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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카뱅도 넘기 어려운 은행권 핵심 먹거리는 바로 이거

“WM사업 지켜라”…은행권, ‘영업점 다이어트’ 속 자산관리 채널 확대

우리은행이 지난달 강북지역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오픈한 특화점포 TCE본점센터. [사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지난달 강북지역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오픈한 특화점포 TCE본점센터. [사진 우리은행]

 
 
폭발적 성장세로 ‘노란(Yellow) 상어’ 논란을 불러일으킨 카카오뱅크.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해 국내 금융권에 DT(Digital Transformaion)를 생존 화두로 등장시키며 금융시장은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파죽지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카뱅도 쉽게 삼키기 어려운 '먹거리'가 있다. 
 
바로 전문인력 중심의 IB(투자은행)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WM(자산관리) 업무다. 카뱅의 최대 강점인 비용효율성의 극대화 요인인 ‘모바일 온리(only)’ 전략이 오히려 WM·IB 분야에서는 한계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5대 은행 영업점 106개↓…WM점포 26개↑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전세·신용대출에 역량을 집중해온 카뱅이 최근 담보대출 관련 경력직 채용에 나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용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물 확인과 근저당 설정까지 까다로운 규제와 복잡한 절차 탓에 온전한 비대면이 어려운 분야로 남아있다. 
 
신용대출에 비해 대출 규모가 큰 만큼 리스크 관리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빠른 주담대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반쪽’ 은행으로 출범 5년차에 접어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담대 외에도 카뱅의 접근이 어려운 분야로는 IB와 WM 분야가 꼽힌다. 시중은행의 IB 사업부는 주로 기업 M&A(인수합병) 관련 인수금융을 비롯해 PI(자기자본투자), SOC(사회간접투자) 등을 다룬다. 그만큼 고도화된 전문 인력이 필수다.
 
WM사업도 오랜 기간 자산관리 경력이 축적된 PB(프라이빗뱅커)는 물론 자산가 고객들과의 대면 채널이 필수적인 사업 분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상담 빈도는 크게 줄었지만,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PB와의 일대일 대면을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IB와 WM사업의 경우 ‘모바일 온리(only)’ 전략을 고수하는 카뱅으로서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이를 의식한 듯 국내 주요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의 영업점 다이어트와 별개로 자산관리 특화영업점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 국면 완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WM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여기에 WM점포 확대는 급격한 영업점 축소로 인한 ‘디지털 소외’ 우려와 노사갈등, 금융당국의 으름장에서도 다소 비켜설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 들어 100개가 넘는 영업점을 줄이면서도, WM 특화점포는 오히려 25개 늘렸다. 각 은행마다 PB 고객별 자산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특화점포가 적었던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특히 농협은행은 올 들어서만 무려 22개의 WM 특화점포를 확대하며 신한은행(25개), 하나은행(24개) 채널 규모를 넘어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미래핵심 사업으로 자산관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WM점포를 10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VIP고객 뿐만 아니라 최근 투자에 관심이 많아진 MZ세대까지 아우른 고객층에 종합자산관리를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WM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별 WM 점포수 변동

은행별 WM 점포수 변동

 

자산가 고객 급증세…글로벌은행도 WM 사업 강화

WM과 IB가 핵심인 비이자 수익 확대는 국내 은행들의 오랜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과 캐나다 등 글로벌 은행들의 비이자 이익의 경우 총이익의 30~50% 수준인 것에 반해, 국내 은행의 비이자 이익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1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과 산업자본을 엄격히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 등 주요 선진국 대비 까다로운 규제 영향이 크다. 미국과 영국 등 금융선진국들 역시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특정 비율로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영국 3대 금융그룹인 로이즈그룹(Lloyds Banking Group)은 최근 주택임대업 진출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은행이 직접 주택을 매입해 임대자산으로 편입하고, 개별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수취하는 사업이다. 국내 금융사의 경우 금산분리 규제 탓에 업무용 부동산에 한해 제한적으로 임대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즈 뿐 아니라 유럽 주요 은행들 역시 디지털 금융의 확산세를 이유로 점포 축소와 함께 해외법인의 리테일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WM사업을 놓고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자산관리 조직을 확대하고 전문인력도 대거 충원하는 등 WM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는 최근 3년간 최대 규모의 M&A(인수합병)을 통해 네덜란드 NN Investment Partners(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를 인수해 유럽내 운용자산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산관리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PwC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지난 2015~2020년 전세계 WM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7%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은행 WM사업부의 그룹 내 가치 비중도 2013년 29%에서 2020년 37%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시장 역시 부동산·주식 등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 급등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15% 안팎의 증가세를 나타낸 30억원(금융자산) 이상 초고액 자산가는 향후 5년 증가율이 36%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금융자산 1억원 이상 대중자산가들 역시 같은기간 5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자산관리 시장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프리미엄 서비스와 젊은 세대를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은행들로서는 자산관리 역량을 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대면채널 확보를 통한 차별화 여부가 WM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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