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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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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90일 유예’ 환호와 탄식에 10분간 3500조 움직였다

증권 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소동으로 이날 오전 장중 2조4000억 달러(350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불어났다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이날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3거래일 연속 급락세로 개장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개장 초 4835.04로 저점을 낮추며 장 중 한때 약세장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통상 월가에서는 직전 고점 대비 낙폭이 20%를 넘어설 경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본다. 나스닥 지수 역시 오전 장중 낙폭이 5%대에 달하며 3일 연속 급락장을 이어가는 듯했다.그러나 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남짓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보도가 나온 뒤 3대 지수는 무서운 속도로 급반등하며 상승 반전했다.짧은 10여분 사이 나스닥 지수는 장중 저점과 비교해 상승 폭이 무려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저점 대비 고점까지 2595P(포인트) 상승, 사상 최대 일간 변동 폭을 기록했다.그러나 백악관이 상호관세 일시 중단 관련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다시 급락한 뒤 전 거래일 마감가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 양상을 보였다.가짜뉴스 소동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을 부정확하게 요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도 해싯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잘못 인용돼 확산한 것으로 보도했다.해싯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90일간의 유예를 검토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결정하려는 것을 결정할 것"(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 what 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s)이라고 언급했다.WSJ은 이날 움직임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진정시킬 정보에 얼마나 열광적으로 반응하는지, 뉴스 제목에 몇 초 안에 반응하는 월가의 고빈도거래(HFT) 전략이 자산가격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한편,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9.26p(-0.91%) 내린 37.965.60에, 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83p(-0.23%) 내린 5062.25에 마감했다.

2025.04.08 18:00

2분 소요
ETF 기대감 부푼 코인 시장에 울리는 ‘가짜뉴스 주의보’

재테크

지난해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더니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가 머지않아 승인될 것이란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런 열기 속 ‘가짜뉴스’가 횡행하면서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락을 보이기도 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21일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오후 1시 25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4831만6565원으로 1개월 전보다 28.89% 상승했다. 또한 연초(1월 1일) 시세인 2088만1979원과 비교하면 무려 131%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이 4800만~5000만원권에서 가격을 형성한 건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초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ETH)과 리플(XRP)도 각각 연초 대비 약 72%, 90% 오르는 등 시장 전체가 강세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고 ‘테라·루나 사태’, ‘FTX 사태’ 등 지난해 불거진 사건·사고들이 사그라드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상승 원동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ETF가 뭐길래 코인판을 달구나ETF는 특정 지수(Index) 혹은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ETF를 사면 지수 구성종목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소액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니 일반 펀드보다 환금성 또한 좋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로, 현재 글로벌 ETF 시장은 10조3200억 달러(약 1경33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때문에 암호화폐 업계인들과 투자자들은 이런 ETF의 특장점이 암호화폐 시장에도 적용되면 당연히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높은 진입 장벽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망설이던 개인의 증가는 물론, 현물 기초자산을 갖추기 위한 법인의 참여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레이스케일,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자산운용사 여럿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해왔으나 줄줄이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 6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또 앞서 8월 미국 법원은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전환 신청을 거부한 것은 불리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주요 자산운용사들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시장에서는 내년 1월 10일을 가장 유력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시점으로 보고 있다. 아크인베스트먼트 ETF(ARK 21 Shares Bitcoin ETF)의 SEC 최종 승인기한이 이때여서다. 만약 이 ETF 신청이 거부된다고 해도 블랙록의 ETF(iShares Bitcoin Trust)는 최종 기한이 내년 3월 15일이기 때문에 3월 중순을 넘기진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현물 ETF가 통과됐다고?…넘치는 가짜뉴스 경계해야문제는 이런 흐름 속 찬물을 끼얹는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오전 5시 54분께 블록체인 매체 더블록이 X(구 트위터)에 블랙록이 델라웨어주에 리플의 현물 ETF도 신청을 등록했다는 포스팅을 올렸다. 이에 리플 가격은 오전 5시 45분 859원 수준에서 오전 6시 5분 966원까지 로켓처럼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오전 6시 23분 에릭 발츄나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가 블랙록에 공식 확인한 결과, 해당 소식은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오전 6시 40분께 리플 가격은 864원까지 하락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이 해프닝은 누군가 블랙록 임원을 사칭해 델라웨어주 웹사이트에 허위 신청해 발생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해당 가짜뉴스 이후 600만 달러(약 77억4900만원) 상당의 리플 선물 포지션이 강제청산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0월 16일에도 가짜뉴스 소동이 일었다. 당시 오후 10시 25분께 코인텔레그래프는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다는 오보를 X에 실었다. 이에 오후 10시 25분 3780만9370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5분 만인 오후 10시 30분 3974만2799원으로 급등했다. 이 또한 가짜뉴스로 판명돼 오후 10시 50분 3769만3660원으로 추락했다. 당시 비트코인 선물은 순식간에 1억400만 달러(약 1343억6800만원)이나 청산됐다.암호화폐 업계에선 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일수록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를 각별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격을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므로 뉴스에 따라 단타 매매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심지어 최근 가짜뉴스처럼 호재로 작용하는 게 아닌 과거 있었던 악재 관련 가짜뉴스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3.11.21 07:00

