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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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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 싶어 들어갔는데”…레버리지 나선 중학개미 ‘피눈물’

재테크

중국(홍콩) 증시 침체가 계속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섰던 ‘중학개미’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증시가 하락하면서 증시 반등 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한 투자자의 손실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여전히 부동산 침체, 미중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3개월(2023년 11월 21일~2024년 2월 20일) 미국 증시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FTSE 차이나 불 3배’(DIREXION DAILY FTSE CHINA BULL 3X SHARES, YINN) ETF를 8560만3757달러(약 1143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 국채 20년물 ETF(TLT) 순매수액 8528만 달러(약 1139억원)와 인텔(INTC) 순매수액 7137만 달러(약 953억원)를 뛰어넘을 정도의 인기다.YINN ETF는 ‘FTSE 차이나 50 지수’의 일일 성과를 3배로 추적하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품이다. FTSE 차이나 50 지수는 알리바바, 텐센트, 중국건설은행, 메이투안 등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시가총액이 큰 순으로 50개 종목을 편입한 지수다.국내 증시에서도 중국 레버리지 ETF 인기는 적지 않았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는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 및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ETF를 각각 253억5433만원, 218억5615만원 순매수했다.손실 눈덩이 레버리지…ETF 하락률 ‘헉’ 소리 나네문제는 이 ETF들이 추종하는 지수의 일간 수익률에서 갑절의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추종하는 지수가 당일 1% 올랐다면, 레버리지 ETF는 2%가 상승한다. 반대로 1% 떨어졌다면, ETF는 2%가 하락하는 구조다.더욱 치명적인 부분은 다른 ETF와 다르게 ‘투자 기간’ 동안의 기초지수의 움직임을 따르지 않고 기초지수의 ‘일간 변동률’을 추적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그날그날 수익률이 반영되면 원금이 변하므로 일반적인 주식 투자의 누적 수익률과 다른 결과를 안게 된다. 소위 ‘음(-)의 복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매일 손실이 쌓이면 만회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레버리지 ETF는 장기투자가 아닌 단기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이 같은 위험성에도 많은 중학개미는 중국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에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았다. 2월 2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HSI)는 1만6588.97로 1년 전보다 19.19%(3940.52) 하락했다. 중국 국영 우량기업만 모아놓은 홍콩H지수(HSCEI)도 같은 기간 17.99%(1245.66) 빠진 5679.41을 기록했다. 증시 흐름을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21일 26.49달러로 종가를 기록했던 YINN ETF는 앞서 2월 20일 17.14달러에 장을 마쳐 3개월 새 35.3%나 감소했다. 중국 인터넷·플랫폼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차이나 인터넷 불 2배’(DIREXION DAILY CHINA INTERNET 2X SHARES, CWEB)’ ETF도 같은 기간 22.24% 내려앉았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의 경우도 38.57% 급락했다.“반등하는데 다시 들어가 볼까?”…전문가들 ‘신중론’다만 최근 들어 중국 증시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중학개미들의 관심이 다시금 몰리는 모양새다. 지난 2월 2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항셍지수는 1개월 전(1월 22일)보다 10.76% 올랐다. 홍콩H지수도 13.28% 상승했다.중국 증시 반등 현상을 두고 성연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원인은 중 회금공사 주식매입 발표에 따른 부양 기대감 때문”이라며 “회금공사는 중국 국유은행 1대 주주로, 회금공사 주식매입은 중국 정부의 주요한 금융시장 개입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 상승 모멘텀이 계속될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춘절(2월 9~17일) 연휴 동안 여행·관광 관련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기록한 점과 3월 초 부양 정책 기대감은 중국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중국 경제의 정상화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며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감도 회복되지 않은 점은 증시 반등 제한 요인이다”라고 말했다.박수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식이 불안한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과 소비경기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미중 갈등도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제조업 및 글로벌 교역 역량 약화는 중국 주식의 디스카운트(평가 절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02.27 07:03

