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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지난 3년은 정의선 회장에게 득? 독?

지배구조 개편, 지난 3년은 정의선 회장에게 득? 독?

‘2배’ 된 지분평가액…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리스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보유 지분 현황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2018년 5월 22일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 동안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다시 모인다. 정 회장이 11.72%의 지분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 소식이 관심을 촉발시켰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수많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짐작하긴 어렵다. 유추해볼 수 있는 건 3년 전에 비해 상황이 유리해졌는지, 불리해 졌는지 정도다. 3년의 시간은 정 회장에게 득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 회장이 보유한 재산이 얼마나 늘었느냐다. 앞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계획했던 당시에 비해 현재 정 회장이 가진 지분가치는 약 2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

현대모비스 분할을 기초로 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에 알려지기 직전인 2018년 3월 27일 종가 기준 정 회장이 가진 주식의 평가액은 2조4142억원으로 집계된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가치를 제외한 수치다.

이에 반해 현재(4월 15일 종가 기준) 보유 지분 평가액은 현대오토에버(2391억원)와 현대엔지니어링(상장 후 8800억원 예상)을 포함해 4조9838억원 수준으로 2배가 됐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를 제외하더라도 3조8647억원으로 1.6배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가 약 2300억원 늘어났고, 기아 지분가치는 약 3500억원 커졌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수해 두 회사에서 지분가치를 크게 높였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대한 정부 당국의 압박이 줄어든 것도 정 회장에겐 유리하다고 평가할만 하다. 현대차그룹이 2018년 추진했던 계획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공정위에 압박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기도 했다.

3년이 지난 현재 현대차그룹에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압박은 사실상 없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정 회장으로선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 안에서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먼저 증여받고 향후 장기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주가 상승은 좋고도 나쁘다?
하지만 3년간의 실도 크다. 먼저 정 회장 보유 주식 평가액이 늘어난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대차그룹은 언젠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만 한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순환출자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주가가 현대글로비스 등 정 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의 주가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향후 순환출자 구조를 탈피하는 데 어려움이 될 공산이 크다.

현 정권에서 이뤄진 여러 규제들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담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3년 전이나 현재나 정 회장에게 가장 큰 자산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이다. 올해 말 시행되는 새로운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에서 20% 이상인 상장사로 확대된다. 현재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다. 연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10% 이상 매각해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 명예회장이 가진 모든 지분(6.71%)을 판다고 하더라도 정 회장은 약 3.3%의 지분을 팔아야 한다. 지분율이 줄어들면 앞으로 이뤄질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에 따른 정 회장의 자산증식 효과는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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