3분 소요
[고란 코인도란] 겐슬러 SEC 위원장은 왜 혁신보다 규제를 택했나

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이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1% 폭락했다. 오후 12시 30분, 매도세를 버텨내지 못한 시카고와 버팔로 거래소는 문을 닫아버렸다. 11명의 투자자가 자살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날을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 부른다. 이후 12년간 이어진 대공황의 시발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짜 정보와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가 판치던 주식시장이었다. 여기에 주가까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아예 증시에서 등을 돌렸다. 무너진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도 정비에 나섰다. 1934년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조지프 케네디(미국 35대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의 아버지)를 임명했다. 그는 각종 불법행위로 돈을 번 월가의 투기꾼이다. 그런 사람을 감독 책임자로 앉힌다고? 사기꾼 마음은 사기꾼이 제일 잘 알 거라는 이유에서다. 궤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케네디는 초대 SEC 위원장 업무를 훌흉하게 수행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기틀을 다졌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SEC 수장은 개리 겐슬러다.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다. 대학원에서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했을 정도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최근 그의 행보는 반(反)코인적이다.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강력한 규제를 통한 피해 최소화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왜 그럴까. 아이러니하게도, 코인 시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코인 시장은 약육강식 구도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서부개척시대(wild west)와 다를 바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탈중앙’이라는 허울 아래 감시망을 벗어나려는 프로젝트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업비트 1호 거래소 됐다 감독 당국 관할 하에서 코인 산업을 지켜보려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24일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특금법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땅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과 실명계좌 확보가 핵심 기준이다. 일찌감치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계좌를 확보한 업비트가 가장 먼저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7일 업비트(두나무)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했다. 현재까지 신고 접수를 한 곳은 빗썸(빗썸코리아), 코인원, 코빗,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 등 거래소 4곳과 지갑사업자(커스터디)로 신고를 마친 한국디지털에셋(코다·국민은행 투자) 등이다. 한국디지털거래소는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일단 코인 마켓만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ISMS 인증은 확보했지만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20여곳 거래소의 대부분은 17일 원화 마켓 종료 사실을 공지했다. 당장은 코인 마켓으로만 사업자 신고 서류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ISMS 인증을 받지 못한 곳은 폐업절차에 들어갔다. 예외가 있다면 고팍스다. 아직까지 실명계좌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은행과의 협상이 거의 막바지라고 한다. 4곳에 더한 알파를 기대해볼 만하다. 해외 거래소들은 일제히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바이낸스나 FTX 같은 곳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싹을 일찌감치 잘랐다.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지원을 중단하고, 원화 표시를 없앴으며,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한국인 커뮤니티를 폐쇄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던 선물 거래소 바이비트 역시 17일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특금법 적용 대상 거래소가 아니라는 걸 주장하기 위해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한국어 지원 서비스 등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이들 해외 거래소가 특금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줄지는 알 수 없다. 투자자들이 신경 쓰는 또 다른 제도 변화는 세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하지만 그간 코인으로 번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과세 인프라가 없어 거둘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조만간 특금법이 시행된다. 코인 거래소에 대한 감독과 감시가 가능해진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 1일 이후 코인을 사고팔아 번 돈에 대해서는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와 성격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엔 무리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1년, 혹은 2년은 과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곳간을 책임지는 홍남기 부총리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내년 예산이 600조원이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려면(빚을 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세수를 늘려야 한다. 홍 부총리는 15일 국회에 나와 “가상자산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거의 코스피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커졌지만, 전혀 과세를 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특금법을 개정하면서 이제는 거래소별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도 갖춰진 만큼, 그를 토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생각은 다르다. 내년에 대선이 있다. 정치의 계절이고 표가 걸려있다. 최소 300만 코인 투자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세금 문제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대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관련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입법할 때 기재부 승락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코인 시장, 서부개척시대 맞네 13일 밤, 갑자기 라이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순간 30% 넘게 올랐다. 업비트에서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가세, 시세가 50% 치솟았다. 가격 급등의 트리거는 월마트가 라이트코인 결제를 도입한다는 보도자료다. 미국 보도자료 서비스 글로브뉴스와이어에 올라왔다. 이 자료를 보고 로이터·CNBC 등이 기사화했다. 라이트코인 재단은 트위터로 이 소식을 알렸다. 가짜뉴스가 아닌가 의심하던 투자자들은 언론 보도에 재단까지 나서자 믿기 시작했다. 믿음은 매수로 이어졌고, 가격을 밀어올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월마트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지 않는다. 보도자료를 뜯어보니 월마트가 작성했다기엔 어색하다. 연락처라고 나온 이메일은 단 며칠 전에 계정이 생성됐다. 의심은 매도로 이어졌고, 가격은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월마트가 부인했다는 공식 입장이 확인됐고, 라이트코인재단은 관련 트윗을 삭제했다. 가격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오히려 더 빠졌다). 누가 가짜뉴스를 퍼트렸을까. 글로브뉴스와이어는 접수된 보도자료를 게재했을 뿐이란다.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트코인재단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전혀 몰랐다는 거다. 블록체인 특성상 기업이 프로젝트 쪽과 특별히 얘기할 필요는 없다. 범인은 이 소동으로 돈을 번 누군가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주가조작 세력이다. 피해자는? 코인 가격이 요동치면서 주요 거래소에서 1시간 동안 1억7700만달러 규모의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겐슬러 SEC 위원장이 보기에 코인 시장은 서부개척시대와 다를 바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SEC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4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나간 겐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 금융, 발행, 거래, 대출 관련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무법지대(와일드 웨스트)나 증권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구세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에 증권으로 볼 수 있는 수십 개 토큰이 상장돼 있기 때문에 이들 거래소는 증권거래소로 등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파이(탈중앙 금융)도 증권법 대상이고 스테이블코인도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사한 것이다. 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해선 이런 규제 강화는 성장통에 불과하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는 13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 포럼(솔트컨퍼런스·SALT)에 참석해 “비트코인 가격은 5년 내 50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비트코인 같은 자산에 할당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5%를 암호화폐로 보유한다는 가정에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회장은 그러나, 15일 같은 자리에서 우드의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10배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비트코인의 성공 그 자체”라는 입장에 대해선 변함이 없었다. 그는 규제 불확실성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았다. 1년 전만 해도 ‘그게 무슨 파이냐’라고 물었을 법한 디파이(탈중앙금융)에 대해서 이제는 주류 언론과 기존 금융권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는 디파이다. ”탈중앙 금융은 금융을 파괴하는 세 가지 기술 트렌드 중 하나이며, 업계 생리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잡지는 전한다. 마켓 분석 업체 블록데이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관급 디파이 시장 규모가 최대 1조달러까지 성장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쉬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은 15일 한 회의에서 “은행 시스템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가운데 암호화폐 및 디파이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클리 코인=솔라나(SOL) 쏠라나, 이번엔 아래로? 위클리 코인에 또 등장했다. ‘이더리움 킬러’라는 솔라나(SOL) 코인이다. 가격이 또, 쏘았다. 다만, 이번엔 아래쪽으로다. 연초 1.7달러(약 2000원)로 거래를 시작한 솔라나 가격은 지난 9일 200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빠질 때도 거칠게 없다. 17일에는 한때 130달러선으로 밀렸다. 가격 흐름을 180도 돌린 건 '솔라나 체인 먹통' 사고 때문이다. 14일 밤부터 15일 오후까지 약 18시간 동안 솔라나 네트워크가 중단됐다. 블록체인의 강점이 무엇인가. 노드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특정 서버가 공격을 받아도 체인은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블록체인이 먹통이 됐다? 이건 해당 체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이다. 솔라나의 디파이 프로젝트 레이디움에서 진행된 IDO(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코인 판매를 통한 자금 모집)가 워낙 흥행을 하면서 초당 40만건의 거래량이 몰렸다. 이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노드에서 장애가 발생했고, 이런 노드가 늘어나면서 전체 네트워크가 중단됐다. 솔라나 측이 택한 해결책은 재부팅(restart). 비유하자면 모든 노드가 컴퓨터 전원을 껐다 켜는 방식으로 18시간 만에 네트워크를 정상화했다. 솔라나 체인의 강점은 빠른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다. 이를 위해 솔라나는 노드의 분산도, 이른바 탈중앙화를 어느 정도 포기했다. 솔라나 노드는 보통 1000개 안팎이다. 이더리움의 노드는 24만개에 이른다. 거래량이 몰리면 이더리움 체인의 경우 수수료가 천문학적으로 비싸지고 전송 속도가 거북이처럼 늦어질지라도, 결코 체인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소 효율적인 솔라나 체인은 위기 상황에서 아예 뻗어 버렸다. 신기(?)한 점은 블록체인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생각보다 솔라나 코인 가격이 잘 버틴다. 주식으로 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140달러선 안팎에서 가격을 방어해낸다. 왜 그럴까. 일부는 이번 사고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걸로 본다. 초당 40만건의 거래량이 몰려 체인이 다운됐다는 건, 달리 말해 초당 38만, 39만건까지는 괜찮았다는 의미다.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의 형성이나 디파이의 활성화를 위해선 지금의 이더리움 처리 속도와 수수료로는 어림없다. 여전히 가능성을 솔라나에서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방어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일지, 바닥 밑에 지하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기회와 위험 요인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겠다.(※필자는 현재 솔라나에 투자하고 있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FOMC, 드디어 돈 줄 조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1~22일(현지시각) 열린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제롬 파월 의장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기자간담회는 우리 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한다. 8월 고용 부진과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한만큼 당장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11월 테이퍼링을 발표 또는 시작하기 위한 사전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장의 점도표와 금리 인상 전망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보다 빠른 돈 줄 조이기 시간표가 발표된다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는 악재다.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09.22 09:30