4분 소요
[세이노 칼럼 단독 공개] ‘세이노의 가르침’ 못다 한 이야기

전문가 칼럼

인연이란 참 놀랍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을 돌아보며 ‘세이노 열풍’을 주목하기로 했다.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글을 직접 소개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쓴 저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다. 대외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문장처럼 까탈스럽고 고집스러우며 대화가 통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었다. ‘어른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보고 자란 기자 홀로 가진 착각이기도 했다. 취재하며 느낀 그는 까탈이 아닌 세심함을, 고집이 아닌 신념을 지닌 어른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란 평도 인상에 남는다. 세이노는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각주 성격인 이 글을 보내며 첫 문장에 “인터뷰 요청은 사양하였으나 20여 년 전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쓴 인연조차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인터뷰 대신 쓴다”고 했다. 본지는 잊고 있던 인연의 소중함을 필자가 일깨워준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713호(12.4~10) 커버스토리로 시작한 ‘세이노 열풍’ 기획을 이렇게 저자가 직접 쓴 글로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힘든 한 해였다. 내년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른’ 세이노의 글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독이 묻어 있기 마련…직접 손을 놀려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미래에 보유하고픈 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말하곤 한다. 이를테면 “나는 10년 후에 100억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식이다. 나는 어땠을까? 결혼 후 최우선 목표는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는 전혀 없었고 “한 달에 1000만원을 벌자” 같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혼자 벌레처럼 살면서 복권을 사던 시절에는 미래의 내가 부자로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이후에는 내 두뇌에서 그런 상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1년 후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내가 계획하는 미래는 길어야 3개월 정도였고, 오로지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만 믿었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경매 직전의 아파트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끼고 샀다. 그 후 사업에 재정적 어려움도 많았으나(7000만원 받을 어음이 부도난 일도 있었다) 아파트 매입 5년 후 면적이 2배인 다른 아파트를 현금 구매 후 이사한 뒤에도 금전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고 그저 모으고 정기예금만 했다. 어느 날 부채 없이 보유 현금이 20억원이 되자 은행 금리가 연 10% 이상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이자 범위 안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몇억 부자가 되자는 그런 생각은 꿈속에서도 하지 않으면서 사업과 투자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2·3년에 한 번 정도 자산을 살펴보니 부채는 전혀 없이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지만, 사업과 투자를 제대로 한 덕분이고 독자들에게 그 방법을 자세히 얘기한 적은 외환위기 당시의 달러 투자와 전동 현수막 걸이 이외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돈의 액수를 목표로 삼지 않았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목표액을 채우려다 보면 사람들에게거짓말이나 뻥튀기도 할 것이고 직원들에게 야박한 월급이나 주면서도 최대한 부려 먹고자 했을 것이며 그 결과, 나의 인티그리티(Integrity·머릿속에서 옳다고 믿는 생각들과 행동이 엇갈림 없이 하나된 상태, ‘세이노의 가르침’ 186쪽)는 박살 나면서 나 자신이 내가 침 뱉던 대상으로 변하여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구역질 날 정도로 역겨워져서 나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진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내 책을 읽은 독자들 중 일부는 종종 내게 질문한다. 시간을 아껴 자기 개발을 해 종잣돈을 모으라는 것은 알겠는데 ‘종잣돈을 모은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어째서 총론은 이야기하면서 각론은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숟가락으로 돈을 떠먹여 주기를 바라는 자들이고 비싼 강의 하나 잘 들으면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기연과 비급을 얻게 되어” 팔자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어리석은 닭대가리들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에는 돈이 아니라 독이 묻어 있다”(내 책을 출판한 차보현 대표의 말이다)는 것을 왜들 그렇게 모를까?나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는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가 MZ세대이면서도 대학교 강의에서 내 책을 교재로 사용하기에 ‘어째서 세이노는 총론만 얘기하고 각론은 얘기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세이노는 종잣돈을 모으라고 하면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라고 말하지만, 종잣돈의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종잣돈의 기준과 가치는 독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몇천이 종잣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억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종잣돈의 금액이 다르듯이 돈을 모으는 기간도 다르다. 독자마다 수입이 다른데 어찌 모으는 기간이 같겠는가.● 종잣돈은 독자의 가치관과 처한 환경, 우선순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자마다 부자가 된 과정이 다르듯, 종잣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통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이노는 독자가 어떠한 상황인지, 독자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종잣돈의 활용법에 대하여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까지는 일종의 보편적 방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이노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면 1인치씩 전진하는 걸음(종잣돈을 증식하려는 노력)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칠 것이다. ●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앤드류의 음악은 플래처 선생의 채찍질(Whiplash)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맞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분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휘자 플래처는 앤드류가 전혀 모르는 곡으로 교묘히 바꿔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앤드류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카라반’(Caravan)을 당당하게 독주하며 폭군 플래처까지 흥분시킬 정도로 최고 스윙을 폭발시킨다. 즉, 영화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 세이노의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맞다. 종잣돈에 대한 얘기도 맞고, 스스로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맞다. 영화 ‘위플래쉬’는 드러머인 주인공 앤드류가 최악의 갑질 폭군인 선생 밑에서 끝없는 경멸과 모욕과 멸시를 당하지만 결국은 그 선생을 이겨내며 음악적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이다. 사업을 하면서 나도 그런 갑질을 하곤 했지만, 격려와 칭찬은 물론 두둑한 보너스도 잊지 않았기에 플래처의 내리꽂기만 하는 교육방식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은 크게 공감하며 흥미롭게 보았다.1970년대 말,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미군 부대 안의 대학에 다니면서 학원과 기독교 관련 서적 번역으로 돈을 벌고 있던 때의 일이다. 번역일을 꽤나 하며 우쭐하던 시기에 어느 기독교계 대형출판사에 번역 지원을 하였더니 짧은 영문 자료를 시험 삼아 번역하여 오라고 했다. 제목은 데올로구메논(theologoumenon). 조직신학 용어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힌트를 좀 얻으려고 여러 도서관을 뒤져봤지만 내가 받은 원문이 독일어 신학백과사전 ‘사크라멘툼 문디’(Sacramentum Mundi)의 영어번역본에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만 미군 군종장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국 몇 주 동안이나 끙끙대며 헤매다 직역으로 원고지 15매 정도를 번역하고 그 출판사의 번역 총책임자에게 직접 제출했다. 그분은 내 원고지 몇 매를 읽다가 휙 내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짜증 섞인 음성으로 “이걸 번역이라고 했어요?”라고 내뱉는 것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모욕을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독일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건데 헤매는 게 당연한 거 아냐?’하는 생각에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충동도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내 실력이 너무나도 창피했다. 내 원고는 내가 읽어도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나는 바닥에 흩어져 있는 원고지들을 모은 뒤 벌게진 얼굴로 공손히 말했다. “저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분이 플래처 선생과 다른 점은 아주 무뚝뚝했지만 “한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내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종로서적에서 당시 독일 유학 중이던 고영민 목사가 번역한 조직신학 책과 그 책의 원서를 동시에 구입했고, 그 뒤 번역문을 원문과 한 문장씩 대조하며 한 달 이상을 철저히 혼자서 나만의 게임을 했다(원서 저자가 ‘루이스 벌콥’이었는지 ‘찰스 하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서로는 두 저자의 조직신학을 모두 읽었다). 그 다음 데올로구메논의 의미를 이제는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번역 일감을 받으러 그곳에 다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번역 원고가 그대로 최종 원고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올라섰다. 1. 부동산 이야기사람들이 투자 각론을 알고자 하는 분야는 부동산·주식(채권 포함)·사업·장사일 것이다.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오는 분야는 부동산인데 사람들은 나를 전국구 부동산 상담사 정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전혀 아니다. 나는 내가 탐내는 물건이나 내가 보유한 물건과 관련하여서만 공부하지, 전국의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거나 구매하려는 부동산에 대해 내게 메일을 보내 봤자 내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지역에 대해 조사할 리는 전혀 없으므로 시원한 답은 결코 줄 수 없다.(법적인 문제로 인해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도 꽤 있는데 내가 힌트 한두 마디 정도는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법을 새로 공부하여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부동산 하나를 사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곤 하였는지 당신은 모를 거다. 한 번은 100여 개 이상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며 소유주의 나이, 관계회사 재무제표, 대출 상황 등을 전부 분석한 후 마음에 드는 것들만 추려낸 적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기까지 3년을 계속 지켜보다가 매입하기도 했다. (비단 부동산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변기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을 서류에 몰두한 적도 가끔 있었는데 직원은 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줄로 착각하여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왜 그렇게까지 파고드느냐고 묻기도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냐고까지 하는데, 사실이 뭔지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칫 고통 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솔깃한 얘기일수록 들리는 대로 믿어 버리기 쉬운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 뒤쪽에 쓰겠다.)당신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였다 할지라도 갓난아이 우유 먹이듯이 누군가 떠먹여 주기를 바란다면 조만간 사기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부분의 사람은 복잡한 등기부등본 분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친구들이나 부동산중개업소 혹은 강의팔이들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다가 부동산을 매입한다. 전세 사기범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 역시 사람들이 일부 개X 같은 중개사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너무나 잘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부터 배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경제신문이나 경제주간지 하나 정도는 반드시 종이로 구독하여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당신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기사만 읽을 텐데? 당신 눈에 숨어 있는 기사들은 지면을 펼쳐 볼 때나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당신 나이와 상관없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그렇게 공부 좀 하여라. 이미 20여 년 전에 “부동산에 빨리 눈 떠라” 하면서 무엇부터 배워야 할지도 말하지 않았던가(‘세이노의 가르침’ 707쪽). 2. 부동산 경매 이야기동아일보 칼럼 연재의 마지막 회(2001년 9월 12일)에서 나는 아래 글을 쓴 바 있다.“작년에 서울 강남에서 지은 지 2년 된 빌라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대지와 건물에 대해 모두 저당이 잡혀있었으나 대지에 대한 저당권 문제만큼은 낙찰자가 해결해야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붙어있었다. 결국 대지권 없이 건물 소유권만 갖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집은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있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입찰에 참여하여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았다.”그 특별매각조건은 대지 지분에 대해 근저당이 과도하게 잡혀 있는 별도 토지등기가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것이었다. 즉 대지 근저당권자가 경매낙찰가에서 대지분 가격을 분배하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경매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경매 전문가들은 모두 위험한 물건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것은 맞다.대지에 대한 근저당은 건설사가 대위 등기한 것이었다. 등기부의 복잡한 기재 내용들을 살펴보니 건물분 소유권자는 A이고 대지지분의 소유자는 실제로는 A와 B였으나 등기법적으로는 A였다. A와 B는 모두 건설사에 대한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C에게 대지지분의 양도 계약을 하였으나 집합건물에서 건물분 소유자와 대지분 소유자가 다를 수는 없으므로 C의 명의로 등기가 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건설사가 대지지분에 설정한 채권최고액은 8억5000만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낙찰받았던 금액은 4억2000만원 정도였다. 낙찰 후 내게 지대(대지사용료)를 청구한 자가 있었을까? 없었다. 등기부상 경매물건 소유자는 법적으로 A였고 낙찰된 부동산의 직전 소유자가 낙찰자에게 지대를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저당권자였던 건설사에서 내게 대지지분을 사라고 권유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하려면 C가 동의하여야 하는데 C는 등기부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채권자나 채무자도 아니었고, 경매 낙찰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입찰하려는 사람으로 추정되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몇 %나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곳을 전세금 4억원에 임대하고는 이 물건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경매되도록 하고자 했다. 왜? 이런 집합건물이 세월이 지나 다시 경매로 나올 때는 이미 이전 경매에서 특별매각조건을 낙찰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되었으므로(그 조건이, 근저당권자에게 돈을 실제로 주고 대지지분에 대한 별도 등기를 반드시 해지시키라는 것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건물분과 대지분의 소유자는 동일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두 번째 경매에서는 대지분에 대한 별도의 등기는 사라지고 감정가에서의 건물분과 대지분의 비율대로 낙찰가가 분배되어 대지분 근저당권자에게 지불된다. 결국 1차 경매에서는 전세금 수준의 비용으로 낙찰을 받고, 전세금을 받은 후 세월을 기다렸다가 다시 경매로 처리되게 낙찰자가 “자의적으로” 만들면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부동산 가격 인상분 정도는 그대로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좀 지난 후 이루어진 두 번째 경매에서 낙찰자는 C였다. 내가 회수한 돈은 전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억9000만원이었는데 투자 기간이 예상보다는 길었지만 세금 등을 포함하여 4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거둔 수익으로는 괜찮았다.자, 내가 동아일보에 특별매각조건 관련하여 칼럼을 쓰고 나서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내게 이 경매와 관련하여 질문한 자가 있었을까? 한 명도 없었다. 오늘 날짜로 검색하여 봐라. 토지별도등기 인수라고 하는 특별매각조건이 있는 경우 2번의 경매를 이용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명이라도 글을 올리거나 책에 쓴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22년 전 칼럼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돈이 돈을 버는구나’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 지식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먼저 지식을 쌓고 사람들이 지식 부족으로 입찰을 꺼리는 경쟁이 약한 물건을 찾아라.” 지식을 쌓으라는 말은 스스로 공부하라는 뜻이다. 경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경매법 자체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부터 먼저 읽고 공부하여라. 등기법 역시 경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법원공무원교육원 교수였던 분이 쓴 ‘집합건물의 등기’(신언숙·육법사)인데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절판된 책의 중고품을 몇만원씩 지불하고 사는 사람을 나는 평상시에 도서관을 가까이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전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협약된 도서관에 가면 지정된 PC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 원문을 볼 수 있고 대부분 복사도 가능하다. 협약된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전문도서관 등이 있는데 당신이 사는 동네에도 틀림없이 있을 작은도서관(전국에 약 7500개나 있다)도 협약 도서관이고 해외에 있는 외국 도서관들 중에도 협약 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읽다가 보유하고픈 부분을 복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A4 1장당 40원이므로 2쪽씩 인쇄하면 1쪽당 20원이다. 법적으로는 책의 3분의 1분량 정도만 복사가 허용된다.(나는 국회도서관도 몇 번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민간인용 주차장이 너무 멀다.) 전세 사기 문제가 심각하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중개사들을 불러 교육을 시키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계약을 맺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주인이 바뀌면 HUG에서 임대 조건이 바뀐 것으로 치부하여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수 있으니, 임차인에게 매달 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주인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라고 한다고 들었다(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공인중개사 MINO가 알려주었다). 미쳤나? 대한민국에서 매달 자기가 사는 집 등기부등본을 떼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외국인 임차인은? 그것보다는 집주인이 바뀌면 자동으로 임차인과 HUG에 알람이 가도록 시스템을 바꾸거나, 시스템 변경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면 모든 임대차계약서에 “부동산 소유권이 변경되는 계약이 발생하면 계약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임차인과 HUG에게 동시 통보하여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임대인은 이러저러한 벌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강제 삽입되도록 하면 어떨까? 3. 