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 진단①] 실효성 검토는 뒷전…나랏돈 이대로 괜찮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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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진단①] 실효성 검토는 뒷전…나랏돈 이대로 괜찮나

긴급 피해 복구 필요하지만, 검증도 필요
“예비타당성 제외보다 면제가 낫다” 지적도
코로나19 국산 백신에 선급금, 계약 신중해야
일자리 사업, 지난 추경도 못썼는데 또 추경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명동 거리가 한산해졌다. 서울 중구 명동의 상가 거리 모습. [중앙포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명동 거리가 한산해졌다. 서울 중구 명동의 상가 거리 모습. [중앙포토]

 
전 국민의 약 87.7%가 1인당 25만원씩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을 받게 됐다. 국회는 지난 24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총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수혜 대상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은 해소하지 못했다. 35조원 가까운 세금을 쓰면서도 실효성이나 효과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도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차 추경에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아닌지 진단했다. [편집자주]

 
“여유 있는 분들에 양해 말씀을 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 다수가 힘겨운 시기를 건너고 있고, 많은 분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고 했다. 국가 예산과 재정을 고려해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잡다 보니 일부 국민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이해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34조9000억 규모의 2차 추경에 대해 “코로나 대유행으로 지치고 힘든 국민께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추경 재원을 적자 국채 발행 없이 마련했을 뿐 아니라 초과 세수 중 2조원을 국채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2차 추경안에는 약 11조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제외하고도 소상공인 피해 지원,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피해 보상, 방역 대응과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예산이 25조원가량 반영됐다.  
 

예비타당성조사 제외로 사업계획적정성도 안 따져

문제는 수십 조원을 쓰는 정책 사업에 구체적인 실효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세금 누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의 2차 추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과 캐시백(사용금액의 일부를 적립·환급해주는 제도)으로 불리는 상생소비지원금은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임에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재정법에는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해 사회복지·보건·교육 등 예타 조사가 필요한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은 이 분류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타에서 빠졌다.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어 재난지원금도 이런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는 것과,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타 대상이 되면 조사 면제를 받더라도 ‘사업 목적과 규모, 추진 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 내역과 면제 사유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 경우 정책 실효성 등에 따른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추경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사업 계획을 보다 꼼꼼하게 수립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은 사업계획적정성도 따져야 한다. 사업계획적정성이란 가장 효율적인 사업 방식을 찾는 것을 말하는데, 추경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추경안이 애초부터 예타 대상에서 '제외'되면 이런 장점을 살릴 기회조차 사라지는 셈이다.  
 
문제는 수십 조원을 쓰는 정책 사업에 구체적인 실효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세금 누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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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시 투입예산 회수 가능성, 집행 전 따져봐야

추경에서 우려되는 가장 큰 부분은 예산 낭비다.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항목들도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은 2021년 하반기부터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코로나19 국산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에 지급할 980억원의 선구매 계약금을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7월 1일 정부가 제시한 추경안 720억원보다 26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예결위는 보고서를 통해 ‘계약이 체결돼 지급된 선급금은 최종적으로 백신 개발에 실패해도 계약 조건 등에 따라 선급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회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안정성·성공가능성·개발일정·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 연구·개발(R&D) 과정을 살펴보면 새로운 약을 내놓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의약품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약 연구·개발은 기초‧탐색 연구, 비임상, 임상 1‧2‧3단계, 허가 검토‧승인 절차를 거친다. 임상 3단계를 통과하기까지 평균 기간은 약 12년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1만여 개의 신약 후보 물질이 5개까지 줄어든다. 돈과 시간을 쏟아 붓고도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신약 개발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기준 임상 3상 시험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한 곳뿐이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제약사에 지급할 백신 선구매 계약금과 관련해 임상 2상 중간 결과와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승인 여부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양당 원내대표단이 7월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등에 합의후 합의문을 읽고 있다.[중앙포토]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양당 원내대표단이 7월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등에 합의후 합의문을 읽고 있다.[중앙포토]