8분 소요
[코로나19가 낳은 음모론] 세계는 ‘코로나 피노키오’와 대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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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확산할수록 가짜·비과학·작전 뉴스 득실득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비과학적뉴스ㆍ가짜뉴스ㆍ작전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료제를 발견했다는 뉴스들이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흔히 쓰이는 물질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과연 그럴까?4월 4일 호주 모나슈 대학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구충제인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내에 유전물질이 분해돼 소멸했다는 시험관 연구 결과를 학술지인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에선 주식 투자를 위해 구충제나 원료 생산업체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약이 드디어 발견됐다고 판단한 것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이 뉴스가 주가를 띄우거나 연구소의 명성을 높이고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기획성’ ‘작전성’ 발표라는 의심이다. 이버멕틴이 아직 시험관 시험에서만 나타난 단계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이는 약물의 효능·부작용을 확인해 개발로 가는 긴 과정의 첫 단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긴 검증 과정에서 어떤 독성이나 부작용으로 걸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한 마디로 의약품 개발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 고문만 한 셈으로 볼 수 있다.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약물 개발은 기본적으로 5단계를 거친다. 1단계가 ‘발견과 개발’ 단계다. 우선 수많은 화학물질에서 후보 물질을 선택하고 이를 ‘실험실 실험(In Vitro Test)’를 통해 확인한다. 1단계에서 어느 정도 효능을 나타낸 물질은 2단계인 ‘사전 임상 연구’로 넘어간다. 여기에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독성과 대사, 생물학적 이용률 등을 조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후보 물질의 분자구조를 바꿔 안정성을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분자 디자인’작업을 거친다. 분자 디자인 작업을 거친 화합물은 다시 실험실 실험으로 넘어가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2단계 동물 실험에서 검증을 통과한 후보 물질은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1상·2상·3상의 3단계로 이뤄지며 한 단계를 통과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상은 인체 독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인체에서는 독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면 의약품으로 허가 날 수가 없다.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기 때문이다.1상을 통과하면 2상으로 넘어가 대사 등 약물 역학을 보면서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한다.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거나 투여 받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면 실격이다. 3상에선 기대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나은지를 확인한다. 기존 제품보다 나은 게 없다면 허가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3상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FDA 심사에 들어간다. FDA는 허가를 위한 수많은 항목을 꼼꼼하게 심사한다. 시장에 출시된 뒤에도 FDA는 계속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면서 안전성을 살핀다. ━ 검증 없는 약물 효과 앞세워 이윤 노리는 작전뉴스 이버멕틴은 이제 이 기나긴 검증 단계에서 겨우 시험관 시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새로운 치료제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임상시험에 가기 전까지 최소한 1년6개월 정도의 동물실험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 문제는 이버멕틴이 시험관 실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파괴했는지를 전혀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깜깜이 실험 결과로는 신약 개발 과정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기존에 에볼라 치료제로 사용되던 항바이러스 약물 렘데시비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적응증에 추가하는 경우는 이 과정이 조금 단축될 수 있다. 이전에 에볼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당시 1·2상을 거쳤기 때문에 곧바로 3상에 들어갔다. 현재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임상 실험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제 겨우 1상에 들어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독성을 확인하는 단계일 뿐이다. 임상 시험 1~3상을 마치는 데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걸린다. 그것도 중간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이버멕틴 시험관 실험 뉴스를 듣고 아무래도 ‘작전뉴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미국에서 말리리아 예방·치료제로 승인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둘러싼 소동도 비슷하다. 65년 전인 1955년 승인돼 플라케닐(Plaquenil)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 중인 이 약은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실험적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을 코로나19에 바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문가들과 충돌했다.이 약 역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말라리아 약으로 쓰는 것은 확실히 효능이 있고,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증명됐다. 이 때문에 늪이 많은 지대에 살거나 그런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복용해 2017년 미국에서 500만 건이 넘는 처방전이 발행됐다.그러나 말라리아 약으로 쓸 때와 코로나19로 사용할 때는 용량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용량에서 새로운 독성이나 부작용, 기형 유발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구토, 두통, 시력 변화, 근육 약화 등의 일반적인 부작용과 함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확인 없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입했다가 대량 실명이나 알레르기로 인한 생명 위협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이러한 과학적·의학적 과정을 제대로 모르고 고집을 피우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 약의 품절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으며, 인도는 말라리아 약의 수출을 금지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의 발신지로서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주인공이 됐다. ━ 인종차별·국가대립 부추기는 가짜 뉴스 일파만파 치료제를 둘러싼 논쟁과 함께 코로나19를 둘러싼 다양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는 물론 일부 주류 언론을 통해 바이러스만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주장들이다. 초기에 나타난 대표적인 가짜 뉴스로 ‘생물학전 무기’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코로나19가 중국 밖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함께 번져나갔다.이는 중국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고 있는 비디오가 소설 미디어에 퍼지다 급기야 주류 매체에도 등장하면서 신종 코로나가 야생동물 식용 습관에서 비롯했다는 억측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국영 국제방송인 RT와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인 데일리 메일이 다루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 하지만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이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는 이 장면은 사실은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촬영된 것이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박쥐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동물 숙주에서 인간에게 옮았다고 믿는다.하지만 박쥐 식용은 중국인의 식습관이 새로운 질환의 유행을 가져왔다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불러왔다고 중동 위성 뉴스채널인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실제와는 무관하게 중국인은 지저분하며 이상한 것을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더욱 문제는 이런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자신은 그런 것을 먹지 않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착각은 방심을 낳고 방심을 대규모 전염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여기에 더해 중국 국적자나 중국계는 물론 서양인이 외모만 보고 중국인과 구분할 수 없는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코로나19가 창궐하기도 전에 차별과 공격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던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귀국하기도 했다.일부 국가에선 주류 언론이 대놓고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지 알와탄(고국)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2000년 사우디 서남부에서 창간돼 15만 부를 찍는 이 신문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이집트 카이로, 요르단 암만에서도 인쇄돼 배포되고 있는 범아랍권 민영 매체다. 이 신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서방 제약사들이 백신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고 퍼뜨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코로나19 무풍지대였으며 3월 2일 첫 확진자가, 3월 24일 첫 사망자가 각각 나왔다.시리아의 관영지인 알타우라(혁명)는 2월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벌이는 경제전·심리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1963년 창간된 이 신문은 주로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소개해왔다. 러시아의 관영 페르비카날의 뉴스 앵커는 2월 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주범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트럼프가 사회를 봤던 미인대회에서 수여하던 왕관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치인·미디어도 근거 없는 음모론 제기에 앞장 미국에서는 우익 성향 매체들이 음모론 확산에 앞장섰다. 워싱턴타임스는 1월 24일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의 비밀 생물학적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실험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아칸소주 연방상원의원인 톰코튼은 1월 2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며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2019년 미국 의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경고한 인물이다. 올해 1월 28일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상업 항공편의 중지를 주장했으며, 트럼프는 중국에서 오는 대부분의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그는 2월 17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고백했지만, 3월 이후에도 중국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코튼 상원의원은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법대를 마친 변호사로, 미 육군에 입대해 보병부대와 공수부대에서 보병장교로 근무한 뒤 대위로 전역한 엘리트다. 2014년 중간선거에서 37세의 나이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정치인이다. 인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면 말고’ 식의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의 대대적인 확산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대유행(Epidemic)을 합쳐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는 이용자들에게 WHO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만 믿으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미국 메사추세츠 앰허스트대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담당 교수인 조내선 옹은 “우리는 과거 사스나 신종 플루이 유행하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관련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지금 바이러스와 가짜 뉴스라는 2개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하원 국방위원장인 토비아스 엘우드는 2월 29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우한 생물학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31일 “인도의 소셜 미디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정부 지원으로 생물학적 무기로 만들어졌다가 유출된 것’이라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을 살해하는 내용의 가짜 비디오도 인도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월 25일 필립 리커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가짜 뉴스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리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 수천 개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기 위해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한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 과학자들 나서서 “정보 부족으로 생긴 편견” 반박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2월호에서 “러시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러시아 국방부가 지원하는 매체인 즈베즈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생물학 무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러시아의 극우정치인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모스크바의 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미국 국방부와 제약회사들의 실시한 실험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EU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이런 근거 없는 뉴스를 최소 80차례 시도했다고 지적했다.러시아 국영 인터넷·라디오 뉴스 플랫폼인 스푸트니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다양한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발트해 국가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졌으며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라트비아는 옛 소련에서 분리돼 지금은 서방 군사 동맹인 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에는 눈엣가시다. 스푸트니크는 이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가장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서 노인 숫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느니, 프랑스가 반정부 시위대인 ‘노란 조끼’를 대상으로 쓰기 위해 도입했다는 등 근거 없는 뉴스를 쏟아냈다.이란도 못지않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3월 9일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이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생물전 무기”라고 주장했다.코로나19를 둘러싼 황당한 주장에 대해 국제기구와 학자들은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방해한다”며 “우리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와도 싸우고 있다”고 유행 초기인 2월 8일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 치우쳤다는 비판 속에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WHO의 호소가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 합성됐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호주·말레이시아를 비롯한 8개국의 과학자 27명은 2월 19일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이 바이러스에 대항해 전 세계가 협력하는 것을 방해하는 공포, 헛소문, 그리고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마리나 주버트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과학자들도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어 이런 억측이 발생한다”로 알자지라에 지적했다.미국 이스트 캘리포니아대의 안드레아 키타 교수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은 과거 전염병 유행 당시 퍼졌던 것과 경향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키타 교수는 “과거 에이즈나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당시에도 바이러스가 생물공학적으로 합성된 것이라든지, 음식물이나 위생 습관과 관련된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나돌았다”며 “사람들은 의료와 방역 요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과 중국과 이탈리아 도시들이 이동금지령 속에 텅 빈 장면을 보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허함이 비과학적인 뉴스, 가짜 뉴스의 근원이라는 이야기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04.11 12:00

