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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18)] ‘노후의 복병’ 부모 간병에 대비하라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18)] ‘노후의 복병’ 부모 간병에 대비하라

기대수명과 달리 건강수명은 별로 늘지 않아... 요양원·요양병원·실버타운 입소 염두에 둬야
올해 추석 때 부모님과 가까이 지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오랜 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겠지만 부모님이 날로 노쇠하는 모습에 안타까움도 느낀 시간이 됐을 터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부모의 자식 걱정이 더 크다. 이런 부모·자식 관계 때문에 자식은 자칫 부모가 늙어가는 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어느 순간 부모님이 건강수명을 넘기면서 발생한다. 요즘 아무리 젊게 사는 시대라고 해도 환갑을 넘기는 순간 체력은 급격하게 저하된다. 무엇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통계청의 2014년 생명표에 따르면 기대수명은 남녀 평균 82.4세에 달한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남자 64.9세, 여자 65.9세에 불과하다. 남자는 15년, 여자는 20년가량 노인성 질병을 갖고 여생을 보낸다는 의미다.
 건강수명 남자 64.9세, 여자 65.9세
백세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참으로 가슴 찡한 인생이다. 평생 열심히 살고 은퇴해 안락한 노후를 보낼 때쯤엔 이미 노쇠하고 병들어 이런 저런 약을 먹고 병원을 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병원 출입을 해야 하는데 배우자가 없으니 자녀들이 더 자주 돌봐줘야 하지만 먹고살기 바쁘니 잘 보살펴 드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더구나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잘 눈치를 채지 못한다. 체력이 저하되고 경제력이 취약해져 자식에게 자주 기대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늘 어린 시절의 강인했던 부모님을 생각한다. 그러나 현역에서 물러나고 고희를 넘긴 부모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수퍼맨이나 수퍼우먼이 아니다.

결국 오래 살게 되면서 부모 간병이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제 손으로 돌보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가족이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응답은 10년 사이 67.3%→34.1%으로 반 토막 났다. 부모님이든 본인이든 요양원·요양병원·실버타운 가운데 어딘가로 갈 가능성이 큰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비롯해 대비가 필요해졌다.

우선 요양원이다. 요양원은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 요양보험이 적용되고 일정 등급을 받아야 입소할 수 있다. 의사가 상주하지 않고 협약을 맺은 의료기관 소속 의사나 촉탁의가 한 달에 최소 2번 방문해 입소자들의 건강을 점검하도록 돼 있다. 치료보다는 돌봄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양원은 2008년 1244개에서 지난해 말 5083곳으로 4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연간 입소 인원은 13만2000명에 달한다. 백세시대가 왔으니 10년이면 130만 명이고, 30년이면 390만 명이 입소하게 된다. 이런 추세로 보면 요양원은 남의 일이 아니라 노후에는 누구나 갈 가능성이 있는 곳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요양원 입소가 좋다는 얘기인가. 자식들로선 부모님이 요양원에 입소해 있으면 만사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요양원이 능사는 아니다. 요양원은 재활과 돌봄을 위한 곳으로 노인 요양시설과 공동생활 가정을 합친 형태가 많다. 경기도 한 요양원에 들어가 있는 김모(86)씨는 남편을 떠나 보낸 지는 오래됐고 요양원 생활이 2년째다. 자식들이 처음엔 자주 찾았지만 이제는 명절이나 생일 때만 오는 형편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9988234’를 실천하면 가장 좋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드러누웠다가 떠나면 제일 좋다는 얘기다. 물론 ‘인명은 재천’이라 99세까지 살고 말고는 하늘에 달린 일이다. 이 유행어가 시사하는 것은 건강수명을 최대한 누리라는 의미다. 그런 경우라면 최대한 자신의 집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후 이삼일 앓다가 떠날 수 있으니 요양원 같은 노인 전용 시설에 입소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쇠하고 돌볼 사람이 없으면 결국 요양원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때를 대비해야 한다.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남자가 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여자가 7~8년 더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자의 경우 요양원에 들어갈 자금은 갖고 있는 게 좋다는 얘기다.
 요양원·요양병원 서비스 품질 낮아
요양원과는 약간 형태가 다른 노인 요양병원도 있다. 전국에 1372곳에 이른다. 입원 환자 수는 연간 33만2000명가량이다. 의료법 제3조는 ‘요양병원은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서, 요양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주로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를 행할 목적으로 개설하는 의료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의사, 한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해 환자를 치료하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기관이다.

요양병원은 상당수가 치료보다 갈 곳 없는 노인이 적은 비용으로 장기 거주하는 숙소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식이 자주 찾아보지 않으면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들어온 ‘사회적 입원환자’가 셋 중 한 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경우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후 사실상 장기 투숙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도 중증환자보다 손이 덜 가는 환자들을 받아 입원시키면 훨씬 좋다. 정부는 요양병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하고 있다. 2013년 전국 요양병원 1104곳을 대상으로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1등급 113곳(10.2%), 2등급 315곳(28.5%)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둘 중 한 곳 이상이 3급 이하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급격한 고령화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체계적 대응없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탓이다. 요양원 설립은 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되므로 진입장벽이 낮다. 개인 설립이 크게 늘어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기 쉽다는 얘기다. 그래서 노인 학대 같은 인권침해의 우려도 있다. 가해자는 주로 시설 종사자다. 폭언, 감금, 노동력 착취도 있고 요양보호사가 치매 노인을 폭행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요양원 종사자에 대한 처우를 높여야 하지만 정부의 관심 밖이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시설과 서비스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비용이 올라간다. 요양원은 40만~100만원, 요양병원은 월 60만~200만원 등 차이가 크다.

실버타운이 대안이 될까. 노후자금이 마련돼 있고 건강하다면 실버타운도 좋다. 거의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 거주하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강원도 동해시 약천온천실버타운이나 경기도 용인시 삼성노블카운티가 대표적이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사우나와 영화관도 있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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