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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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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시름하는 미국, 경기 침체 불식하고 연착륙할까?

국제 이슈

세계 경제의 중심 미국이 흔들린다. 2022년 4월부터 고(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질주가 이어지자 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지금은 해를 넘어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결국 당분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세계 경제의 열쇠를 잡고 있는 미국의 휘청거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대책이 무엇인지 전세계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미국 경제 2023년에도 쉽지 않아” 어두운 전망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2023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건설 투자 감소 등이 일어나 2023년 미국 경제성장률(실질 GDP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6월 1.5%에서 10월 0.5%로 낮췄다. 피치는 “미국 경제가 2023년 봄부터 1990년대와 비슷한 완만한 경기 침체로 끌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2022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2.2~2.4%)보다 상회했다. 일각에서는 GDP 성장률의 상승을 두고 연준의 긴축정책 속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징조라는 낙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세부적인 수치를 뜯어보면 실망스럽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022년 11월 펴낸 미국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개인소비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민간투자 항목은 전 분기 -14.1% 대비 3분기 -8.5%로 신장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특히 주택구입 항목 성장률은 3분기 -26.4%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수출은 14.4%로 전 분기 13.8% 대비 0.6%포인트 성장했다. 반면 수입이 전 분기 2.2%에서 3분기 -6.9%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며 순수출(GDP 성장 기여도 비율)이 전 분기 1.16%포인트에서 2.77%포인트로 상승했다. 내수시장 소비가 여전히 부진했고 변동성이 큰 순수출이 GDP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성장 동력이 약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2022년 10월 중 소비자신뢰지수는 102.5를 기록, 전월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편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향후 통화긴축 효과가 누적되면 성장세를 잠재 수준 이하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2022년 3분기가 성장률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덜란드 금융회사 ING은행은 “변동성이 큰 순수출 증가로 3분기 GDP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최근의 성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돼 2023년 경기 침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4%로 제시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연준이 금리를 너무 급하게 올리고 있어 지금까지 보였던 견조한 소비세나 주택시장, 투자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체제는 철저히 자본주의 시장 경제다.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또 자유무역과 기술혁신이 뒷받침된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활동이 미국을 부국으로 만들었다. 특히 낮은 인플레이션과 견실한 금융시장 등은 미국이 현재까지 초강대국 위치를 유지하게 된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여러 부문에서 변동성이 커졌고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내 여러 시장들의 기능에 바이러스를 퍼트린 상황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높은 물가 상황에서는 파월이 아니더라도 긴축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2023년 미국, 그리고 세계 경제의 관건은 연준이 시장 안정 시점을 언제로 보고,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올리느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긴축 정책이 끝나야 시장 유동성이 커지고 시중에 돈이 돌며 경제 성장의 터닝 포인트가 마련될 것이란 분석이다. ━ 인플레이션 잡겠다는 미국 금리 인상 언제까지 그렇다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얼마나 올릴까. 연준은 2022년 11월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2022년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2%에 달하자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 10개월여 만이다. 2022년 11월 FOMC에서는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직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여전히 갈 길이 남아있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며 이와 관련해 다음 회의 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느린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가는 것이 곧 적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발언과 관련해 향후 연준이 긴축 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4월부터 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금리 인상으로 전세계 경기가 시름하고 있는 것과 연관 있어 보인다. 특히 2022년 10월 미국의 CPI가 전년 대비 7.7%, 근원 CPI는 6.3%를 기록, 모두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긴축 효과가 시작됐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시장에 퍼졌다. 분명히 CPI는 6월 9%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22년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기존 0.7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크리스토퍼 연준 월러 이사는 “다음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다음 일자리 보고서를 포함한 더 많은 데이터를 보기 전까진 속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당장의 일부 시장 지표만으로 통화 정책을 가져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급격한 금리 인상인 ‘자이언트 스텝’을 더이상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마감 시점은 2023년 1~2월이 아니라 더 연기될 수 있다. 현재 연준과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 기준금리 인상치는 4.75~5.25%지만 현재 이보다 높은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022년 11월 4일 블룸버그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국제기관들이 전망하는 연준 최종 기준금리 수위는 5.00~5.25%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4.75~5.00%가 3곳, 4.50~4.75%와 5.25~5.50%가 2곳으로 뒤를 이었다. 5.50~5.75%로 예측한 곳도 1곳 나왔다. 금리 3.75~4.0%에서 2022년 12월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된 뒤 2023년 초에도 0.25%포인트씩 2차례 정도 오르면 연준 예상치에 도달한다. 하지만 연준의 속도 조절로 최종 금리 상단이 높아지고 인상 기간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다. ━ 대외 불확실성 지속 “美에 악영향 줄 수도” 국제기관들이 미국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근거 중 하나는 최소 2023년 상반기에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2023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고 봤을 때 금리 고점의 부담은 당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는 계속된 긴축으로 CPI가 꾸준히 하락해 2023년 하반기에는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컨센서스(2022년 11월)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1분기에 5.9%로 낮아지고, 4분기에는 3.0%로 떨어진다고 예상됐다. 그렇지만 2023년 상반기까지 여러 경제지표에 따라 최종 금리 향방도 달라질 수 있어 그 사이 안심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으로 자산가격 회복과 달러화 강세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노동시장이 견고하고 서비스 물가가 오를 위험성이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23년 초, 혹은 상반기까지는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당장 반전을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 시기, 연준의 긴축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의 대외 불확실성도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이 불확실성이 결국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역으로 다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외 경제권에서는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을 따라가다가 탈이 날 수 있다”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편입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약 40%라는 사실은 대외 불확실성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부터 실적이 부진해지면 점차 고용도 위축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23년 상반기는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익 전망 하향 조정세도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2.03 18:00

