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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2020년 한국 증시는] 상고하저로 다시 ‘박스피’로 회귀?

[2020 경제 대예측 | 2020년 한국 증시는] 상고하저로 다시 ‘박스피’로 회귀?

기업 이익은 20% 정도 늘어날 전망… 선진국 주가 높고 투자심리 급변 가능성
코스피가 2190.08에 장을 마감한 1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의 금융완화 사이클이 있었다. 1차는 지난 2009년 중반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계기였는데, 1조8000억 달러의 돈이 투입됐다. 이 조치로 선진국 주식시장이 40%, 신흥국도 105% 상승했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떨어졌던 게 큰 반응을 끌어낸 원동력이었다. 물론 경제도 도움을 받았다. 1차 완화 사이클을 계기로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갔는데, 그 덕에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다. 우리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말 사상 최고치에 도달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상승을 기록했다.

2차 완화 사이클은 2012년에 시작해 2년간 이어졌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에 나선 데다 재정위기에 시달리던 유럽이 유동성 공급을 늘린 게 계기였다. 2차 완화 때에는 1차와 달리 지역별로 주가 움직임이 달랐다. 선진국은 1차와 마찬가지로 40% 정도 상승한 반면 신흥국은 4% 오르는 데 그쳤다. 우리 시장 역시 1800~2100의 박스권에 갇혀 버렸다. 주가의 모습이 지역별로 차이가 난 건 완화정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된 영향이 더해지면서 신흥국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에 3차 완화 사이클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선진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상승 속도인데, 앞의 두 번에 비해 강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번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이미 낮은 상태가 돼 추가 인하를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해도 효과를 보기 힘든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20년 주식시장은 이 같은 금융시장 상황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시작하게 됐다.
 제조업 경기 둔화로 펀더멘털 약화
2020년 국내외 경제는 2019년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오르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바닥 통과에 대한 기대는 과거 경기 사이클에서 찾을 수 있다. 2017년 9월이 지난 경기 정점이니까 국내 경제는 2년 넘게 위축 국면을 경험한 셈이 된다. 1998년까지 우리나라 경기순환 주기는 확장 34개월, 수축 19개월로 총 53개월이 하나의 주기였다. 외환위기 이후는 좀 더 짧아져 확장 26개월, 수축 18개월로 주기가 44개월이 됐다. 과거 순환주기로 볼 때 경기 둔화가 2년 넘게 이어졌다는 건 저점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2019년 2분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표가 저점을 찍었다. 이 지표로 보면 글로벌 경제가 바닥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큰데, 특히 관심이 가는 곳이 중국이다. 전통적으로 OECD 중국 경기선행지수는 우리보다 3개월 먼저 움직인다. 해당 지표가 7월에 바닥을 찍었으니까 우리 선행지수역시 2019년 말에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3분기 이후 매달 신규 고용 증가가 40만건씩 이루어지고 있다. 고용의 질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산업면에서는 반도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월에 11개월 만에 계약가격 하락이 멈췄다. 지금은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태인데, 시장에서는 2020년에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30% 이상 늘어날 걸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외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회복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제조업이 우려가 되는데, 2020년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건 오랜 경기 확장에 따른 에너지 약화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크다. 처음 관세 부과에서 시작된 무역분쟁이 1년 반 이상을 끌면서 기업으로 영향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2020년 경제의 초점은 제조업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제조업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소비 등 다른 곳으로 넘어올 것이냐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조업이 둔화돼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높은 주가에 따른 버블 가능성 존재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종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각 부분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하면 영향력이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는 된다. 그래서 과거에도 ISM 제조업 지수가 약해지고 9개월 정도 지나면 비제조업지수도 약해졌다. 제조업 둔화가 시차를 두고 여러 부문으로 이전된다는 건데, ISM 제조업 지수 정점을 경기 둔화의 시작점으로 볼 경우 이미 1년 훨씬 전부터 제조업 둔화가 시작됐고, 기준선 50을 밑도는 걸 둔화의 시작점으로 보더라도 5개월이 지났다.

