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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자회사 IPO, 파티는 끝났다? 규제 초읽기 [스페셜리포트 ②]

줄줄이 대기 중인 기업가치 1조 이상 대형 IPO
10조 평가받는 SSG닷컴…모회사 이마트 가치 하락 우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의 증권사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IPO(기업공개)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라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당국도 상장 심사 과정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들 기업의 상장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상장 계열사 10개로 늘어나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후 현재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총 56개사(스팩 포함)다. 이 가운데 13개 기업이 증시 입성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상장이 예상되는 기업 중 첫 주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오일뱅크다.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자회사로 편입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늦어도 내달 결과를 전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오는 3~4월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이르면 5월,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8조~1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8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이를 자진 철회했다. 이번 상장은 2018년 이후 4년 만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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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도 공식 선언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은 투자자와의 약속”이라며 “연내 이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연내 상장은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와의 약속이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를 통해 IMMPE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IMMPE는 2022년까지 상장할 것을 투자조건으로 내걸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최대 2년 동안 상장 유예 권한이 있지만, 연내 상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10곳으로 늘어난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SSG닷컴은 2018년 12월 이마트의 온라인쇼핑몰 사업부문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돼 설립됐다. SSG닷컴은 지난해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인 이마트 시가 총액 3조7000억원과 2대 주주인 신세계(26.84%)의 시총 2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SSG닷컴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물류 인프라와 IT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완성형 온·오프라인 커머스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에서 물적분할한 SSG닷컴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SSG닷컴]
 
하지만 핵심 자회사의 상장으로 이마트의 주가 할인 우려도 존재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SG닷컴 상장에 따라 모회사 이마트의 주요 투자 포인트였던 SSG닷컴 성장성 훼손이 불가피하고, 자회사 가치 50% 수준의 할인율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주식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의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민연금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에 대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며 반대에 나서기도 했다.  
 
CJ는 인적분할한 자회사 CJ올리브영을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예상 기업가치는 4조원에 달한다.  
 
CJ올리브영의 IPO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그룹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11.09%, 장녀 이경후 CJENM 부사장은 4.26%의 CJ올리브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최대 주주는 CJ㈜(지분 51.15%)다. 업계에서는 이선호·이경후 남매가 CJ올리브영 상장 시 지분 매각을 통해 CJ지주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올리기에 분주하다. 헬스&뷰티(H&B)스토어 시장을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한 CJ올리브영은 지난 연말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업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기업가치를 더 높게 받겠다는 포석이다.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때 주주 의견 반영 여부 보겠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연달아 상장시킨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상장할지는 미지수다. 골목상권 침해에 최근 불거진 경영진 스톡옵션 논란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계열사 상장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계열사들의 상장 일정이 무기한 보류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정 기업가치는 각각 10조원, 5조원 내외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카카오그룹에 대한 신뢰회복 시간이 필요해 이들의 연내 상장이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5일 서울 사옥에서 열린 2022년 핵심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IPO 대어들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국이 최근 논란이 된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물적 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은 자본시장법, 상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상장 심사 시 주주 의견을 들었는지를 ESG 관련 심사조항에 포함하는 것은 법이나 규정 개정이 없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증요법으로 내놓은 미봉책”이라며 “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논란의 본질은 상장이 아니라 물적분할”이라며 “이해상충 행위가 자유롭게 일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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