9분 소요
진짜 같은 가짜뉴스 어떻게 알아보나

산업 일반

유언비어 쉽게 구별하는 안목 길러 주기 위해 개발된 교육용 게임 ‘팩티셔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선 ‘진짜’ 가짜뉴스와 ‘가짜’ 가짜뉴스의 경계가 모호하다. 아무리 주도면밀한 기자라고 해도 페이스북 피드에 도사리고 있는 한 친구의 친구가 올린 가짜 정보에 속기 쉽다.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쉽게 식별하는 안목을 기를 수는 없을까? 바로 그 점에 착안한 교육용 온라인 게임이 개발됐다. 개발자들은 이 게임을 통해 허구적인 ‘학살’ 기사나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건강 음모설에 속아넘어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진짜뉴스와 가짜뉴스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면서 안목을 기르는 웹 게임 ‘팩티셔스(Factitious)’를 소개한다(팩티셔스는 ‘진짜처럼 꾸며낸’ ‘인위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실제 단어다). 데이팅 앱 틴더를 사용해봤다면 이 게임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제시되는 기사가 가짜라고 생각하면 왼쪽으로, 진짜라고 생각하면 오른쪽으로 ‘스와이핑’(손가락을 이용해 화면을 쓸어넘기는 동작)하면 된다.‘팩티셔스’는 CNBC처럼 신뢰도 높은 매체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까지 다양한 출처의 기사를 제시한다. 지문으로 사용되는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터무니없는 느낌을 주지만 그중 일부는 진실을 다룬다. 예를 들어 ‘골프공 조각이 든 해시브라운 회수’는 말도 안 되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다.또 한 가지 사례는 ‘트럼프, 모든 정보 브리핑을 140자로 제한’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140자 이내의 단문으로 메시지를 제한하는 트위터를 너무나 애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꼬집는 가짜뉴스다.‘팩티셔스’는 미국 워싱턴 D.C. 소재 아메리칸대학에서 게임을 통한 저널리금 교육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JoLT에서 제작됐다. 그 개념은 14년 동안 LA타임스 신문 기자로 일한 JoLT 연구원 매기 팔리가 맨처음 제시했다.팔리 연구원이 미국 공영방송 NPR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팩티셔스’는 원래 중고생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 게임을 본 한 동료가 “유언비어를 잘 믿는 우리 삼촌에게도 이 게임이 정말 필요해”라고 말했다고 팔리 연구원은 돌이켰다. 그때부터 ‘팩티셔스’는 모든 연령층을 위한 교육용 게임으로 수정됐다.‘팩티셔스’를 만든 팔리 연구원과 밥 혼은 이 게임을 학생들과 기자들을 위한 무료 오픈소스 학습도구로 사용하고 싶어 한다. 교육자들은 자신의 기사를 게임에 포함시켜 학생들을 테스트할 수도 있을 것이다.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생각하면 가짜뉴스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히 소중한 기술이다.- 투파옐 아메드 뉴스위크 기자

