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 수난시대] 돈 빌려줄 곳은 줄고 부실은 늘고 - 이코노미스트

Home > 금융 > 은행

print

[세계 은행 수난시대] 돈 빌려줄 곳은 줄고 부실은 늘고

[세계 은행 수난시대] 돈 빌려줄 곳은 줄고 부실은 늘고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단기 급팽창했던 부채, 둔화되는 경제성장률, 줄어드는 기업 마진 탓에 중국 은행권의 앞날은 험난하다. 중국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 연휴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유럽 은행권의 부실 공포, 일본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은 이 흐름이 전 지구적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 쌓이는 중국 은행 시스템:
중국 은행 시스템에 쌓여가는 부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라앉는 경기와 빈번해지는 기업 디폴트로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만, 누구도 중국 금융권의 부실 규모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매달, 그리고 분기마다 관련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신뢰도는 바닥에 가깝다. 미덥지 않은 당국 통계를 통해서도 중국 은행권의 현주소를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5년 은행권의 부실 자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말 4279억 위안에 불과했던 무수익여신(NPL)은 2015년 3분기 말 1조1860억 위안으로 불어났다. 이는 전분기 비로 8%, 전년 동기비로 54.7%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 대출자산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율(NPL Ratio)은 2011년 말 1%에서 1.59%로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은행 자산건전성분류(FLC) 기준에 따라 은행의 여신은 크게 정상여신과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 고정여신(3개월이상 연체), 회수의문(3개월~12개월 미만 연체), 추정손실(12개월 이상 연체)로 나뉜다. 요주의여신의 경우 작년 3분기 말 현재 2조8100억 위안이다. NPL로 분류되진 않지만 중국 은행권의 요주의여신 상당수가 사실상 NPL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NPL로 넣을 경우 작년 3분기 말 기준 대략 4조 위안 가까운 대출자산이 공식 통계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은행권 부실이다.

물론 본토의 전문가들조차 실제 부실이 이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 2008년 말 62조4000억 위안이던 은행권 총자산이 7년 만에 192조7000억 위안으로 급팽창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은행의 여신심사 분류 자체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권 전반의 대출성 상품(그림자금융을 통해 공급된 크레딧 등)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의 정도는 상당할 것이다.

피치의 중국 담당자로 일했던 샤를렌 추는 중국 크레딧통으로 정평이 나있다. 추는 올해 말쯤 중국 은행권 대출자산과 여타 금융권의 크레딧 상품 자산이 대략 3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22%가 부실 상태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시스템 부실 규모가 올 연말까지 대략 43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녀는 이 가운데 상각 등을 거쳐 실제 손실로 이어질 규모를 29조 위안 정도로 봤다.

물론 당국이 이러한 부실을 일시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랬다가는 은행 시스템과 실물경기가 큰 충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안은 일정액만 부실이라 규정하고 이를 장부에서 순차적으로(수개 년에 걸쳐) 지워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시점이 올 것이다.



유럽·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와 도이체방크 쇼크:
중국 은행권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설 연휴 동안 글로벌 은행 주들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시발점은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s, 후순위 우발 전환사채 우려로 되살아난 유럽 은행권의 부실 공포다. 코코본드는 크게 세 가지 특성이 있다. ①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물론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의 매력은 사라진다. ②그리고 후순위다. 은행 부실이 커지는 경우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 ③이 채권의 쿠폰은 이자가 아닌 배당의 성격이 짙다. 배당 가능 이익이 없는 경우 쿠폰 지급은 중단된다.

그래서 코코본드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으로 인정됐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규제당국이 유럽의 은행에게 이 채권 발행을 독려한 이유다. 그렇게 풀려 나간 유로존 코코본드는 950억 유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도이체방크 발행분은 17억5000만 유로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 쿠폰이자 지급능력이었다. 크레딧사이츠는 ‘도이체방크가 내년에는 쿠폰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실적이 나빠져 배당가능 이익이 소진될 수 있어서다. 쿠폰 이자 지급 중단은 코코본드 투자자들에게 디폴트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주식 전환의 매력도 없다. 도이체방크 주식은 이미 올 들어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투자자들로선 작년 원금 손실을 본 포르투갈 누보방코의 코코본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코코본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유럽의 은행이 처한 본질적 문제는 자본 부족이다. 유럽 은행들은 왜 다시 자본 부족 위험에 시달리는 걸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ECB의 마이너스 금리제도다. ECB가 은행이 맡기는 초과지준에 보관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이 약해졌다. 더구나 ECB의 마이너스 금리가 채권 수익률 전반을 억누르면서 안정적인 금리 차익을 훼손시켰다.

물론 더 과감하게 대출에 나서 예대마진을 확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이 보기에 믿을 만한 대출처는 계속 줄고 있다. 수익 기반의 안정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저신용 기업에 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본질적 문제는 마땅히 돈 빌려줄 곳(이자를 갚을 여력이 되는 기업)이 없다는 것, 즉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물경제에 있다. 정리하면 저성장과 저마진의 경제환경이 은행 시스템의 부실 자산을 늘려 놓은 상황에서 ECB의 마이너스 금리가 가세해 유럽 은행의 수익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대출 확대→실물경제 회복’이라는 정책목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을 낳고 있다. 유로존 은행권이 처한 현실은 ECB를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한 일본의 미래이기도 하다. 유럽 은행과 함께 도쿄 증시에서 금융주가 폭락한 배경이다.



G20의 공조 이뤄질까: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그물망처럼 엮여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와 월가의 은행도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미국 회사채 시장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도 위축되면서 금융환경은 긴축적으로 바뀌고 있다. 실물경기의 경우 후행지표인 고용만 견조한 흐름을 보일 뿐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는 둔화되는 양상이다.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역효과가 은행권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고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중앙은행(BOJ)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실물경기를 떠받치고 기업의 무질서한 디폴트를 막기 위해선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지준율 인하가 절실하지만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은 계속 제약을 받고 있다.

통화정책 수단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꼬여가는 상황은 일국의 정책당국 혼자서 풀 수 없다. 당장 2월 말 상하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무게감이 커졌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고 적기에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우선 외환시장에서 파급되는 자산시장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처럼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통화스왑’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