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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조지선 심리학 공간]

행복의 첫 단추는 마음 속에 품은 ‘꿈’
"좋은 목표의 세 가지 속성 충족해야 진짜 행복"

 
 
'검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이한 1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바라본 수평선 위로 태양이 뜨고 있다. [연합뉴스]
 
행복한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이루고 싶은 ‘꿈’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꿈을 이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꿈을 꾸니까 행복한 것이지요. 꿈꾸는 사람은 꿈을 이루기 전부터 행복합니다.
 
좋은 목표를 가져야하는 이유는 목표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방향키를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정진할 때입니다. IT기업 CEO를 꿈꾸는 엔지니어는, 오너 쉐프를 꿈꾸는 청년은, 학자를 꿈꾸는 대학원생은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은 미래를 위해 성실한 오늘을 보낸 사람이 하루의 끝에서 누리는 특권입니다. 꿈꾸는 사람은 약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사람은 시련이 닥쳐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 해가 시작된 시점…‘목표’가 필요한 이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까? 목표는 그것을 이루는 시점에서 우리의 인생을 크게 바꾸기도 하지만 오늘 나의 삶도 지배합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자 하나요? 목표는 한 해 동안 내 일상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지 디렉션을 정해줍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목표일지라도 그것이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성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까? 나의 목표는 좋은 목표인가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시점에 목표를 점검해 봅시다.
 
좋은 목표는 다음 세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좋은 목표는 접근 동기에서 출발한 목표입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욕망이 있습니다. 하나는 좋아하는 것에 접근하고 싶은 마음, 즉 접근 동기이고 다른 하나는 싫어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 즉 회피 동기입니다. 목표도 접근 목표와 회피 목표로 나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동일한 목표를 접근 목표 프레임으로도, 혹은 회피 목표 프레임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늦잠을 자느라 회사에 지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심은 일찍 일어나서 정시에 출근하겠다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살찌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목표를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목표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회피’ 프레임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면 접근 목표로 바꿔볼만 합니다. 수많은 연구들이 ‘접근’의 언어로 목표를 설정하라고 조언합니다. ‘회피’의 언어로 목표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덜 행복하고 더 불안하며 더 큰 스트레스를 겪고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회사원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새로 옮긴 부서에서는 갈등이 없으면 좋겠어요. 몇 해 동안 너무 고생했거든요. 부서원들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사람의 목표는 갈등을 만들지 않는 조직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회피 목표입니다. 이것을 달성하면 행복할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편안해지긴 할 겁니다. 편안한 감정을 느끼며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행복이 불편한 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갈등을 만들지 않겠다’는 목표를 ‘동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겠다’고 바꾸면 됩니다.
 
둘째, 내가 가진 목표가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학 관점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내적 동기를 놓치지 않는 목표가 좋은 목표입니다. 나를 움직이는 힘이 내부에 있을 때, 이를 내적 동기라고 하는데 일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재미, 흥미, 뿌듯함, 성장감 등을 이릅니다. 행동을 일으키는 힘이 외부에서 올 때 이를 외적 동기라고 하는데, 부, 명예, 지위, 권력, 사회적 인정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다음 두 회사로부터 일자리 제안을 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회사 A : 재미는 있지만, 연봉이 적은 일  
회사 B : 재미는 없지만, 연봉이 많은 일
 
회사 A는 내적 동기에 더 충실한 선택이고 회사 B는 외적 동기에 더 충실한 선택입니다. 재미를 느끼는 일을 선택했을 때, 직무에 만족하고 자신의 일에 헌신하며 일에 대한 열정도 더 커지겠지요. 그런데 많은 경우, 회사 B가 우리의 현실입니다.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극복하고자 회사 B를 선택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선택지를 고른다면 열정과 같은 내적 동기를 다 포기한 셈이 되는 건가요? 체념하듯 그런 결론을 내릴 때가 많습니다. ‘즐거움은 퇴근 후에 찾으면 된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회사가 놀이터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별 수 있냐’며 서둘러 재미를 단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자 패트리시아 첸(Patricia Chen)의 연구에 따르면 회사 B를 선택한 상황에서도 내적 동기를 추구하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내가 일에 대한 ‘열정’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으면 됩니다. 처음엔 잘 맞지 않던 일에서도, 숙달 과정을 통해 점차 흥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믿으면 정말 열정이 생깁니다. 첸에 따르면 열정에 대한 두 가지 마인드셋이 존재합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아야만 성공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적합 마인드셋(fit mindset)이 있는가 하면, ‘열정이란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점차 개발되는 것’이라고 믿는 개발 마인드셋(develop mindset)도 있습니다. 내적 동기의 추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열정은 찾을 수도 있고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원함과 좋아함이 고려된 목표가 ‘좋은 목표’ 

셋째, ‘원함(wanting)’뿐 아니라 ‘좋아함(liking)’을 함께 고려한 목표가 좋은 목표입니다. ‘나는 뭘 원하지?’라고만 질문하지 말고 ‘나는 뭘 좋아하지?’라는 질문도 함께 해야 합니다. ‘원함’과 ‘좋아함’은 비슷한 말이지만 서로 다릅니다.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켄트 베리지(Kent Berridge)에 따르면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체계도 다릅니다. Wanting은 도파민 시스템(dopamine system)입니다. 이 상태에서, 예를 들어 수년간 준비한 시험에 합격하기를 원할 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원함’의 특성은 기대를 동반한 불안감입니다. 반면 뭔가를 좋아하는 것, Liking은 오피오이드 시스템(opioid system)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행복감’이라고 부르는 게 이 상태인데 흥미, 즐거움, 편안함, 뿌듯함 등의 정서 경험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더 높은 직위를 원하고 더 많은 연봉을 원하고 더 큰 명성을 원합니다. 그런데 ‘원함’이 있었다고 해서 그에 비례한 ‘좋아함’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원해서 변호사가 되었지만, 변호사로서의 일상 업무를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명성을 원했지만 유명세가 따르는 삶에서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엇갈림이 내 인생에서 자꾸 반복되고 있다면 원함과 좋아함이, 욕망과 행복이 따로 노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직진으로 달려왔는데 막상 원하는 얻은 후 그 상태를 좋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애당초 나에게 좋은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한 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당신은 어떤 목표를 세웠습니까? 그것은 좋은 목표입니까? 접근 동기와 내적 동기에서 출발한 목표, 원함과 좋아함이 조화를 이루는 목표를 통해 더 행복하고 한층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 저자이자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 운영자다. 

조지선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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