사업과 장사 이야기1980년대 말, 여름 길거리에 있는 건물 지하 1층의 식당이나 찻집 같은 곳을 가게 되면 대부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지하층 벽체에 스며든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면서 나는 냄새였고 습기를 제거하는 전기 제습기를 설치하면 해결될 문제로 보였다. 그 당시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들의 상점들에서는 미국 월풀(Whirlpool)의 제습기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가격이 40만원대 후반이었다. 나는 경쟁력 있는 제습기를 수입하여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월풀 제습기를 하나 구입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보았다(제습기의 작동 원리 및 부품들의 기능 등을 배우고, 마케팅 측면에서 월풀 제습기에 있는 약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약점이 없으면 포기하려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하지 않던가). 제습기는 거의 대부분 바닥에 놓게 되므로 전원 스위치나 제습 강도를 조정하는 스위치 같은 것은 모두 상부에 있어야 할 텐데 월풀 제습기의 스위치들은 사용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제습기 전면에는 물 세척이 가능한 공기필터가 있고 하부에는 습기를 빨아들여 응축시킨 물이 고이는 물통이 있었다. 물통이 가득 차면 표시등이 켜져서 물통을 비워야 함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물통을 비우려면 벽체 가까이에 놓은 무거운 제습기를 앞으로 잡아당긴 뒤 그 후면에서 물통을 빼내야 하는데 제습기 본체에 바퀴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빼내는 과정에서 물이 출렁거렸고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물통을 빼내는 곳이 제습기 전면에 있고, 응축된 물이 직접 건물 내 배수구로 나가도록 할 수 있는 호스 연결구가 뒷면에 있는 제품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디자인도 월풀의 고전적 디자인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의 밝은 색상이 더 좋아 보였다. 제습 용량은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회사별 차이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페더스(Fedders)의 제품이었다.그 제품을 즉시 수입했을까? 사업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겠는가? 법적으로 복병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판매용 전기용품은 수입 이전에 KC 안전 인증을 받아야 수입 통관을 할 수 있었다. 안전인증을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했으며 사후서비스를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밝혀야 했는데 나에게는 버거운 과제였다(현재 수입 하이브리드 슈퍼카 중에는 충전 코드에 대한 안전 인증이 쉽지 않기에 이미 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 당시 알게 된 것: AC(교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DC(직류) 전기용품은 안전 인증이 면제되었기에 AC를 DC로 바꾸어 주는 트랜스를 이미 인증받은 국산으로 제공하면 된다는 것. 이를테면 워터픽(구강세정기)같은 경우 220V용이면 수입판매하는 데 애를 먹지만 직류용인 경우는 국산 트랜스를 끼워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오디오 스피커 같은 것은 앰프에 물리는 것이므로 안전 인증이 없다는 것(이런 규정들이 요즘은 전자파 문제 때문에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자, 어쨌든 제습기는 AC 전원을 사용하여야 했다(그 당시는 110V와 220V가 혼용되던 시기였다). 나는 관세청의 품목별 수입 제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두꺼운 관세품목 분류표(HS code) 책자를 구입하여 살펴보았고 거기서 제습기는 전기사용량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KC 안전 인증이 면제되는 산업용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페더스의 제습기 중에서 하루 제습량이 가장 큰 제품 한 종류만을 수입하기로 하고 페더스 본사의 아시아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여름이 오기 전, 컨테이너 1개분을 꽉 채운 제습기가 도착하였다. 당시 내 사무공간까지의 도착 가격은 제습기 1대당 25만원 선이었고 판매가격은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게 48만원으로 정했으며 기존에 컴퓨터나 음향 설비를 판 곳과 도서관들에 안내문을 먼저 돌렸다. 청계천이나 용산 전자상가에는 단 1대도 위탁판매용으로 전달하지 않았고 할인판매도 금지하였다. 판매 방식은 방문 구입 혹은 현금이체(화물발송비 별도)만 하였고 불티나게 팔렸기에 추가 수입을 부랴부랴 하였다. 판매가 잘된 이유는 경쟁사 제품의 약점들을 정확하게 파고들면서 무료 사후서비스를 무려 5년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퀴즈: 나는 무슨 배짱으로 5년을 내걸었을까?) 구매자가 고장 난 제품을 가져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분 이내에 수리해 전달하며 3회 이상 고장이 나면 신품 교환 조건이었다. 실제로 고장 난 제품이 들어오면 신품에서 겉 케이스만 제거하여 교환한 후 바꿔주었고(15분도 안 걸렸다) 손님이 간 후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를 체크하였는데 내부에 있는 컴프레셔는 삼성이 만든 것이었음도 그때 알았다.제습기 판매로 1년마다 서울 맨션아파트 한 채 값 이상의 수익을 올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페더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큰 회사에서 내가 수입하던 물량의 2배를 수입 약정하겠다면서 독점권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미원통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물량을 키우려면 용산과 청계천에 상품을 도매가격으로 깔아야 하고 전담 영업사원도 지정하여야 하며 외상값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결국 물량을 2배로 키워도 내 손에 쥐어지는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중단하기에는 수익이 컸기에 멕시코로 날아가서 페더스의 남미 담당자와 접촉하였다. 큰 조직일수록 영업 담당자들은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하므로 남미 담당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몰랐고 손쉽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들이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것을 한국으로 보낸 뒤 귀국하였고 더 이상 가져올 물건도 없었으므로 천천히 느긋하게 팔았다(물량을 2배로 늘려 수입하겠다고 한 그 회사에서 그 후 따로 물건을 들여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방해 공작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미수금 발생은 전혀 없었고 나는 5년 서비스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내용은 첫째 어 이게 왜 없지? 하는 자각, 둘째 경쟁제품의 약점 파악, 셋째 법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식, 넷째 많이 파는 것이 장땡은 아니라는 것, 다섯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5년 무상서비스 약속 준수이다. 장사는 어떨까? 이미 내가 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사람들 대다수가 망하여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어느 독자가 그 흔하디흔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였는데 몇 개월도 안 되어 대박이 났음을 전해왔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좁은 길로 간 것뿐이었다. 정말로 비법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내게 묻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장사를 할 때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약속은 지켜야 약속이다. 몇몇 독자가 내게 알려준 내용: 어떤 온라인 강의를 “100% 환불보장”이라고 하여 들었는데 막상 환불 신청을 하니 아래와 같이 답이 왔단다.“100% 환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체 강의를 수강 및 미션을 수행하세요. 2.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실행하세요. 3.xxx 대표가 직접 수업에 배웠던 지식에 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모두 답변을 완벽하게 하세요. 4.그럼에도 삶의 변화가 없었다면 환불해 드립니다.”그래서 찾아보니 제목은 ‘ 돈이 따라오는 억대 소득의 자수성가법’이고 화면을 넘기면 ‘EVENT2 100% 환불보장제’라는 제목으로 “환불보장제 적용”이라는 구호를 여러 개 배경에 깔아놓고 강사 얼굴이 나오면서 “수강 후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온다. 다시 화면을 넘기면 “안 되면 진짜 말씀하세요. 100% 환불보장”이라는 글 밑에 강사 얼굴이 나오고 “수업을 모두 수강하고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는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고 나온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한 “100% 환불기준”은 마지막 화면 하부까지 가야 지금까지 나왔던 글씨들보다 훨씬 작은 글씨로 나온다(부동산이나 보험 광고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써 놓는 것과 유사하다). “100% 환불기준”을 읽은 후 쌍욕이 전혀 나오지 않고 말 그대로 100% 환불보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애초부터 환불 약속을 지킬 생각은 있었을까? 아무도 환불을 받아 가지 못했으므로 100% 모두 만족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광고하는 것일까? 심리전문가를 자칭하며 자기 강의만 들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는 박세니다(강의 중에 박세니가 “세이노 그 사람 돈 많으면 뭐해, 정신과 다니는데”, “세이노가 그렇게 돈 많이 벌어봤자 매일 정신병약 먹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틈틈이 걱정해 준다는 제보도 받았다. 내가 내 책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불안해져서 정신과를 다녔다고 한 얘기 때문인 듯싶다. 그때 정신과 의사인 동창을 찾아갔더니 여러 가지 심리 조사와 몇 차례 상담 후 이렇게 얘기했다. “의사로서 뭘 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너에게는 어떤 약도 의미가 없다. 심리 조사에서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너 같은 사람을 나는 처음 본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런 네가 관련되지도 않은 정치적 부패 사건에 불안해하며 이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왜 그거까지 걱정을 하냐.” 어쨌든 현재 3가지 비타민과 가벼운 고지혈증 약을 매일 먹는 나에게 박세니는 정신병약까지 먹이고 싶은가 보다).100% 환불보장은 일정 기간 이내에 구매자가 불만족하면 무조건 100% 환불하는 것이지 구매자가 판매자의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처음일 것이기에 확실히 박세니는 선구자인 것 같고 “100% 환불보장”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면을 일단 걸어 놓고 마지막에 그 환불조건을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것 역시 최면을 강조하는 박세니답다. 4. 보험보험은 위험 대비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나는 이견이 전혀 없으나 보험을 대여섯 개씩 드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본다.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보험회사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보험사들의 비밀 하나부터 얘기하자. 오래전 12월이 되면 나는 계좌에 20억원 정도 준비해 놓곤 하였다. 그때가 되면 유명 보험사 지점장들로부터 청탁이 들어왔는데 12월 31일 이전에 5억원을 입금하면 즉시 5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1년 후 5억원에 대해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5000만원은 그 당시 백화점 대형봉투 하나에 만원권으로 모두 들어갔다). 당연히 나는 응하였고 연말을 기다리기까지 했다(이걸 몇 년이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그 5000만원은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 수수료로 떼어놓은 금액이었는데 보험설계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신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였음에도 그런 일이 가능하였다는 것은 세무서나 감독기관도 잘 모르는 구석이 보험사들에 있었다는 뜻이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는 남아있지 않을까?예를 들어, 혹시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걸 보험업법에서는 자사 승환이라고 하는데, 타사 승환도 있다. 자사 승환은 가입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입 나이도 늘어나 예전보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에 6개월 이내의 자사 승환은 불법으로 금지되고 있음에도 기간에 상관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보험사에도 이익이 되고 설계사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승환 요청은 일단은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보험은 크게 생명·손해·질병 관련으로 분류된다. 보험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분야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는 생명보험이다(보험료는 가장 비싸지만 갑자기 죽을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영업은 기본적으로 인맥을 바탕으로 한다. 당신이 보험을 들게 된 것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 권유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설계사는 없는 돈에 수입차를 사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명품도 걸치며 종교모임은 물론 갖가지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 가입에 관심이 있는 고객명단(DB)을 회사에서 받는다. 그 명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를 하나 든다면 홈쇼핑에서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상담을 받았던 사람들의 정보가 분석·집약되어 DB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허접한 DB도 만들어지고 좋은 DB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만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도 당신이 예뻐서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유명 생명보험사들이 그 전속 대리점 및 “모집위탁계약을 체결한 자”(보험설계사를 의미한다) 등에게 줄 DB를 만들고자 당신의 개인정보를 얻으려고 1만원 이상을 지불하기 때문이다(확신하건대 그 DB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불법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회사에서 준 DB에 의존하면 영업 수당도 줄어들고 인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만두는 설계사들이 계속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설계사들이 끊임없이 충원되어야 하니 고수익을 내세워 유인하는 것이다.요즘 보험설계사들은 생명보험의 하나인 종신보험을 상속세 절세용으로 국세청이 추천하는(또는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너도나도 선전하면서(인터넷 검색하여 봐라) 국세청이 발행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고까지 말한다. 정말? 내가 2020년·2021년·2022년·2023년도의 ‘세금 절약 가이드’를 뒤져보았지만 “자녀 명의로 보장성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여러 가지 상속세 납세자금대책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지 종신보험이 최적의 상속세 마련 방법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완전 뻥이다. 왜 뻥을 칠까? 그게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상품이어서 그렇다. 어느 정도나 수수료를 주기에 그럴까?(종신보험이 상속세 대비책이 되려면 보험료를 반드시 소득이 이미 있는 자녀나 배우자가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결국 종신보험은 상속인들이 자기들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피상속인이 빠른 시일 내에 사망할수록 유리하고 오래 살수록 불리하다.) 박세니의 ‘억대소득 세일즈맨 양성-박세니마인드코칭 삼성생명 협업프로젝트’를 보면 “억대소득 세일즈맨이 되는 기회를 드리려고”한다면서 선발 과정을 이렇게 명시했다. 요즘(2023년 11월) 박세니의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만족도 98%, 강의추천률 98%’을 내세우면서 초급·중급·고급 과정이 165만원이며 최면반이 따로 있다. 입금하면 ‘박세니마인드코칭 수강안내(환불규정안내)’를 알림톡 등으로 받게 되는데 납입한 강의료는 강의 시작일 3일 전 ‘오후 5시 이후 환불·변경 불가’로 나오며 “100% 환불”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주 중급반과 고급반 강의 후에 있는 미팅에서는 삼성생명 WM(Wealth Management·자산관리이지만 실제는 보험상품 판매다) 영업직원들이 십여 명 참석하여 보험영업을 권유한다. “고급반 수업도 보험영업에 도움 되는 내용 위주이며 ‘삶을 바꾸려면 높으신 분을 최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최근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제보해 주었다.2023년 6월 22일, 인스타그램에서 박세니는 4월부터 삼성생명의 파트너가 되어 제자들을 연결시켰다고 하면서 4월에 11명으로 시작해 26명이 합류하였고 삼성생명보험으로부터 6월 21일 2692만5135원을 첫 소득으로 입금받았다고 하였다. 파트너가 되었다는 말은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보험설계사를 삼성에서는 FC(Financial Consultant)라고 하지만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영문 호칭이 15개 이상이고 재무상담사·금융전문가·인생상담사 등으로도 부르지만 좀 더 멋있게 보이려고 지어낸 것들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모두 다 보험상품을 파는 보험설계사이다. FC는 보험사의 직원이라기보다는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며 관리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관리자인 경우에는 자기 밑에 영업조직을 두며 그 조직원들의 활동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박세니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박세니는 삼성생명 본부장으로부터 8월 11일 ‘경력도입 우수 FC’ 특별상을 받은 사진도 올리면서 “억대 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경력도입’이란 다른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했던 경험자를 삼성생명에 들어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박세니가 “억대소득 정도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억대소득을 달성하는 대표적 방법은 상속세 걱정을 하고 있을 부유층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박세니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0만원을 납부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보험설계사는 도대체 수수료를 얼마나 받게 될까? 법적으로는 월 납입액의 12배인 1억2000만원이 상한선이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이른바 ‘시책비’(판매촉진비)를 별도로 받아서 보험설계사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기에 2억원 정도도 받는다. 보험 가입자가 1년 이상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한 그 수수료는 설계사의 수입으로 남는다. 속된 말로 1년에 1명의 부자만 가입시키면 놀고먹을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누군가 가입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자기 돈으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후 1년 후 해지하여도 수수료가 남을 수 있다(이른바 차익거래라고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물론 금감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은 하는데… 글쎄다). 삼성생명은 GA 자회사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세니가 소속된 삼성생명 ‘헤리티지 센터’는 헤리티지(유산)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다. 생명보험 영업조직은 리쿠르팅(채용)-교육-영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관리가 핵심이며 일종의 다단계적 성격으로 자신이 만든 조직의 보험설계사 실적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데 조직이 커지고 실적이 올라가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박세니는 FC로 활동하면서 소위 제자들을 리쿠르팅하여 영업에 투입 활용하는 것이다.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새로 인원을 채워 놓으면 된다. 어째서 그 제자들은 생명보험사 영업직 입사 면접은 웬만하면 다 합격하는 것이고 보험 영업방식은 유튜브에 엄청나게 많은데도 박세니의 교육 강의에 돈까지 낸 후 자기 수수료의 일부가 박세니에게 할당되도록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박세니의 말대로 했더니 높으신 분이 최면에 잘 걸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놀랍고 고마워서?).박세니 강의의 뼈대는 멘탈 프로그램을 팔면서 삼성생명에서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구체적 취직 제안까지 하는 것임을 볼 때, 삼성생명 입사를 미끼로 ‘쎈멘탈 판매’ 등 개인 장사를 직접 연계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문제가 될 텐데 삼성의 준법감시팀이나 윤리경영팀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면 좀 놀랍다. 