7분 소요
불확실성 커진 세계 경제, 원유‧원자재 값 안정될까?

산업 일반

불확실성의 시대다. 세계 경기 침체 조짐으로 원유와 원자재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낙담하긴 쉽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 여파로 공급에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변수가 많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의 2023년 국제유가 전망치를 보면, 최소 1bbl(배럴)당 70달러에서 최대 1배럴당 100달러 등 다양한 예상이 뒤섞이고 있다. 다만 2023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2022년보다는 안정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 유가 상승 불씨에 기름 끼얹은 러시아 2022년 국제유가 상승폭은 상상 이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라나19) 사태 진정 이후 석유 제품 등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와중에 러시아발(發)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마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연결 선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두바이유,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3월 11일(현지시간) 일제히 1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은 물론 증권사·기업들 역시 “2022년 국제유가 상승폭은 예상 범위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회복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예상 밖의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으로 과거 고유가 시절을 넘어선 가격을 보인 것이다. 국제유가와 달리 2022년 원자재 가격은 2021년보다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철강 제품 제작에 쓰이는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은 2021년 5월 사상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2022년 전반적으로 하락 흐름에서 움직였다.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철광석 가격은 1t당 95.3달러로, 연초보다 27.60% 하락했다. 다만 일부에선 원자재 가격 안정세는 맞으나 가격 변동성은 여전하다는 진단도 있다. 예컨대 철강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 가격(동호주 항구 현물 기준)은 2022년 3월을 기점으로 하향 안정 흐름을 보였으나 2022년 9월 중순 이후 또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0월 26일(현지시간) t당 3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2022년 3월 t당 600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의 가격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안정세 전망 속 변동성 ‘불안’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 등은 2023년 국제유가가 1배럴당 70~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2년 11월 10일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제유가(WTI 기준)가 1배럴당 91.6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3년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회복 지연으로 2022년보다 하락하겠으나, 공급 측의 불안 요인으로 고유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유럽의 에너지 위기,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지속,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감산 등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돼 고유가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2년 10월 25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국제 원유 시황과 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배럴당 82달러에서 109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1배럴당 111.75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유가가 유지되면 2023년 상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109.04달러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2022년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1배럴당 89.09달러로 하락세를 보이면, 2023년 상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82.41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와 저유가 상황을 가정해 국제유가 흐름을 예상한 것인데, 현재로선 유가 하락 흐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두바이유 종가는 1배럴당 89.50달러다. 일부에선 2023년 국제유가가 1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KB증권은 2022년 11월 4일 ‘2023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제유가(WTI 기준)가 70~80달러대 박스권”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은 “현재 상황에서만 놓고 보면 2023년 국제유가는 70~80달러대 밴드 내에서, 2022년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21~2022년에는 유가의 상‧하방 요인 가운데 상방 요인으로의 쏠림이 강했지만, 2023년에는 예상되는 유가 상방과 하방 요인이 서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22년 석유 제품 수요 회복과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대란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 강했으나, 2023년에는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 중첩돼 국제유가 상승세를 완화시킬 것이란 논리다. KB증권은 “2023년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다면, 국제유가가 1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 경기 침체가 공급 불안 압도할 듯”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지속돼 2023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2022년보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2023년 원유, 원자재 등의 수요가 2022년보다 상대적으로 위축돼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역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와중에 공급 불안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반면 2023년의 경우 공급 불안 요소 등의 가격 상승 압박을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상쇄하면서, 큰 흐름에서 2022년보단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실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10월 11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7%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2022년 1월에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8%라고 발표했는데, 같은 해 4월에 3.6%로 하향 조정했다. 2022년 7월에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9%일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어 2022년 10월에 또다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낮춘 것이다.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초보다 1.1%포인트 내린 것이다. IMF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2001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 중에서 국제 금융 위기, 코로나19 대유행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성장세”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OECD는 2022년 9월 26일(현지시간)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이는 2022년 6월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2.8%)보다 0.