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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 계속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

미국이 금리 계속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

미국 전체 기업이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무려 15조5000억 달러의 기록적인 빚더미 위에 앉아 있기 때문
제롬 파월 FRB 의장은 3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뒤 추가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 사진:AP/YONHAP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호황인 듯한 경제와 코앞에 닥쳤을지 모르는 금융위기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10월 30일 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하(지난 7월 이후 세 번째)하기로 한 결정이 그렇게 기이하게 보이는 까닭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경제가 강세일 때 금리 인하는 거의 전례 없는 일이다. 그리고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호경기 중 금리인하는 재앙을 부르는 확실한 처방전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호황과 불황의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결과가 더 나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부문이 위험천만하게 많은 부채를 떠안아 금융거품을 키우기 때문이다. 차입비용이 급증하면 금융시장에 파산 도미노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미국 경제를 탈선시킬 수 있다.

표면상 미국 경제는 순항하는 듯하다. 실업률은 반세기 만의 최저이고 인플레는 목표치 2%에 근접한다. 그리고 약 125개월째 적어도 1850년대 이후 최장기 경기확장의 역사를 써나간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아주 심각해 보인다.

여러 차례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기업·농민·소비자가 큰 희생을 치렀다. 한때 미국의 고용 엔진이었으며 표면상 무역전쟁 덕을 봤어야 할 제조업은 2009년 이후 최악의 해를 맞고 있다. 그리고 나라 밖을 돌아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기침체를 막아낼 무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경고한다.

그것만으로도 걱정인데 가장 겁나는 문제는 아직 다루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한 가지 주요 요인은 주택시장에 부채가 넘쳐나 그중 상당 부분이 결국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요즘엔 미국 기업계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FRB가 목표금리를 0.25%의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린 2008년 이후 시장에 저리 자금이 넘쳐난다. 미국기업들은 눈먼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빚잔치를 벌였다.

미국 전체 기업이 현재 무려 15조5000억 달러의 기록적인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에 해당된다. 불행히도 이 부채는 주로 확장과 성장 용도가 아니라 배당·자사주매입·인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이 사용된다.

파티가 끝나면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특히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한 기업들이 부채를 차환 또는 상환하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럴 때 2008년 그랬던 것처럼 신용팽창이 금융위기로 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회사채(중소 사업체 제외)의 절반이 투자등급 채권보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훨씬 높은 고위험 또는 정크 등급(투기등급)이라고 추산한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기업들의 66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른바 레버리지론(신용도 낮은 기업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이 대출채권담보부증권의 형태로 묶여 여러 투자자·금융기관에 매각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연체와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면 이 시장에서도 손실뿐 아니라 투자자의 투매를 유발할 것이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실업률 증가, 소비지출 감소, 파산 증가 그리고 방치할 경우 경기침체를 촉발한다. 2008년 신용불량 차입자들이 대규모로 모기지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다시 말해 기업이 많은 부채(그리고 일부 대단히 리스크가 큰 부채)를 안고 이익이 감소하는 이런 환경에서 자칫 조금이라도 엉뚱한 방향으로 금리가 움직이면 채권을 쓰레기나 다름없는 정크 등급으로 만들 소지가 있다.

FRB가 계속 금리를 인하해 그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밖에 다른 선택이 없는 까닭이다. 기업들이 그렇게 숨 돌릴 여력을 얻을 때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가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 안드레아스 컨



※ [필자는 조지타운대학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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