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이 강해질수록 중소형주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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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이 강해질수록 중소형주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美 긴축 이슈 반영된 미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추가 하락 없을 듯
삼성전자, LG화학 등 개별호재 없으면 대형주도 정체기 이어져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의 매력이 더 높아진다.[중앙포토]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의 매력이 더 높아진다.[중앙포토]

지난 4일(현지시각)에 열린 5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앞으로 긴축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우선 5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6월과 7월에 동일한 폭으로 두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놨고, 물가가 안정화된 후에는 다시 0.25%포인트 인상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6월 1일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QT)을 시행하는 계획도 밝혔다. 처음 3개월은 한 달에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각각 300억달러와 175억달러씩 줄이지만, 이후에는 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이루어질 경우 현재 9조달러 수준인 연준의 자산 총액이 연말에 5000억달러 가량 줄어들게 된다.  
 
연준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자산규모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9.4%인데 1분기 말 현재는 36.6%를 기록하고 있다. 양적 긴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4년 말에 해당 수치가 23.0%로 낮아지고, 2025년에 20%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적어도 3년 반은 양적 긴축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금리 인상보다 더 위력적인 게 양적 긴축이다. 금리 인상은 간접 경로를 통해 영향력이 나타나지만 양적 긴축은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번은 유동성 축소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시장에 특히 부담될 수 있다. FOMC가 끝난 후 미국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발표 당일 나스닥이 3% 넘게 올랐다가 다음날은 5% 가까이 떨어져 최고의 변동성을 보였다. 투자심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향후 주식시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한 긴축이 무질서한 버블 붕괴 가져올 수도

 
변동성 확대는 두 개 결과를 낳는다.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변동성 확대로 주가가 추가 하락하기도 한다. 이번 변동성 확대는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5월 FOMC를 계기로 긴축에 대한 우려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와 미국시장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약화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5% 가까운 등락은 예삿일이 아니다.  
 
FOMC회의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연준이 긴축을 강화하더라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얘기했다.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한 상태여서 긴축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구인건수가 취업자 수보다 500만건 이상 많은 고용시장을 들었다. 문제는 현실이다.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전 분기 연율로 -1.4%를 기록했다. 
 
고용이 양호할지 모르지만 다른 변수는 이미 나빠지고 있다. 경기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연준의 전망이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그 원인은 긴축이 아니라 경기 둔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자기조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향후 미국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금리를 올리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를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올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조직은 한번 실수를 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반대쪽으로 강하게 나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수를 빨리 만회하려는 조바심 때문이다. 2.5%도 높다고 얘기되던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가 최근에 3.0~3.25%까지 올라왔다. 연초에 미국 기준금리가 0.25%였으니까 1년 사이에 2.75~3.0%포인트를 올리는 셈이 된다.  
 
2000년 IT버블 붕괴로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가 2004년 6월에 끝났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부동산을 자극한 데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선 게 금리 정책을 바꾸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1.0%였던 기준금리가 3.0%까지 올라왔다. 2004년 금리 인상은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지만, 1년간 인상 폭이 올해 예상되는 인상 폭보다 작았다. 그만큼 지금은 반대쪽 정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금융위기는 자산 버블에 금리 인상이란 촉매제가 더해지면서 발생한다. 1990년 일본이 그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동일한 과정을 겼었다. 현재는 자산 버블이 완성된 상황이다. 규모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이전에는 부동산이나 주식 한쪽에만 버블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주식, 부동산, 채권 심지어 원자재까지 가격이 붙어있는 것치고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버블이 심하다. 지역도 특정한 한두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리를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올릴 경우 무질서한 버블 붕괴라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대형주는 시장 중심에 서기 힘들어 

 
극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으로 인한 영향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주가가 더 내려가겠지만, 이는 시간이 좀 지난 후 문제다.  
 
4월 이후 우리시장은 미국과 다른 형태로 움직여왔다. 미국 시장이 크게 오르고 내린 날에 코스피는 미국시장의 절반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시장이 먼저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간 건데,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 경우 우리 시장의 박스권이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있다.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대형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다. 대형주가 오르면 코스피도 따라서 올라 가격 부담이 생기는 데다, 대형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대형주 주가가 정체 형태로 바뀌었다. 4월에 현대차와 LG화학 주가가 짧은 반등 후 횡보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5월 초에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개별적으로 호재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 아닌 이상 당분간 대형주는 매매의 중심에 서기 힘들다.  
 
대형주가 사라진 공간을 중소형 테마주가 메우고 있다. 바이오가 첫 번째 주자였고, 2차 전지 주식이 뒤를 잇고 있다.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기가 있다. 코스피가 크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는 대형주가 시장의 중심이어서 중소형주가 힘을 쓰지 못하지만,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지면 중소형주가 부상한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주가 변동폭도 커 코스피 정체 시에 좋은 매매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실적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낫다. 올해 들어 대형주의 이익추정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소형주 이익 전망치는 3월을 바닥으로 상승하고 있다. 대형주와 비교해 실적이 밀리지 않는 상황이 된 건데, 그동안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주가 하락이 컸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중소형주의 매력이 더 높아진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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