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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개 팔린 ‘모다모다 샴푸’에 독성 있다?…핵심쟁점 4가지

[기승전毛(모)…핫해지는 毛시장②] ‘대란템’에서 ‘독성품’ 논란
출시 6개월 만에 600억 돌파…화려한 기록 세우다 퇴출 위기
“사용금지 원료” vs “신기술에 과한 규제”…충돌 포인트 4가지
‘혁신’이라 쓰고 ‘독성’이라 읽는다?

 
 
모다모다 샴푸가 식약처의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포함되면서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사진 모다모다]
 
#. ‘dye or die’(염색하느냐 죽느냐). 매일 매일 자라나는 ‘새치’와 ‘흰머리’가 고민이지만 독한 약 성분 때문에 염색을 주저하던 사람들에게 지난해 8월, 고민을 한 방에 날려줄 제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모다모다 샴푸. 샴푸를 하면 자연스럽게 머리가 갈변되는 제품으로, ‘세계 상위 1% 과학자’로 알려진 이해신 카이스트(KAIST) 화학과 교수가 개발했다.
 
모다모다 샴푸에는 독성이 강한 기존 염색약과 달리 짧은 시간에 무독성 염색이 가능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출시와 동시에 입소문을 타면서 초도물량 3만개가 10시간 만에 완판됐다. 1월말까지 누적 200만개가 이상이 팔렸다. 출시 6개월 만에 600억원을 훌쩍 넘는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잘 나가던 모다모다 샴푸의 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기존에 없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인데다 소위 ‘흥행 대박’을 터뜨리다 보니 곳곳에서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나 부작용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규제 카드’를 들고 나섰다. 샴푸의 핵심 원료가 되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하 THB)을 잠재적 유전독성물질로 규정하고 이 성분을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규정이 개정되면 제조사인 스타트업 (주)모다모다는 개정일 6개월 이후부터 해당 성분을 제조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의 시장 퇴출이다. 이를 놓고 “혁신에 대한 과한 규제”라는 주장과 “안전성 검증에 대한 필요 절차”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과학기술계에선 신기술이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쟁점1. THB 유해성 있나 없나 

논란의 중심에는 THB(모다모다 원료)가 있다. 별도의 산화제 없이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색을 내는 성분이다. 식약처는 이 성분이 피부감작성 물질로 분류되고, 잠재적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보고서를 꼽았다.
 
SCCS에서는 THB가 특정 성분에 노출될 때 유전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유전독성이 곧바로 발암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식약처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THB를 화장품 원료 사용금지 목록에 넣어야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모다모다 블랙샴푸 이미지. [사진 모다모다]
 
모다모다 측은 해당 보고서와 모다모다의 유해성이 연결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CCS 보고서는 염색약 주성분인 파라페닐렌다이아민(PPD) 성분과 이를 서로 이어주는 커플러(THB)가 같이 함유된 경우의 유해성을 지적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THB 성분을 한 번에 100mL 이상 다량 사용하거나, 해당 염모제를 뿌리염색을 위해 빗과 같은 도구로 피부를 자극하거나, 30분 이상 오래 지속돼 해당 성분이 두피 속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한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성 반응 역시 대장균과 같은 하등 동물인 박테리아에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인체를 구성하는 포유류 세포에서는 THB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럽은 안전차원에서 PPD와 THB가 함께 들어간 염색약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과 일본, 한국 등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THB를 허용하고 있다.
 
모다모다 관계자는 “모다모다 샴푸에는 PPD 성분이 들어있지 않는 데다 해당 연구가 바르는 화장품 성분으로 피부 흡수를 가정한 조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와 동일선에서 위해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쟁점2. 두피 흡수 될까, 안 될까 

또 다른 주요 쟁점은 두피 흡수율이다. 두피에도 모공이 있고 샴푸는 매일 혹은 자주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THB 흡수율이 적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식약처 측 주장이다. 씻어낸다고 하더라도 샴푸 후 대기 시간이 있고 직접 마사지하며 흡수를 돕고 있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모다모다 측 입장은 다르다. 모다모다 샴푸의 ▲사용량이 1~2mL로 소량인 데다 ▲사용시간도 2~3분 가량으로 짧고 ▲샴푸라는 세척 기능이 제품으로 함유돼 있어 성분을 두피에 남기지 않고 씻어내기 때문에 흡수를 가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모다모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모발 뿌리 부분에는 갈변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어떤 성분도 두피에 침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3. 실제 부작용 있었나, 안전성은?  

 
실제 부작용 사례도 관심사다. 모다모다 샴푸는 지난 1월 말 기준 200만개가 판매되고 약 150만명의 국내외 소비자를 두고 있다. 모다모다 측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기한 클레임 중 피부과 전문의 진단서 등 객관적인 부작용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는 12건이다.
 
이는 가려움, 알러지 등 화장품 회사의 평균적인 클레임 범주보다 적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개발자인 이해신 교수 역시 “모다모다 샴푸가 나오기 전부터 비매품으로 어머니와 지인들이 수년간 관련 제품을 사용 중이고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다모다 측은 샴푸 안전성에 대한 임상자료를 보유 중이다. 피부 자극, 두피자극 테스트 등 화장품 영역의 피부감작성에 준하는 임상연구센터 시험을 통해 제품에 대한 무자극 판정을 받았다. 이번 식약처 행정 예고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의약품 수준의 유전독성검사도 진행 중이다.  
 

쟁점4. 안전 규제냐, 퇴행적 행보냐 

모다모다 논란을 놓고 소비자와 업계 반응도 엇갈린다. 이들은 대부분 식약처의 소비자 안전‧보호 명분에 동의하지만 이번 규제가 ‘신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퇴행적 행보로 보고 있다. 식약처의 이 조치가 수십년간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감작성 우려가 큰 PPD 성분의 염색약 사용을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화장품을 만드는 약사로 유명한 김영선 케이벨르 대표는 “약을 포함한 기능이 있는 모든 제품에는 사용시 주의사항이 뒤따른다”며 “우리가 그 미미한 가능성을 보고 약을 먹지 않는다거나 유해한 제품이라고 규정짓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도하게 유추해 해석하면서 소비자 불안감을 키우고 신기술을 규제하기보다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사용시 주의사항,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뷰티기업 한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식약처 규제에는 복잡한 논리가 적용되긴 하지만 식약처 특성상 내일이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는 가능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곳이다”며 “문제소지가 하나라도 있다면 규제를 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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