게다가 박세니의 강의는 주로 ‘돈을 벌고 최고가 되는 것’을 자기 최면과 타인 최면을 통해 이루라는 것인데, 자기 최면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타인 최면은 “높으신 분을 최면에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 나오듯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적 지배) 같은 시도이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 최면을 시도하여 뭔 짓을 하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이 글을 읽고 종신보험이 보험설계사에게 그렇게나 수당을 많이 주는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과연 그 보험이 운영될까를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의 눈이 떠진 것이다). 5. 주식주식에 대해서는 2008년 10월 11일 딱 한 번 다음 카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삼성전자가 내 관심사고 포스코는 아니다”라고만 언급한 바 있다. 그 당시 그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정말 많이 하였는데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도록 유도한 것과 다름없는(그래서 주가가 더 오르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더 보려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조차 90% 이상이 이 주식이 좋다는 식이며 목표주가를 높이 잡는다. 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야 자기네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리딩방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모두가 그런 심보로 주식을 추천한다. 아 물론 그런 심보를 역이용하여 초단타 위주로 하면 좀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세이노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을 통해 내 사익이 증가한다면 나 자신이 X 같은 나쁜 놈으로 전락하게 됨을 잘 안다. 언젠가 L 및 K 재벌가 사람들(손자들)의 작전회의에 각 한 번씩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은 ‘결국 개미들이 밥이 되는구나’였고 1원도 가담하지 않았다. 약 1년 후 K 재벌의 직계 가족이 구속되고 몇 개월 후 L 재벌의 직계 가족도 구속되었는데 내가 양쪽 모두 가담했다면 가중 처벌을 크게 받았을 듯싶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그 작전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를 K 재벌에 연결해줬던 동창 녀석은 15억원 정도를 날렸다. 내가 개미들에게 하고픈 말: 주식으로 큰 수익이 났을 경우 당신이 똑똑하고 주식투자 재능이 있어서 돈을 번 것은 절대 아니므로 전업투자자가 되겠다는 개꿈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전업투자를 하다가 배우자도 모르게 엄청난 빚을 진 후 내게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면 빨리 처분하여야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계속 집어넣는 짓도 절대 하지 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야고보서 1:14). 통정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폭삭 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하한가 사태에서 무려 1500명의 의사들이 위임 매매를 하였던 것도 ‘욕심에 끌려 미혹’당한 것이다. 이때 역시 내게 수백억원을 날렸는데 어찌하오리까 메일을 보낸 독자가 있었다.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주식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하여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내가 20여 년 전에 썼던 글은 아직도 유효하다. “편안하게 빨리 돈 벌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자들이여. 평생 가난의 괴로운 숯불이 이마 위에 올려지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채권은 어떨까? 채권은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식 정보보다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다. 국고채는 자본차익(금융투자수익)이 비과세이기에(2025년부터 과세되는 것으로 예고되어있다) 종종 종합소득세율이 이미 40% 이상 되는 경우에는 정기예금 이자 수익보다 세후 실수령액이 더 높다. 즉 종합소득세율이 낮은 경우에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아주 낮은) 회사채는 개미들에게는 기회가 잘 안 간다. 2023년 11월 2일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기사가 그다음 날 떴다. 수요예측은 증권사나 투자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큰손들에게만 연락하여 예상 투자액을 물어보지 개미들에게는 전화도 안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잣돈이 모이면 좋은 회사채들은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제기사를 평소에 꼼꼼히 잘 읽어나가라. 요즘은 인터넷 뱅킹에서 10만원으로도 채권투자가 가능하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소소한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ELS의 헤지자산 74% 정도는 국내 채권이므로 ELS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상반기에는 그 시점에서도 만기가 남아있는 채권들이 ELS 자산 현금화를 위해 쏟아져 나올지 여부도 주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다만 나는 ELS, ELB, DLB, DLS 등등 금융공학자들이 만든 상품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 6. 팩트를 보는 법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내 글을 내 책에서 읽고 나서(541쪽),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주는 것으로 서비스 매뉴얼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조현아 부사장이 모르고 있었고 세이노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종종 독자 메일로 오곤 하였다. 그래서 내 책 17쇄부터는 552쪽에 ‘손님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므로 봉투째 준다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기 일등석에서 항공사를 불문하고 그런 경우를 경험한 바 없다’고 첨언하였고, 실상을 좀 더 조사해 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언론의 기자들이 팩트(Fact·사실)를 제대로 못 보고 비틀어 보도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으며 나무위키나 위키백과도 대동소이했고,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 책이 생각나는 사건이었다.(팩트를 골라내는 법을 알게 되면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여진다.)아마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현아가 서비스 매뉴얼이 바뀐 것을 모르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 매뉴얼이 바뀐 것을 알고는 사무장에게 화살을 돌려 화풀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대한항공 홍보영상 장면도 있다고 하여 나도 봤는데 광고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화면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서비스 매뉴얼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이 비행기 이륙 전 조현아에게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카다미아(언론에서는 땅콩, 콩, 너츠 등으로 표기했다)를 봉지째로 전달한 것에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날 회사 내부 이메일로 인증받은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떴다고 한다(동아일보 2014-12-10).“음료와 마카다미아 너츠를 줄 때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규정은 음료를 요청한 승객에게 마카다미아 너츠를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리에 들어가서 뜯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줌)…갤럭시노트 10.1을 꺼내 규정을 보여줌.(당연히 잘못이 없는 객실 승무원)…”2014년 12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서비스 매뉴얼을 단독 입수하여 “조현아의 딴죽?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2014년 12월 10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잘못’을, 노조 측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착각’을 주장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승무원이 1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자 조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 측은 “드실 것”인지 승객에게 물어보기 위해 규정대로 봉지를 들고 갔는데 조현아 부사장이 화부터 낸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그리고 하루 뒤인 2014년 12월 11일 경향신문은 그 매뉴얼의 영어 원문을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보도하였다.“…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마카다미아를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였다. 승무원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에 대해 왜 봉지를 뜯은 뒤 마카다미아를 버터볼(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웰컴 드링크 서비스 시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넛을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돼 있다. 이어 “승객이 마카다미아넛을 원하면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버터볼(그릇)에 담아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는다”고 돼있다. 2012년부터 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해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매뉴얼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다.”2014년 12월 19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내용: “조현아는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땅콩을 봉지째로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라고 지시해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이 공항에 내린 후 비행기가 출발하게 했다. 비행기 기내 규정은 땅콩을 요청한 승객에게 땅콩을 봉지째 보여주고, 먹겠다고 하면 갤러리에 들어가서 뜯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장이 했던 행동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이 조현아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입수하여 분석한 단독 기사에 의하면 12월 5일 현지시간 0시 43분 “승무원 견과류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 조 전 부사장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 지시. 박창진 사무장 매뉴얼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으로 언급된다. 0시 53분에는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 사무장에게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지시”하였다고 한다.즉 승무원이 봉지째 쟁반에 받쳐 제공했음이 분명하므로 경향신문의 12월 11일자 기사는 틀린 뉴스가 되고 경향신문 12월 10일자 기사에서 나온 노조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이 된다.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소장은 물론 여러 기사에서 “조 전 부사장, 승무원 김 씨의 잘못 없었다는 것 알면서도”라고 하거나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 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 씨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식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참고로 “조 전 부사장 격분” 이유는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갤리)이 바로 앞에 있고 그곳에 종이 매뉴얼이 있는데 사무장이 태블릿PC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승무원이 하는 안내방송 역시 제아무리 고참 승무원일지라도 종이 매뉴얼을 보면서 하는 것이고 종이 매뉴얼들은 언제나 그것이 필요한 장소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격분”할 만한 것이었냐고? 그 판단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서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을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격분” 이후의 행동들은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2015년 2월 2일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계속된 결심공판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보도를 축약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과연 기자들이 11시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었을까? 검사의 질문들은 동아일보에서 상세히 보도했으므로 궁금하면 찾아봐라.)경인일보(2015년 2월 2일)조현아는 기내에서의 행동이 여승무원 김 모 씨의 서비스 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제공을 승무원과 사무장이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조현아는 기소된 이후 진행된 두 차례 공판 동안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이 ‘명백한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라고 강조했다.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한 것과 관련해 “웰컴 드링크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승객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 갖다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여승무원은 (물어보지 않은 채) 물을 갖다 주면서 콩과 빈 버터 볼을 갖고 왔고, 이는 분명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밝혔다.이는 앞서 박창진 사무장이 증인신문에서 “관련 매뉴얼이 작년 12월 초 ‘봉지째 보여주며 먹을지 묻고, 먹겠다고 하면 작은 그릇에 담아 제공’으로 개정됐고, 이는 조 전 부사장의 결재로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동아일보(2015년 2월 3일)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어떤 부분이 위반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물을 갖다달라고 했는데 물과 함께 견과류를 가져왔기 때문에 매뉴얼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를 봉지째 보여주면서 의향을 물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승객 의향을 먼저 물어본 뒤 종지에 담아 서비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본보 보도(지난해 12월 15일자 A14면)와 재판 시 공개된 매뉴얼에 따르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출발편에는 견과류 서비스 관련 내용이 없다. 세계 공항은 보안 규정에 따라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주류와 음식을 담아놓는 실(seal·카트의 봉인)을 열 수 있는 곳(실 오픈 가능)과 열지 못하는 곳(실 오픈 불가)으로 나뉜다. 케네디 국제공항은 ‘실 오픈 불가’ 공항인데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초기 ‘실 오픈 가능’ 공항에서 사용하는 매뉴얼에 근거해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가 틀렸다고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착각한 부분이다. 주간동아(2015년 2월 29일) “당시 물을 갖다 달라는 저의 말에 승무원은 콩과 빈 버터볼 종지를 가져왔습니다. 명백한 매뉴얼 위반입니다. 서비스가 매뉴얼과 틀리다고 생각해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저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조선비즈(2015년 2월 6일) 검찰이 피고인 심문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마카다미아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나무위키에서는 “2007년 이후에는 봉지를 들고 가서 보여주고 취식 여부를 물어본 뒤 먹겠다고 하면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 지침을 완벽하게 준수했다”고 나온다.위키백과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대한항공 객실본부장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접시 위가 아닌 뜯어지지 않은 봉지 속에 있는 마카다미아를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받았다…마카다미아 서비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조현아는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빌미로 객실 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였고”라고 나온다.결국 진실은 ①먼저 손님에게 봉투째 보여준 뒤 ②원하는 승객에게는 봉투를 까서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게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그 당시 객실 승무원은 ①에서의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접시에 봉투째 담아 전달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가?땅콩회항의 발단이 된 서비스 문제를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놓은 것은 조현아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갖가지 소문 속에서 팩트를 판별하는 능력 훈련을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자기만의 게임을 하게 된다. 물론 당시 조현아가 남편과 아들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현아가 “격분”한 동기가 어디에 있든 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조현아를 이상한 인간으로 낙인찍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들만큼은 상황을 추종하려고 하지 말고, 설령 독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팩트를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팩트를 비틀어 보도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 덕분에 안하무인의 재벌 가족들에게 경종이 울리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 동영상에서나 땅콩회항에서나 왜 조현아가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나는 안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언행이 변하게 됨을 나 역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공사 현장에 나타나 자주 따귀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찼다는 뉴스 말미에 갑질 논란 따위는 전혀 없이 일을 철저히 하려는 그의 의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나오던 시절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다국적 기업에서 승승장구할 때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린 딸들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딸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전화로 누구에게나 야야 하며 소리 지르고 화를 내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다.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사람들은 가족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말하는 직원을 보배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어떤 조직에서든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경험적 조언: ①가족에게 뭔가를 지시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족은 당신의 하급 직원이 아니며 가족에게 당신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청소가 이게 뭐냐, 냉장고 정리가 왜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은 회사에서나 통하는 말이므로. 먼저 가족이 하는 말에 귀부터 기울여라. ②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직원이 있으면 즉시 “10분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해라. 그 10분간 분노를 가라앉힌 후 사근사근 대화하거나 이메일로 감정 표현 없이 팩트만 전달하여라.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체험하여 왔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수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나는 “아니 도대체 팩트가 뭔데 무죄야?”라는 생각에 판결문 속 사실관계를 며칠 동안 분석하였고 뇌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때마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이 사건을 주로 이야기하는 조건으로 지난 4월 출연하여 뇌물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팩트를 통해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가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 외에도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팩트가 무엇인가 알아내려는 노력 역시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어서였다. 12월 19일 ‘곽상도 50억원 뇌물수수’ 건에 대한 2심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독자들과 함께 그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3.12.11 07:00