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OECD는 주요 20개국(G20)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8%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경우 2023년 경제 성장률이 0.3%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6월 발표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1.6%)보다 무려 1.3%포인트 낮춘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OECD가 2022년 10월 내놓은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는 2023년에 코로나19 재유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유럽의 에너지 공급 불안이 해소될 것이란 가정 아래 작성됐다는 점이다. 이들 악재가 재발하는 최악의 경우 땐 2023년 경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2년 11월 10일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22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3.1%)보다 0.7%포인트 낮은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금리 급상승과 민간 부채 부담의 실물 전이를 비롯해 ▶재정 역할의 딜레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세계 경제 성장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역시 저조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6%로 제시했으며, 유로 지역과 영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0.0%, -0.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은 1.5%, 중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은 4.8%로 예상된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주요 신흥국들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2022년 5월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도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이 5.6%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의 호조세는 지속되지만, 코로나19 기저 효과 종료, 인플레이션 심화, 주요국의 통화 긴축, 지정학적 불안정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러시아의2023년 경제 성장률은 -2.5%로 역성장을 예상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와 이에 대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광범위한 제재 여파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브라질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은 2022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2.7%)보다 무려 2.1%포인트 낮은 0.6%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재정 적자 누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 및 소비 위축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2022.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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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로봇이 배달, 실외 상용화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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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른다. 자연스럽게 배달 방식을 선택하는 화면이 뜬다. 로봇을 누를 수 있는 탭이 눈에 띈다. 자율주행 기반 배달 로봇이 상용화된 일상의 모습이다. 배달 로봇의 상용화는 소비자 입장에선 ‘주문한 음식을 받는다’는 면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 변화 지점을 굳이 꼽더라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덜거나, 사회적 문제로도 떠올랐던 배달원이 음식 빼먹는 이른바 ‘배달 거지’에 대한 안심 정도로 사소하다. 그러나 식음료(F&B) 배달 로봇의 상용화는 국내 산업 전반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킬 사안으로 꼽힌다. 고용 시장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약 45만명이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6개월 단위로 해당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대다. 2021년 상반기 종사자 수(약 42만3000명)와 비교해선 6.2%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배달원 증가로도 나타났다. 외식 산업이 주저앉은 대신 배달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맞춰 숱한 대행업체가 생겨났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약 6조4403억원이다. 배달 로봇 상용화는 이 같은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배달원 45만명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 배달 로봇 도입, 확실하게 실현될 미래 배달 로봇 상용화로 인한 고용 시장 변화는 실현되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일까. 정부를 비롯해 산업·학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렇지도 않다. 배달 로봇의 상용화가 ‘확실하게 실현될 미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규제로 묶여있어 상용화 단계에 꼭 거쳐야 하는 ‘실증’이 늦어지고 있을 뿐,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서비스 도입에 근접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전문가(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달 로봇 기술은 현재 ‘한정된 조건’ 하에 일상에 도입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며 “구불구불한 길로 이어진 주택 밀집 지역에는 당장 도입이 어렵겠지만, 대단지 아파트나 대형 빌딩에선 당장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누가 상용화를 이룰 것인가’란 문제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시장 변동이 채 자리를 잡기 전에 새로운 변화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실제로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등 배달 로봇과 비슷한 기술이 적용되는 서빙 로봇은 이미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또 방역·안내 로봇이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KT에스테이트 ▶현대로보틱스 ▶브이디컴퍼니 ▶로보쓰리 등이 서빙·안내 로봇 시장에 진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내에서 실내로’ 영역을 한정한다면 배달 로봇도 이미 상용화된 서빙 로봇 등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줬다. 대표적 사례가 우아한형제들이 구축한 서비스다. 회사는 경기도 수원 광교에 위치한 주상복합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상용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0년 8월 아이파크(아파트)와 앨리웨이(상가)를 잇기 위해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투입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앨레웨이에 도입한 딜리드라이브 서비스를 2021년 12월 고도화하기도 했다. IoT 기술을 기반으로 딜리드라이브와 공동현관문을 연동, 로봇이 아파트로 진입하게 하는 등 유기적인 서비스 환경을 구축했다.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 가구 앞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1240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가구 절반 가까이가 로봇 주문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서비스의 편의성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10월 기준 1992만9000명(월간활성이용자수·모바일인덱스 데이터)이 이용하는 업계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다.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서빙 로봇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회사는 이 같은 로봇 개발·제작·공급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2023년 2월 1일 ‘B-로보틱스(ROBOTICS)’로 분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시연 수준에 불과한 서비스, 완전한 상용화 조건은? 