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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돌고 돌아 한화 품으로

글로벌 방산회사 도약…헐값 매각 논란 등은 과제

 
 
2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악재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한화그룹이 또다시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한다. 약 2조원 규모의 금액으로 대우조선을 통으로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우조선과의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글로벌 방산회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가 대우조선 연명에 10조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헐값 매각’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품고 방산 역량 극대화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26일 체결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 참여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이다.
 
산업은행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대우조선은 한화그룹과의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토킹호스는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고 공개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산업은행은 “후속 입찰 참여자의 입찰 조건과 한화그룹의 우선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대우조선의 최종 투자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 등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했었다. 당시 6조원 이상의 인수 가격을 제시해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등으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에 잔금 납부 시한 연기 등을 요청했지만, 특혜 논란 등을 우려한 산업은행이 잔금 납부 시한 연기를 거부했고, 한화그룹은 이듬해인 2009년 초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재계에선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회사로 도약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미 한화그룹은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해 지상, 항공우주 등의 방산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방산회사로의 도약을 발표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해상 방산 사업까지 확보하면 독보적인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 안팎에선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방산 사업 역량과 대우조선 방산 사업의 시너지 등이 이번 인수합병 성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헐값 매각 논란 불거지나  

재계와 조선업계 등에선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앞서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 독과점 등으로 유럽연합(EU)의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했는데, 한화그룹은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한화그룹과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완료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약 2조원의 규모의 대우조선 인수 가격이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만 10조원이 넘어, 인수 가격을 두고 헐값 매각이란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 최악의 불황이던 2019년에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지분을 산업은행에 넘기는 방식 등을 통해 1조원 이하의 자금 투입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헐값 매각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반대로 한화그룹 입장에선 대우조선 인수로 인한 자금 부담이 예상된다. 최근 한화그룹은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첨단소재 부분의 일부 사업을 물적 분할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물적 분할된 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태양광 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해 회사를 물적 분할한 후 지분을 판다는 것인데,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 인수에 2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향후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조 단위 자금 투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자금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대우조선의 유동부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빚)는 유동자산(1년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보다 1조원 이상 많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사업 구조 단순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 인수 이후 방산 사업 통합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사업 구조 재편으로 인한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향후 인수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될 경우, 대우조선 노조 등이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이번 인수합병이 완료된 이후에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28.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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