2017.07.24 14:24

2분 소요
가짜뉴스에 600억원 벌금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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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앞두고 투표에 영향 미칠 수 있는 정치적 편견·난민 관련 허위 보도를 근절하기 위해 초강수 대책 마련에 나서 문제의 기사는 독일인들 사이의 가장 큰 두려움을 파고들며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막 새해로 넘어간 지난 1월 1일 새벽 1시 직후, 프랑크푸르트의 한 붐비는 술집에 ‘아랍’ 남자 약 50명이 떼지어 들이닥쳤다. 술집주인 얀 마이의 진술에 따르면 술에 취한 듯한 그들은 들어와서 곧바로 춤을 추더니 여자손님들을 밀치며 그들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몇 명은 여자손님들의 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었다.독일의 타블로이드판 가십신문 빌트는 마이와 인터뷰한 뒤 ‘난민 집단의 성추행’이라고 보도했다. 그 기사는 미국의 브레이트바트 뉴스 같은 극우매체에 실린 뒤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빌트지 기사에서 술집주인 마이를 제외하면 ‘이리나 A’가 유일한 목격자로 인용됐다. 20대 여성인 이리나는 성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이 성추행당한 사실을 ‘생생하게’ 돌이켰다. “팬티스타킹을 신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그녀는 빌트지 기사에서 말했다. “그들은 내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어 다리 사이와 가슴 등 내 몸의 모든 곳을 움켜쥐고 더듬었다.”그 기사는 치안 당국의 허를 찔렀다. 프랑크푸르트 경찰의 대변인 앤드루 매코맥은 그날 밤 그 지역에서 들어온 성추행 신고가 1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빌트지 기사를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술집 주변의 가게 주인들은 그날 밤 ‘폭도’를 본 적이 없다고 경찰에 말했다. 곧 경찰은 이리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새해 전야에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에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글을 찾아냈다. 매코맥 대변인은 빌트지가 주장하는 범죄의 다른 목격자를 경찰이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마이에게 술집의 CCTV 녹화테이프를 요구했지만 그는 보안카메라가 고장났다고 말했다.지난 2월 14일 프랑크푸르트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빌트지 기사가 주장하는 범죄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매코맥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마이와 이리나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마이는 사실대로 말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리나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한 뉴스위크의 진술 확인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다. 한편 빌트지 온라인판 편집장 줄리안 라이헬트는 허위보도를 공식 사과했다.물론 허위보도가 최근에 새로 생긴 현상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오늘날의 당파적인 정치풍토의 속성이 허위 보도의 비옥한 온상을 만들어냈다. 그런 허위기사는 SNS의 ‘좋아요’ ‘하트’ ‘리트윗’으로 전 세계의 대중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간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는 여러 형태를 띤다. 정체불명의 매체가 이익을 노리고 실제 언론사의 흉내를 내며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허위 기사도 있고, 합법적인 매체가 온라인 트래픽을 늘리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사실검증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내보내는 오보도 있다.이런 허위 보도는 최근 유럽과 미국의 선거 기간에 널리 확산됐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러시아 정보기관의 선전 공세가 그런 추세를 부추겼다. 가장 터무니없는 사례가 소위 ‘피자게이트’였다. 지난해 미국 대선 동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존 포데스타 민주당 선대 본부장이 아동성착취 조직에 연루됐으며, 워싱턴 D.C. 북서쪽의 피자가게 ‘카밋 핑퐁’의 지하실이 그 근거지’라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가리킨다.미국 주류언론은 그 기사의 모든 내용이 이미 거짓으로 판명됐고 문제의 피자가게에는 지하실이 없었지만, 여전히 그 기사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피자가게에서 ‘비밀 지하실’을 찾겠다며 소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가짜뉴스를 둘러싼 그 다음의 전쟁터는 올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의원들은 특정 후보의 광적인 지지자나 이익을 노리는 사기꾼, 또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1월 “여론이 형성되는 방식이 25년 전과 완전히 딴판”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가짜뉴스, SNS에서 사용자가 팔로어 숫자를 부풀리기 위한 봇,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트롤이 성행한다. 특정 알고리즘으로 허위나 편견을 진실로 포장하는 가짜뉴스가 자가발전하며 끝없이 퍼져나간다. 이제 우리 모두 가짜뉴스에 속지 않고 허위 보도를 근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독일은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느 나라보다 먼저 가짜뉴스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난 4월 독일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기업의 게시글 감시의무를 강화한 새 입법안을 공개했다. 법안에 따르면 가짜뉴스나 혐오 발언, 범죄 모의, 아동 포르노 등 유해 콘텐트를 기업이 발견하고도 24시간 내 삭제하거나 차단하지 않으면 최고 5000만 유로(약 6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해당 기업의 대표도 최고 5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대표가 앞장서서 철저히 관리하라는 뜻이다.또 법원이 위법한 글을 올린 게시자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정부가 승인한 이 법안은 곧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의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은 “노상에서처럼 SNS상에서 각종 범죄 논의가 활발한 것에 대해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며 “유럽연합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기업뿐 아니라 일부 학계와 시민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페이스북은 “유해정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 아닌 기업이 하라고 강요하는 식”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독일정보통신협회도 “삭제 여부를 판단할 시간은 짧고, 처벌은 강력하니 기업들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을 모두 삭제하는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별도의 전문 모니터링팀을 꾸려 가짜뉴스를 감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한편 페이스북은 독일의 콘텐트를 검토하는 자체 팀을 연말까지 7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현지의 비영리탐사보도업체 콜레티브와 팩트체킹 제휴를 맺었다. 