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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6900원”…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이 골목상권 침해?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6000~9000원대 치킨 출시
매장에서 직접 조리, 대량구매 통해 매입단가 낮춰 저렴
골목상권 위협 목소리…“고물가 시대, 10년 전과 달라”

 
 
치솟은 물가로 지갑 형편이 어려워진 고객을 잡기 위해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9990원 판매 등 유통업계의 '최저가ㆍ초저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연합뉴스]
 
치솟는 물가와 배달비 인상에 ‘치킨값 3만원 시대’가 눈 앞까지 열린 가운데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대형마트 델리 코너로 향하고 있다. 6000원대 가격에 치킨 한 마리를 살 수 있고, 두 마리를 구매해도 만원이 채 되지 않아 고물가 시대에 딱 맞는 치킨이라는 소비자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와 소상공인들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치킨 두 마리 9000원대…뜨거운 ‘초저가 치킨 경쟁’

 
홈플러스 인천간석점 치킨 구매대기줄. [사진 홈플러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마트 3사는 ‘초저가 치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홈플러스가 한 마리에 6990원, 두 마리에 9900원짜리 ‘당당치킨’을 내세워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이마트와 롯데마트까지 치킨 할인에 나섰다.  
 
홈플러스의 6990원짜리 ‘당당치킨’은 6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누적 판매량 30만 마리를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국내산 8호 냉장계육을 사용하고, 두 마리에 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홈플러스 일부 점포에서는 당당치킨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판매대 앞에 줄을 서는 ‘치킨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물가 방어 최전선에 있다는 생각으로 올 초부터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며 “외식물가가 오르면서 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델리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물가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지난달부터 9980원짜리 ‘5분 치킨’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산 9호 냉장계육을 사용해 만든 5분 치킨은 에어프라이어 190도에 5분만 돌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런치플레이션에 점심시간 마트를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치킨 뿐 아니라 다른 델리 상품 매출도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오전 11시~오후 1시에 이마트 키친델리 상품을 구입한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20% 늘었고, 이에 매출도 30%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롯데·신한·삼성·KB국민·NH농협 등 행사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한통치킨)’을 기존 1만5800원에서 8800원으로 44% 할인해 판매한다. 한통치킨은 9~11호 계육을 사용해 만들었고, 부위에 상관없이 한 통을 담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치킨이 프랜차이즈 업계 치킨보다 30% 수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수 있는 이유는 ▲대량 구매를 통해 매입가격을 낮췄고,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며, ▲마진을 줄여서라도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치킨은 고물가 시대를 겨냥해 출시된 것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치솟자 이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마트 치킨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값 3만원 시대, 10년 전이랑 상황 달라”

 
치킨, 피자 등 외식 물가가 1년 전보다 8.0%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이미 2만원대로 오른 치킨 가격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배달비 인상으로 3만원대가 될 수도 있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야기에 대형마트 치킨이 주목받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 치킨에 대한 프랜차이즈 업계와 소상공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10년 전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선보였을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점주들은 ‘대기업 횡포’,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해 출시가 중단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자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대형마트 치킨을 즐겨 먹는 한 소비자는 “원래는 교촌치킨만 먹었었는데 최근 배달비가 인상되면서 가격이 많이 부담스러워져 마트에서 치킨을 사먹기 시작했다”며 “매일 당일 제조해 저렴하게 파는 마트 치킨이 비싼 프랜차이즈 치킨을 대신하기엔 훌륭한 대안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이 3만원이 될 수도 있다는데 이쯤되면 치킨을 서민 음식이라고 불러도 되는건지 난감하다”며 “대형마트 치킨은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아 고물가에 지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고물가에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 입장보단 고객에 방점을 두고 어떤 상품을 어떻게 저렴하게 판매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경쟁관계라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싸움이 됐기 때문에 골목상권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들만의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 마트는 원가 경쟁력을 내세워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치킨뿐 아니라 다양한 델리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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