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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악화일로 홍콩 사태… 증시의 잠재된 악재

[증시 맥짚기] 악화일로 홍콩 사태… 증시의 잠재된 악재

미국 공세 강화 빌미될 수도… 홍콩 단기금리 급등 가능성도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린 8월 18일 밤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성조기를 들고 가고 있다. 이날 시위는 경찰과 충돌 없이 비교적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그 영향으로 미국 S&P500 지수가 하루 동안 3% 가까이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하자 경기 침체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퍼졌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2000년과 2006년에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고 동결로 넘어가는 시점에 금리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2000년은 금리 역전이 일어나고 12개월 후, 2006년은 24개월 후에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
 미국 경제도 둔화 우려 커져
금리 역전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서 해소된다. 2000년 6.5%였던 금리를 2003년에 1.0%로 내리자 2년과 10년물 금리 차이가 2.2%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2006년도 마찬가지였다. 5.25%였던 기준 금리를 2008년에 0.25%로 내리자 10년물 금리가 2년물 금리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미국 경제는 지금 당장 꺾여도 문제될 게 없는 상태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여서 조만간 미국 경제도 둔화될 거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는 확장에도 성장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도 미국 경제의 둔화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이다. 아직 경기 둔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2016년 이후 수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영향이 크지 않았다. 마지막 인상이 있었던 2018년에만 조정이 있었을 뿐 이전에는 주가가 계속 상승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상승에 대한 기대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둘이 맞부딪치면서 주가가 크게 변할 수 있다. 이미 선진국 시장이 하루에 1% 이상 오르내릴 정도다. 시장의 기반이 취약한 만큼 작은 악재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우리 시장은 먼저 떨어졌기 때문에 8월 들면서 악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금리 역전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주로 기준금리로 국채 10년물 금리를 이용했는데 1990년, 2000년, 2007년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와 비슷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금리가 높아졌다고 느꼈던 게 하락의 원인인 것 같다. 지난 5월에 기준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7월 말에 연준이 금리를 내렸지만 10년물 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해 순서를 바로잡는 데 실패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금리 부담이 석 달 전부터 커진 것이다.

금리 말고 경기 둔화를 암시하는 지표가 또 있다. 유가도 그중 하나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한달 사이에 8% 넘게 떨어졌다. 그나마 8월 들어 회복됐는데 7월 말에는 배럴당 52달러로 내려갔었다. 구리·아연 가격도 한달간 3% 넘게 떨어졌다. 이와 달리 금은 온스당 1519달러로 연초 이후 18% 올랐다. 석유·구리 가격 하락은 경기 둔화로 수요가 약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반응이다.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가 둔화될 거란 전망과 같은 모습이다. 금값 상승은 경기 둔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걸 피하기 위한 행위다. 많은 지표가 경기 둔화 우려 쪽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보다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 때 주가가 더 크게 반응한다. 특히 지금처럼 오랜 경기 확장이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반응이 더 커진다.

시장이 악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이 홍콩 사태의 규모가 커졌다. 시위대가 공항을 점령하자 이에 대응해 중국이 무장 경찰 투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위가 확산돼 중국이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홍콩과 중국 경제는 세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먼저 중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 1989년에 텐안문 사태 때만 해도 중국 경제 규모가 작았고, 대외 개방 경험도 없어 외부 자극에 견디는 힘이 약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상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2위이고 대외 개방도도 높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두 번째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불리해져 미국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다. 무역분쟁 과정에 많은 나라가 심정적으로 중국을 응원했다. 약자이기 때문도 있지만 중국과 무역분쟁이 끝날 경우 본인들이 미국의 다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력 진압이 이루어지면 이들이 정치적으로 중국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홍콩 금융시장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홍콩은 금리로 외환 유입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달러가 빠져나가면 금리가 오르고 반대로 유입되면 금리가 떨어지는 형태여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병력 투입으로 홍콩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금이 빠져나가고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홍콩의 단기 금리가 300%로 올라간 적이 있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정치적 문제는 경제적 문제보다 주가에 영향을 작게 미치지만 시장이 취약하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 한다. 7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홍콩 주가가 10% 넘게 떨어진 건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무역분쟁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홍콩은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휘발성을 안고 있다.

주가 하락이 마무리되고 반등할 때 가장 먼저 오르는 주식은 이전에 낙폭이 컸던 종목이다. 많이 떨어진 것이 많이 오르는 물리 법칙이 주식시장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알고 있던 가격대와 현재 주가가 차이가 많이 나서 갑자기 주가가 싸졌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 실적이나 앞으로 전망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가격만이 역할을 하는데, 최근 주가가 상승한 바이오 주식도 그런 형태였다. 가격의 역할이 끝나고 나면 다음은 기업 내용이 작동한다. 실적이 괜찮은 데도 코스피가 하락하는 동안 같이 떨어진 주식이 없는지,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회사는 없는지 일일이 따져 그 부분을 주가에 반영한다.
 올 들어 2개 분기 연속 호실적 종목 37개
이런 점에서 지나간 2분기 실적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75개 종목이 1분기에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 그중 37개 종목이 2분기에도 전망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다. 실적 개선이 정착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다른 종목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분명하다. 이 중 눈에 띄는 종목이 삼성엔지니어링·메리츠종금증권·제일기획·현대글로비스·신한지주·CJ CGV 등이다. 한번 관심을 가져볼 만한 종목들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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