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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편법 지원’ 논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과정서 남몰래 우회 지원

[단독 |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편법 지원’ 논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과정서 남몰래 우회 지원

“보증 세워 갚겠다” 약정 위반에도 무마… “상환 가능성 낮아 국민 세금 낭비” 지적

산업은행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이하 삼척화력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인 두산중공업을 남몰래 우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2018년 EPC 계약 가점을 위해 101억원으로 878억원 규모의 삼척화력발전소 지분 9%를 인수, “남은 금액은 신용도 하락 시 보증을 세워서라도 갚겠다”고 한 약정을 위반했음에도 이를 무마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이 약 5조원 규모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4조원 금융을 주선한 만큼 두산중공업 지원을 통한 사업 진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지만, ‘편법 지원’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이 같은 조처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부 기조와도 대조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인프라·에너지 녹색 전환과 녹색산업 혁신 등 ‘탈탄소’ 목표를 담은 그린뉴딜을 발표하고,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최근 정부의 탈탄소 시계가 빨라지고 있음에도 산업은행은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한 정확한 경제성 평가 없이 지원만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상환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01억원으로 878억 지분 얻고, 잔액은 할부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화력발전소 출자자이자 EPC 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8월 산업은행과 맺은 출자자 약정을 위반하고도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EPC 계약 출자자 가점을 위해 101억원으로 878억원 상당 삼척블루파워 지분 9%를 인수, 차액 777억원을 2023년 9월 납입키로 했다. 대신 납입 전 기업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출자이행보증서를 제출하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은 ‘투기’ 바로 위인 BBB-로 하향 조정됐고 두산중공업은 약정에 따라 보증을 세워야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일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이 두산중공업의 약정 위반에 대해 눈 감고 잔여 출자금액 적립이란 대체 방안에 동의해줬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두산중공업은 잇따른 재무악화로 출자이행보증서 마련이 어려워지자 삼척화력발전소 공정 진행에 따른 공사대금을 적립하겠다는 대안을 제시, 산업은행 동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을 근질권자로 하는 계좌에 두산중공업이 받는 기성대금의 7.2%를 매달 적립해 2022년 6월까지 777억원을 만들어두겠다는 게 핵심이다.

약정 위반 무마가 산업은행으로서는 이익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척화력발전소는 본 설비 기준 건설 공정률이 30%를 넘어섰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보일러 등 주주기 공급업체로 EPC 계약 금액만 1조96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이 약정을 위반하는 등 납부를 유예한 출자금 777억원의 26배 규모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기성대금의 일부를 떼어 적립하는 것으로 약정 의무를 다할 수 있다”면서 “2020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회에 걸쳐 51억6100만원을 적립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편법 지원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약정으로 출자금을 유예해 준 것도 모자라 약정을 위반한 업체에 잔여 출자금 적립이라는 이른바 할부를 제공해 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이미 3조6000억원 혈세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77억원에 대한 보증도 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출자금 적립이라는 연명치료를 하는 것은 더 큰 위험 부담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잔여 출자금 적립에 대한 이행보증보험도 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우회 지원은 삼척화력발전소 사업 안정성도 떨어뜨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추가로 내야 하는 출자 잔액 777억원이 기성대금의 일부 적립이란 이름으로 사업에 연동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이 지연될 경우 잔여 출자금 적립이 미뤄지고 산업은행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두산중공업이 잔여 출자분을 불이행할 경우 삼척화력발전소 지분을 각각 29%, 5% 보유한 전략적 출자자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건설로 출자 의무가 분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삼척화력발전소가 이미 경제성에서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데 있다. 산업은행은 4조9000억원에 달하는 육박하는 사업비 중 3조9000억원에 대한 금융을 주선하면서 삼척화력발전소 향후 가동률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25년부터 2044년까지 삼척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평균 85%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71%였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산업은행 전망과 달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정책 연구기관 넥스트가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과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등을 분석해 내놓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 전망에 따르면 삼척화력발전소 가동률은 2030년 62.4%, 2040년 25.2%, 2050년 10%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사업 강제 종료 위험과 차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산업은행 자금지원 중 60% 미상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우회 지원이 국민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책은행이 면밀한 경제성 검토 없이 두산중공업이 진행하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두산중공업의 석탄화력발전 중심 사업에 총 3조731억원을 지원했지만, 이 중 60%인 1조9053억원이 미상환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형배 의원은 “석탄화력발전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부 부담이 산업은행의 두산중공업 우회 지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탈원전·탈석탄 비판 여론으로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두산중공업 편의를 봐주고 있다”면서 “애초에 출자금을 나중에 갚고, 신용도 하락 시 보증인을 세우겠다는 가정으로 출자자를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계약 사항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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