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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없어요”…겨울마다 반복되는 감기약 부족 해결 위해 정부 나서 [멀티데믹 경보 울리나②]

코로나19 확진자·독감 환자 늘며 의약품 수요도 ↑
정부, 아세트아미노펜 사재기 단속에 약가도 인상

 
 
시민들이 서울 시내 약국에서 처방받은 의약품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겨울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 함께 유행하고 있다. 감기약과 해열제 등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선 약국에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감기약 대란’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약국들 “아세트아미노펜 부족…들어오는 족족 나가”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새로운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5만2437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6.6% 증가했다. 일평균 위중증 환자의 수도 11월 둘째 주보다 14.5% 늘어난 399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53명으로, 같은 기간 41.8% 늘었다.
 
독감과 급성 호흡기 감염증에 걸린 환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13.2명으로 1개월 전(6.2명)보다 2배 수준 증가했다.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수도 993명으로 같은 기간 46.2% 늘었다. 급성 호흡기 감염증인 호흡기 세포융합(RS) 바이러스와 메타뉴모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환자의 수는 각각 240명, 183명으로, 최근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세자릿수다.
 
코로나19와 독감, 급성 호흡기 감염증의 증상은 발열과 기침 등을 동반한다. 환자들은 증상 완화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찾는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통증을 완화하고 열을 내려 감기로 인한 발열과 두통, 신경통, 근육통 등 통증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여러 이상 반응이 나타날 때도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없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최근 일선 약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의약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의 올해 3분기 외래 처방 실적은 8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수준 늘었다. 코로나19가 유행을 반복하고, 독감도 예년보다 빠르게 유행하면서 환자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약국에서는 특히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원인으로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낮은 수익성이 꼽힌다. 일반의약품보다 가격이 4배 수준 저렴한 데다 수익성도 낮다 보니 기업들이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을 생산할 이유가 적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얀센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을 제조해온 국내 공장을 철수하며 수급난이 악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 공장에서는 타이레놀을 제조해왔는데, 철수 후 국내 공급할 타이레놀은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얀센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연합뉴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수입해 공급하는 의약품은 더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지혜(가명·56) 씨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은 더 확보하기 힘들다”며 “특히 타이레놀은 찾는 환자가 많지만 물량은 없어서, 의약품이 들어오는 대로 계산대 근처에 진열해 바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감기약 대란’ 또 올라…정부, ‘사재기’ 단속에 약가도 올려

정부는 올해 겨울 코로나19 확진자와 독감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감기약 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꺼내 든 카드는 도매 업체와 약국을 대상으로 한 ‘사재기’ 단속이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내년 3월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의약품 21개 품목에 대해 매점매석 등 부당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규모 있는 일부 약국이 의약품을 사들여, 다른 약국에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실제 일부 도매 업체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을 특정 약국에 먼저 공급하거나, 약국마다 공급 물량을 다르게 조정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가격도 손본다. 기업들이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수익성이 낮아 생산이 어렵다고 주장한 만큼 가격을 올려 생산을 유인하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 18개 품목의 가격을 12월부터 한알당 최대 90원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재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의 가격은 한알당 50원대다. 다만 이 가격은 내년 11월까지만 적용되고, 이후부터는 한알당 70원으로 조정된다.
 
의약품 가격이 조정된 만큼 기업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의 월평균 생산량을 기존의 50% 이상 끌어올리기로 했다. 특히 감기약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과 환절기에는 월평균 생산량을 기존 생산량의 6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월평균 공급량은 4500만정 규모로, 이를 7200만정까지 늘릴 계획이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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