36분 소요
“파두만 문제가 아니다”…반토막 주가에 공모주 개미 눈물 [허지은의 주스통]

증권 일반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지금 파두만 문제가 아닙니다. 하반기 청약 넣은 공모주 대부분이 파란불인데 어떡하죠?”하반기 IPO(기업공개)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상장 후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가가 급락한 곳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대어로 불리던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마저 불거지면서인데요. 금융당국이 하반기 중 내놓은 IPO 제도 개편이 오히려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규 상장한 38개 기업 중 21곳(스팩 및 합병상장 제외)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건데요. 어닝 쇼크를 기록한 파두(-37.19%) 외에도 시지트로닉스(-50.56%), 필에너지(-49.91%), 버넥트(-49.81), 에스엘에스바이오(-40.21%) 등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반토막이 난 상황입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확장현실(XR) 기업으로 주목받은 빅텐츠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34.39% 하락했고, 인스웨이브시스템즈(-30.75), 에이엘티(-28.56%), 밀리의서재(-26.09%), 뷰티스킨(-25.04%), 넥스틸(-21.91%), 컨텍(-16.67%) 등도 부진한 주가를 기록 중입니다. 공모주 시장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따상(공모가가 시초가의 2배로 결정된 뒤 첫날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소형주를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하반기 들어선 파두,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대어급 상장으로 흥행을 이어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끝없이 하락하면서 상장 직전의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가격 제한폭이 확대된 점이 주가 뻥튀기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26일부터 공모주 가격 제한폭을 기존 90~200%에서 60~400%로 확대 적용했는데요. 가격 발견이라는 순기능을 찾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상장 첫날 급등세만 노리고 초단타 매매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는 고점에 물리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실제 필에너지는 상장 첫날 공모가(3만4000원) 보다 237.06% 급등한 11만4600원(무상증자 적용 기준)에 거래를 마쳤지만 전날 종가는 1만7030원에 그쳤습니다. 버넥트 역시 상장 당일(2만4800원)을 끝으로 주가가 우하향했습니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 에이엘티, 밀리의서재, 뷰티스킨, 넥스틸 등 대부분의 새내기주는 상장일 주가가 가장 높았습니다. 공모주 투자자 A씨는 “공모주는 장기투자하면 바보라는 소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장기투자하면 바보천치라는 소리로 업그레이드됐을 정도”라며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손실만 보는게 공모주”라고 토로했습니다. 또다른 투자자 B씨는 “상장 첫날 초단기 매매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 시초가 근방에서 매수하면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연말까지 공모 일정을 앞둔 기업들이 많지만 주가 흐름을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통상 공모시장은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려는 기업들이 몰리면서 연말로 갈수록 일정이 늘어나는데요. 당장 내일(17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을 앞두고 있고 스톰테크, 동인기연, 그린리소스, 한선엔지니어링, 에이에스텍, 에이텀, LS머티리얼즈 등이 이달 중 상장할 예정입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말부터 가격 제한폭이 확대 시행되면서 7월 이후로는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높아졌다”며 “다만 상장 첫날에 유통 가능 물량이 출하되면서 대부분의 종목이 시간이 갈수록 높은 시초가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3.11.16 17:43

