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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택시 업계 첫 협약, “협력 맞지만, 상생은…”

카카오T, 마카롱‧반반택시와 지난 6일 업무 협약
‘병행 호출’ 유예하고 호출 시스템 통합 등 논의

 
 
왼쪽부터 정원조 KST 모빌리티 대표,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안규진 부사장.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그간 플랫폼 택시 사업자들은 ‘반(反) 카카오’ 전선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80%가 넘는 ‘카카오T 택시’(이하 카카오T)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내리겠단 것이다. 이에 카카오T는 몇몇 사업자에게 인수 제안을 하는 등 전선을 흔들어왔다.  
 
그런데 지난 6일 카카오T와 플랫폼 택시 사업자들이 별안간 손을 맞잡았다. 이 업계에선 처음 있는 업무 협약이었다.  
 
이날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코나투스(반반택시), 코액터스(고요한택시)와 ‘택시 플랫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업계 종사자를 위한 비즈니스 환경과 이용자 편의성을 모두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협약 내용은 ‘새로운 일을 하자’라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자’에 가깝다. 지금까진 다른 플랫폼과 계약한 택시기사라도 카카오T를 함께 써왔다. 운전석에 스마트폰 여러 대를 설치해두고 ‘콜(호출)’을 받는 식이다. 업계에선 ‘병행 호출’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카카오T는 이런 관행을 단속하고 나섰다. 다만 협약을 맺은 사업자만 병행 호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카카오T는 조만간 협약을 맺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선 병행 호출을 원천적으로 받지 못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은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T 유료 멤버십이 배경?

지난해 5월 전국택시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주최로 '플랫폼 택시 발전 및 독점적 지배시장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중앙포토]
 
카카오T는 왜 업계 관행으로 여겨지던 병행 호출을 단속하고 나선 걸까.
 
표면적으로 카카오T는 택시 기사들의 병행 호출이 사용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주장해왔다.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왜 다른 브랜드 택시가 오느냐’는 사용자 항의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월 “타 브랜드 택시가 카카오T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운행하는 사례를 목격한 경우 제보 해달라”는 공지를 올리고 단속에 나섰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이 불법은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카카오T와 나머지 택시 사업자는 업태가 다르다. 카카오T가 하는 건 ‘플랫폼 중개사업’이다. 차량 확보 없이 모바일 앱으로 운송 중개만 한다. 반면 다른 플랫폼 택시(마카롱택시·반반택시) 사업자가 하는 건 ‘플랫폼 가맹사업’이다. 택시를 가맹점으로 확보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한 업체하고만 가맹을 맺을 수 있다. 만약 마카롱택시·반반택시 모두와 가맹을 맺으면 불법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중개 서비스에 불과한 카카오T를 쓰는 건 문제없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 역시 “(병행 호출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업계에선 카카오T가 지난 3월 선보인 카카오T 유료 서비스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카카오T는 그간 택시기사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도 그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지난 3월 월 9만9000원 ‘프로 멤버십’을 선보였다. 택시기사가 선호지역을 설정하면, 그 지역에서 뜨는 호출을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을 키우자면 다른 택시 플랫폼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관행처럼 여겨지던 병행 호출을 막고 중개 서비스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플랫폼은 시스템 통합 가능성 인정

 
그렇다면 다른 사업자들에게 ‘협약’이란 문은 왜 열어뒀을까. 이 관계자는 협약 내용 중 ‘각 업체 플랫폼 간 호출 병행 수행에 필요한 시스템과 서비스 품질 기준 등을 구축’한다는 문구에 주목했다. 플랫폼과 상관없이 먼저 오는 호출을 받으면 되도록 하겠단 이야기다. 지금까진 카카오T 호출을 먼저 받았어도 가맹 플랫폼의 호출이 배정되면 그걸 따랐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카카오T로의 쏠림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카카오T 호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도 취소할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플랫폼 통합의 전 단계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협약을 놓고 ‘택시 사업자간 동맹’ 혹은 ‘인수 수순’이란 반응들이 업계에서 나왔다.
 
실제로 마카롱택시는 플랫폼 통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병행 호출이 안 되면 가맹 기사들의 급격한 이탈이 있을 수 있다”며 “향후 사업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반택시는 병행 호출이 안되면 성장세에 타격이 갈 수 있는 상황을 걱정했다. 이 업체는 지난 7일 7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발표하는 등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이 업체 관계자는 호출 시스템 통합 등 향후 조치에 대해선 “그런 방향에만 동의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을 두고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플랫폼 기업 간 상생 협력을 위한 첫 자리”라고 의미 부여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한 플랫폼 택시 업체 관계자는 “협력은 분명하지만, 업계 표정을 보면 상생도 가능할진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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