우아한형제들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배달 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문제를 상당수 해결한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직 로봇 배달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을까.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상용화 불가의 이유로 규제를 꼽는다. 로봇을 통한 배달이 완전히 상용화되려면 현재 ‘실내에서 실내로’의 수준을 벗어나 ‘실외에서 실내로’가 가능해야 한다. 실외 자율주행 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 기술을 실제 도로에서 실증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현행 법규상 분류조차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달 로봇이 인도로 다녀야 하는지,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서비스 규정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배달 로봇은 현재 ▶도로교통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 시행령(공원녹지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도로교통법 상으론 배달 로봇이 차로 분류돼 인도와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없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배달 로봇 실증에 동행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지공원법에선 중량이 30㎏ 이상이거나 시속 25㎞ 이상의 동력 장치의 공원 출입을 막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배달 로봇 대다수가 50㎏ 안팎인데다 인도 주행에 적합한 기술들이 적용되는 추세다.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에 마땅한 규정이 없어 배달 로봇이 갈 수 있는 실외 주행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도달할 수 있는 최종 목적지 역시 이 때문에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규제 때문에 배달 로봇의 ‘최적 경로’를 짜기가 어렵고, 데이터 확보도 까다로워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생활물류법도 문제다. 해당 법규상 운송 수단은 화물자동차와 이륜자동차로 한정된다. 로봇의 배달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또 자율주행은 카메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내외 주행에서 찍히는 영상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 밖에도 ▶승강기 탑승을 위한 부품 기준 부재 ▶안전 인증 기준 부재 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다닐 수 있는 실외 공간이 전무하다. 실증 자체가 늘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이유”라며 “우여곡절 끝에 기술 실증을 마쳐도 현행 규제로는 상용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불법 사업’이 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 정부, 규제 손보고 특례 확대 준비 정부도 이 같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로봇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규제 특례 제도를 활용, 기술 실증의 길을 열어뒀다. 이와 함께 규제를 완화를 목적으로 한 법령 정비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특히 배달 로봇 도입에 가장 걸림돌로 꼽히는 운행범위에 관한 규제를 2023년 내 해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2020년 10월 세운 ‘로봇산업 규제 혁신 로드맵’에 따라 당초 자율주행 로봇의 운행범위를 2025년까지 보도·공원·승강기 등으로 넓힐 계획이었다. 이를 2년 앞당겨 추진,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운행 근거 마련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공원녹지법·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 개선도 국회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구밀도가 높고 배송 수요가 많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배달 로봇 상용화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 지원과 법령 정비 추진을 산업 발전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과 관련해 2019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로보티즈 ▶언맨드솔루션 ▶만도 ▶도구공간 ▶트위니 ▶휴림로봇 ▶뉴빌리티 등 14개 기업·기관이 해당 제도를 기반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 배달 로봇 시장, 가파른 성장 기대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기업 중에선 뉴빌리티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시장 선두로 꼽힌다. 뉴빌리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추진 중인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에 유일하게 배달 분야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는 2022년 6월부터 세븐일레븐과 서울 방배동 일대를 중심으로 배달 로봇 ‘뉴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와는 로봇 기반 골프장 배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과는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위한 보험상품’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에 대해 종합보험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로봇 실증이 확대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2023년 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상용화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뉴빌리티·우아한형제들 등 관련 기업은 아파트·빌딩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주택단지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복잡한 지역에서도 로봇 배달 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선 정밀 주소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관련 연구는 행정안전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국토정보공·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추진 중이다. 배달 로봇 시장 활성화에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선 이유론 높은 성장성이 꼽힌다. 세계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이 2021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배달로봇 시장 규모는 연평균 35%씩 성장해 2026년에는 9억5700만달러(약 1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동향조사기관 럭스리서치도 배송의 마지막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마일’ 관련 로봇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480억달러(약 6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한국인 70%가 사는 아파트 환경에 맞춰 배달 로봇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환경을 모두 고려한 자율주행이 핵심으로 꼽힌다”며 “우아한형제들은 누적 로봇배달 주문을 1만건 이상 달성하며 국내 시장에 적합한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근거리 배달을 수행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라스트마일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는 미래가 곧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우아한형제들은 청소기 없는 청소를 상상하기 힘들 듯, 배달 로봇 없는 배달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끌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2022.12.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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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침체 온다는데, 주식 투자 해야 할까?

