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상승세 탄 교보생명, 지지부진 ‘IPO 흑역사’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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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상승세 탄 교보생명, 지지부진 ‘IPO 흑역사’ 끝낼까

1분기 순익만 4000억…지난해 전체 순익 뛰어넘어
IPO 발목 잡은 풋옵션 분쟁 떼어내고 속도 낼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8일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8일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교보생명]

교보생명이 올 1분기 실적 상승세를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추진에 고삐를 당긴다.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다잡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강조하는 ‘양손잡이 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풋옵션 분쟁도 검찰이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을 기소하며 교보생명에 다소 유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하반기 발표되는 교보생명-FI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결과가 어떤식으로 나올 지 장담할 수 없어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끝까지 긴장을 끈을 놓기 어려워 보인다.
 

'풋옵션 분쟁' 중 영업지표는 '악화'

 
29일 교보생명 측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올 1분기 약 4000억원(가결산)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분기(1200억원) 대비 300% 이상 신장했다.  
 
지난해 교보생명 실적은 지표상 부진했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828억원으로 전년 5132억원 대비 25% 감소했다. 생보사 빅3 중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당기순이익이 각각 30.3%, 71.8% 증가한 것과 대비됐다.
 
하지만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실적 부진은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주주 간 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설계사 이탈 방지를 위한 특별지원 등 일시적 비용이 증가했다"며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액보증준비금도 추가로 적립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추가 적립한 변액보증준비금은 약 1700억원으로 이를 순익에 반영하면 교보생명의 지난해 실적은 오히려 전년대비 신장한 셈이다. 교보생명 측은 "올 1분기 호실적은 주식시장 활황 등 변액보증준비금이 다시 줄었고 영업이익도 늘어난 것이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에서 영업지표와 자본건전성은 다소 악화됐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영업이익은 7503억원에서 5460억원으로, 영업이익률과 운용자산이익률도 각각 5.24%→3.46%, 3.95%→3.64%로 줄었다. 자기자본수익률(ROE)도 5%대에서 3%대로 하락했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분쟁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풋옵션 분쟁 관련 진정서에서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불법 행위로 인한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과 혼란 등 피해가 상당하다"며 "법인고객은 물론 수백만 보험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영업활동에 지장이 생겼다. 또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보험사로서의 입지는 물론, 심각한 경영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표상의 경영상 피해 외에도 풋옵션 분쟁으로 교보생명이 더 우려한 부분은 신 회장의 경영 공백이다. 신 회장이 FI와의 분쟁으로 온전히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면 신사업, 영업 추진에 탄력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2019년 3월, 신 회장과 윤열현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 전환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디지털 혁신, 신사업 등 장기 전략을 짜고, 윤 사장은 마케팅 경쟁력 제고, 고객중심 영업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나눴다.
 
올 3월에는 편정범 부사장까지 각자대표로 합류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편정범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3인 각자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편 사장은 보험 영업과 전략 기획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의 각자대표 합류는 풋옵션 분쟁과 올림픽조직위원장 업무 등 신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효율성 강화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인 각자대표는 재계나 일부 스타트업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다. 경영 효율성이 좋은 체제"라며 "내부에서는 신창재-윤열현 체제보다 3인 체제가 현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지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IPO 속도 내나

 
교보생명은 올해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IPO 추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신 회장이 2018년부터 추진을 공식화한 IPO는 그동안 풋옵션 분쟁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교보생명은 앞으로 진행되는 풋옵션 분쟁 관련 재판, 하반기 ICC 중재 결과에 눈과 귀를 집중시키고 있다. 풋옵션 분쟁 결과에 따라 교보생명의 IPO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교보생명은 FI와 수년째 풋옵션 분쟁을 진행 중이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PE, IMM PE등의 사모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지분 24% 보유)은 지난 2018년 10월, 교보생명의 IPO 지연에 반발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안한 풋옵션 가격을 신 회장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분쟁이 생겼다.  
 
결국 지난해 4월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와 관련된 공판 준비기일이 29일 진행된다.  
 
풋옵션 분쟁 관련 형사재판은 교보생명에 다소 유리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들이 공인회계사의 공정·성실 의무 등을 규정하는 공인회계사법 제15조 3항과 명의대여 등을 금지하는 22조 4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하반기 ICC중재 결과가 교보생명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올 1분기 실적 상승세와 함께 풋옵션 분쟁까지 잘 마무리된다면 하반기 이후부터 교보생명 IPO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피니티 측이 재판 장기화를 노리고 있어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어피니티 측은 비교적 재판 결과가 빨리 나오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기소를 한 만큼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하반기 ICC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형사재판이 마무리되길 원치 않을 수 있다. 하반기 ICC 중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형사재판을 장기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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