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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사고’ 아이파크 선택한 관양 현대아파트…왜일까?

HDC현산이 959표 중 509표 얻어 롯데건설 제쳐
조합원들 “역대급 최고 조건 담은 제안 매력적"
뉴타운맨션삼호 조합 "형평 어긋나" 재선정 논의

 
 
안양시의 관양 현대아파트 전경[김두현 기자]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에 붙었던 현수막 문구다. 이 문구로 유명세를 탄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선정됐다. HDC현산은 지난달 광주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후 열린 수주전에서 부실 시공 논란 속에서도 롯데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따냈다. HDC현산을 선택한 조합원들은 이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열린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 투표에서 HDC현산은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어 417표에 그친 롯데건설을 따돌리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기권은 33표였다. 현대아파트 재건축은 총 사업비 4240억 규모로 지하 3층~지상 32층, 총 1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16일 관양 현대아파트 입구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시공사 선정 후 붙어있던 현수막이 철거된 현대아파트 단지. 김두현 기자
7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에서 만난 조합원은 사업 의지, 사업 제안서, 별도로 내세운 조건 등 모든 면에서 HDC현산이 월등히 나았다고 평가했다. 광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걱정은 가시지 않았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 A씨는 중대형 평형을 위주로 구성한 HDC현산의 사업 제안이 중형을 중심으로 짠 롯데건설의 사업 제안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A씨는 “현대아파트가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어 재건축 후 지금보다 좁아진 평수로 가고 싶지 않아 HDC현산에 표를 줬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아파트는 전용면적 84㎡ 456가구, 전용 123㎡, 147㎡는 총 448가구로 구성됐다. 
 
A씨는 “32평·37평·40평형을 제안한 롯데건설은 조합원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을 뿐더러 하이엔드가 아닌 브랜드를 제안한 점도 다수의 조합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은 조합에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이 아닌 ‘시그니처 캐슬’ 브랜드를 제안했다.
 
사업제안서에서 단지환경에 대한 부분도 HDC현산이 나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총 11개 동으로 재건축을 제안한 롯데건설보다 9개 동을 제안한 HDC현산의 조건이 매력적이었다는 평이다. 동의 숫자가 적으면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이 낮아진다. 건폐율이 낮을수록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 그러면 동 간 간격이 넓어지고, 공간도 더 여유로워져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요즘 트렌드는 아파트 단지 내의 주거환경과 단지 조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 빽빽한 11개 동보다 9개 동으로 구성한 HDC현산의 제안서가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두려움 당연히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달 발생한 HDC현산의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했다. 관양 현대아파트는 당초 유력한 시공사로 HDC현산이 언급될 정도로 조합원들의 지지가 높았다. 하지만 광주 사고로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게 한 조합원의 전언이다. 
 
조합원 C씨는 “관양 현대는 과거 현산이 지었던 아파트로 재건축 시공사 선정으로도 매우 유력했지만, 사고로 많은 조합원들이 돌아섰다”며 “사고로 인한 불안함 때문에 최종 투표에서 롯데건설을 택한 조합원의 표가 400표를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씨는 “오히려 사고가 난 후라서 HDC현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고 이후라서 안전에 대해 더욱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믿었고, HDC현산이 짓고, 현재 살고있는 이 아파트도 잘 지었다는 생각 때문에 HDC현산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고로 인한 행정처분 등의 징계로 인해 발생하는 미래 불확실성으로 HDC현산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D 조합원은 “HDC현산이 행정처분으로 언제 영업정지, 사업 중단이 될지 모른다는 미래 불안감이 컸기 때문에 롯데건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산 측은 사업에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것을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22일 열린 1차 시공사 합동 설명회에서 “즉각적으로 영업정지가 발생해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이 조합에 내세운 조건은 역대 최고급

정비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조합에 내세운 역대 최고급 조건들이 사고 우려 속에서도 조합원들의 표심을 지켜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HDC현산이 조합에 제시한 조건은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2조원 사업추진비 조달 ▶안양 아파트 시세(3.3㎡당 4800만원)를 일반분양가에 100% 반영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 진행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매달 전문가와 조합원 참여 하에 공증 진행 등이다.
 
HDC현산이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제시한 약속. 김두현 기자
이에 대해 정비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사업제안서는 정비사업에서 역대급으로 평가할 만큼 훌륭한 수준”이라며 “현대아파트 조합원들이 HDC현산에 재기의 기회를 준 만큼 진정성 있게 사업제안서를 지키고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DC현산이 현대아파트에 내세운 역대급 조건으로 인해 현대아파트 인근에 있는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는 역차별을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존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조합에 제시한 조건과 관양 현대아파트 조합에 제시한 조건의 괴리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재건축 사업은 3.3㎡당 2500만원의 분양가가 책정돼 2억원이 넘는 조합원 분담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관양 현대아파트는 3.3㎡당 4800만원이 책정되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없고, 환급을 받는 조합원도 생긴다는 주장이다.
 
2016년 HDC현산이 시공권을 따낸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현재 이주를 마친 뒤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총회를 통해 시공사 재선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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