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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받지 않아도 글로벌 1등, 전 세계 6천만 아침 깨우는 이 앱

[인터뷰]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97개국 다운로드 1위 알람 앱 ‘알라미’ 운영
미션 해결해야 알람 꺼지는 기능 처음 선보여
투자 없이 ‘영업이익률 65%’ 알짜기업 일궈

 
 
전 세계 알람 앱 다운로드 수 1위 ‘알라미’를 만든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지난달 26일 본지와 만났다. 지미연 객원기자
 
“알람의 목적은 사람을 깨우는 것이다. 사람이 다시 잠들든 말든 저 혼자 울리고 마는 게 아니다. 이 목적에 맞게 알람의 기능을 넓혀보고 싶었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2012년 알람 앱 ‘알라미(Alarmy)’를 만들면서 미션을 해결해야 알람이 꺼지는 ‘미션 알람’ 기능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수학 문제를 풀거나 미리 정해둔 물건을 사진으로 찍는 식이다. 신 대표는 비몽사몽일 때 머리나 몸을 한 번만 써도 아침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변화 하나에 사람들은 알라미를 선택했다. 10년간 약 6000만명이 알라미를 휴대전화에 다운로드했다. 전 세계 알람 앱 중 가장 많다. 지금도 매일 아침 200만명이 알라미 미션을 수행하면서 잠을 깬다. 해외에서는 ‘악마의 알람’, ‘세계에서 가장 짜증 나는 알람’ 같은 투정 어린 별칭으로도 불린다.
 
수입도 상당하다. 지난해에만 매출 13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70억원을 남겼다. 광고가 주 수입원이지만, 2019년 선보인 프리미엄 서비스의 비중도 30%로 작지 않다. 월 5900원을 내면 사이렌 수준으로 알람 소리를 키우거나 근력 운동을 해야 알람이 꺼지도록 하는 기능도 쓸 수 있다.  
 
탄탄한 수익구조 덕분에 투자에 매달리지 않았다. 아직 한 번도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강남 교보타워 옆 대로변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통유리 너머로 강남 일대가 훤히 보였다. 신 대표는 “외부의 압박을 받지 않고 ‘성공적인 아침’이라는 서비스 본질에만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미국 씨넷에 기사화된 후 글로벌 앱으로 성장

알라미는 처음엔 신 대표 자신이 쓰려고 만든 앱이었다. 2011년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벌린 일이 많았다. 대학원 진학에다 정부 공모전을 함께 준비했다. 전국에서 뽑힌 100명이 모여 6개월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우수 프로그램엔 상금 1억원을 주기로 했다. 지금처럼 기업에서 개발자 구하기에 혈안이 된 때도 아닌지라 절박하게 뛰어들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신 대표는 “매일 밤 화장실 세면대 앞에 휴대전화를 두고 잤다”고 말했다. 알람을 끄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세수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효과를 본 신 대표는 ‘특정 장소에 가야만 꺼지는 알람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개발을 결심하고 한 달여 만에 알라미를 만들었다. 이때만 해도 기능은 단 하나였다. 사진을 찍어야 알람이 꺼지는 기능이었다. 아무 사진이나 찍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미리 등록한 물건과 같은 걸 찍었을 때만 알람이 꺼지도록 했다. 두 사진을 비교·대조하는 알고리즘이 핵심이었다.
 
기사에 소개되면 다운로드 수를 늘릴 수 있다는 말에 홍보자료를 만들어 기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만든 앱인 데다 자료 형식도 기업이 만든 것과 비교하면 어설펐으니 홍보가 잘 될 리 없었다. 이대로라면 신 대표와 주변 친구들만 쓰다가 사장될 처지였다.  
 
변곡점은 신 대표가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CNET)’ 기자에 보낸 메일이었다. 전자제품 사용기나 비교분석 기사로 이름난 매체였다.  
“아이디어 알람시계를 다룬 기사를 보고 메일을 보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도 기능이 같은데 가격은 무료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쓸 수 있다’라고 썼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다음날 바로 기사가 나왔다.”
 
