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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분기 연속 성장?...LG생활건강의 ‘묘한’ 계산법

16년째 이어진 ‘차석용 신화’의 비밀 분기 실적 행진에 “연속이라는 말 뺐다” 해명

‘M&A 전문가’ ‘마케팅의 귀재’. 이 사람을 빼고는 지금의 LG생활건강을 설명할 수 없다. 바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그는 2001년 LG화학에서 독립된 LG생활건강을 17년째 이끌고 있는 LG그룹 내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다. 그런 그가 LG생활건강에서 보인 실적은 한마디로 ‘마법(magic)’이다. 30년간 부동의 1위 브랜드를 꺾고 업계 1위에 오르는가하면, 적자를 보던 회사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단숨에 흑자로 탈바꿈했다. 매년 최대실적을 갱신하면서 재임 기간 내 시가총액이 50배 가까이 뛰었다. 취임 당시 5만원이던 주가는 현재 159만원 이상으로 상승. 업계는 말 그대로 ‘차석용 쇼크’ 상태다.
LG생활건강 광화문 사옥 [사진 중앙포토]
 
 
‘차석용 매직’이 또 통했다. LG생활건강이 2021년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하면서다. 매출 2조367억원, 영업이익 3706억원. 전년동기 대비 각각 7.4%, 11% 성장한 수치다. ‘기록의 사나이’다운 성적이지만 LG생활건강 안팎에선 차석용 부회장을 두고 ‘역시 회계사 출신’이라는 얘기를 내놓는다. 그만큼 숫자를 잘 만들어내고 관리한다는 의미. 또 다른 뜻은 회계를 이용한 마케팅에 능하다는 평이다.  
 

매출 2차례‧영업이익도 역성장

 
무슨 말일까. 매 분기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의 연속 분기성장’을 강조해왔다. 50분기 달성을 넘어갔을 때부터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LG생활건강=연속 성장’은 당연한 논리가 됐다. 이번 1분기 실적발표도 마찬가지. LG생활건강은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61분기 성장,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4분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차석용표 숫자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코노미스트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2005년부터 2021년 1월까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검토해 본 결과 64분기 연속성장이라던 영업이익은 1차례 역신장했고, 61분기째 오르고 있다던 매출도 2차례 고꾸라졌다. 
LG생활건강 역성장 추이
 
구체적으로 보면 2014년 1분기 영업이익이 역성장 했다. 128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대비 -12.6% 하락했다. 유통 재고 감축, 중국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15%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매출은 2017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23%를 보이면서 처음으로 꺾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2분기 매출도 2.7% 감소한 1조78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차례 역성장한 전력이 있음에도 매분기마다 ‘분기 달성’을 강조한 실적발표를 해 온 셈이다.  
 
LG생활건강 측은 ‘연속’이란 말을 뺏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두세 차례 실적이 꺾인 뒤부터는 ‘연속’이라는 표현을 빼고 분기를 더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업특성상 전년 동기와 비교하다 보니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도 다분한 '차석용표 숫자 마케팅'  

 
업계에선 의도가 분명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스타트업도 아니고 LG생활건강처럼 M&A로 성장해 온 회사가 16년간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연속 성장했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며 “회사가 실적 부분을 명확히 해줘야 하는데 ,수년째 착각할 만한 자료가 만들어지는 걸로 봐서는 의도적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 CI
 
대기업 재무담당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말장난”이라며 “혹시 주가를 띄우기 위한 작업이 아닌지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차 부회장의 숫자 집착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손익계산에 철저하고 경영 귀재로 통하는 그가 이러한 내부 마케팅에 대해 모를 일 없다는 것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분기성장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연속의 의미인데, 그 의미를 묵인하고 자체적 의미를 두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들을 속이면서 오히려 숫자 마케팅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역시 실적 발표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성장 필요에 따라 연속성이 중요하다면 (역성장을 누락한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 아니겠냐”며 “기업 성과야 어떤 목적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사실 왜곡에 대한 부분은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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