전직 기자출신이 운영하는 이 업체는 독일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는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 페이스북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페이스북은 팩트체커들의 알림에 따라 해당 기사를 읽은 독자에게 그 기사가 가짜뉴스임을 공지하고 해당 뉴스를 뜨지 않게 조치한다.시스템도 바꿨다. 가짜뉴스에 사람들이 깃발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했고,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수백만 개의 스팸 계정도 차단했다. 최근엔 새로운 조치도 개발 중이다. ‘관련 기사’ 섹션에 제3자 사실확인 슬롯을 추가하는 것으로 현재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가짜뉴스는 어떤 형태를 띨까? 대부분은 정치적인 편견을 담은 기사다. 자신의 신조와 이념을 확인해주는 기사를 원하는 독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형태다. 난민과 관련된 가짜뉴스도 많다. 독일은 2015년 이래 난민 약 200만 명을 받아들였다. 독일인 다수가 그런 문호개방 정책을 지지하지만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도부는 외국인 혐오증을 최대한 부추긴다(한 간부는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을 향해 경찰이 발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D는 최근 지지도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9월 총선에서 의석을 몇 자리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연방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난민 관련 가짜뉴스의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주는 독일의 웹사이트 혹스맵(HoaxMap)은 온라인 지도에 범죄가 발생한 곳에 ‘점’을 찍어 주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범죄지도’로 불리는 혹스맵은 현지 경찰이 발표한 공식 성명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난민 범죄와 관련해 확대재생산되는 가짜뉴스를 바로잡아준다. 혹스맵은 지난해 난민 관련 가짜뉴스를 최소 250건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난민의 강도나 절도, 성폭행에 관한 기사였다. 난민이 백조를 잡아먹고 묘지를 훼손하며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가짜뉴스도 있었다.난민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독일 비영리 단체 ‘이주 유권자’의 미리암 아세드와 크리스티나 리는 2015년 새해 전야 독일 쾰른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1000여 명의 여성이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으로 보이는 남성들로부터 강간·폭행·강도를 당했다)에 관한 보도(가짜뉴스가 아니다) 이래 ‘불길한 패턴’을 발견했다.빌트지의 집단 성추행에 관한 보도 같은 가짜뉴스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었다. 리는 “프랑크푸르트 사건에 관한 보도는 쾰른 사건 1년 뒤 발생했다는 점을 자주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쾰른 사건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싶어 하는 듯했다.”쾰른 사건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베를린에서 13세의 러시아 소녀가 아랍 이민자 무리에 납치돼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인기 방송사 채널 원은 그 소녀의 이야기를 보도하며 베를린 경찰이 그녀의 주장을 무시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라 베를린에서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 기사는 완전히 가짜였다. 그에 따라 오는 9월의 독일 총선에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커졌다. 독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약 300만 명을 겨냥한 사이버공격과 가짜뉴스, 유언비어를 이용하면 선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이주 유권자’의 리와 아세드는 가짜뉴스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를 미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독일인의 언론 신뢰도에 관한 여러 조사가 엇갈린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짜뉴스가 부추기는 반이민 정서 탓에 메르켈 총리가 이민 문제에 관해 더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메르켈 총리는 최근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착용 금지를 지지했다(이슬람 여성의 전통 복장인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고 눈 부위까지 망사를 덮는 것이고, 니캅은 눈 부위만 노출한 것이다). “독일의 규칙은 ‘얼굴을 드러내라’는 것이다. 전신을 가리는 복식은 독일에서 적절하지 않다.” AfD가 처음부터 내놓은 입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다시 말해 메르켈 총리가 총선을 의식해 그런 노선을 따라간다는 뜻이다.프랑크푸르트의 술집 주인 마이는 난민 폭도에 관한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고집한다. 그는 지난 3월 어느 비오는 토요일 저녁 거의 텅 빈 술집의 구석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그런 사건을 밝히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게 뻔한데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 그 기사 때문에 손님도 줄고 내 평판도 깎였다. 사람들이 찾아와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욕한다. 그들은 이곳이 신문에서 읽은 ‘나치 술집’인지 묻는다.”그러나 프랑크푸르트 경찰의 매코맥 대변인은 마이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월 도르트문트의 경찰도 폭도가 교회에 불을 지르며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이슬람 찬미 구호)를 외쳤다는 브레이트바트 뉴스 기사가 거짓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날 밤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대부분 조용했다”고 말했다.“가짜뉴스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매코맥 대변인은 강조했다. “그 내용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술집주인 마이의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많은 독일인은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는다.- 로절린 워런 뉴스위크 기자

