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대로 붙는 KGM·기아… 커지는 ‘픽업 시장’에 소비자는 즐겁다
- [다시 불붙는 픽업]②
다양해진 모델과 가격 구성 범위
단순 짐차에서 일상차로 탈바꿈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요즘 픽업트럭이 자꾸 눈에 밟힌다. 지금 타는 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큰 변화 없이 SUV를 다시 살 생각이었는데, 최근 출시된 픽업트럭들을 보니 일상용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차량 구매를 고민 중인 30대 직장인 A씨의 말이다. SUV를 타던 소비자가 픽업트럭으로 시선을 돌릴 만큼,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틈새 세그먼트’로 분류되던 픽업트럭은 최근 신차 투입과 라인업 확장이 맞물리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KG모빌리티(KGM)가 촘촘한 라인업 전략으로 시장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기아가 ‘게임 체인저’를 자처한 타스만으로 정면 승부에 나서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픽업 시장 지탱해 온 KGM
KGM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쌍용자동차 시절부터 무쏘 계보를 이어오며 픽업트럭의 정통성을 쌓아왔다. 현재는 단일 모델에 수요를 집중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세그먼트를 세분화해 라인업으로 채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가장 두터운 제품군을 보유하게 됐다.
폭넓은 라인업은 판매 안정성 측면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KGM은 무쏘 스포츠, 무쏘 칸, 무쏘 EV를 통해 내연기관부터 전기 픽업까지 수요를 분산 흡수하고 있다. 특정 모델에 판매가 쏠리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시장 변동성에 대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차세대 픽업트럭 ‘무쏘’(프로젝트명 Q300)도 준비 중이다. 해당 모델은 우선 내연기관 기반으로 개발되며, 전동화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 적용 가능성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현실화할 때 KGM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를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가격 전략 역시 경쟁력으로 꼽힌다. KGM은 내연기관 픽업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전기 픽업을 통해 가격대 상단을 확장했다. 현재 KGM 픽업트럭 가격대는 2000만원대 후반부터 4000만원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소비자들은 예산과 활용 목적에 따라 보다 세분화된 선택이 가능하다.
기아는 타스만을 통해 픽업트럭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픽업을 단순한 짐차가 아닌, 가족용 SUV·레저차와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게 했다는 평가다. 실제 타스만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커스터마이징과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모습이 확산하며, 픽업트럭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25년 3월 출시된 타스만은 트림 구성을 명확히 구분했다. 기본 모델은 다이내믹·어드벤처·익스트림 등 3개 트림으로 운영되며,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X-Pro는 별도 모델로 구성했다. 하나의 차종 안에서 도심형·레저형·오프로드 특화형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다.
가격대는 KGM 대비 다소 높은 편이다. 타스만은 3000만원대 후반부터 5000만원대 초반까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행 성능과 실내 디자인, 상품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가 뒷받침되면서, 기아는 KGM 중심이던 픽업 시장의 가격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KGM과 기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는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1~11월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2만3495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3060대) 대비 79.9%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판매 반등의 핵심 요인으로 타스만의 등장을 꼽는다.
단일 모델 기준으로는 타스만이 같은 기간 8132대를 판매하며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브랜드 기준으로 보면 KGM의 저력이 여전하다. KGM은 무쏘 스포츠·칸·무쏘 EV를 통해 총 1만4313대를 판매하며 픽업 시장 내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하며 시장 주도권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도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기아는 타스만을 앞세워 호주와 뉴질랜드 등 픽업 수요가 높은 지역 공략에 나섰다. 2025년 1~11월 기준 타스만 수출 물량은 1만5000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KGM 역시 독일·튀르키예·이스라엘 등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무쏘 EV 출시 행사를 열며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픽업트럭 시장 전체 파이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 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은 결국 신차 투입”이라며 “선택지가 늘고 상품성이 고도화될수록 픽업트럭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면서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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