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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수천억 빌딩 직구 대신 리츠로 도전?

[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수천억 빌딩 직구 대신 리츠로 도전?

자산의 공실률·성장성 따져 위험 대비… 금리·주식 상승하면 수익 하락 우려
2019년 부동산시장은 대출·제세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하지만 적게는 몇 십억 많게는 몇 천억까지 되는 부동산을 살 수 있을까 의구심부터 든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요즘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 소유주가 될 수 있는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시장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투자는 투자자 또는 소유주가 부동산이나 그와 관련된 자산에 대한 취득·보유·운영·매각 등 일체 사항을 직접 수행하는 직접투자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회사가 개발한 상품에 투자해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에 대한 이익을 배당 받는 간접투자로 구분한다. 부동산 간접투자는 펀드와 리츠((RE ITs)로 구분된다. 펀드는 재산의 50%를 초과해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공모와 사모로 구분된다.

리츠는 부동산투자신탁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매각차익·개발이익 등을 배당해주는 것이다. 리츠도 공모와 사모로 구분된다. 여기서 말하는 공모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으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은 주요 연금·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로 상품을 구성하는 사모 위주로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제세공과 혜택 등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공모 상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개미투자자 대상 다양한 리츠 상품 공모
그렇다면 공모형 상품은 그동안 왜 잘 보이지 않았던 걸까. 간단하게 말하면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은 큰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 한 두 개 대형 기관투자자에게서 해당 자금을 모두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소수 집단이어서 운영과정에서도 의사결정이 간단한 편이다. 그런데 소액, 즉 개미투자자들로 상품을 구성하면 민원 등의 발생 소지가 높아지고 의견도 분분해 운영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말 기준 국내 리츠 총 자산은 5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5% 이상 증가했다. 운용하는 리츠 수가 260여 개에 달한다. 2013년 후 연평균 성장률이 약 28% 수준이다. 리츠 전체 자산 구성은 주택(61%)이 가장 많고 오피스(23%), 리테일(10%), 혼합형(3%), 물류 부동산(2%), 호텔(0.8%) 순이다. 주택을 기초로 하는 리츠가 활성화 된 것은 2016년 공공지원형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던 것이다. 공급이 마무리되자 더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리츠 시장의 흐름은 주택 외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 그 행보가 올해부터 본격 시작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모형재간접리츠의 지분 제한이 완화됐고 공모재산접펀드의 사모리츠 편입이 허용된다. 동시에 대토보상리츠 활성화와 공모리츠에 대한 재산세 분리과세 유지 등의 정책 지원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하반기까지 다양한 공모형 리츠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은 지난 17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에서 26.9대 1의 청약경쟁률로 증거금 7958억원을 모집했다. 공모가는 주당 5000원이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이 투자금으로 태평로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수익증권에 투자할 예정이다.

제이알투자운용은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를 리츠로 출시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광교센트럴 푸르지오시티 내 상업시설을, 코람코자산신탁은 주유소 189개를 각각 기초로 하는 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다. 민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SH공사가 시행을 맡고 있는 서울 답십리 17구역에서도 일반 분양에 대한 리츠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공공도 리츠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리츠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군중심리에 쫓겨 ‘묻지마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옥석을 가리려면 편입 예정자산의 시장 흐름 등 업황, 공실률, 그리고 자산의 건전성과 금리 상승 등의 위험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장동향·업황변화 살펴보며 선제 대응
첫 번째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해당 자산의 공실률이다. 오피스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의 경우 공실률이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작용되어진다. 공실률이 상승하는 경우 배당 수익에 대한 이슈는 물론, 유동화 시점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종로타워(부동산 펀드)의 경우 앵커테넌트인 위워크와 계약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 중인데 만약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산에는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공실률의 확인은 각 리츠 홈페이지의 운용보고서나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 부동산 컨설팅회사가 발표하는 시장동향보고서를 활용한다면 투자 전에 각종 위험에 선제대응 할 수 있다. 물론 공실률은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투자 시 자산운용사 이외에도 부동산자산관리회사(PM), 자산의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편입 예정 자산의 흐름 등 업황 성장성을 고려해야 한다. 오피스 빌딩은 공실률로 투자 지표를 가늠할 수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리테일, 호텔과 해외 리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등은 공실률 하나 만으로 수익률을 판단하기 어렵다. 최근 괄목할 성장을 이루고 있는 분야는 물류와 관련된 업종이다. 지속적인 이커머스 성장은 물론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물류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투자 시장에서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물류 부동산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됐고,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인 만큼 물류 부동산을 기초로 하는 리츠 상품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떨어지므로 장기 보유가 불가피해 이런 업황 등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세 번째는 금리 상승에 대한 위험이 내재돼 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인기를 얻게 된 중요한 이유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전통 자산인 주식·채권 등에 대한 수익률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 중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금리 상승에 따라 주식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서면 리츠 투자는 수익이 나빠지게 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자산 취득 시 차입한 타인 자본에 대한 이자 부담이 이어지고 이는 곧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리츠를 통한 소액 투자는 현실적인 투기 억제 대책의 하나로 꼽힌다. 정책 지원에 힘입어 리츠 시장의 성장은 우리나라 전체의 자본시장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 늘 그랬듯 어떤 부동산 대책이 쏟아질 때마다 모두의 시선이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불편한 진실은 이번 공모형 시장에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커피 한 잔으로 부동산을 투자한다는 키워드는 좋지만 무분별하게 출시되는 상품들에 대해 옥석을 가리는 것이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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