 

겹치기·보여주기식 편성으로 예산 합리성 결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도 철저한 집행 관리가 요구되는 항목 중 하나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 안정성을 확대하면 경기 침체를 막는 방어선 구축 효과도 기대되지만,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추경에서 정부가 이미 일자리 마련을 위한 예산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예산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예산을 또 편성한다는 것은 실효성을 따지지 않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추경에는 고용유지 지원금 1103억원, 미래청년인재육성에 924억원, 특별고용촉진장려금 643억원, 일반택시기사 한시 지원 640억원 등 고용노동부 소관 사업에 5180억원이 할당됐다. 이와 비슷한 사업으로 2020년 세 번째 추경에서 반영된 청년디지털일자리 사업이 있다. 당시 편성한 예산은 5611억원, 집행액은 750억원(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집행률은 약 13.4% 수준이었다. 올해 1차 추경안에 반영됐던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사업(2400억원)의 실제 집행액은 8억원(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집행률은 0.3%에 불과했다. 4만명을 지원하는 게 목표였는데, 지난 6월까지 지원자는 409명에 불과했다.  
 
법인택시 8만명에게도 80만원씩 지원할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25만원)과 함께 중복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이번 추경에서 중복 지원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입장을 바꿨다. 재난지원금은 행정안전부가, 운수종사자 지원금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데, 중복 지급을 막는 데 필요한 비용이 너무 커 정부가 이를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상품권 발행을 통해 지역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예산안이 짜였지만, 과거 책정했던 예산도 다 소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발행한 온누리 상품권 규모(누적 기준)는 13조8916억원이었다. 이 중 판매된 상품권은 13조1247억원, 판매되지 않은 상품권은 7669억원이다. 판매된 온누리 상품권 가운데 회수되지 않은 액수는 약 6480억원으로 나타났다. 예결위는 “소비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상품권 사용 계획이 없음에도 할인 판매로 미리 구매하는 등 (상품권) 발행이 즉각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사랑 상품권’은 예산 규모가 15조원이었는데, 이 중 9조1000억원만 발행(20201년 6월 기준)된 것으로 집계됐다. 목표액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상품권이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예결위는 보고서를 통해 ‘계약이 체결돼 지급된 선급금은 최종적으로 백신 개발에 실패해도 계약 조건 등에 따라 선급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회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안정성·성공가능성·개발일정·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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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매번 논란, 체계 정립 필요

2차 추경안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제대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고소득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 누구를 고소득자로 볼 것인지, 얼마를 주는 것이 적정한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준이 없기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규모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가 합동으로 내놓은 재난지원금 커트라인은 건강보험료(건보료)가 기준이 됐다. 직장 가입인 홑벌이 가구는 2인 19만1100원, 3인 24만7000원, 4인 30만8300원, 5인 38만200원 이하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홑벌이와 맞벌이 가구의 소득 기준이 같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맞벌이 가구에 대한 기준은 조금 더 완화했다. 직장 가입자인 맞벌이 가구는 건보료가 월 2인 24만7000원, 3인 30만8300원, 4인 38만200원, 5인 41만4300원 이하면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세간에서 지적하는 문제를 바로잡은 듯 보이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에도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80%에 재난지원금을 주려던 정부 계획은 전 국민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고 재난 지원금 지급 시 소득 역전 현상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 국민 지원으로 바뀐 바 있다. 그런데도 1년 만에 정부가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 재난지원급 지급 정책을 들고 나왔다가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양해를 구한다”며 일단락 지은 것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 실장은 “건보료만으로 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을 선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기준을 그대로 뒀다”며 “선별하자고 주장만 했지, 진짜 제대로 선별할 방법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예결위는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지원금을 절감시키며 지급하는 슬라이딩(Sliding) 방식이 아니라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순간 지원금이 0원이 되는 방식(All or nothing)을 택해, 소득 역전 현상으로 형평성 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며 균형 있는 대안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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