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20년 방황, 주식 맞교환으로 끝? 혈세 회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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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20년 방황, 주식 맞교환으로 끝? 혈세 회수는?

[혈세 '1조' 수혈 기업] ③대우조선해양
산은, 22년 세월 속 5번 매각 시도 끝에 작별 준비 중
부실경영·분식회계까지 저질렀어도 공적자금 투입 이어져
이동걸 산은 회장 “조선업 제고 먼저, 자금 회수 나중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가 이르면 올 상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1도크 전경. [사진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절차가 이르면 올 상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1도크 전경. [사진 대우조선해양]

정부는 부실기업의 재기‧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공적자금'을 비롯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 등 이른바 '정책금융'이다. 정책금융의 주체는 은행이고, 이 은행의 최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1조원 이상 지원을 받았던 국내 기업의 현 상황은 어떤지 [이코노미스트]가 대표 기업 9곳을 분석했다. [편집자]  

 
“지난해(2018년) 여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M&A) 딜을 시작하면서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많다고 봤지만,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마지막 미션(임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기대 효과가 큰 만큼 중간에 잘못될 리스크(위험요소)도 크기 때문에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2019년 2월,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후 밝힌 내용이다. 한국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국책은행의 수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마지막 임무’ 라 말할 정도로 산은에게 대우조선해양은 무거운 짐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은의 관리하에 들어온 것은 2000년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여파로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자 채권단은 1999년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중공업도 그 중 하나였다.  
 
이어 2000년 10월 채권단은 대우중공업을 대우조선공업과 대우종합기계로 분할하고 양사에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출자전환은 주 채권은행인 산은이 주도했다. 이듬해 2월, 대우조선공업이 재상장하며 1조1714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채권액을 산은이 41%, 자산관리공사가 26%로 나눠 가졌다.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공업은 2002년 3월 이름을 대우조선해양으로 변경했다. 이후 LNG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본격적으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르자 기업 가치도 오르기 시작했다. 2006년 말 3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2007년 10월 6만5000원 선까지 급등했다.  
 
이에 2008년 3월, 산은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6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유동성 위기에 자본잠식에까지 빠져 추가로 붓고 또 붓고

 
그 후로도 2009년 12월, 2012년 1월, 2014년 5월 매각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의 조선산업이 급성장한데다 업황 부진과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악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5년에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와 부적절한 해외 자회사 투자 등 부실 경영까지 드러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해 2분기 실적이 3조원 넘게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에 산은은 출자전환·유상증자(2조원), 신규 대출(6000억원) 등의 방식으로 2조6000억원을, 수출입은행(수은)은 신규 대출 등으로 1조6000억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총 4조2000억원으로 급한 불을 끄려 한 것이다.  
 
그러던 사이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났고, 2016년 2분기에는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뛰어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국거래소는 대우조선해양의 거래를 정지시키기까지 했다.  
 
결국 2016년 11월,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2015년 산은이 지원한 2조6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고, 수은은 1조6000억원 대출금 중 1조원을 영구채로 매입하는 방식이었다. 앞서 산은은 2조6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유상증자했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2015년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 후 추가 지원은 없을 거라던 정부의 입장은 바뀌었다. 2017년 3월, 2조9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7조1000억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이었다.  
 
다행히 2017년부터 상황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2017년 1분기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17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2018년에는 영업이익 1조248억원의 실적을 내며 2010년 이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영업이익 1534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흑자 성적표를 받았다.  
 

혈세 7조원 들였는데 시총 10%로 매매 헐값 논란

 
2019년 1월,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5974만주)를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연합(EU)과 한국•일본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면 산은은 1조2500억원 규모(912만주)의 한국조선해양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약 7%(610만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매각 방식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지주는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1조25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동참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지주의 지분율을 고려하면 4000억원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가총액 3조원 이상의 회사를 시총의 10%를 조금 상회하는 금액으로 사들인다는 의미다. 헐값 매각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2019년 3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지적하는 비슷한 의견이 지난 3월 열린 대우조선해양 지배구조 개선 정책토론회에서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승철 사회변혁노동자당 집행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방식을 요약하면 ‘산은과 현대중공업 간의 주식 교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는 매각대금은 0원인데 반해 현대중공업이 얻는 이익은 크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자금이 13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은과 수은이 투입한 공적자금만 7조1000억원이고, 출자 전환, 영구채 등을 포함하면 10조3000억원, 유상증자와 자금 지원으로 2조5000원이 추가되면 12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19년 3월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언론에서 13조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중복된 숫자를 오해한 것이고 정확하게는 여태까지 7조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지원한 4조2000억원과 2조9000억원을 합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금액이 7조원이든 13조원이든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다. 구체적인 회수 계획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2019년 1월 매각 합의안 발표 당시 “장기적으로 조선업을 정상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공적자금을 중장기적으로 회수하는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분 맞교환으로 보유하게 될 한국조선해양 전환주 912만주(1조2500억원 규모)를 5년 내 매각 대금으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 입장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해야 할 뿐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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