3분 소요
‘국민주의 배신’ 카카오, 소액주주 200만명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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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국민주(株)’로 불렸던 #카카오가 현재는 ‘국민의 눈물주’로 전락했다.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면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 경영진의 시세조종 등 사법리스크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표적이 된 사실 또한 알려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후 실적 전망 또한 밝지 않아 주가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왕년의 ‘시총 3위’…끝없는 추락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카카오 소액주주는 199만9126명으로 200만명에 달한다. 소액주주 수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카카오의 소액주주는 2021년 3월 말 기준 71만4708명이었는데, 2021년4월15일 액면분할을 기점으로 급증했고 ‘국민주’ 자리에 올랐다. 액면분할해 11만2000원이었던 주가는 2021년6월23일 16만9000원까지 올랐다. 카카오는 당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주가는 ‘탄탄대로’일 줄 알았지만,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타더니 현재 주가는 4만원대도 붕괴됐다. 10월31일 기준 카카오 주가는 3만7800원이다. 시가총액은 10위 안에 들지 못하고 18위에 머물고 있다.200만 개미들은 카카오의 반등을 바라고 있지만,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어둡다. 올해 10월 카카오 종목 리포트를 낸 증권사 14곳 중 12곳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10월30일 기준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6만5444원으로 한 달 전인 9월27일 7만421원과 비교하면 7.1% 하락했다.증권사에서 카카오 주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광고 업황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자회사 매출도 부진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카오 영업이익은 1286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43% 하락한 수치다.연간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카카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692억원으로 전년보다 19.2%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기록한 영업이익은 ▲2021년 5949억원 ▲2022년 5803억원으로, 올해 역시 전망치 수준의 전년볻 악화된 실적을 낸다면 주가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증권가에선 카카오가 매출 반등을 위해 시행했던 카카오톡 개편 효과도 아직이라고 평가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픈채팅 탭은 신설 이후 일일활성사용자수(DAU)는 1000만을 돌파했으나 광고 매출 기여는 아직 크지 않다”며 “친구 탭에 신설된 ‘펑’ 기능도 아직 이용자 호응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0월12일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로컬 정보 ‘동네소식’을 테스트 중이나, 성과를 낼지는 관찰이 필요하고 카카오톡의 이용자당 이용 시간이 줄고 있는 만큼 체류시간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경영진 사법리스크‧먹튀…해결 안 된 악재실적 악화 전망과 더불어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또한 주가에 악재다. 금감원은 SM엔터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또한 이미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 A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B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대표는 이번 검찰 송치에는 빠졌지만 구속 영장 청구 가능성이 여전하다.문제는 이 악재의 해소 시점이 불확실 하다는 점이다. 사법리스크의 경우 재판 등 처리 과정이 길고, 끝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지속적으로 주가 반등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카카오 법인과 경영진의 재판 결과 등 처벌이 확정되면 카카오의 각종 인수합병(M&A) 및 미래 핵심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의 스톡옵션을 통한 차익 실현도 주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이를 통해 남궁 전 대표는 총 94억32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스톡옵션으로 문제가 된 건 남궁 전 대표뿐만 아니다. 앞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2021년 12월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469억원을 챙겼다. 이른바 ‘먹튀(먹고튀기)’ 논란이 일자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던 류 전 대표는 자진 사퇴했다.주주들은 대표이사의 ‘스톡옵션 먹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시장은 지금이 고점이라 받아들여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시선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에게 향한다. 홍 대표는 올해 3월 스톡옵션 5만주를 받았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회사의 주가가 2배 오를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카카오 주가는 6만원대였고, 약속대로라면 당분간 홍 대표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카카오를 둘러싼 잡음은 끊임없다. 지난달 15일에는 카카오가 최근 홍콩 소재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표적이 됐다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주식을 빌린 이후 매도를 내는 ‘차입공매도’만 허용하며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홍콩계 IB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01개 종목에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를 벌였고, 이중 카카오에 대한 공매가 가장 많았다. 해당 기간 카카오 주가는 15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급락했다. 당시 주가가 하락하자 카카오 투자자들은 ‘해외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쏟아냈지만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이번 사례로 언제든 무차입 공매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 사이에 만연한 상황이다.오동환 연구원은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과 금감원 조사가 집중되고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 주가 회복은 체질 개선과 신사업 효과가 본격화되는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1.04 12:00