2017.06.19 10:43

7분 소요
[SNS 시대와 닫힌 광장]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산업 일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채널로 세상 이해... 투명한 공론장 재건하는 지혜 모아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열린 광장인가? 언뜻 그렇게 보이지만, 실상은 상식과 멀어져 간다. 미디어의 다변화와 디지털 기기의 맞춤 기술은 사람들을 메아리방(Echo chamber)으로 가두고 있다. 이 방에는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사람들은 내가 보는 뉴스·정보와 다른 이가 보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터넷·모바일 가진 수평적 소통의 힘, 집단지성의 능력은 약화된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열린 광장을 재건할 방법은 없을까.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 결과가 공개되던 그 밤, 사람들의 눈과 귀가 모두 방송사의 TV화면 앞에 몰려 있었다. 이 시각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서가며 당선이 점점 확정되어가는 그때, 인터넷포털 다음 뉴스의 최다 조회 수 기사 제목은 ‘박근혜 당선 확실 …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앞둬’였다. 저녁 7시 21분 44초에 올라온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그 시각 8189건의 댓글이 붙어 있었다. 댓글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난 정말 이해가 안 된다’였다. 7209개의 공감을 받았다. 인터넷의 여론은 누가 보아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였는데, TV에서 발표되는 대통령 당선자는 박근혜 후보였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컸다. 거리에서, 가정에서 지지자별로 희비가 엇갈리는데 비해 인터넷 공간에서는 절망감만 감도는 것처럼 보였다.다시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 결과가 공개되자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를 지지했던 친박단체 국민저항본부 다음 카페에는 ‘이해가 안되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새누리당 진성 당원만 20만 명, 박사모 20만 명. 새누리당 회비 낸 사람들 숫자만 해도 얼마인데 이거 말도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자다 깨서 ‘고작 이 정도 표 얻는 데 보태라고 나하고 아들을 들볶았느냐’며 남편과 싸우고 있다는 글도 있었다(조원진 후보는 4만2949표를 얻었다).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이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전체의 선택은 왜 달랐을까. 왜 우리는 우리 전체의 생각을 알 수 없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뉴미디어가 등장했던 과거를 회상해볼 필요가 있다.라디오의 시대: 1938년 미국. 어느 날 라디오에서 외계인의 침공을 알리는 긴박한 속보가 발표됐다. 놀란 시민 수백 명이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짐을 싸서 피난길에 나섰다. 교회에 모여 지구의 종말을 슬퍼하며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심지어 극약을 준비해 ‘세상 다 끝났다’고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었다. 경찰서와 방송국에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라디오 드라마 ‘우주전쟁’ 때문에 생긴 소동이었다. 드라마의 첫 형식을 긴급 뉴스처럼 만들어서 오해는 더 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영화 같은 외계인 침공을 그렇게 쉽게 믿을 리가’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은 너무나 엄청나서 뉴욕타임스가 ‘라디오 시청자들이 전쟁 드라마를 진짜로 오해해 패닉에 빠졌다’고 헤드라인 제목을 뽑았던 사건이다. 당시 방송 내용도 그대로 남아 유튜브에도 소개되고 있다.당시 라디오는 한참 성장을 구가하던 뉴미디어였다.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였고, 대공황이 발발한 시기였으며,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시기였다. 더욱이 라디오라는 뉴미디어는 늘 놀라운 소식을 가져오는 긴박한 수단이었다. 위급한 소식에 학습이 된 청취자들에게 ‘우주전쟁’ 긴급 속보는 그럴 듯하게 믿어졌던 것이다.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거기에 부여된 당시의 상황과 수용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대의 주역인 젊은이와 지식인들은 이런 미디어 수용의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뉴미디어였던 라디오를 잘 활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진행했던 대국민 담화 형식의 라디오 프로그램 ‘노변정담’은 수개월간 공황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국정을 설명하고 희망을 불어넣은 것으로 유명하다.TV의 시대: 1963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달리 광장. 46세의 젊은 미국 대통령이 달리는 무개차에서 세 발의 총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 장면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TV를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고 미국을 충격에 몰아 넣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비극은 역설적으로 TV의 시대를 만들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 개최된 TV 생방송 토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을 압도했고, 미국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잘생긴 외모와 아름다운 부인. 정치의 시각적 요소가 그와 TV를 통해 부합하면서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TV 영향력을 잘 활용한 그의 당시 TV 선거광고 역시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라디오가 상상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뉴미디어였다면, TV는 현실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는 새로운 미디어였다.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사건은 TV라는 뉴미디어가 가진 현장 중계의 힘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장면은 국내에 머물렀던 라디오와 달리 세계 인구 6000만 명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었다. TV는 세계적인 뉴미디어였다.인터넷과 아고라: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한국도 역대 대통령들이 인터넷의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후보 시절 CUG(Closed User Group)라는 PC통신 서비스를 만들었다.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이를 최초의 청와대 홈페이지로 만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홈페이지를 더 업그레이드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홍보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민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소통하고자 했다.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수십만 명이 참여하면서 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인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 홍보 채널로 인식하던 인터넷에서 갑자기 수많은 사람이 현장으로 몰려나올 만한 여론이 형성됐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이명박 정부는 뉴미디어 비서관을 신설하고 온라인 대변인을 각 부처에 임명하는 등 인터넷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이때의 인터넷은 ‘아고라’를 대표로 하는 포털 서비스 방식이었다. ‘아고라’는 포털 서비스 다음이 만든 게시판 형태의 서비스로 인터넷의 각종 주장과 토론, 청원, 댓글 등이 모두 한자리에서 이뤄졌다. 아고라는 여론의 집중지이자 뉴미디어였다. 정치 세력들과 사회 이슈에 관심 많은 사람은 아고라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트위터로 이동한 광장: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2011년 12월, 아고라를 담당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팀장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이슈는 아고라를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아고라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이슈가 모이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아고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말한 ‘아고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일’은 바로 ‘나꼼수’ 집회였다. ‘나꼼수’는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의 줄임말이다. 한파 속에 5만 명의 군중이 여의도에 모였는데 아고라에는 그 내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서로 알고 모였던 것일까.이보다 한 해 앞서 2010년 아프리카 북단의 튀니지에서 26살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했다. 독재 정권에 기생해온 주류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했다. 