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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둘러싼 오해가 가격 폭등 불러”

[냉온탕 오가는 NFT③ | 인터뷰]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NFT, 가상자산 아닌 소유권 증명서에 불과
증명서에 수백 배 프리미엄 붙인 것 비상식
NFT 기록 인정하는 제도 나와야 가치 생겨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NFT 작품 가격이 급락하는 건 유동성 위축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홍기훈]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NFT 작품 가격이 급락하는 건 유동성 위축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홍기훈]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요새 정신없이 바쁘다. 하루 두세 건 강연·자문에 연구까지 겸하다 보면 끼니는 카페에서 때우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홍 교수를 찾는 건 금융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보는 몇 안 되는 학자여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8년엔 해외 SCI급 학술지인 ‘국제 금융시장·제도·통화 저널’에 비트코인 관련 논문을 게재해 주목받았다.
 
홍 교수는 기업 강연 때마다 십중팔구 나오는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을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 질문에 NFT 거래시장이 지난 한 해 왜 과열됐는지, 그리고 열기가 한풀 꺾인 시장이 다시 반등할지 가늠할 만한 단서가 있다고 말했다. 8일 만난 홍 교수는 “우선 NFT의 개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NFT는 디지털 자산 아닌가?
아니다. NFT는 등기일뿐이다. 소유권 증서지, 자산 자체가 아니다. 자산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외부 서버에 저장돼 있다. 여느 디지털 파일처럼 말이다.
 
그러면 NFT 사업은 무슨 뜻인가?
부동산을 예로 들면, 부동산 등기 업무를 맡겠단 거다. 부동산 매매나 건설을 하겠단 뜻이 아니다. NFT에 소유권을 기록한 디지털 콘텐트를 만들겠다면 디지털 콘텐트 사업을 하는 것이지, NFT 사업이 아니다.
 
등기사업만으론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NFT 시장에선 달랐다. 소유권을 NFT 형태로 기록했단 이유만으로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비상식적이다. NFT 자체가 디지털 자산인 것으로 오해해서 벌어진 현상으로 생각한다. 오해가 풀리는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내려간 측면이 있다고 본다.  
 

“NFT 하겠다면서 기술자 영입만? 필패”

유동성 긴축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거품이 빠지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거품은 기본가치와 시장가치의 차이다. 거품이 빠지는 건 호황 때 매겼던 시장가격이 낮아지는 거다. 물론 NFT 시장도 긴축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장주식이나 주요 암호화폐 가격보다) NFT에 소유권을 기록한 디지털 자산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는 건 기본가치에 대한 재평가도 함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NFT 자산의 기본가치는 뭔가?
콘텐트로서의 가치다. BTS 영상을 NFT로 만든다고 하면, 중요한 건 BTS지 NFT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은 금융사에 갔는데, NFT를 발행하겠다고 하더라. 회사 캐릭터를 NFT로 만들어서 내겠단 거다. 누가 금융사 캐릭터를 사겠나. NFT로 발행만 하면 마진이 클 거라 착각하니 그런 판단이 나온다. 결국 실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돈만 들고 사업화가 안 된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디지털 콘텐트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나.
 
블록체인을 구축하려면 개발자도 필요할 텐데.
노하우가 없으니 관련 스타트업에 개발 대행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위탁업체 측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50억원을 요구했다더라. 그런데 사실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데는 5000만원도 안 든다.  
 
콘텐트의 가치란 것도 유동적이지 않나?
맞다. 콘텐트, 특히 예술작품은 사람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따라 시장에서의 가치가 크게 변한다. 경제용어론 필수재와 구분해 사치재라고 한다. 다만 NFT를 적용했단 브랜딩만으로 가격을 띄운다면 문제란 뜻이다.
 
현대카드도 NFT 사업에 나선다.
현대카드는 팬덤이 있다. 카드 디자인 때문에 현대카드 컬렉션을 모으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한번은 제주도에서 현대카드에 버스정류장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그만큼 디자인 역량이 크다. 또 대규모 문화공연 기획도 해왔다. 다시 말해 좋은 콘텐트를 만들 자신이 있고, 콘텐트를 사줄 팬덤이 확실하단 것이다. 현대카드는 NFT 사업을 잘 이해하고 뛰어들었을 확률이 높다.
 
NFT 거래소도 만든다고 하더라.
암호화폐 시장에서 봤듯, 결국 가장 많이 돈 버는 곳은 거래소다. 확실한 콘텐트만 있으면 내가 만든 거래소에서 팔고 싶지, 굳이 다른 거래소에 수수료를 줄 이유가 없지 않겠나. 게다가 거래소를 만드는 게 크게 힘들지도 않다.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인 오픈씨(OpenSea) 화면.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인 오픈씨(OpenSea) 화면. [로이터=연합뉴스]

 

“NFT 기술에 필요한 건 혁신보다 제도”

현대카드 케이스는 특수하단 건가?
대기업, 금융권 기업이 관심을 갖고 대거 뛰어든다는 식으로 보긴 어렵다. 관심은 가져도 사업화 단계를 넘긴 어려울 거다.
 
주가 부양 목적으로 진출 선언부터 하는 건 아닐까?
기업에서 돈 된다는데 안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사업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부양된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단 거다. 그러면 회사 약속을 믿고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자칫 주주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장사는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NFT 기술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건가?
소유권을 확인해주니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의의는 있다. 다만 여기서도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혹자가 블록체인에 기록된 소유권을 침해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된다는 법령을 결국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으로선 만약 제가 서버를 해킹해서 디지털 파일을 훔쳐갔다고 해도 NFT가 제 역할을 못 한다.
 
NFT에 필요한 게 기술혁신이 아니라 제도란 뜻인가.
이면지에 ‘이건 아무개 소유’라고 쓰고 테이프로만 붙여놨어도 나라에서 인정해주고 처벌 근거를 마련해주면 효력을 가진다. 그런데 소유권을 황금에다가 기록했어도 처벌 근거가 없으면 아무런 일도 안 생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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