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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겐슬러 SEC 위원장은 왜 혁신보다 규제를 택했나

특금법 시행 앞두고 거래소 줄 폐업
코인시장 과세 논의도 본격화? 당국 "과세해야" 정치권은 "글쎄"
"비트코인 5년내 50만달러 간다" 의견에 달리오는 "말도 안돼"
솔라나 '체인 먹통' 불구 가격 방어 성공…전화위복 됐나
이달 연준 FOMC…11월 테이퍼링 위한 사전절차 진행 가능성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이더리움.[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이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1% 폭락했다. 오후 12시 30분, 매도세를 버텨내지 못한 시카고와 버팔로 거래소는 문을 닫아버렸다. 11명의 투자자가 자살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날을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 부른다. 이후 12년간 이어진 대공황의 시발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짜 정보와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가 판치던 주식시장이었다. 여기에 주가까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아예 증시에서 등을 돌렸다. 무너진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도 정비에 나섰다. 1934년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조지프 케네디(미국 35대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의 아버지)를 임명했다. 그는 각종 불법행위로 돈을 번 월가의 투기꾼이다. 그런 사람을 감독 책임자로 앉힌다고? 사기꾼 마음은 사기꾼이 제일 잘 알 거라는 이유에서다. 궤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케네디는 초대 SEC 위원장 업무를 훌흉하게 수행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기틀을 다졌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SEC 수장은 개리 겐슬러다.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다. 대학원에서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했을 정도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최근 그의 행보는 반(反)코인적이다.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강력한 규제를 통한 피해 최소화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왜 그럴까. 아이러니하게도, 코인 시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코인 시장은 약육강식 구도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서부개척시대(wild west)와 다를 바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탈중앙’이라는 허울 아래 감시망을 벗어나려는 프로젝트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업비트 1호 거래소 됐다

감독 당국 관할 하에서 코인 산업을 지켜보려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24일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특금법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땅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싶으면, 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과 실명계좌 확보가 핵심 기준이다.
 
일찌감치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계좌를 확보한 업비트가 가장 먼저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7일 업비트(두나무)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했다. 현재까지 신고 접수를 한 곳은 빗썸(빗썸코리아), 코인원, 코빗,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 등 거래소 4곳과 지갑사업자(커스터디)로 신고를 마친 한국디지털에셋(코다·국민은행 투자) 등이다. 한국디지털거래소는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일단 코인 마켓만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ISMS 인증은 확보했지만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20여곳 거래소의 대부분은 17일 원화 마켓 종료 사실을 공지했다. 당장은 코인 마켓으로만 사업자 신고 서류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ISMS 인증을 받지 못한 곳은 폐업절차에 들어갔다. 예외가 있다면 고팍스다. 아직까지 실명계좌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은행과의 협상이 거의 막바지라고 한다. 4곳에 더한 알파를 기대해볼 만하다.
 
해외 거래소들은 일제히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바이낸스나 FTX 같은 곳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싹을 일찌감치 잘랐다.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지원을 중단하고, 원화 표시를 없앴으며,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한국인 커뮤니티를 폐쇄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던 선물 거래소 바이비트 역시 17일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특금법 적용 대상 거래소가 아니라는 걸 주장하기 위해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한국어 지원 서비스 등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이들 해외 거래소가 특금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줄지는 알 수 없다.
 
투자자들이 신경 쓰는 또 다른 제도 변화는 세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하지만 그간 코인으로 번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과세 인프라가 없어 거둘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조만간 특금법이 시행된다. 코인 거래소에 대한 감독과 감시가 가능해진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 1일 이후 코인을 사고팔아 번 돈에 대해서는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와 성격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엔 무리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1년, 혹은 2년은 과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에 나와 "가상자산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거의 코스피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커졌지만, 전혀 과세를 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며 과세 필요성을 강조했다.[연합뉴스]
 
하지만 곳간을 책임지는 홍남기 부총리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내년 예산이 600조원이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려면(빚을 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세수를 늘려야 한다. 홍 부총리는 15일 국회에 나와 “가상자산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거의 코스피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커졌지만, 전혀 과세를 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특금법을 개정하면서 이제는 거래소별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도 갖춰진 만큼, 그를 토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생각은 다르다. 내년에 대선이 있다. 정치의 계절이고 표가 걸려있다. 최소 300만 코인 투자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세금 문제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대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관련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입법할 때 기재부 승락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코인 시장, 서부개척시대 맞네

13일 밤, 갑자기 라이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순간 30% 넘게 올랐다. 업비트에서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가세, 시세가 50% 치솟았다. 가격 급등의 트리거는 월마트가 라이트코인 결제를 도입한다는 보도자료다. 미국 보도자료 서비스 글로브뉴스와이어에 올라왔다. 이 자료를 보고 로이터·CNBC 등이 기사화했다. 라이트코인 재단은 트위터로 이 소식을 알렸다. 가짜뉴스가 아닌가 의심하던 투자자들은 언론 보도에 재단까지 나서자 믿기 시작했다. 믿음은 매수로 이어졌고, 가격을 밀어올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월마트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지 않는다. 보도자료를 뜯어보니 월마트가 작성했다기엔 어색하다. 연락처라고 나온 이메일은 단 며칠 전에 계정이 생성됐다. 의심은 매도로 이어졌고, 가격은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월마트가 부인했다는 공식 입장이 확인됐고, 라이트코인재단은 관련 트윗을 삭제했다. 가격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오히려 더 빠졌다).
 