국제 경제

‘인플레이션’, ‘고금리’, ‘킹달러’(달러 강세), 2022년 경제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들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공급망 교란, 이상 기후로 농산물 공급 부족, 에너지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부족 등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 발생하며 50년전인 1970년대의 고물가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노동인구 부족, 주거비 상승,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서비스 가격 상승 등 구조적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고(高)물가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일본·중국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고물가로 인한 경제 충격을 잡기 위해 2022년 내내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미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0%대 기준금리를 2022년 11월 4%까지 올렸고 한국은행은 3.25%까지 인상했다. 기준 금리는 0.25%씩 인상하는 것이 정상인데 한 번에 0.75%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미국은 4번 연속 단행했을 정도다. 금리가 오르자 달러도 급등했다. 달러 가치는 20년만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고점인 1290원을 넘어 1440원까지 상승했다. 한국 원화 가치도 급락했지만 유로화·엔화 하락도 가팔랐다. 고물가·고금리·강달러 조합으로 유동성은 위축됐고 소비는 둔화됐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실적 추정치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했고 유통·의류 기업들의 재고는 급증했다. ‘유동성 위축+경기 둔화’ 조합은 주식 시장에는 재앙과 같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35%, 한국 코스피 지수는 -25% 급락했다. 이런 이유들로 많은 전문가들이 2023년 경기 침체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옳을까? 필자 답은 ‘예스(YES)’다. 경기 침체가 오기 때문에 투자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 주가는 미래의 방향성을 미리 반영한다 주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후 미래를 먼저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15조8000억원이라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0 이익을 냈음에도 당시 주가는 8만원에서 6만8000원까지 15% 하락했다. POSCO홀딩스도 2021년 3분기 3조1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당시 주가는 34만원에서 33만원으로 뒷걸음질쳤고 실적을 발표한 2021년 10월 이후 1년여간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 하락한 이유는 명확하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POSCO홀딩스의 이익이 지금보다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이를 반영해 미리 하락한 것이다. 주가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반영하고 미래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주식 시장을 괴롭힌 고물가·고금리·강달러 역시 방향성 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현재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3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다. 물가 급등은 금리를 빠르게 올렸고 달러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6월 9.1% 상승하며 고점을 형성했고 2022년 10월 7.7%까지 상승폭이 둔화됐다. 원자재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9월 6.6%로 고점을 형성했고 2022년 10월 6.3%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3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폭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물가상승률의 역기저 효과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1월 7.5%, 3월 8.5%, 5월 8.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도 물가와 현재 물가를 비교한 것이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높았다면 기저가 높다는 의미로 2023년에 그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2022년처럼 높게 나오기 힘들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매월 +0.2%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평균치를 대입해보면 2023년 5월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3.4%를, 2023년 6월에 2.21%를 기록하게 된다. 평균 수치여서 틀릴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2022년의 높은 물가 상승률 자체가 2023년에 고물가를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의 하락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에 있는 ISM 지불가격지수다. 이 지수는 미국 소비자물가에 6개월 선행한다. 2022년 3월 87.1를 기록했던 ISM 지불가격지수는 2022년 10월 46.6까지 하락하며 기준점 50을 하회했다. 또 다른 선행지표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다. 중국 생산자물가는 미국 수입물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는 2022년 1월 9.1%를 기록한 후 2022년 10월에는 -1.3% 감소할 정도로 급락했다. 셋째, 코로나19로 발생했던 비정상적인 물가의 정상화다.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2022년 6월 17일 이후 매주 하락세를 기록하며 2022년 11월까지 22주 연속 하락했다. 5000포인트를 상회하던 SCFI는 13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중고차 가격 지수의 하락도 심상치 않다. 미국 중고차 가격지수는 2022년 10월, 전월 대비 -2.4% 급락하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운임지수와 중고차 가격이 정상 수준을 넘어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미국 연준의 긴축효과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악화로 의류·가구 등 재화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소비가 둔화되며 제품 재고가 늘고 있고 이는 제품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에너지 가격의 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WTI)는 한 때 1bbl(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했지만 2022년 11월 79달러까지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의 8%를 차지하는 에너지 가격의 안정세는 물가 피크 아웃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지표다. 