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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와 게임산업의 미래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9)]

웹 3.0 시대에 각광받는 블록체인 게임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되는 것은 곤란, 유저와 협의해야”

 
 
 
미르4 글로벌 버전 [사진 위메이드]
 
게임을 하는데 잘 나가는 ‘검’을 얻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왜 그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걸까? 게임등급 부여 과정이 번거로운 것은 아닌가? 유저의 과금이나 일 결재한도는 적당한가? 그런 많은 생각이 드는데 한줄기 빛이 보인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빛을 NFT(대체불가능 토큰, Non-fungible Tken)라고 하면 과장일까?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NFT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게임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 왔다. 지금까지 해왔던 ‘게임 내 결제’라는 단순한 수익구조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비장함이 담겨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게임업계는 블록체인을 기존 게임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장르 개척도 가능한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 다시말해 블록체인의 킬러앱은 NFT 기반 게임이라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3월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블록체인 게임 콘텐트 기업인 웨이투빗(WAY2BIT)을 인수한 카카오게임즈는 웨이투빗을 통해 가상화폐인 보라(Bora)를 발행해 유통한다. 네오위즈는 블록체인 서비스 관련 인력도 채용하고, 계열사인 투자 전문기업 네오플라이를 통해 블록체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네오플라이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 서비스에 NFT를 접목해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엔씨소프트도, 크래프톤도 게임의 재미를 넘어 NFT 시장과의 연결을 도모한다. 게임계 기축통화인 위믹스는 게임회사들의 계획을 실현시키는 협력사가 될 것이다. 게임 아이템에 NFT를 적용해 가치를 부여하고 NFT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NFT로 디지털 정보에 불과한 게임 아이템이 실제 가치를 인정받지만,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P2E)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NFT 게임이 국내에서 허용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2022년 게입업계 화두는 메타버스와 NFT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022년 게임업계 화두로 메타버스와 NFT의 비즈니스적 활용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시장은 VR·AR(가상∙증강현실) 기기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콘텐트가 이끌어갈 저망이다. 진정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열리고 있고,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의 스토리텔링에 사회는 주목한다.  
 
참신한 게이밍 콘텐트를 제작해온 게임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NFT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트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일종의 디지털 진품 증명서로 작용한다. NFT는 위조 불가능하고, 소유권 증명이 쉬운 특성을 갖고 있어 게임 아바타나 아이템 거래에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게임사의 고액 과금과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NFT는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 트렌드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예술작품 전시 공간을 만들거나 음원을 NFT로 교환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제도적 틀이 부족하기에 가상융합경제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가상융합경제 지원 기구도 구성하는 과정에서 게임 산업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NFT가 적용된 게임 서비스가 법규상 불가한 상황이라 규제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는 국제적 추세에 반하는 현상이라 하겠다. 단, 기업에서 NFT를 언급하기만 하면 이목을 모으는 상황은 우려된다.  
 
NFT와 같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이 주는 본질적인 즐거움인 재미를 등한시하면 안된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는 크래프톤의 간판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와 위메이드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르4가 글로벌 톱10에 드는 게임으로 급성장한 건 P2E 기능으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미르4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내 재화를 가상화폐로 환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이머들이 비트코인 채굴하듯 게임머니 모으기에 열을 올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르4는 ‘게임 내 재화→미르4 전용 가상화폐→위믹스 코인→현금’ 등 크게 4단계를 거쳐 게임 내 재화가 현금화 된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축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에 다른 게임들까지 참여시킬 계획이다. 미르4의 ‘드레이코’처럼 게임마다 ‘매개 결제 수단’ 역할을 하는 가상화폐를 두고, 이들을 위믹스라는 ‘기축 결제 수단’으로 교환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게이머는 각 게임 내 재화를 위믹스를 거쳐 다른 게임 재화로 바꿀 수 있어 한 게임을 즐기다 싫증나면 게임 내 재화를 다른 게임으로 그대로 옮겨 새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게임사는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옮길 때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이득이다. 반면, 스마일게이트와 펄어비스 등은 P2E가 게임의 근간인 재미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가 중요하고 P2E가 부가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허용하는데 우리만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게임산업 육성과 배치된다.  NFT가 여는 웹 3.0 시대를 맞아 게임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웹 3.0과 블록체인 게임산업

2000년대 중반부터 차세대 웹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웹3.0은 이때부터 만들어진 개념으로 초창기에는 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웹’을 의미했다. 이후 웹 3.0은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2017년 비트코인 붐을 거치며 블록체인 기술이 일으킬 혁신을 적용한 개념으로 웹 3.0은 정착했다.  
 
