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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원더우먼은 여기 있다”

“진짜 원더우먼은 여기 있다”

체 게바라 포스터 제작한 미술가 짐 피츠패트릭,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소녀 위해 다시 붓을 들다
피츠패트릭이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도록 사이트에 올려 놓은 타미미 판화 그림. / 사진:JIM FITZPATRICK
50년 전 아일랜드 출신 미술가 짐 피츠패트릭은 마르크스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포스터를 제작해 누구든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긴 머리에 베레모를 착용한 게바라의 얼굴 사진을 붉은색 바탕과 흑백을 조화시켜 팝아트로 강렬하게 표현한 판화 작품이다. 이 이미지는 1967년 게바라의 죽음 후 세계 전역에서 티셔츠와 플래카드, 포스터 등에 널리 사용되면서 저항과 반(反)압제의 상징이 됐다. 이제 피츠패트릭은 그 비슷한 일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 한다.

그의 이번 주제는 게바라 같은 혁명 지도자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소녀 아헤드 타미미(17)다. 피츠패트릭의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 새로운 판화 이미지(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타미미를 ‘진정한 원더우먼’으로 묘사한다. 피츠패트릭은 이 이미지가 체 게바라 포스터처럼 세계 전역에 널리 배포되기를 기대한다.

타미미는 현재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1일 이스라엘 군인 폭행과 공무집행 방해, 선동 등 12가지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됐다. 타미미는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데 항의해 서안 나비 살레의 집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이스라엘 병사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 이 동영상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타미미는 사흘 뒤 새벽에 들이닥친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래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타미미 가족과 지지자들에 따르면 그녀의 이스라엘 군인 폭행은 그 이전 사건에 대한 반응이었다. 사촌 무함마드(14)가 근거리에서 이스라엘 병사가 쏜 고무총탄에 맞고 쓰러진 일을 말한다. 무함마드는 72시간 동안 의학적으로 유도된 혼수상태에서 치료 받아야 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심한 상처를 입었다.

타미미의 체포와 그 후 진행되는 재판은 국제적인 주목을 끌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단체와 로사리오 도슨, 제시 윌리엄스 등 할리우드 인기 스타가 타미미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의 서안 강점에 항의한 타미미를 저항의 상징이자 소녀 영웅, 자유투사로 여긴다.
지난 1월 14일 예루살렘 부근의 군 교도소에서 법정으로 이송되는 아헤드 타미미. / 사진:AP-NEWSIS
피츠패트릭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타미미의 곤경을 계속 주시해 왔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1968년 체 게바라의 포스터를 통해 불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불을 붙인 것처럼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어떤 식으로든 타미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바란다.

“타미미는 압제에 맞선 고결함의 상징”이라고 피츠패트릭은 말했다. “그 나이면 아직 아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를 얻었든 그 아이의 행동은 세계 전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난 그 메아리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기구나 단체들이 그 아이에게 나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내겐 붓이 있다. 붓도 펜처럼 칼보다 강하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한 관리가 타미미를 평생 감옥에 격리시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처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아주 크다”고 우려했다. “거기서 일어나는 일은 정말 끔찍하다. 탈무드에 ‘한 목숨을 살리는 자가 전 세계를 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들이 타미미를 처형할까 두렵다. 그래서 나의 방식으로 이 아이를 돕고 싶다.”

피츠패트릭의 작품에서 타미미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다. 이스라엘 사진작가 하임 슈바르젠베르크가 찍은 타미미의 사진에서 착안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미지 한쪽 구석엔 만화 ‘원더우먼’의 로고와 함께 ‘여기에 진짜 원더우먼이 있다’고 적혀 있다.

타미미를 ‘진짜 원더우먼’으로 지칭한 것은 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과 관련 있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원더우먼’의 주인공을 맡은 가돗은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2년간 복무했고,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폭격했을 때 페이스북에 이스라엘 방위군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피츠패트릭은 “의도적으로 원더우먼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가돗은 이스라엘 방위군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영화에 나온 그녀보다는 타미미가 ‘진짜 원더우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돗이 이스라엘 방위군 출신으로 타미미 같이 어린 팔레스타인인까지 박해하는 행동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알면 아마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가돗이 그런 일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그런 조치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나로선 상당히 불쾌하다.”

피츠패트릭은 이스라엘의 서안과 동예루살렘 점령에 반대한다(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에서 요르단으로부터 이 땅을 빼앗았다). 그렇다고 그가 반유대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자신의 타미미 그림이 반유대주의 운동에 사용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난 평화주의자다. 유대인이든 이스라엘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아랍인이든 머리털 하나라도 다치기를 원치 않는다. 난 순수하고 단순한 운동을 원한다. 타미미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그 아이가 살해되는 걸 보고 있을 순 없다.”

타미미 사건을 계기로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이 받는 대우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피츠패트릭은 타미미의 이야기를 통해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온전한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는 “좋은 이스라엘인도 아주 많다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의 노선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유대인 외 다른 민족을 박해한다. 그들이 이스라엘을 거의 인종차별 국가로 전락시키고 있다.”

피츠패트릭은 타미미를 두고 “용감하고 위엄 있는 이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라 내 상상력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난 타미미가 전 세계인의 상상력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는 저항을 상징한다. 사촌이 시위를 하다가 이스라엘군의 고무총탄에 맞아 크게 부상당한 뒤 타미미는 이스라엘 군인을 맨손으로 때렸다. 그런 행동을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타미미가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땅과 물을 빼앗기고도 평화롭게 사는 팔레스타인인이 끔찍하게 박해 받는 현실에 세계가 주목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 투파옐 아메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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