여섯째, 렌트비(주택 월세)의 하락 가능성이다. 이 지표는 미국 소비자물가의 3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데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행은 질로우(Zillow) 임대료지수가 미국 주택 렌트비에 12개월 선행한다고 밝혔는데, 질로우 임대료지수 상승률이 2022년 4월경 고점을 형성해 2023년 2분기부터 미국 주택 렌트비도 본격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쏠림은 반대 방향으로 전환을 가속화한다 2023년 경기 침체와 증시 급락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가 영국 연기금의 붕괴와 같은 더 많은 ‘깜짝’을 볼 수 있다. 통화긴축·인플레이션·우크라이나전쟁 등 경제 폭풍의 여건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말했고, 레이 달리오 미국 헤지펀드 업계 거물은 “금리가 6%까지 올라야 한다. 주가는 20%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레미 그랜섬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는 “슈퍼 버블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 S&P500 지수가 2500선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공매도로 큰 돈을 번 마이클 버리는 “미국 증시는 추락하는 비행기, 극심한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비관론을 쏟아냈다. 2023년 경기 침체는 투자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누구나 공감하면 반대 방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이상한(?) 시장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로 기업실적이 악화되면 주가는 급락할 것이고 주식 시장이 나빠질 텐데 왜 투자를 더 해야 할까? 현금을 늘리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다. 지표로 얘기해보겠다. 코스피 지수는 과거 경기 침체가 발생한 해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을까? 4번의 침체기(경기 사이클별 성장률이 저점을 형성한 해)가 있었다. 1993년·2001년·2009년·2020년 침체기에 놀랍게도 주식 시장은 모두 상승했다. 1993년 경제는 2.3%, 코스피는 28% 상승했다. 2001년 성장률은 2.4%였는데 코스피는 37% 상승했다. 2009년 경제는 -0.1% 역성장했는데 코스피는 50% 상승했고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경제는 -3.1% 역성장했는데 코스피는 31% 상승했다. 과거에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침체기에 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긴축 정책을 접고 금융 완화로 선회하게 된다. 과거보다 높은 물가로 2023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연준 점도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부터 금리 인상은 종료된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하반기에 한 차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2분기부터 금융장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둘째. 기저효과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난 다음해에는 대부분 강한 성장세로 전환됐다. 2023년 한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4.6%로 낮은 증가율이 예측된다. 하지만 2024년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7.2%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로 전망했지만 24년에 +2.7%로 올려 잡고 있다. 침체 후 성장은 증명된 공식이다. 주식 시장은 현상을 이해하고 그걸 그대로 반영하는 시장이 아니라, 방향성을 보고 움직이는 시장이다. 주가는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하락하고 침체가 오면 상승하는 것은 그 다음의 성장을 예상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관론·하락으로의 쏠림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 침체를 반영한 주식시장, 우리가 2023년의 금융 장세와 2024년의 실적 장세에 초점을 맞추고 소수의 낙관론에 서야하는 이유다. ━ ━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코스피는 2022년 11월 2450포인트 기준으로 현행 PBR 0.94배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PBR 기준으로 지난 20년간 0.8~1.2배 사이에서 주로 움직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 0.8배까지 하락했고 2021년에는 1.3배까지 상승했다. PBR 0.94배는 과거 평균과 비교 시 낮은 위치에 속한다.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쌓이면 주당순자산 가치는 늘어나게 되는데 2023년 코스피 PBR 1배는 285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현재 코스피 2450포인트는 PBR 0.85배 수준으로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는 저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이유를 떠나 저평가 상태임은 분명하다. 주식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본질이다. 확신이 없고 의심이 많아지고 비관론이 우세할 때 주가는 싸게 거래된다. 2022년 11월 14일 워렌 버핏은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 주식을 5조원어치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TSMC는 중국 위험성과 업황 악화로 고점대비 주가가 40%나 하락한 상태였다.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우려,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불황 우려가 큰 상태에서 모두가 TSMC를 버릴 때 워렌 버핏은 용기를 낸 것이다. 버핏은 과거에 “비관적 분위기일 때, 우리는 투자한다. 비관론이 좋아서가 아니라 비관론이 초래한 가격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투자자의 적은 비관론이 아니라 낙관론”이라고 언급했다. TSMC에 대한 투자 결과가 성공적일지 당장 알 순 없지만 수십 년간 투자로 막대한 부를 쌓은 워렌 버핏의 성공은 싸게 사는 것을 실천한 데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보도 섀퍼는 저서 에서 “유리한 상황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리한 상황이 오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대세상승장이 오면 인파가 시장으로 몰려든다. 이 때 돈을 버는 사람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시장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2022.1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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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금엉금’ 한국 경제 보폭, 새해에는 성장 속도 붙을까?

