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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용장애'라는 항목으로 게임 질병코드 도입되나?[게임 질병코드 부여 논란①]

WHO, 일상보다 게임 우선시 '게임 이용장애'로 정의…2019년 질병 코드로 확정
한국에는 2026년 가능… 게임업계 '셧다운제' 능가하는 강력 규제라고 판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 코드로 최종 확정했다. 한국 역시 국제질병분류(ICD)를 기초로 만드는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게임질병코드 국내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다시 한번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WHO는 지난 2019년 5월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ICD-11은 게임 이용장애에 대해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 최종 의결로 ‘게임 이용장애=질병’이라는 공식이 결국 현실화됐다. 게임 이용장애에는 ‘6C51’코드가 부여됐으며, 정신적·행동적·신경발달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다. ICD-11의 효력은 2022년부터 발생한다.
 

한국, 빠르면 오는 2026년 질병코드 도입

게임 이용장애가 국내에 정식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KCD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한국은 WHO의 ICD와 달리 KCD라는 독자 기준을 갖고 있다. 현재 통계청은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ICD를 기초로 KCD를 5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WHO가 의결한 ICD-11의 경우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빠르면 9차 개정 시기인 2025년부터 게임 이용장애의 질병 분류 내용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입은 2026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WHO의 질병 분류 코드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다. 각 회원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KCD에서는 세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의료계·게임업계·교육계 등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 수립에 앞장서야 하는 각 정부 부처의 입장마저 다르다. 일찌감치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보건복지부와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립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부터 게임업계는 여러 차례의 토론회 개최를 통해 계속해서 WHO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질세라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정신의학계는 각종 토론회를 개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통해 게임 이용장애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WHO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특히 정신의학계와 교육계는 과도한 게임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그 중에서도 청소년에게 미치는 위험성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 등재와 관련해 향후 진행될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ICD 내용이 KCD에 그대로 넘어오는 경우와, KCD 등재 지연 및 관련 내용이 크게 수정되는 경우다.  
 
ICD 내용이 KCD에도 그대로 반영될 경우 산업적인 측면에서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는 게임 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과거 ‘셧다운제’를 능가하는 강력한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게임산업 전반의 위축과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다. 이미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셧다운제 도입 및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한 소위 ‘4대 중독법’ 발의로 충격을 받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4대 중독법이 한창 시끄러웠을 무렵, 많은 동료들이 게임업계를 떠났다”며 “향후 본격적으로 질병 취급을 받게 되면, 더 많은 종사자들이 이 업계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사기 저하 우려…윤석열 대통령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

평소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잘 뭉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 게임사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WHO의 게임 이용장애 질병 등재와 관련해서는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게임업계 종사자가 똘똘 뭉치고 있다. 게임업계는 아직 KCD 개정까지 남은 시간이 있는 만큼, 적극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게임사들은 사회공헌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게임업계가 계속해서 반대한다면, 정부도 쉽게 ICD 내용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며 “지나친 사행성이 우려되는 부분 이외에 대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질병코드 도입 문제의 경우, 당장의 매출 감소보다 게임 개발자들의 사기 저하 등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게임을 바라볼 때, 술이나 담배처럼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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