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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3) | 재취업 프로젝트(4)] 과거는 잊고 오래 다닐 곳 찾아라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3) | 재취업 프로젝트(4)] 과거는 잊고 오래 다닐 곳 찾아라

기존 직장보다 환경. 조건 열악하게 마련 ... 신입사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처음엔 오래 다닐 줄 알았죠. 그런데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기존 직장에서 한 대로 했더니 그게 독이 됐습니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지낸 정모(59)씨는 올 초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임원으로 영입됐다. 그는 “대기업 경험과 실용적 업무지식을 활용해 조직을 환골탈태하고 첨단 경영기법을 수혈해달라”는 기업 오너의 주문을 받았다. 의사결정의 전권을 부여받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잘 되는 것 같았다. 전 부서에 대한 경영 진단을 통해 많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했다. 하지만 입사 7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불황의 여파로 매출액이 속절없이 줄어들자 그가 책임을 지게 되면서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실적이 악화됐으니 어쩔 수 없었다.

재취업이 쉽지도 않지만 어렵게 일자리를 찾아도 탄탄대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반적으로 퇴직하고 재취업하게 되면 규모가 작은 회사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무 환경과 조건이 현업에 비해 크게 저하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재취업의 관건은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재취업한 직장에서는 과거의 사회적 지위와 성취는 모두 잊어야 한다. 재취업자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가 현역 시절처럼 의욕에 넘치는 것이다. 어떤 일을 맡게 되든 조언을 하는 데 그치고 직위와 관계없이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해나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가르치려 들거나 자신의 과거의 지위를 내세우면 바로 젊은 동료들과 마찰을 빚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재취업을 단명시키는 요인이 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지금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가 강하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도 나서면 공연하게 간섭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언어가 다르고 세계관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도 나이 대접 받기를 바라면 자신도 모르게 '왕따'가 되고 겉돌기 십상이다.

현역 시절에는 업무는 물론 사내 인간관계가 오래될수록 조직 피라미드 구조의 최정점 근처까지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새 직장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재취업했을 때는 오히려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현역시절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직위까지 올라갔더라도 새 직장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새 직장에선 현업의 경험과 조언을 아낌없이 풀어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5년 전 작은 여행사에 재취업한 김모(64)씨가 성공적이다. 그는 직장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절대로 나이 티를 내지 않는다. 대형 여행사 부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까맣게 잊고 지낸다. 과거 호칭대로 그를 김 부장이라고 부르는 40대 젊은 여성 사장은 "젊은 친구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금세 포기하고 안절부절한다."며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하는 직원이 김 부장"이라고 말했다. 노련한 고객 응대와 엄무처리 능력으로 막힌 곳을 하나씩 인내심 있게 뚫어낸다. 이 여성 사장은 "김 부장님은 건강도 잘 챙기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 본인이 원하는 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취업자의 경우 나이가 한침 어린 본부장이나 부팀장의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도 많다. 김 부장이 이렇게 오래 다닐 수 있는 비결은 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조언이 필요할 때만 역할하는 데 있다. 결국 재취업해서는 너무 높은 직위를 생각하거나 너무 의욕만 앞세울 필요가 없다. 기존 직원들이 업무를 도와주고 그들이 이뤄낸 성과에 광택이 나도록 돕는 것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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