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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살래, 애플 살래?” 10대 개미는 버핏형 따라간다

백동재·권준 군 “게임, 메신저 등 일상 생활에서 투자종목 정해”
성인되기 전까지는 매도계획 없어, 경제신문·유튜브 보며 공부

 
 
6학년 때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동갑내기 10대 투자자 백동재 군(왼쪽)과 권 준 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투자 종목을 보유할 시간이 어른들보다 길다'는 것이 10대 투자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진 본인 제공]
중학교 1학년인 백동재 군(14·‘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저자)이 처음 주식을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당시 동재 군은 게임이 하고 싶은 마음에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가 아빠의 “스마트폰 살래, 스마트폰 만드는 ‘애플’ 주식을 살래?”라는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동재 군의 아버지 백남정 씨(52)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폰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 주식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아들을 설득했다. 동재 군은 고민 끝에 스마트폰 대신 주식을 선택했다. 설, 추석 명절이나 생일 때 받아 모아 둔 70만원으로 애플 주식을 샀다.
 
동재 군과 같은 10대 주식 투자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미성년자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47만5399개로 전년(9만3322개)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계좌 수가 가장 많은 키움증권에선 상반기 미성년자 신규 주식계좌 건수가 17만5595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계좌 수(11만5623개)를 한참 웃도는 숫자다. 
 

돈 벌기보단 좋은 회사찾아 함께 성장하고 싶어 

 
과거엔 부모들이 자녀의 용돈을 모아 은행 통장에 넣어주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추세는 달라졌다. 부모들은 은행 대신 증권사를 찾고, 예·적금에 가입하기보다는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투자한다. ‘쭈니맨’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권 준(14)군도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주니어펀드’에도 가입했다. 미성년자 투자자인 준 군과 동재 군은 “증권사에 갈 땐 부모님과 동행하지만, 어느 종목에 투자할지는 내가 직접 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투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식 책도 찾아보고 유튜브를 통한 주식 투자 공부를 하며 매수 종목을 직접 고르고 담는다. 
 
동재 군과 준 군이 공통으로 세운 주식 투자 원칙은 생활 속에서 종목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준 군은 “1년 6개월간 주식 투자를 하면서 집에서 쓰는 물건의 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준 군이 투자한 종목은 매일 쓰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내놓은 카카오, 배고플 때 한 번씩 여닫는 냉장고를 만든 삼성전자, 항상 사용하는 검색엔진인 네이버 등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동재 군 역시 최근 들어 즐기는 게임 ‘로블록스’ 주식을 매수했다. 평소 재밌게 게임을 하다 보니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기업가치를 분석하게 됐고, 그 결과 투자해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장기 투자다. 주식 투자로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관심 있는 회사를 찾아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준 군은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할 만한 기업을 골라서 투자했기 때문에, 매도는 주식 투자 초반 두 번 외엔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재 군도 역시 20살이 될 때까지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가치투자의 대명사 워렌 버핏도 5학년 때 주식 투자를 시작, 풍부한 투자 경험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게 동재 군의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만큼 나름의 고충은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 공부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르는 용어부터 기업 재무제표, 전 세계 경제 흐름까지 초등학생 혼자 소화하기는 만만치 않다. 주식 책도 찾아보고 여러 뉴스를 찾아봐도 경제활동이 별로 없는 10대 입장에선 국내외 증시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유튜브’다. 두 사람 모두 경제 유튜브 채널을 항상 챙겨 본다. 준 군은 ‘존리라이프스타일TV’를, 동재 군은 신한은행의 ‘또 오건영·경린이 탈출 프로젝트’를 본다. 준 군은 제주도에 거주하다 보니 주요 학습 경로는 온라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경제 유튜브를 자주 보게 됐고 투자 철학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동재 군도 부모님과 같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거나 ‘어린이 경제신문’을 읽는 등 일주일 중 하루는 투자 공부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잘 몰라 대형주 위주로 담았지만, 기업을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자신의 투자 원칙에 ‘오를 것을 분석하고 산다’를 추가했다.
 

10대 투자자 늘리려면 금융교육 선행돼야

 
두 사람이 10대 투자자가 되는 데엔 부모의 교육도 뒷받침됐다. 준 군이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졸랐을 때 준 군의 엄마이자 제주 관광사업을 하는 이은주 씨(40)는 나 자신도 주식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의 강한 설득에 못 이겨 같이 주식계좌를 만들기로 했다. 엄마도 아들 덕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고 ‘아들 vs 엄마’ 주식 대결에서 준 군이 더 높은 수익을 냈다. 이런 과정을 글로 담은〈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을 쓰기도 했다. 
 
집안의 경제교육도 흥미롭다. 엄마, 아빠, 동재 군 세 사람은 매주 1회 기업분석 미팅을 가진다. 서로 기업을 분석해 브리핑하는 방식이다. 동재 군의 아빠인 백남정씨는 “부모가 해보지 않으면 자녀들도 해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 식구가 함께 저술한 책〈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를 보면 블로그, 주식투자, 경제 토론 등 엄마, 아빠가 먼저 시도했다. “엄마 아빠가 하니까요” 동재 군은 엄마, 아빠를 따라 블로그에 공부한 투자지식을 올리고 있다.
 
이들 가족이 가정에서의 금융교육을 중요시하는 건 국내에 10대 투자자를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상 금융교육이 부재할 뿐더러 올바른 경제관념이나 투자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10대 ‘주린이’ 열풍으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 101의 ‘클래스101키즈(CLASS101Kids)'같은 온라인 콘텐트나 어린이 주식투자 도서도 발간되고 있지만, 관심이 없다면 닿을 기회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금융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 초등학생 때부터 관련 교육을 받는다.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E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45개 주(州)에서는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금융 교육 기준을 마련했다. 24개 주는 정규교과 과정에 금융이해 교육을 포함시켰다. 탄탄한 교육 덕분인지 미국증권업협회 등이 개발한 모의투자게임 SMG(Stock Market Game)엔 매년 청소년 60만~70만 명이 참여한다. 김태룡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10대 투자자의 경우 이제 막 경제관념이 정립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균형된 시각에서 콘텐트를 분별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며 “점차 청소년들을 위한 금융교육 콘텐트가 늘고 있지만, 공교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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