기사가 나온 뒤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이 1만명을 넘겼다. 대부분 미국 사용자였다. 김 대표는 “지금도 미국 사용자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로 가장 크다”며 “당시 미국 사람들이 ‘라이프 해킹’이라고 해서 기술을 활용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다운로드 수가 늘어난 데엔 문화적인 영향도 있었을 거란 이야기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없었다. 무료 정책으로 사용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인앱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자취방 월세를 내는 정도였다. 사업보단 카이스트 대학원 석사과정이 급했다.
 
2012년 8월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CNET)'에 소개된 알라미 앱. 당시 앱 이름은 'Sleep If U Can(잘 수 있으면 자보라)'였다. 문상덕 기자
 
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한 건 2013년 초 무렵이었다. 애플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인 iOS 버전을 이때 론칭했다. 신 대표는 “애플의 앱 마켓인 앱스토어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보다 유료 앱이 많았다”며 “그래서 알라미도 유료 버전으로 내봤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앱을 등록한 지 일주일 만에 3000만원어치가 팔렸다. 세금을 내야 해서 부랴부랴 법인 ‘딜라이트룸’도 이때 만들었다.  
 
신 대표는 “이때만 해도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산다는 생각이 옅을 때”라며 “그런데도 이렇게 팔리는 걸 보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구나’라고 절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 혼자만 품고 있던 가설을 검증해낸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이후 딜라이트룸은 한 해도 빠짐없이 흑자를 냈다. 사용자 수가 늘면서 광고수익도 꾸준히 늘었고, 2019년 내놓은 프리미엄 서비스도 안착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선 ‘한번 만들어놓으면 더 개발할 게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신 대표는 말했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냔 거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업데이트하지 않는 앱은 평점이 2점대까지 떨어진다. 지나치게 많은 인앱 광고도 문제지만, 설정했던 시간에 알람이 안 울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신 대표는 “앱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운영체제나 스마트폰 시스템과 충돌해서 오류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최적화 기능과 부딪치는 일이 가장 많다. 자동으로 앱이 켜지지 않도록 제조사에서 스마트폰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조사에서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는지 공개하지도 않는다. 제조사별로 제품을 새로 낼 때마다 실험하면서 오류를 줄어야 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현재는 3년에 한 번 오류가 나는 정도로 신뢰성을 높였다”며 “알람 앱 가운데 평점이 가장 높고(4.7점, 안드로이드 기준), 리뷰 개수도 처음으로 100만개를 넘긴 건 이런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매트리스 제조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

최근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잠들기 전부터 일어난 직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를 만들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을 높이는 방법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성공적인 아침을 맞으려면 몇 시까지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잠자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또 데이터를 근거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콘텐트나 제품, 식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매트리스 제조사인 ‘삼분의일’에 투자한 것도 이런 전략에서 이뤄졌다. 삼분의일은 수면의 질을 측정해 매트리스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는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알람의 본질은 뭘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힘들게 뒤척이면서도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고민이었다. 신 대표가 내린 결론은 ‘성공적인 아침을 위해서’였다. 아침에 하기로 한 행동을 해내기 위해서, 개운한 느낌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끊임없이 본질을 파고드는 신 대표의 탐구심은 사무실 곳곳에 배어있었다. 회의실마다 붙인 이름이 그 흔적 가운데 하나다. 한 회의실의 이름은 ‘라이프 세이버’였다.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용자가 알라미 덕분에 약 먹는 시간만큼은 잊지 않았다며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 기억을 회의실 문에 활자로 새긴 것이다. 신 대표는 인터뷰 중에도 몇 번이고 이 기억을 되새겼다.
 
신 대표는 “많은 돈을 벌게 되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 되묻던 시기가 있었다”며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내겠다는 것이 내가 내린 답”이라고 설명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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