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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사업자 규제 향방,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기우나

금융위 인가 규정한 법안들 잇따라 발의
거래소의 위법행위 시 처벌 강화도 포함
여·야 태스크포스 구성, 관련 법안 논의
금융위 “해외 사례 검토, 국회와 논의”

서울 강남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전경. [중앙포토]
정부가 ‘가상자산’으로 부르는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시장에 인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거래소는 솎아내고 소수의 우량 거래소만 선별해 인가하는 방안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사업자)를 느슨한 규제의 사각지대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5월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암호화폐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방침 내용은 금융위원회(금융위)를 암호화폐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로 지정, 암호화폐 거래소의 암호화폐 직접 발행·상장·자전거래·시세조종 행위 금지 등이다.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금융위는 관리방안 발표 뒤부터 거래소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업비트·빗썸·코인빗 등 주요 거래소들도 최근 자정 노력의 하나로 투자자 보호를 명분 삼아 거래·가치·가격 등이 저조한 일명 ‘잡코인’(알트코인) 정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이 됐다.  
 
이에 시장에선 규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업을 하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오는 9월 24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즉, 암호화폐 거래소는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는 행정적 신고의 대상 일뿐, 법적 효력을 강제하는 인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강화 입법과 대책본부(태스크포스) 구성 등으로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올해 들어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7일 가상자산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자금세탁·시세조종 등을 방지하고 거래소가 금융위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금융위가 책임을 갖고 거래소를 심사하라는 의미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달 18일 가상자산업권법을 대표 발의했다. 암호화폐 사업자가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신고하도록 규정했다. 금융위가 거래소 승인에 책임 부담을 느껴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암호화폐 관련 산업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거래소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이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달 21일 특금법을 강화한 가상자산거래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보관관리업자(커스터디), 지갑서비스업자, 가상자산 발행업자 모두 금융위 인가를 받고, 가상자산공개(ICO) 프로젝트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뒤를 따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달 28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금융위에 가상자산발행심사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심사·관리·감독·처벌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다.    
 

규제 강화 입법 움직임에 금융당국도 입장 정리할 듯

 
이같은 잇따른 법안 발의를 통해 금융위 인가제를 주장하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용자 보호와 사업자 감독·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제도권으로 바짝 끌어당기겠다는 취지다. 이들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업자로 허가 받기 위해서는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이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동시에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한다.
 
여·야도 규제 강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지난달 당내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블록체인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업권법 발의, 가상자산 발행 시 금융당국 심사 의무화 등에 대한 법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주 중 가상자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상자산업권법, 투자자 보호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조만간 입장을 정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구조조정 한 뒤 기존 금융회사처럼 인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거래소 2~3곳만 남기고 인가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검토하는 인가제는 싱가포르 방식과 비슷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거래소들이 계좌발행·국내송금·해외송금·상품구매 등 총 7가지 면허를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거래가 활발하고 자산교환가치가 높은 암호화폐만 인정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국도 가상통화업자 면허 규정을 마련해, 거래소 운영에 면허제를 도입했다. 일본도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취급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법안과 관련해 국회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며 "해외 거래소 사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급증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이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은 신속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등을 높이려면 시세 조종 등 불법행위는 철저히 단속하고 사업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kim.hoe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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