누가 가짜뉴스를 퍼트렸을까. 글로브뉴스와이어는 접수된 보도자료를 게재했을 뿐이란다.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트코인재단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전혀 몰랐다는 거다. 블록체인 특성상 기업이 프로젝트 쪽과 특별히 얘기할 필요는 없다. 범인은 이 소동으로 돈을 번 누군가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주가조작 세력이다. 피해자는? 코인 가격이 요동치면서 주요 거래소에서 1시간 동안 1억7700만달러 규모의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겐슬러 SEC 위원장이 보기에 코인 시장은 서부개척시대와 다를 바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SEC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4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나간 겐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 금융, 발행, 거래, 대출 관련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무법지대(와일드 웨스트)나 증권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구세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에 증권으로 볼 수 있는 수십 개 토큰이 상장돼 있기 때문에 이들 거래소는 증권거래소로 등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파이(탈중앙 금융)도 증권법 대상이고 스테이블코인도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사한 것이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시장을 서부개척시대로 정의할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해선 이런 규제 강화는 성장통에 불과하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는 13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 포럼(솔트컨퍼런스·SALT)에 참석해 “비트코인 가격은 5년 내 50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비트코인 같은 자산에 할당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5%를 암호화폐로 보유한다는 가정에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회장은 그러나, 15일 같은 자리에서 우드의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10배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비트코인의 성공 그 자체”라는 입장에 대해선 변함이 없었다. 그는 규제 불확실성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았다.
 
1년 전만 해도 ‘그게 무슨 파이냐’라고 물었을 법한 디파이(탈중앙금융)에 대해서 이제는 주류 언론과 기존 금융권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는 디파이다. ”탈중앙 금융은 금융을 파괴하는 세 가지 기술 트렌드 중 하나이며, 업계 생리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잡지는 전한다. 
 
마켓 분석 업체 블록데이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관급 디파이 시장 규모가 최대 1조달러까지 성장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쉬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은 15일 한 회의에서 “은행 시스템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가운데 암호화폐 및 디파이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클리 코인=솔라나(SOL) 쏠라나, 이번엔 아래로?

위클리 코인에 또 등장했다. ‘이더리움 킬러’라는 솔라나(SOL) 코인이다. 가격이 또, 쏘았다. 다만, 이번엔 아래쪽으로다. 연초 1.7달러(약 2000원)로 거래를 시작한 솔라나 가격은 지난 9일 200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빠질 때도 거칠게 없다. 17일에는 한때 130달러선으로 밀렸다.
 
가격 흐름을 180도 돌린 건 '솔라나 체인 먹통' 사고 때문이다. 14일 밤부터 15일 오후까지 약 18시간 동안 솔라나 네트워크가 중단됐다. 블록체인의 강점이 무엇인가. 노드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특정 서버가 공격을 받아도 체인은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블록체인이 먹통이 됐다? 이건 해당 체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이다.
 
솔라나의 디파이 프로젝트 레이디움에서 진행된 IDO(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코인 판매를 통한 자금 모집)가 워낙 흥행을 하면서 초당 40만건의 거래량이 몰렸다. 이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노드에서 장애가 발생했고, 이런 노드가 늘어나면서 전체 네트워크가 중단됐다. 솔라나 측이 택한 해결책은 재부팅(restart). 비유하자면 모든 노드가 컴퓨터 전원을 껐다 켜는 방식으로 18시간 만에 네트워크를 정상화했다.
 
솔라나(SOL)는 체인 먹통사고가 발생했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다.[사진 솔라나 프로젝트]
 
솔라나 체인의 강점은 빠른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다. 이를 위해 솔라나는 노드의 분산도, 이른바 탈중앙화를 어느 정도 포기했다. 솔라나 노드는 보통 1000개 안팎이다. 이더리움의 노드는 24만개에 이른다. 거래량이 몰리면 이더리움 체인의 경우 수수료가 천문학적으로 비싸지고 전송 속도가 거북이처럼 늦어질지라도, 결코 체인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소 효율적인 솔라나 체인은 위기 상황에서 아예 뻗어 버렸다.
 
신기(?)한 점은 블록체인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생각보다 솔라나 코인 가격이 잘 버틴다. 주식으로 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140달러선 안팎에서 가격을 방어해낸다. 왜 그럴까. 일부는 이번 사고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걸로 본다. 초당 40만건의 거래량이 몰려 체인이 다운됐다는 건, 달리 말해 초당 38만, 39만건까지는 괜찮았다는 의미다.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의 형성이나 디파이의 활성화를 위해선 지금의 이더리움 처리 속도와 수수료로는 어림없다. 여전히 가능성을 솔라나에서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방어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일지, 바닥 밑에 지하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기회와 위험 요인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겠다.(※필자는 현재 솔라나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FOMC, 드디어 돈 줄 조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1~22일(현지시각) 열린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제롬 파월 의장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기자간담회는 우리 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한다.
 
8월 고용 부진과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한만큼 당장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11월 테이퍼링을 발표 또는 시작하기 위한 사전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장의 점도표와 금리 인상 전망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보다 빠른 돈 줄 조이기 시간표가 발표된다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는 악재다.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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