4분 소요
‘두산로보틱스 상장만 기다렸는데’...로봇주 배신에 개미 눈물

증권 일반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두산로보틱스가 코스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00% 가까이 급등하며 로봇 대장주에 올랐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 상장과 더불어 최근 기대를 모았던 로봇주들이 줄줄이 급락하며 개미들은 패닉에 빠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78% 상승한 5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인 지난 5일에는 공모가(2만6000원)대비 97.69% 상승한 5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공모가의 160% 수준인 6만76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상승 폭을 줄여 거래를 마친 것이다.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첫 따따블 사례가 나올 거란 시장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두산로보틱스는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3조3317억원을 기록하며 로봇 대장주에 단숨에 올라섰다. 2위인 레인보우로보틱스(2조7336억원)와의 시총 차이를 6000억원 이상 격차를 벌렸다. 두산로보틱스는 앞선 IPO 일반청약 과정에서 30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빨아들이며 올해 최대 흥행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15일까지 5일간 진행된 두산로보틱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선 기관 총 1920곳이 참여해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1000∼2만6000원)의 최상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일반 청약은 총 149만6346건이 접수됐고 33조1093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증권가에선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한 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적다는 점이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첫날 매도 가능한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 중 18.38%에 불과했다.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기로 약속한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51%에 달한다.두산로보틱스가 상장 첫날 로봇대장주를 자리를 꿰찼지만 다른 로봇주들은 하락폭을 키우며 그야말로 추풍낙엽의 모습을 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8.39% 하락했고, 에스비비테크(-14.19%), 뉴로메카(-12.13%), 유진로봇(-10.80%), 로보스타(-8.65%) 등 국내 주요 로봇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장 이튿날인 6일에도 해당 기업들이 2% 이상 하락하며 연일 주춤한 모습이다. 앞서 증권가에선 올 상반기 주도주 역할을 했던 2차전지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엔 로봇주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하반기 들어 두산로보틱스 상장이 임박해 오자 로봇 기업들의 주가가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가 로봇을 국가 첨단산업 육성분야에 포함한 데 이어 삼성,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 투자 확대 등 호재가 잇달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로봇주에 베팅한 개미 투자자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모기업인 두산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첫날엔 19.40%까지 급락해 공포분위기를 연출했다. 상장 이튿날에도 4% 넘게 하락했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11일 장중 29.97%까지 올랐다. 하지만 다음날인 12일 16만66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최근까지 주가가 급격히 빠지는 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신고가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달궜던 여타 로봇주들도 고점 이후 주가가 최근까지 하락세를 보이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전 없는 장세에 개미들은 패닉에 빠졌다. 로봇주 투자자 상당수가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주가 반등을 기대했으나 상장 첫날부터 오히려 급락해 손실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로봇 관련주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올랐다는 인식이 늘면서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이벤트가 주가에 선 반영된 후 재료가 소진되자 상승동력을 잃은 것이란 분석이다. 서재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로봇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로봇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로봇 섹터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전반적으로 상승해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단기적 조정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한화그룹의 한화로보틱스의 출범이 예정돼 있으며, 하반기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강화하면서 긍정적인 모멘텀은 계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조언했다.

2023.10.06 18:01

3분 소요
‘하따’한 개미들...하한가 맞은 종목에 눈물만

증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에 나섰다가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물린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하한가 사태 발생일인 지난 4월 24일 이후 7월 21일까지 3개월간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 8개 종목 중 1개를 제외한 7개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총 2682억원을 사들였다.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삼천리 주식을 765억어치 사들였고 다우데이타도 544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어 서울가스(467억원), 대성홀딩스(395억원), 선광(244억원), 셋방(191억원), 하림지주(182억원) 순으로 순매수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유일하게 106억원을 순매도했다.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할 경우 순매수 규모는 2780억원을 웃돈다.개인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에 대해 매수에 나선 것은 주가가 길게는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는 등 가파르게 급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가가 크게 내린 만큼 추가 낙폭이 크지 않다고 보고 기계적 반등을 노린 하따에 나섰다는 평가다. 실제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 등은 지난 4월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삼천리는 3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다만 이들 종목들은 큰 폭의 하락 이후 일제히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하한가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2개월 간 횡보 양상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인들의 평균 매수 단가를 고려할 때 매수에 나섰던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대성홀딩스 평균 매수 단가는 2만8115원으로 7월 21일 종가인 1만3780원과 비교해 마이너스(-)50.9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선광의 평균 매수단가는 3만6598원으로 같은 기간 -46.2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서울가스(-39.98%), 셋방(-29.63%), 삼천리(-25.82%), 다우데이타(-33.63%), 하림지주(-19.66%) 등도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순매도했던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35.14%를 기록 중이다.실제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은 4월 24일 이후 7월 21일까지 평균 72% 하락한 상태다.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종목은 대성홀딩스다. 해당 종목은 4월 24일(9만1100원)부터 7월 21일까지 89.41% 추락했다. 같은 기간 선광과 서울가스, 삼천리,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는 각각 88.27%, 85.82%, 79.43%, 73.2%, 71.5%, 54.14% 떨어졌다. 6월 하한가 사태, 개인들 매물 정리 ‘눈치 싸움’반면 개인들은 6월 하한가 사태에 피해를 본 매물은 정리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4월 SG 증권발 사태로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이 이후에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만호제강을 제외한 4개 종목이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동일산업(-54억원), 동일금속(-25억원), 대한방직(-23억원), 방림(-10억원) 순이다. 지난 3일엔 사상 최대 반대매매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는 5개 종목의 거래재개 여파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929억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다.해당 주식을 보유했던 이들이 담보가 부족해 반대매매가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에 빚을 내는 미수거래 방식으로 매수한 주식의 결제대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종목들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일당들이 무리하게 신용을 끌어다 쓰면서 무더기 폭락을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실제 동일산업, 동일금속, 방림, 대한방직 등 무더기 하한가로 거래가 정지됐던 5개 종목은 거래 재개 이후에도 대부분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낙폭을 키웠다. 지난 6월 1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대한방직이 78.57% 하락하며 제일 낙폭이 컸다. 이어 동일산업(74.32%), 방림(67.9%), 동일금속(61.84%), 만호제강(44.57%) 순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들 5개 종목은 6월 15일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하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 종목들은 지난 4월 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비슷한 유형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가 포착됐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자에 대해 출국 금지와 압수수색 및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 등 투자자 보호 차원의 시장 조치를 취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이들 5개 종목에 대해 3일부터 매매 거래정지 조치를 해제했다. 앞서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몸통’인 라덕연 일당은 2019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통정매매 수법으로 8개 상장기업 주가를 조종해 부당이익 7305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불법 투자자문업체를 차리고 고객 명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해 대리투자 후 수익을 정산해 주는 방법으로 부당이익 1944억원을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가 조작 사태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했다”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고, 또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2023.07.28 10:00

4분 소요
폭락전 수백억 현금화한 김익래·김영민…개미 피눈물에 대주주 책임론 부상

증권 일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커지면서 주식을 미리 현금화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칼을 빼들어 이들이 폭락 직전 시세 차익을 챙겼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 최대 주주인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 외에도 #선광, #대성홀딩스 등에서도 매도가 이뤄졌다.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회장은 무더기 하한가 전 각각 605억원, 45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김영민 회장은 지난달 17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10만주를 주당 45만6950원에 매도해 456억9500만원을 현금화했다. 폭락 일주일 전 서울가스 종가가 49만4000원이었지만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이어가면서 고점 매도 비난이 거세졌다.김 회장이 지분 조정에 나선 것은 2010년 1월18일 이후 13년 3개월 만이다. 13년 만의 매도인 만큼 매도 시점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대성홀딩스도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 2.40%(12만주)를 팔아 538억원을 현금화했다. 선광에서도 임원 등 특수관계인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졌다. 선광 특수관계인은 2022년 12만3848주를 팔아치웠다. 당시 주가가 오르면서 주당 8만7356원을 기준으로 108억원 현금을 챙겼다. 2020년 6만3800주, 2021년 9만6350주 등 꾸준히 매도했다. 선광 창업주 동생이자 전 국회의원인 심정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6월~8월에 거쳐 보유 주식 4만8000여주를 주당 9만원에 매도해 43억원이 넘는 돈을 현금화했다. 전날 종가 기준 선광은 3만3350원에 마감했다. 앞서 김익래 회장은 지난 20일 다우데이타 주식을 140만주(지분 3.65%)를 매도했다. 주당 평균 4만3245원에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전일 종가 대비 10.6% 할인된 가격으로 이에 따라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보유 지분은 26.66%에서 23.01%로 줄었다.문제는 김익래 회장 지분 매도 후 2거래일 뒤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이다. 다우데이타는 20일 종가 기준 4만6500원이었지만 전날 기준 1만6270원까지 64% 이상 하락하면서 미리 알고 '고점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블록딜로 매도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에 대한 거래명세서를 공개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이 김 회장’이라며 공매도 의혹을 제기한 라덕연씨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김 회장 측 관계자는 “4월 20일 낮 12시 해외기관에 거래 진행을 통보하면서 당일 장 종료 뒤 블록딜 거래가 성사됐다”며 “매도 일자를 스스로 결정한 게 아니고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한편 주가 폭락 전 대주주의 주가 매도 의혹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전날 오전 키움증권을 중심으로 검사에 착수했다. 김익래 회장이 주가 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3.05.04 12:23

