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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9000원→1500만원’…나이키 ‘리셀 금지 조항’에 엇갈린 시선

나이키닷컴, 10월부터 리셀 금지…“제재 조치”
“시장 질서 긍정적” VS “소유권 침해” 이견차
전문가 “실효성 의문”…구체적인 조항 설명 필요

 
 
 
나이키닷컴이 오는 10월부터 리셀(재판매)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약관 변경을 공지하면서 소비자들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소더비 경매서 7억원에 판매된 마이클 조던의 농구화. [연합뉴스]
 
“판을 다 깔아주고 이제와서 금지라뇨. 그냥 많이 만들면 ‘리셀’할 일도 없는데.”
 
나이키닷컴이 10월부터 리셀(재판매)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약관 변경을 공지하면서 소비자들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가보다 과도하게 비싸게 판매해 이익을 남기는 전문 리셀업자들을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소비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판을 만든 게 문제”…‘한정판 추첨’이 리셀 탄생 배경

 
나이키닷컴에 올라와 있는 '리셀 금지 조항' 내용. [사진 나이키닷컴 캡쳐]
 
약 108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 패션 커뮤니티 중 하나인 ‘디젤매니아’의 한 회원은 “정가 20만원짜리 운동화가 리셀 시장에서 200만원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황당했는데 이번 기회에 리셀러들을 근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리셀을 안 하도록 제품을 많이 만들고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한 회원은 “리셀을 금지하면 오히려 매물가만 더 오를 것 같은데 그냥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 재판매할 일이 없도록 하면 된다”며 “제품을 소량만 생산해 추첨 판매하면서 오히려 나이키 측이 리셀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무작위 추첨(드로우)을 통해 한정판 신발을 판매한다. 당첨돼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희소성이 높아 리셀가가 정가보다 10~100배 정도 높게 책정돼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가수 지드래곤이 론칭한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이 2019년 나이키와 한정판으로 협업 출시한 ‘에어퍼스1 파라노이즈’는 출시 후 가격이 100배 이상 뛰었고, 2014년 출시된 ‘에이 이지2 레드 옥토버’는 발매가 28만9000원에서 1500만원까지 가격이 크게 뛰었다.
 
지난 2019년 11월 나이키가 가수 지드래곤과 손잡고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 [사진 나이키코리아]
 
당첨만 되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 받으며 ‘리셀테크(리셀+재테크)’란 신조어도 생겼다. 이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업자들이 생겨나자 나이키뿐 아니라 에르메스와 샤넬 등은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해 ‘리셀 금지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나이키닷컴은 약관에 “구매나 주문이 재판매를 위한 것이라는 증거가 있을 경우 나이키는 단독 재량으로 해당 구매 또는 주문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한다”며 “소비자, 소비자 계정 또는 멤버 계정에 대한 판매를 제한하고,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 또는 반품을 거절하고, 나이키 플랫폼에 대한 액세스를 거부하고, 또는 계정을 일시 중지 또는 폐쇄하는 것이 포함되며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구매 목적이 재판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과 어떻게 적발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지만 나이키코리아 측은 “설명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선 “리셀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고,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혜택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니커즈가 거래액 50%…6000억 리셀시장서 파장 예상

 
지난 1월 14일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펼쳐진 나이키 오픈런 모습. [영상 유튜브]
 
나이키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리셀 플랫폼 업계에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코리아 측의 수정된 약관은 기존에 있던 ‘리셀 금지’ 내용의 조항을 강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 그 소유권은 소비자 개인에게 있는 것인데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현재 크림과 솔드아웃 등의 리셀 플랫폼들은 나이키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거나 내용을 들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리셀 시장에서 나이키를 포함한 다양한 브랜드의 스니커즈가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나이키의 리셀 금지 조항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 관계자는 “크림 내 전체 거래액에서 스니커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대로,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200억원으로 이중 절반이 스니커즈 거래액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 관계자는 “스니커즈가 차지하는 거래액 비중을 따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전체 카테고리 중 거래가 제일 활발한 건 맞다”며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거래액 상위권에 늘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불공정 약관 아니지만, 실효성 의문”…“시행한다면 제대로” 

 
전문가들은 브랜드에서 리셀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시행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약관 내용 자체가 일반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제한하는 건 아니라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약관을 추가하는 취지에 부합하는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재판매를 하는 소비자에 한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건데 이와 관련한 적발 방법과 구제 절차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리셀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기는 품귀현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으로, 이를 제재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에 맞지 않기는 하다”면서도 “전문업자들의 대량구매로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는 좋지만 제재와 적발 기준 등을 명확히 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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