국제 경제

한국 경제에 혹한기가 도래했다. ‘고(高)물가’와 ‘고(高)금리’는 2022년에 이어 2023년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도 붙잡을 전망이다. 각종 기관은 2023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대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를 웃돌 전망이나, 2023년에는 잠재성장률도 못 미치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2023년 GDP 성장률 1%대” 경제 성장세 둔화 우선 각종 기관들의 2022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정부·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KIF)·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모두 2.6%,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를 바라보고 있다. 2021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1%를 기록한 것보다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2023년에 더욱 뚜렷해진다. KDI는 ‘2022년 하반기 전망’ 자료를 통해 2023년 한국 GDP 성장률을 1.8%로 내다봤다. 특히 KDI는 2023년 상반기 GDP 성장률을 1.4%, 하반기엔 2.1%로 예측하면서 2023년 상반기 경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바라봤다. 민간 연구기관의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1%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KIF는 1.7%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2020년에 -0.7%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뒤 처음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내 경제는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소멸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제 심리 부진 등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 통화긴축 강화와 해외 수요 위축 등에 따른 한국의 수출 여건 악화도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24일 한국은행 또한 2023년 GDP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성장률은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소비 회복세도 완만해지면서 지난 전망치 2.1%를 상당폭 하회하는 1.7%로 예상된다“며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요인을 구분해 보면,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 둔화폭 확대와 같은 대외요인에 기인하고 있으며 국내 금리상승 등 대내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1월24일 기준 한국 정부의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정부 또한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크게 낮출 가능성이 크다. 경제전문가 또한 2023년 한국 경제 성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10월 26일~11월 8일 동안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제전문가 204명 중 79.4%는 2023년 GDP 성장률이 2% 이하일 것으로 내다봤다. ‘2.0% 초과~2.5% 이하’라는 응답은 약 20.6%에 그쳤다. 내년 성장률이 ‘2.5%를 넘어설 것’이라는 응답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경제전문가 204명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87%로 나타났다. ━ “인플레이션 지속” 새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 ‘훌쩍’ 2023년 한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는 우선 ‘고물가’가 꼽힌다. KDI는 2023년 물가 상승률을 3.2%로 전망한다. 국제 유가(油價)가 안정되면서 2022년 물가 상승률 전망 5.1% 수준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2023년 물가 상승률 전망은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보다는 여전히 1.5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23년 상반기에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서비스 가격의 인상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02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고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 공급 압력 완화 등에 힘입어 상승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가, 국제 공급망의 지정학적 위험 등과 관련한 대외 불확실성,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2023년 물가 경로에는 하방 위험보다 상방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3년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를 상회하는 ‘고물가’와, 성장률이 추세 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 부진’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성장과 물가 여건 하에서 향후 거시경제정책은 성장의 하방 위험이 주로 높은 대외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등을 우선시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대응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세계 긴축 지속” 한국도 금리 인상 기조 불가피 2023년에는 고물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긴축도 지속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잇따른 금리 인상은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를 초래해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고 세계 금융의 긴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연준은 2022년 3~11월 동안 기준금리를 총 3.7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2023년 초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 기준금리 상단이 2022년 말에는 4.5%, 2023년 말에는 5%까지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순환과정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종 금리 수준을 3.25~3.75%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해 긴축 신호탄을 쐈다. 이어 2021년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인상한 1.00%로 올리며 ‘제로 금리’에서 벗어났다. 2022년 들어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이에 따른 성장률 둔화 효과는 0.1%포인트 가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75%포인트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만 성장률 둔화 효과가 약 0.5%포인트 나타난다고 추산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현실화 되면 성장률 둔화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 수출 실적 ‘흐림’, 내수 경제도 ‘먹구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는 또 남아 있다. 2023년 수출 실적 증가율은 2022년의 절반 수준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2023년 수출 증가율을 1.6%로 내다봤다. 2022년 수출 증가율인 4.3%에서 절반 이상 낮아지는 셈이다. KDI는 “세계 경기의 둔화로 수출 금액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한 상황”이라며 “수출 부진으로 인해 한국 경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확대되며 서비스 수출이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에서 단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망 재편과 한국-중국 수출여건 악화 등 구조적 요인도 부담이다. 한국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국산화율 제고, 가공무역 지양 등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점도 우려된다. 내수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비교적 양호했던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내년에는 빠른 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기 어렵다. 고물가 상황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구매 여력이 감소하면서 내수가 쪼그라든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장기간 누적된 가계부채 또한 금리인상기에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민간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2022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4.7%를 기록하고, 2023년에는 이보다 낮은 3.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장기적 성장 0%대” 경제 구조 개혁 절실 특히 성장세가 둔화되다 못해 2023년 이후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이 0%에 근접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과 김지연 KDI 모형총괄은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KDI는 향후 5년간(2023~2027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0%로 봤다. 그러면서 2020년대 이후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등 구조 변화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205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1%를 유지하는 전제로 산출한 예상치다. 경제 구조 개혁이 활발히 추진돼 생산성 증가율이 1.3%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측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9년의 낮은 수준인 0.7%에 정체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경제성장률을 0.0%로 전망했다.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는 것이다. KDI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 경제 구조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대외 개방, 규제 합리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활동 참가가 저조한 여성과 급증하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 인력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노동 공급 축소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12.03 08:00

7분 소요
“집값 저점 신호 강남서 나타난다…내년 시장은 금리가 결정”

