히 무한대에 가까울 것이다.

또 한 가지 장애물은 알고리즘이다. 날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체계다. 물리 법칙을 따르지만 무작위한 사건들로 인해 양상이 바뀐다. 중국의 나비부터 대형 여객기의 발진, 화산 폭발, 애완견의 방귀까지도 기상에 영향을 미친다. 모델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예측치를 실제로 발생한 데이터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그러니 새로운 데이터와 컴퓨터 연산 능력은 알고리즘을 계속해서 향상시킬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까? 현재 모델은 3~4일 이후의 날씨를 믿을 만한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에서 이틀 뒤 정도가 최대였다. 향상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트레이니시는 변수가 너무 많아 모델이 결코 완벽해지진 않으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이해력은 아주 빠른 속도로 개선된다.

중요한 건 우리가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공기 중으로 떠오른 화산재가 햇빛을 막아 지구를 식히는 방식을 연구함으로써 햇빛을 반사하는 입자를 분사해 동일한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았다. 인공 강우 기술도 있다. 2008년 중국은 이 기술을 이용해 구름이 베이징의 올림픽경기장에 도달하기 전에 비를 다 쏟아내도록 만들었다.

날씨 조절은 한동안 논쟁거리였다. 과학으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은 각종 음모론의 단골 소재다. 1996년 미 공군은 ‘2025년 날씨 지배’라는 연구에서 “그처럼 정확하면서도 정밀한 날씨 조절 능력을 향후 30년 내에 확보하려면 몇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지만 해결 불가능한 기술적·법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베이징인공날씨사무소에 3만7000명 인력을 배치했다.

머지않아 지지부진한 정치적 해결 방식에 질린 일부 단체는 급진적인 방법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날씨에 손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하면 위험천만한 스위치 대신 정밀하게 조절 가능한 손잡이를 찾아낼지 알려줄 모델이 필요하다. 아니면 키스 교수가 말했듯이 우리는 지구를 얼음덩어리로 만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 KEVIN MANEY NEWSWEEK 기자 / 번역 이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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