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MBTI 마케팅의 양면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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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MBTI 마케팅의 양면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유행처럼 번진 국민성격테스트 MBTI
유형에 맞는 혜택 제공...개인화 마케팅으로 활용

 
 
MBTI 테스트가 유행처럼 번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MBTI 테스트가 유행처럼 번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
“전 앤팁(ENTP)인데그쪽은...?”
“전 인프제(INFJ)입니다.”
“저랑 잘 맞겠네요.”
#2
“에스프제(ESFJ)는 지원 불가입니다.”“인프피(INFP), 인팁(INTP)분들 많은 지원 바랍니다.”
#3“MBTI가 뭐세요?”“전 앤프제이(ENFJ)가 나오던데...”“어쩐지....”
 
이상의 대화가 외계인 대화로 들린다면 당신은 ‘인싸(인사이더)’가 아니다. 첫 번째 장면은 소개팅에 나온 남녀의 대화다. MBTI라는 성격검사를 통해 유형화된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면서 논리적인 사람의 성향을 일컫는 ENTP의 유형인 남자가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성이 발달한 여성과의 소개팅에서 MBTI 성격 궁합을 맞춰보는 실제 대화다. 
 
두 번째 장면은 어떤 기업이 MBTI 결과를 가지고 사람을 뽑는데 특정 직군에 대해 선호하는 MBTI 유형을 노골적으로 SNS에 광고한 문구다. 물론 논란이 거셌다. 세 번째는 사내에서 직장동료 두 사과의 대화 내용이다. 한사람이 상대방의 MBTI를 묻자, 따뜻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사교성이 풍부한 유형인 ENFJ라고 하자 상대방의 행동을 그 성격유형으로 바로 일반화하며 해석하는 장면이다. 요즘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MBTI와 관련한 흔한 에피소드다.
 

MBTI, 18~29세 90%가 경험

MBTI 열풍은 단순히 MZ세대를 뛰어넘는 조짐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세 이상 우리 국민 중 52%가 MBTI를 해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이 중 18세에서 29세의 국민은 90% 이상이 이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도 75%, 40대는 53%, 50대도 40% 가까운 국민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요즘 젊은 사람과 대화하려면 MBTI를 모르면 말이 안 통한다는 얘기고, 조금 트랜드에 민감한 중‧장년층도 MBTI를 알아야 뭘 아는 축에 속한다는 말이다. 국민 중 반 이상이 테스트해본 경험이 있으니 혈액형을 통한 성격 유형화를 뛰어넘는 국민 성격 테스트로 등극한 셈이다. 그뿐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검사 경험 응답자의 83%가 MBTI로 확인된 본인의 성격 유형과 실제의 성격유형이 일치한다고 대답했다. 한번 테스트를 해본 사람들은 그 성격 유형에 상당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미국 심리학자 캐서린 브릭스가 홈 스쿨링을 통해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을 교육하던 중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근거로 만든 심리검사다. 이들이 구분한 성격유형은 ‘에너지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 양식’의 네 가지 경향으로 구성된다. 에너지 방향은 외향형(Extroversion)-내향형(Introversion), 인식 기능은 감각형(Sensing)-직관형(iNtuition), 판단 기능은 사고형(Thking)-감정형(Feeing), 그리고 생활 양식은 판단형(Judging)-인식형(Perceiving)으로 구분한다. 4쌍(8가지)의 지표 중 좋아하는 쪽을 조합하면 총 16종류의 성격 유형이 나온다.
 
MBTI 도입 초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해 취업이나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다.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던 MBTI가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명성을 얻은 건 2020년 중반이다. MBC의 ‘놀면 뭐하니’의 출연진인 유재석, 이효리, 비가 MBTI 검사를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탄 직후이다. 해당 방송에서 소개된 무료 MBTI 검사 웹사이트는 이후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서 나온 MBTI 테스트 장면. [사진 프로그램 화면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서 나온 MBTI 테스트 장면. [사진 프로그램 화면 캡처]

