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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쩐의 전쟁’에 웃고 우는 유통株 ②] 네이버·카페24 혈맹 소식에도 주가는 ‘글쎄’

네이버, 카페24와 1300억·CJ대한통운과 6000억원 지분 교환
카페24 실적 부진에 주가하락 … 네이버와 시너지효과 불투명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CJ대한통운, 신세계, 카페24 등과 주식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 연합뉴스]
◆ 스페셜리포트
① 마켓컬리·SSG닷컴 IPO로 ‘몸값’ 높인다
② 네이버·카페24 혈맹 소식에도 주가는 ‘글쎄’
③ 공격적 M&A에 신세계 ‘웃고’ 롯데쇼핑 ‘울고’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네이버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 CJ대한통운, 신세계, 카페24 등과 주식을 맞교환하고 긴밀히 협력하는, 이른바 ‘혈맹’을 늘리는 방식이다. 최근 네이버는 카페24와 약 13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상호 교환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자기주식 31만327주(발행주식 총수의 0.19%)와 카페24의 신주 332만1169주(유상증자 후 발행주식 총수의 14.99%)를 각각 취득한다.  
 
지분교환은 두 기업이 서로에게 돈을 투자,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파트너십’을 맺는 셈이다. 서로의 강점을 토대로 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두 기업 모두에 대한 투자심리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네이버의 ‘혈맹’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27일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네이버가 자체 물류 시스템이 없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자구책이다. 현재 네이버는 연간 거래액 기준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2020년 기준 점유율 17%)로 쿠팡(13%)과 이베이코리아(12%)를 앞서 있다. 그러나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 등과 달리 자체 물류망이 없는 탓에 이커머스 사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네이버-CJ대한통운 지분교환 후 주가 올라 

 
이에 네이버는 택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 투자 없이, CJ대한통운이 갖춰놓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네이버 쇼핑 입점사를 고객으로 확보가 가능해진다. 
 
양사의 지분교환 후 기업들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분교환 발표 다음 날인 네이버의 주가는 하루 만에 5.29% 뛰었고,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CJ대한통운의 주가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주요 이커머스 업체가 ‘풀필먼트 서비스(고객의 주문부터 상품 입고, 보관, 배송까지 전 과정을 통합한 서비스)’를 앞세워 벌이는 배송 속도전에도 참전할 방침이다. CJ대한통운과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중심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축, 익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생필품과 신선식품 등의 당일 배송 및 새벽 배송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1300억원의 지분 교환키로 한 네이버와 카페24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카페24는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국내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에 호스팅(홈페이지 운영 인프라)을 제공하는 업체다. 이번 지분교환을 계기로 양사는 해외 이커머스 진출, 온라인 사업자 대상 마케팅·물류 등 서비스 지원, 두 기업의 플랫폼(스마트·브랜드스토어와 카페24를 통해 구축한 쇼핑몰) 간 연계 강화 등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 성과가 기대된다. 카페24는 약 190만개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고, 네이버가 진출을 노리는 일본 등 아시아지역 이커머스 사업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즉, 네이버는 카페24와의 협력으로 자사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일본 내 상품 판매 서비스를 손쉽게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지분교환으로 네이버의 국내 커머스 시장 내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커머스 시장 진출 교두보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페24도 네이버와의 협력이 외형 확장과 수익성 확보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딜은 양사 모두의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와의 지분교환 소식 후 카페24의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지난 9일 카페24의 주가는 장중 5만66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카페24, 2분기 영업손실에 주가 하락      

 
그러나 지분교환 소식이 양사의 장기적 주가 상승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9일 종가 기준 44만7500원이던 네이버의 주가는 24일 종가기준으로 43만7500원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6거래일 연속 16만2698주를 매도한 탓이다. 반짝 상승했던 카페24 주가도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보다 못 미치면서 다시 하락세를 탔다. 24일 종가기준으로 카페24 주가는 3만7100원이다. 
 
카페24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늘어난 1337억원을 기록했지만, 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인력 충원과 풀필먼트(상품 보관·포장·출하·배송 등 일괄처리) 등 사업 투자로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6월 국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26%, 25% 늘어나는 동안 카페24의 2분기 쇼핑몰거래액(GMV)이 14.1% 증가에 그친 점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당분간 카페24 주가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하락과 네이버와 카페24의 협력 관계가 아직까진 정해진 게 없어서다. 사업 확장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페24와 네이버의 동맹 관계 구축은 분명 긍정적이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제 기대감보다는 협력 방안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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