관건은 주가다. 2020년은 경기 회복이 더뎌 많은 부분을 금융완화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주가가 높으면 이 부분도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때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물가다.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데, 그 경우 어쩔 수 없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소비자물가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다. 그렇지만 자산가격은 사정이 다르다. 지금까지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수 있다. 이 상황은 11년 전 버블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선진국 입장에서 극도로 경계해야 하는 형태여서 선진국 정부가 모든 정책을 동원해 막을 수밖에 없다.

지금 선진국의 모든 자산가격은 높은 편이다. 금융위기 이후 몇년간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선진국 경제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환영을 받았었다. 이를 통해 소비 증가가 이루어졌고, 투자도 일정 부분 늘어났다. 문제는 가격이 높아졌을 때다. 약간의 상황 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2019년 현재 미국 S&P 500 지수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9배 정도다. 2000년 IT버블 이후 가장 높다. 우리 시장도 낮지는 않다. 이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2020년에 주가가 2300까지만 올라가도 PER이 14배가 된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이익이 늘어나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20% 가까운 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2017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순이익은 줄었다. 2018년은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2019년은 30% 가까운 감소를 기록했다. 130조~140조원에 달하던 순이익이 90조원 내외까지 줄었다. 2020년은 순이익이 다시 110조~120조원으로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이익 증가의 대부분은 반도체 때문이다. 지금 시장은 두 개의 대립되는 개념 위에 서 있다. 실물 경제와 주가가 대립하고 있고, 자산 가격 버블 가능성과 금융완화 정책이 대립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 실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장은 입증이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다.

2020년에 또 하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투자심리다. 주가가 장기간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은 어지간한 위험은 위험으로 보지 않게 됐다. 수차례 금융완화 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정책 담당자들이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1년간 경기를 북돋우려는 정책이 무수하게 쏟아진 걸 감안하면 이런 믿음이 만들어진 게 당연할지 모른다.

주가를 만드는 요인 중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게 투자자들의 심리다. 상승이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한쪽 방향으로 생각하는 힘이 더 강해진다. 문제는 심리는 쉽게 변하지 않지만 한번 변하면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시장에 대한 견해가 갑자기 바뀌기 때문인데, 심리 약화는 오랜 상승 이후 오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고 11년이 지난 만큼 언제든지 투자심리 약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우리 시장도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2020년 주식시장은 박스권 내 등락, 상반기에 좋고 하반기에 나쁠 확률이 60%를 넘는다. 2019년에 미국 시장은 네 번의 상승이 있었다. 5월, 7월, 9월, 10월이 그 경우에 해당하는데, 모두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금리가 핵심 변수였는데 5월은 인하가 재개될 거란 기대가, 7월은 실제 금리 인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9월에는 미국 이외 다른 주요국까지 금리 인하에 동참하면서 상승이 커졌다. 앞의 두 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긴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전 고점보다 5월은 0.5%, 7월에도 2.7%에 더 높아지는 데 그쳤다.

우리 시장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미국 시장이 꺾이기 전에 먼저 하락했고,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동안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그래서 미국 시장의 고점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코스피는 2233(5월)→2134(7월)→2101(9월)로 고점이 낮아졌다. 선진국과 주가 방향만 같았을 뿐 내용은 차이가 난 것이다. 다행히 10월은 달랐다. 미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에도 상승을 이어갔고 그 영향으로 우리 시장도 직전 고점을 넘었다.
 선진국 시장 최고치 경신에도 한국은 박스권
시장 상황이 개선되긴 했지만 우리 시장의 한계도 동시에 드러났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우리 시장은 일정폭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2011~2016년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 때도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우리 시장은 2150을 넘지 못했다. 미국 시장이 최고치를 넘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까지 올랐다가 미국 시장이 약해지면 다시 하단까지 내려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지금은 2011~2016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당시는 선진국 주가가 낮았고,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2~3년 밖에 지나지 않아 좋아질 여지가 많았다. 지금은 선진국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고 11년이 지났다. 경기도 정점을 지나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020년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반기에 오르고 하반기에 떨어지는 형태가 되지 싶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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