미래를 바꿀 ‘변곡점’으로 그 기술적 기반을 블록체인으로 보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펼쳐진 인터넷 보급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결과적으로 3번째 거대한 웨이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가 인터넷 시대라면 2차는 아이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 시대였다. 3차는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NFT가 될 것이다.  
 
데이터가 중앙 저장소가 아닌 개인 네트워크에 분산돼 저장되고, 개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은 플랫폼이 아닌 개인에게 돌아가는  ‘개인 맞춤형 웹’은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 가능하다. 웹 1.0에선 콘텐트 제공자가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중심의 , 인터넷 시대였다.  
 
웹2.0에서는 사업체가 플랫폼을 만들고 사용자는 플랫폼에 참여해 콘텐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사업체는 해당 콘텐트를 통해 광고 및 수수료 수익을 얻는 구조로 유튜브 같은 상품 중심의 모바일 시대가 펼쳐졌다. 웹 3.0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트의 경제적 가치를 더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된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이 플랫폼이 아닌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게임 중심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등장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2017년과 2018년 가상자산공개(ICO) 붐 때 등장한 수많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도 웹 3.0 환경 상 서비스를 지향하는 프로젝트들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가상자산 시장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이나 NFT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분야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2020년 디파이 붐, 2021년 NFT 붐을 거치며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다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지금에 와서야 웹 3.0이 부상했다. 웹 3.0을 구현해줄 ‘분산화된 저장환경’, 즉 탈중앙화 스토리지가 구축된 것도 웹 3.0 부상에 힘을 더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드롭박스 같은 웹 2.0 기반 클라우드나 저장공간이 웹 3.0 시대에는 파일코인, 아르위브(Arweave) 같은 분산형 스토리지로 진화했다.  
 
플레이댑 NFT 마켓 [사진 플레이댑]

가속화된 연결의 시대

1990년대 말 인터넷이 광범위한 연결을 가능하게 했고, 2010년대 초 스마트폰은 시공간 제약을 제거함으로써 연결을 더 가속화했다. 블록체인은 정부나 통신사, 플랫폼 업체의 주도권을 탈중앙화해  더 자유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들의 사례만 봐도, 느슨하고 자유로운 연결보다는 회사의 돈벌이를 위한 연결을 유도한다. 이런데 혁명이 일어났다. NFT는 유저(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유저에게 주도권을 줄 수 있다. 게임서 획득한 자산의 소유권도 인정하고, 나아가 게임의 방향에도 유저가 적극 참여한다.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프로슈머로서 참여민주주의가 보장된 것이다.  
 
유튜브는 열심히 하는 스트리머가 돈을 꽤 버나, 게임은 그렇지 않은데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하나의 게임 안에서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가상 세계가 메타버스와 NFT를 통해 구현이 가능하다. 메타버스가 현실 속에 더 강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경제 활동이 이뤄져야 하고, 블록체인과 NFT, 암호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P2E 게임은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노믹스(tokenomics, 토큰 경제)를 접목했다. 유저의 소유권과 참여를 보장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MMORPG처럼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캐릭터 가치가 올라가고, 콘텐트도 늘어나고, 게임 가치도 높아지는 종류의 게임에 주목하는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 게이머가 기여한 만큼 이익을 공유하는 게 공정하고, 정당하다. 이는 요즘 MZ 세대가 부르짖는 공정과 흡사하다. 이를 생각할 때 게임산업에 블록체인이나 NFT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스팀이나 구글, 애플은 현 게임 생태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향후 변화가 예상된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개발사와 유저들에게 30%라는 거대 수익을 얻고 있다. 웹 3.0 같은 시장 변화에 저항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기존 플랫폼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게임사가 한 게임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후속작을 내놓듯이, 블록체인 게임도 코인의 생태계 지속성을 위해서, 그리고 유저들에게 계속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 후속작이나 연관된 작품을 계속 내놓아야 한다.  
 
다만, 블록체인 게임의 핵심이 유저에게 재산권과 함께 게임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도 이양한다는 것이고, 이게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등을 통해 구현된다는 건데, 코인과 게임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무슨 항공사 마일리지나 오케이캐시백처럼 되면 곤란하다. 즉, 모든 전개를 유저, 즉 코인보유자와 협의하며 진행하는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거들 뿐이다. 우리의 미래는 더 나은 그래픽, 더 복잡한 월드, 더 자극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은 덕후들의 음지 세상으로 점차 숨어 들어갈지도 모른다.중요한 건 우리의 비전이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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