성격검사를 넘어 채용 당락(當落)에도 영향

MBTI는 단순히 재미로 보는 자신의 성격진단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수단을 뛰어넘어, 이제는 기업들도 앞다퉈 채용과정에 활용하기도 한다. 기업문화와 채용대상자가 잘 맞는지를 체크하는 ‘컬쳐핏’을 확인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하고, 위의 에피소드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특정 직군에는 특정 MBTI는 지원 불가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기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실제로 면접 과정에서 MBTI를 질문했는데 해당 직군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이런 현상을 보면 기업들이 MBTI를 마케팅 수단으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미 배달의 민족은 MBTI 열풍 초기인 2020년부터 MBTI를 패러디한 BMTI(배민유형지표)이란 배달음식 주문유형을 지금까지 주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형화를 시켜 소비자들에게 배달음식 주문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결과를 SNS에 인증한 사용자에게 쿠폰을 지급해 매출 상승을 유도한 바 있다. 
 
삼양라면의 인기 상품 불닭볶음면도 맵찔이 (매운맛에 약한 사람)의 성격 유형별 불닭볶음면 먹는 상황을 재미있게 영상으로 정리, MBTI 열풍에 올라탔다. 재미와 더불어 쏠쏠한 매출 상승을 구가했음은 물론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 맞춤 선물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줄 수 있도록 성격 유형별로 선물을 추천해 평균보다 2배 이상의 클릭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AK몰이 뷰티 전문관 샤샤몰을론칭하면서 도입한 MBTI를 이용한 ‘나만의 브랜드 찾기’ 테스트도 MZ세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만들었다. 
 
자신의 성격유형에 잘 맞는 브랜드와 상품을 추천해주는 MBTI를 통해 개인화 마케팅으로 활용한 사례다. MBTI 마케팅은 올해 들어 금융서비스로 대폭 확대되는 현상을 보인다. 신한은행이 MBTI 검사 인증기관인 어세스타와 제휴해 무료로 정식 MBTI검사를 서비스 ‘MBTI® 정식검사 쏠게!’ 이벤트를 실시하고, 농협은행은 비대면 환전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상대로 MBTI 성격 유형별 동영상을 보여주는 프로모션을 통해 MZ세대 대상의 젊은 은행 이미지를 형성시켰다. 삼성증권도  얼마전 MBTI를 이용, 다양한 투자 대응상황을 보여주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방식의 예능 버라이어티쇼 ‘MBTI투지 토크쇼’를 선보인 바 있다  
 

MZ세대의 자아를 명쾌히 설명

제주맥주가 내놓은 MBTI 맥주. [사진 제주맥주]

제주맥주가 내놓은 MBTI 맥주. [사진 제주맥주]

이렇듯 MBTI의 열풍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대개 2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기 어려운 힘든 세상을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 특히 디지털 문명과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비대면의 문화는 자신이 소속된 사회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대변하지 못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가치를 가진 셈이다. 두 번째는 이제까지 가장 대중적이었던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보다 16개나 되는 훨씬 더 다양한 유형화로 인해 더 과학적이고 신뢰가 높고 그로 인해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내면을 긍정적으로 설명해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MBTI를 활용한 마케팅에 진심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MBTI 성격유형을 활용해 상대방 행동의 이면을 일반화시켜 해석할 수 있고 예측을 하기도 한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타로점을 보듯 재미 요소가 많다. 당연히 마케팅에 활용했을 때 고객 스스로 자발적인 바이럴과 공유 유도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유형에 맞는 상품 추천이나 할인 혜택을 제공해 개인화 마케팅으로 활용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테스트 과정을 통해 고객데이터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끝으로 MZ 세대의 특징인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경향에 잘 맞기 때문에 이들을 공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시 ‘재미’ 이상의 활용은 금물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심해야 하는 몇 가지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다. MBTI는 전문적인 심리검사에 비해 전문성이 낮고 일반화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두 번 연속으로 테스트했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자신의 환경 변화에 따라 시차를 두고 검사를 했을 경우도 같은 개인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테스트 결과를 통해 높은 가치의 고객 이익을 제안하는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하면 논란이 될 수가 있다. 마케팅은 아니었으나, 수협은행이 MBTI를 공개적으로 채용과정에 반영해 커다란 논란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여성 의류 업체 미쏘(Mixxo)도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정작 소비자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MBTI를 이용한 마케팅은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으로 이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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