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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사수 옛말”…드라마도 영화도 OTT ‘낱개 시청’이 대세

‘유미의 세포들’ 티빙에서 12시간 선공개
영화 '서복'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돼
시청률 하락하지만…변화하는 시청 패턴 파악
콘텐트 공개 방식은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여

 
 
OTT와 방송사가 손잡고 콘텐트 '선공개'에 나섰다. [사진 픽사베이]
 
#대학생 이민주(24)씨의 하루 일과 끝은 동생과 함께 시청하는 드라마 본방사수다. 하지만 동생은 최근 본방 시작도 전부터 이미 다 본 내용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털어놨다. 알고보니 이씨의 동생은 당일 OTT에 선공개된 드라마로 이미 시청을 마친 것이다. 미디어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급변하면서 본방사수란 말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티빙은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을 선공개하고 있다. [사진 티빙 유튜브 채널]
 
방영중인 드라마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선공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tvN에서 방영 중인 티빙(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지난 15일부터 티빙 선공개를 진행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매주 금요일, 토요일 tvN에서 오후 10시 50분에 방영된다. 하지만 9화부터 드라마 방영 당일인 금요일, 토요일 오전 11시에 티빙에서 선공개돼 본방송보다 약 12시간 먼저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웨이브는 KBS에 방영되는 ‘TV시네마’ 콘텐트를 선공개한다. ‘TV시네마’는 '희수', 'F20', '통증의 풍경', '사이렌', 총 4편의 드라마로 구성된 단막극 시리즈로, KBS에서 순차적으로 방영되고 있다. TV시네마 콘텐트들은 KBS에서 방영되기 2주 전에 웨이브에서 선공개되며 시청자들을 먼저 만나보고 있다.  
 
25일 기준, 웨이브에는 3편의 TV시네마 콘텐트가 선공개 되어있다. [사진 웨이브 홈페이지]
 
이처럼 국내 OTT들은 일부 콘텐트를 TV 본 방송보다 OTT 플랫폼에서 먼저 공개하고 있다. TV에서 방영되기 길게는 한 달 전, 짧게는 몇 시간 전에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  
 
OTT 업계에서는 선공개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는 지난해 7월 시네마틱 드라마 ‘SF8'의 감독판을 선공개했다. 한 달 후 MBC는 ’SF8' 오리지널 본편을 방송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SF8 선공개 당시 2주 만에 30만명이 시청하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극장과 OTT 동시개봉으로 상생 효과 누리는 영화X미디어 업계

지난 4월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서복' [사진 CJ ENM]
 
영화 업계도 OTT와 손잡아 새로운 공개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서복’은 올해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영화의 극장·OTT 동시 공개는 ‘최초’로 진행된 일이다. 또한 국내 영화 업계에서 홀드백 기간 없이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최초 시도였다.  
 
‘서복’의 제작자인 CJ ENM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극장들이 개봉작 부재를 겪고 있고, 극장 시스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장·OTT 동시 개봉은 미디어 업계와 극장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티빙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사람, 집에서 편하게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다양한 유통 방식을 시험해보고자 도전한 극장 동시개봉이었다“고 밝혔다.  
 

'선공개', 시청 패턴 파악을 위한 전략적 시도

이렇게 OTT 선공개 콘텐트가 늘어나는 것은 미디어 업계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티빙 관계자는 “이제는 선택해서 보는 시대다. 방송 콘텐트 시청자에게 콘텐트 선택권뿐만 아니라 시청 방법 선택권을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알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며 “OTT 선공개도 많은 시도 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전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런 선공개 외에도 OTT와 방송사들이 함께한 새로운 공개 방법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OTT 선공개에 따라 방송국의 시청률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청률은 아직까지 방송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티빙 관계자는 “TV 본방송 시청자와 OTT 시청자는 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요즘은 각자 상황과 환경에 맞게 미디어를 소비하기 때문에 OTT 선공개에 따라 시청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미의 세포들이 티빙 선공개를 진행한 후 본방송 시청률 하락은 없었다.
 
원용진 교수(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는 “예전에는 한 방송 채널에서 뉴스 보고, 드라마 보는 ‘패키지 시청’이 하나의 시청 패턴이었지만, 요즘은 프로그램 개별로 찾아 보는 ‘낱개 시청’이 주요 패턴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원교수는 “낱개 시청이 주요 시청 패턴이 되면서 방송국은 각 프로그램 개별로 전략을 짜고 시청자를 늘리는 게 주요한 목표가 됐다 ”며 “앞으로 OTT 선공개 같은 전략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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