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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관련 투자업계 전문가 4인이 본 ‘테라 사태, 그 이후’

[벼랑 끝 웹 3.0 ②] 최근 가상자산 시장 하락세는 나스닥 영향 때문
테라 사태로 규제 완화 움직임 멈춘 점은 아쉬워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발언대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발언대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상자산·블록체인 신생기업들이 투자업계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분야 글로벌 벤처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테라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분야 글로벌 벤처투자액(338억 달러)은 이전 기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특히 정부 모태펀드 출자 비중이 높은 국내 투자업계는 다른 나라보다 가상자산 기업 투자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분야 전문 벤처투자사도 해시드벤처스와 두나무앤파트너스 정도에 그쳤다.
 
투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은 테라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 심사역 4인에게 테라 사태의 파장과 웹 3.0의 미래를 물었다.  
 
테라 사태가 이 분야 벤처투자에 끼칠 파장에 대해 심사역마다 의견이 달랐다. 박주영 포스코기술투자 투자 심사역은 “단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디스카운트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관련 투자는 위험하단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른 심사역도 “동료 심사역을 설득해야 하는 투자심의위원회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단기적인 디스카운트는 있을 것”

장기적인 타격은 적을 거란 의견도 나왔다. 이 분야 벤처투자가 늘고 있는 데다, 가상자산·블록체인업계가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연 이노폴리스파트너스 투자 심사역은 “테라 프로젝트는 (탈중앙화 생태계에서) 인프라와 관련한 내용”이라며 “생태계에 인프라 관련 기업만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 심사역은 또 “바이오가 침체한다고 해서 관심까지 사라지진 않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앞서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거래소·트레이딩 등 가상자산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41.8%로 여전히 많지만, 비중은 2020년보다 20%포인트 이상 줄었다. 대신 NFT·메타버스(17.0%)나 커스터디(10.5%,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 등이 새롭게 떴다.  
 
당장의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세다. 루나가 폭락한 다음 날인 12일 하루에만 전체 시장에서 260조원이 증발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4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테라 사태로 시작된 하락세가 시장 전반으로 퍼졌다고 보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 커뮤니티 신뢰가 자산”

심사역 4인은 테라 사태가 시장 전반의 하락폭을 키우긴 했지만, 최근 하락세는 나스닥과의 상관성이 더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진대호 요즈마그룹코리아 수석심사역은 “(2018년 비트코인 폭락 때와) 지금의 가장 다른 점은 나스닥과의 상관관계”라며 말을 이었다.
 
“과거와 달리 기관자금이 늘고 투자자 풀이 넓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나스닥이 비슷한 방향성을 갖게 됐다. 예측하기 섣부른 면이 있지만, 당분간은 유동성 축소 기조와 맞물려 긴밀한 상관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파장으로 이승연 심사역은 새 정부가 공언했던 규제 완화가 늦춰지게 된 점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 투자 공약’을 내놓으면서 불완전판매·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강력하게 막되 관련 산업은 진흥하는 내용의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입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중소 거래소의 사업자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는 청문회를, 정부는 검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이승연 심사역은 “국내에선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업이 시중은행에서 법인계좌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 싱가포르에서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테라 사태로 규제 완화가 쉽지 않게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심사역은 “규제 완화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며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풀어가려면 적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과연 어떤 웹 3.0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세빈 요즈마그룹코리아 사업개발팀 수석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생존과 번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커뮤니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직 많은 웹 2.0 기업이 웹 3.0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웹 3.0 기업이 이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런 구도가 유지되진 않을 거다. 웹 2.0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탄탄한 사용자층과 (경영진을 신뢰하는)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등을 갖춘 곳이 될 거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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