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개미 어디로…토스·컬리·쏘카 비상장주식 거래 못 한다
증권플러스비상장 457개→50개, 서울거래비상장 174개→24개
기존 주식 보유 고객은 ‘전문투자자’ 마켓에서 거래 가능
비상장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 대폭 줄었다. 유망한 기업에 미리 투자하는 ‘선(先)학개미’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장외 시장에서 토스, 컬리, 쏘카 등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비상장 주식 거래 문턱을 높이면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 가능했던 종목은 457개에서 50개로 쪼그라들었다. ‘서울거래 비상장’ 역시 기존 174개에서 24개로 줄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 쏘카, 현대엔지니어링, LG CNS, 교보생명 등의 일반 투자자 거래가 멈췄다. 서울거래 비상장에서도 교보생명, 두나무, 바디프랜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쏘카, 오아시스 등의 매수가 불가능하다. 플랫폼에 따라 거래 종목도 다르다. 현재 두나무와 케이뱅크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비상장주식 플랫폼은 2020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으면서 사업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 4월 규제샌드박스(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규제를 유예해 주는 제도) 연장을 앞두고 ‘이스타항공 주식거래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스타항공 사고는 지난해 11월 이스타항공이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주식을 전부 무상 소각키로 했지만 두나무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피에스엑스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휴지조각이 된 이스타항공 주식이 거래된 일이다.
이에 당국은 비상장거래 플랫폼에 대해 일반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인가를 연장하는 대신, 6월 말까지 공시 요건 강화 등을 요구한 것이다. 비상장주식 유통을 원하는 기업은 공시책임자 1명을 필수로 지정해야 한다. 발행인에 관한 사항,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을 꾸준히 공시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 역시 정기 공시서류 미제출, 수시공시 불이행 기업 등에 대해 공표하고, 매매거래정지·등록해제 등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비상장기업들 입장에선 까다로워진 요건 탓에 비상장주식 플랫폼 내 거래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비상장 플랫폼 내 시총 상위 기업들은 차라리 기업공개(IPO)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IPO 예정인 기업 관계자는 “강화된 비상장주식 플랫폼 기준에 맞출 거라면 IPO에 집중해 정규 시장에서 관리를 받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화된 조건에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비상장거래 플랫폼 진출도 불가능해졌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의 문턱만 높아지는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플랫폼 기준에 미달한 종목들이 거래가 안 될 경우 관련 기업의 투자자들은 거래가 불가능하고, 주가 상황 등을 파악할 수가 없어서다.
현재 거래가 불가능해진 종목은 전문투자자에게 매도할 수 있다. 플랫폼은 ‘전문투자자 거래시장’을 따로 만들었다. 개인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성 및 소유자산 규모 등에 비추어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다.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고객은 기존의 모든 비상장기업을 종목과 금액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개인전문투자로 등록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월말 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이고 금융투자상품 계좌개설이 1년 이상이 필수다. 더불어 직전년도 소득액이 본인 1억원 이상(부부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순자산 5억원 이상(거주 부동산 제외),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보유 중 한 가지에 해당되면 된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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