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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하다 화장품 출시…돈줄 찾는 바이오 기업들

생활건강 브랜드 론칭한 신약 개발 전문 기업
상장요건 충족하려 특허물질로 화장품 개발

 
 
신약 개발에 매진했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화장품과 생활건강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과 생활건강 사업에 나서고 있다. 상장을 유지하려면 매출을 일정 수준 올려야 하는데, 당장 실적을 내기 어려운 기업들이 ‘부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 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 등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과 생활건강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그동안 신약 개발에 집중했지만, 빠르게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의약품보다 규제가 덜한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지하려면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기술·성장 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한 기업들은 상장 후 5년간 면제 혜택을 적용받지만, 기간이 지나면 매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5~10년이 걸리는 까닭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긴 쉽지 않다. 임상시험이 진행될수록 늘어나는 투입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할 방법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탄탄한 매출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도 함께 물색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과 생활건강 제품은 바이오 기업이 뛰어들기 쉬우면서도 진출 문턱이 낮아 새로운 사업으로 낙점되고 있다.
 
내년 말께 면제 혜택이 사라지는 신약개발 기업 셀리버리는 지난 2월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를 통해 기능성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는 셀리버리가 지난해 11월 물티슈 생산기업을 인수한 뒤 출범시킨 회사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는 셀리버리의 원천기술과 핵심 물질을 이용해 화장품과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셀리버리에 기술 사용에 대한 계약금과 경상기술료(로열티) 등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셀리버리의 매출에 반영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신약개발 기업 강스템바이오텍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이 3억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기능성 샴푸 닥터포헤어의 판매량이 늘어 올해 매출 기준을 여유롭게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별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닥터포헤어는 강스템바이오텍의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지난해 10월 홈쇼핑 판매를 시작해 17억원 이상 팔렸다. 강스템바이오텍은 2015년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2020년 면제 혜택이 종료됐다. 최근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의약품 도매, 위탁개발생산(CDMO)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신약개발 기업 제노포커스와 비엘(바이오리더스)은 일찍이 화장품과 생활건강 제품으로 사업을 확대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두 기업은 각각 2015년, 2016년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제노포커스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259억원인데, 기능성 화장품에 활용되는 원료 소재 사업 매출이 43%를 차지한다. 비엘은 신약 특허물질 폴리감마글루탐산을 함유한 마스크팩을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판매 규모는 국내외 합산 14억원 수준으로, 수출이 대부분이다.
 
화장품과 생활건강 제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바이오 기업이 뛰어들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바이오 기술이 접목된 더마 화장품 시장은 지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P&S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더마 화장품 시장이 매해 6.5% 성장해 2024년에는 763억 달러(약 9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허 성분을 확보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보다 중국, 일본, 홍콩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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