그러나 튀니지 국민에게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과 트위터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정권의 부패와 억압을 알고 뜻을 모은 국민은 들불처럼 일어나 24년 동안 이어진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재스민 혁명’이었다.나꼼수는 모바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아고라는 올드 미디어가 됐다. 140자의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전달하는 트위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트위터는 아고라가 그랬듯이 스스로 새로운 미디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가장 빠른 뉴스를 트위터에서 얻었다. 당연히 그런 트위터는 선거에 응용됐다. 2010년 전국지방선거에서는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이 투표 인증샷을 찍어보내는 운동이 크게 퍼졌다. 선거 이전 여당이 앞서가던 여론조사는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야당이 경합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모바일 세대의 확산: 2년 후인 2012년은 선거의 해였다. 4월에는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12월에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많은 정당과 정치인은 여전히 트위터의 힘을 믿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트위터 가입자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무렵 잡지 ‘시사IN’은 눈길을 끌 만한 특집을 다뤘다. ‘RT@트위터를 접수하라’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새로운 변화를 알아차리고 있었다.그중 하나는 바로 노·장년 세대의 모바일 합류였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초기에는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었고 뒤이어 노·장년 세대들이 합류하면서 모바일 광장의 여론 지형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젊은이들의 생각이 전부가 아니었다. 노·장년층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트위터 여론은 분기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하나는 트위터에 ‘봇’이라고 불리는 유령 계정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트위터의 개방된 기능을 악용(abusing) 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집단지성으로 하나의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숫자로 서로 싸우는 전장이 되기 시작했다.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팔로워와 팔로잉을 해나갔다.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더 많은 재전송(RT)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2012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은 트위터의 압도적인 우호적 지지에도 패배했다. 선거 직후 언론은 ‘SNS가 영향력을 잃은 이유’와 같은 제목의 질문을 던지며 무엇이 문제인가를 분석했다. 그러나 언론보다 늘 한 발짝 늦기 일쑤인 정치권은 트위터에서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를 고민했다. 여전히 SNS에서 우호적인 여론이 왜 선거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이 그 해 겨울 18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보이지 않는 골목길 카카오톡: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성장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있었다. 바로 카카오톡이었다. 2012년이 되면서 카카오톡 가입자는 급상승하면서 1000만 명을 돌파했고, 하루 메시지 발송 건수는 30억 건이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30배 이상 커진 것이었다. 트위터와 달리 카카오톡은 매우 단순했고, 지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됐다. 노·장년층에게 안성맞춤이었다.2012년 대통령 선거의 온라인 정세는 보이는 트위터와 보이지 않는 카카오톡의 두 전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보이는 트위터는 모든 것이 노출되어 있었다. 주로 젊은층과 지식인, 야당 지지자들이 우세한 광장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카카오톡은 노·장년층과 여당 지지자들의 골목길 속삭임이었다. 대선 결과 박근혜 후보는 득표율 51.6%로 당선됐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 속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됐다. 온라인의 보이는 전장을 누비던 야당 지지자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충격이 바로 2012년 12월 19일 밤 다음 뉴스 댓글의 최고 조회 수, 최고 공감 댓글로 나타난 것이다.SNS 빅데이터 분석과 여론조사: 탄핵심판을 앞뒀던 올 3월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각’을 확신하고 5단 케이크를 준비했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나름 최신 분석 방법을 동원해 ‘기각’될 것이라고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SNS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에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지 예측을 의뢰한 결과,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탄핵 기각’이 ‘탄핵 인용’보다 더 많았던 것을 근거로 여론이 우호적이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최신의 조사방법이라 더욱 기각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결과를 추론한 업체도 많았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SNS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최신 방식도 해석하기에 따라 결과가 달랐던 것이다.여론조사는 더욱 혼란스럽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세계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 방식의 전통을 무너뜨렸다. 국내에서도 유선과 무선에 따라 응답자들의 정치적 반응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전화기에 선이 달려 있는 경우 여당이 유리하고 선이 없으면 야당이 유리한 응답이 나온다는 것은 예전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현상일 것이다. 도대체 전화기 선이 여야 지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미디어 격차가 만드는 정보의 격차: 미디어의 격차가 정보의 격차를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채널을 통해서만 세상을 이해한다. 선이 달린 전화기에 걸려오는 설문조사에 답변하는 사람들은 주로 집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신문을 보는 사람, 종합편성채널 뉴스를 보는 사람,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 각각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미디어의 다변화와 디지털 기기의 맞춤 기술은 자신의 목소리가 확대·재생산되어 들리는 메아리방(Echo chamber) 안으로 사람들을 가두기 시작했다. 이 방에 들어간 이은 첨단 인터넷 기술이 자신에게만 맞춰서 보여주는 정보만을 전부인 것으로 착각한다. 내가 보는 뉴스와 남이 보는 뉴스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필터 때문에 생기는 거품(Filter bubble)으로 자신의 생각이 다수의 생각과 같다고 여기는 것이다.인터넷은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칸막이 광장으로 바뀌었다. 각자 헤드폰을 쓰고 대화하는 텔레마케터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됐다. 그 결과 18대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더 많은 글을 쓰는 쪽이 이기던 댓글 전쟁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제 교묘한 가짜뉴스를 누가 더 잘 만드는가 하는 싸움으로 바뀌었다. 선관위가 적발한 가짜뉴스만 3만 건이 넘어섰고, 각 선거 캠프에서는 가짜 뉴스를 찾아내고 팩트를 확인해 대응하는 조직이 중요해졌다.투명한 공론장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자신만이 아는 가짜뉴스를 들고 세상을 구하러 뛰어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평범한 사람마저 설문조사에 마음을 숨기고 응답하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심지어 거꾸로 대답하기도 한다. 극단주의자들은 이렇게 공론장이 무너진 디지털 환경에서 민주주의와 사회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몇몇 나라에서는 지도자로 뽑히거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성별·연령별·소득별로 서로 다른 인터넷 골목길에 모여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여론은 파편화되고 은폐되고 있으며 격정적이다.미디어 혼돈의 시대, 합리적인 담론을 잃어버린 공론장은 어떻게 재건해야 할까. 그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인터넷이 가진 수평적 소통의 힘, 집단지성의 능력, 공유와 참여의 가치는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 우리 공동체는 그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2017.05.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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