2분 소요
“연예인만 피해자인가요?”…‘쩜하’ 폭탄에 개미 피눈물 [허지은의 주스통]

증권 일반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發) 무더히 하한가 사태 여진이 나흘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주가 조작 세력의 피해자라고 나선 가수 임창정 씨를 비롯해 세력에게 돈을 맡긴 연예인, 정재계 인사 등 고액 자산가만 150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 종목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입니다. 하한가 폭탄을 맞은 8개 종목들의 소액주주 수는 작년말 기준 7만명이 넘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투자 피해자인지, 주가 조작의 가담자인지 여부는 향후 이뤄질 수사에서 밝혀질 전망입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선광,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 3개 종목은 전날 하한가로 시작해 하한가로 장을 마치는 ‘쩜하’를 기록했습니다. 벌써 나흘째 하한가 행진인데요. #삼천리,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세방 등 나머지 5개 종목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1일 대비 7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롤러코스터급 주가 하락의 배경엔 주가 조작 세력이 있었습니다. 속칭 ‘가치투자’로 불리는 주가 조작 일당들은 고액 자산가의 명의를 이용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이른바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TBC 뉴스룸에 따르면 가수 임창정 씨와 또다른 가수 A씨 역시 해당 세력에 수십억원을 맡겼다가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맡긴 투자자 수만 1500여명으로, 의사 집단 300여명을 포함해 연예인과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정매매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 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기법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보기엔 정상적인 거래 같지만 실상은 인위적인 주가 부양의 일환입니다. 자산 요건이 높고, 전문 투자자만 이용 가능한 CFD 계좌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통정매매를 하던 일당들은 꼬리가 밟힐 위기에 처하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연예인들은 자신들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창정 씨는 주가조작 세력에게 30억원을 맡기고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까지 맡겨 대리투자를 진행했지만 투자액의 대부분을 날렸다며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수 A씨 역시 “임창정씨도 여기 들어왔다고 했고, 회사가 골프장을 소유하는 등 번듯해 보여 믿음이 갔다”면서도 “빨리 매도해야된다고 했는데 거기 비밀번호도 몰라서 (매도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수십억원의 투자금과 명의까지 맡겼지만, 정작 계좌와 아이디, 비밀번호도 몰랐다는 겁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가 조종 세력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맡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피해자를 자처하냐는 지적입니다. 문제가 된 8개 종목의 소액 주주는 작년말 기준 7만8311명으로, 이번에 하한가로 떨어지기 전에 주식을 매도하지 못 했다면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8개 중 6개 종목을 담은 ‘ARIRANG ESG가치주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손실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만약 임창정 씨를 비롯한 이들이 정말 주가 조작 사실을 몰랐다면 유죄를 피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1심에서 재판부는 권오수 전 회장이 2009년 12월부터 약 3년동안 91명의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가담한 투자자 3명도 시세조종을 방조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23.04.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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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730] “개미 눈물 뚝”… 저점헌터 '테이버'의 주식 필승법

재테크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700만 개미가 주식시장에 새롭게 들어왔다.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현재는 한숨이 가득한 상황. 코스피가 27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하락장 속에 투자자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최근 신간 를 내고 “무작정 돈을 잃고 있는 개미를 위해 하락장에서도 살아남는 ‘주식 필승법’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테이버를 만났다. 아프리카TV 경제 분야 1위 BJ로 널리 알려진 그는 이럴 때일수록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어떻게 날개 없이 추락하는 시장에서 ‘투자의 모멘텀’을 읽어낼까. 언제 사야 좋은 주식을 ‘바닥’에서 잡을 수 있을까. '저점 헌터' 테이버를 통해, 수익을 10배로 복사하는 투자의 기술을 알아본다. ✔기획: 배현정 ✔영상: 이동건, 이용우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2022.04.21 07:30

1분 소요
더 오를 줄 알았는데…네이버·카카오에 베팅한 동학개미의 눈물

IT 일반

지난 14일 열린 네이버 주주총회는 떠들썩했다. 새 사령탑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이사회를 열고 최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는 29일 열릴 카카오의 주총 분위기도 비슷할 공산이 크다. 카카오는 남궁훈 내정자를 새 대표로 선임한다. 김범수 창업주는 ‘의장직 사퇴’를 결심했다. 한국의 두 빅테크가 동시에 리더십에 변화를 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경영쇄신을 꾀하는 한편 글로벌 공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 사령탑은 ‘주가 부양’이란 무거운 과제도 안고 있다. ‘네카오’의 주가 흐름은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그래프에 일희일비하는 투자자가 많다.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02만명이다. 대장주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다. 네이버 역시 80만명에 육박하는 소액주주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능한 경영진은 기업의 경영성적표와 주가를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거는 기대가 크다. 주가 등락률엔 총수의 역할론도 강조된다. 김범수 의장의 사퇴로 두 빅테크 창업가가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게 됐지만,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의장은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받을 만큼 사내 영향력이 여전하다. 지난해 주가 등락률(2020년 12월 31일 주가 대비 2021년 12월 30일 주가 기준)만 따져봤을 때 두 회사 경영진의 역량은 우수했다. 네이버의 주가는 29만2500원에서 37만8500원으로 29.4% 올랐고, 카카오의 경우 7만8197원에서 11만2500원으로 43.9%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서 높은 수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만약 지난해 초 두 회사 주식을 매입해 12월에 되판 투자자는 쏠쏠한 이익을 냈을 거란 얘기다. 그럼에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상승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주가는 거침없이 치솟았다. 1분기와 2분기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즈니스 기회가 더 늘어날 거란 전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6월 중엔 경쟁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총 3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다. 전망도 장밋빛이었다. 증권가에선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60만원까지 끌어올렸고, 카카오의 목표주가로는 20만원을 제시했다. ━ 시총 3위 자리 놓고 다투던 네카오의 하락세 이어져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 규제 이슈를 공론화하던 9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연일 급락했다. 지난해 9월 6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45만4000원)를 기록했던 네이버의 주가는 30만원 후반대로 내려앉았고, 카카오는 종가 기준으로 16만9500원(6월 23일)까지 올랐지만 11만원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엔 ‘플랫폼 국감’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파죽지세로 사업을 확장했고, 국민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서비스의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문어발 확장’이란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플랫폼이 사회에 미친 긍정 효과를 고려하면 두 회사 입장에선 프레임이 억울한 면이 있다. 하지만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 치중된 ‘내수 기업’, ‘골목대장’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내수시장 파이를 돈 많은 두 빅테크가 차지하고 있는 게 문제였다. 규제가 현실화하면 두 회사의 내수시장 대형화·집중화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더 일찍 체질개선을 못했던 두 회사 창업주와 경영진의 실책이다. 그렇다고 주주가치 제고에 열을 올렸던 것도 아니다. 두 회사의 배당성향은 한 자릿수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자 외국인과 기관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규제 리스크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네이버 주식을 두고 각각 3231억원, 1582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주식을 두고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95억원, 5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두 회사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더 큰 하락을 방어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탓일까. 두 빅테크에 베팅한 개인투자자가 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카카오 평균 매수단가(순매수 금액÷순매수 수량)는 12만6295원으로 2021년 연말 종가(11만2500원)보다 높았다. 그만큼 고점에서 물린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지난해 평균 매수단가(37만7045원)는 연말 종가(37만8500원)보단 낮았지만, ‘빅테크 랠리’를 기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직전 해인 2020년 네이버의 연간 주가 상승률은 56.8%, 카카오는 154.7%를 기록했다. 네카오는 동학개미가 집중적으로 매수한 ‘성장주’였다. ━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해가 바뀌었지만 두 회사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연초 대비 네이버는 13.4%, 카카오는 8.44% 하락했다. 여기에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장외 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먹튀’ 논란까지 겪었다. 올해 1~2월 개인투자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바닥을 노리고 진입한 이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플랫폼 규제 강도가 덜할 것으로 점쳐지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호재라고 보긴 어렵다. 내수시장에서만 돈을 버는 지금의 매출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 같은 논란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공교롭게도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이 맡은 역할은 ‘글로벌 확장’이다. 두 창업가의 경영 역량에 회사 주가의 미래 움직임이 걸려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다른 시총 상위기업처럼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야 네이버와 카카오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바뀔 것”이라면서 “주주총회에서 새 리더십을 맞아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3.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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