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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어떻게 보상받나…‘협의체 구성’했지만 갈 길 멀다

업계 추산 10만건 피해사례 접수…협의체 구성해 논의 시작
‘무료 서비스’ 보상안, 기준 마련도 피해 입증도 까다로워
보상 집행까지 1년 넘을 수도…카카오 “협의 과정 투명 공개”

 
 
지난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킨 모습. [연합뉴스]
‘무너졌던 일상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보상을 얼마나 받을 수 있고, 언제쯤 이뤄질까.’ 본격적인 보상안 마련 절차를 시작한 카카오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15일, 카카오가 운영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대한민국이 멈추진 않으나, 이날 일상이 무너진 이들은 분명 있다. 국내 계열사 128개를 거느린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가 멈추자 대화 지연이란 불편함부터 크게는 업무 마비까지 벌어졌다.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카카오 먹통의 발단이 됐다. 정부는 이 사고를 재난으로 분류했다. 화재 자체의 피해보다 카카오가 빠진 일상에 대한 우려에서다. 회사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먹통 사태 나흘 만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메신저)·카카오페이(금융 서비스)·카카오모빌리티(지도·교통수단 대여·택시 호출 등) 등 주요 서비스부터 복구하기 시작했다. 모든 서비스가 모두 복구되기까진 127시간30분이 필요했다. 10월15일 오후 3시30분께 멈춘 서비스는 20일 오후 11시가 돼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먹통 사태 한 달이 지났다. 카카오가 스며든 일상이 다시 시작됐지만 남은 문제가 산적하다. 적절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비교적 가늠하기 쉬운 유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은 이미 이뤄졌다. 
 
그러나 회사가 스스로 약속한 ‘무료 서비스 보상’은 갈 길이 멀다. 피해를 입증하기도 보상의 범위를 산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할 선례도 마땅치 않다. 자칫 선심성 보상안이 나올 경우, 업계에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시는 서비스가 멈추지 않을 것”이란 말은 남아있지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개선책도 아직은 마련되지 않았다.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0월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남궁 각자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연합뉴스]

협의체 구성했지만…보상 집행 1년 넘게 걸릴 수도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딱 한 달 만인 14일 ‘1015 피해지원 협의체’를 구성했다. 회사는 내부 검토와 외부 추천을 통해 ▶외부 전문가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협의체를 꾸렸다. 협의체의 주된 역할은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안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협의체는 ▶소상공인 대표로 ‘소상공인연합회’ ▶학계 대표로 공정 거래-소비자 보호 전문가 ▶산업계 대표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용자 및 소비자 대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참여한다. 각 단체의 참석자는 첫 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카카오 관계자 “피해 접수를 진행했고 현재 각 사례들을 분류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며 “협의체는 분류된 피해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충분히 논의해 전문성·객관성·타당성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기준과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보상’이라는 세계 선례 없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제도를 만들 때 근거로 삼을 피해사례 접수는 총 19일간 진행, 지난 6일 마감됐다. 카카오는 정확한 피해사례 접수 건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10만 건 안팎이 접수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0월17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피해사례 접수에는 2117곳의 소상공인 업장이 참여하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질적 피해사례부터 단순 항의까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접수됐다”며 “이를 분류하는 과정만으로도 상당 시일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사례 내용 분류가 끝나도 남은 절차가 상당하다. 내용들이 매우 다양해 보상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사례별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입증하는 절차도 까다롭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카카오 보상안이 마련되고 실질적으로 집행되기까진 1년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먹통 사태와 비슷한 KT 아현국사 화재에 대한 피해 보상도 333일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먹통 사태의 경우 KT와 달리 무료 서비스란 측면이 있어 선례를 찾기 힘들다. 또 정해진 법률도 없어 기준을 마련하기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덮어놓고 보상을 집행했다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나쁜 선례로 남는다는 부작용도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협의체 구성 단체별로 일정을 조율, 첫 회의를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단체별 참여 인원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상안 마련 과정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겠단 입장이다.
 
보상안 마련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재발방지책 구성은 이미 상당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주기적으로 여는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를 통해 먹통 사태에 대한 개선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해당 행사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12월 중엔 진행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보상안이 마련되는 시점은 현재로서 특정하기 힘들다”면서도 “투명하게 보상안 마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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