부동산 일반

지금 세계경제는 격변을 겪고 있다. 숱한 변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불확실성’이 키워드가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에너지 대란, 미국·중국·러시아 간 충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이 얽히고 설켜 세계 경제 침체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해마다 경제 예언서 을 발간해온 는 11월 30일 경제·증시·부동산 전문가들과 ‘2023 경제대예측 포럼’을 마련, 경제 현안들을 진단하고 새해 투자 이정표를 제시했다. “서울 강남에 대한 규제가 풀리느냐가 시장의 저점 신호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인데, 이게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지역이 바로 강남이에요.”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이코노미스트 2023 경제대예측 포럼’ 세션 3 ‘부동산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2023년 새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금리가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바닥이 1년 후일지 3년 후일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시장을 예측해 저점의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다는 뜻인데, 다만 우리는 시장의 바닥이 어디인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의 바닥이 있다는 점을 ‘절대 법칙’을 기반으로 시장을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저점 시점을 보는 신호로 ▶강남 지역 규제 완화 ▶양도세 특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 ▶패닉 셀링(공황 매도) 현상 발생 ▶미분양 증가 등을 꼽았다.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면 이 5개 조짐을 확인한 후 집을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강남 지역의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의 신호라고 봤다. “강남은 잘못하면 집값이 크게 오를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쉽게 규제를 풀 수 없다”며 “정부가 외곽부터 규제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규제의 마지막 순서는 강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강남 조정대상지역을 푼 뒤에도 집값이 하락할 경우엔 ‘양도세 특례 카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등의 양도세 특례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라며 “2013년에 박근혜 정부가 5년간 양도세 면제 특례 혜택 등 세제 완화를 시작한 뒤 2014년과 2015년에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양도세 특례 혜택이 주어질 때가 가격 바닥의 신호라는 뜻이다. 그는 집값이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을 경우도 ‘저점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서울 부동산 시장이 굉장히 어려웠을 때 일반 아파트는 30%,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50%까지 떨어졌다”며 “고점 대비 30~50% 정도 빠졌을 때가 세 번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고점 대비 가격이 급락할 때 발생하는 ‘패닉 셀링’ 현상도 눈 여겨 봐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패닉 셀링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바닥 신호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이 시기를 내 집 마련 기회로 삼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바로 팔리는 게 아니어서 장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남들이 집을 팔 때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2년과 2013년도에 패닉 셀링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시기에 집을 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다가 2014년부터 집값이 올라 이득을 본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분양이 급증하는 때도 저점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수도권 미분양이 늘고 있다. 서울 수도권 지역 미분양 3만여 가구, 전국 9만여 가구 이상이면 수요자들이 선택을 안 한 것이어서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며 미분양 원인을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2023년 부동산 시장은 금리 조정이 포인트” 그는 2023년 새해에 발생할 부동산 시장 문제가 구조적인 부분에서 기인해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새해에는 금리 인상이 멈출 전망이라, 이 같은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다만 금리 인상이 멈추고, 인하 신호가 나오면 주택 구매 실수요자들이 반드시 들어올 것”이라며 “집을 팔고 싶다면 그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강력한 규제 완화 정책들이 나오게 되면 시장 가격은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 시장이 한번 침체가 되면 3년에서 5년 정도 이어졌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한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던 네 번의 시기도 설명했다. 1990년에는 급격한 공급 물량 증가로 인해 가격이 급락했고, 외환위기 이후 1998년 2차 하락 시기를 맞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3차 하락 시기가 있었고 2022년 하반기 금리 인상으로 아파트 가격이 다시 하락세를 겪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흐름을 볼 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바닥을 찍고 반드시 올라가게 돼있어 확률적으로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더 현명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말했던 저점 포인트들을 잘 살펴 집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이코노미스트 2023 경제대예측 포럼’에선 김인만 대표를 비롯해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강연에 나서 2023년 경제·증시·부동산 시장을 전망했다. 김연서 기자 yonso@edaily.co.kr

2022.12.01 15:00

4분 소요
“바닥권 접어든 한국 증시…‘소수 낙관론’ 기차에 탑승하라”

증권 일반

지금 세계경제는 격변을 겪고 있다. 숱한 변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불확실성’이 키워드가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에너지 대란, 미국·중국·러시아 간 충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이 얽히고 설켜 세계 경제 침체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해마다 경제 예언서 을 발간해온 는 11월 30일 경제·증시·부동산 전문가들과 ‘2023 경제대예측 포럼’을 마련, 경제 현안들을 진단하고 새해 투자 이정표를 제시했다. “시장의 사이클을 이해한 다음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세상이 바뀌면 주도주도 바뀌기 마련이죠. 전 세계 각국이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한국 증시 역시 2023년 1분기 이후 금융장세에 들어설 전망입니다. 이런 때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주식의 본질을 지켜야 합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이코노미스트 2023 경제대예측 포럼’ 세션 2 증시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염 이사는 “비록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가 급등이 덮치면서 전 세계 주가가 급락했지만, 오히려 장이 바닥권에 진입한 지금이 투자에 나서기에 적절한 때”라고 제언했다. 코스피는 2022년 11월 2450포인트 기준으로 현행 PBR 0.94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염 이사는 “한국 증시가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저평가 상태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확신 없이 의심이 많아지고 비관론이 우세할수록 주가는 싸게 거래되며, 이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안정 찾아갈 세계 시장, 새해가 기회” 그는 여러 외부적 요인으로 위기에 처했던 세계 시장 상황이 2023년부터는 안정적으로 전환될 것이고, 한국 역시 이러한 시류에 편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2023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인 ISM지수와 중국 생산자물가지수가 급락 중이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2023년 2월부터 하락할 전망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ISM지수는 미국의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미국 내 20개 업종 400개 이상 회사를 대상으로 매달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지수다. 그는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심각한 에너지 공급 위기를 겪었던 유럽에 대해 “유럽이 가스 저장 용량의 95%를 축적하고 가스 소비량을 평균 대비 30% 감소시키는 등 혹독한 월동 준비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며 예전보다 시장의 위험 요인이 많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9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약 40% 급락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2023년에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후 긴축 기조가 종료되면 달러 약세 단계에 접어들 것이고, 주식 시장은 상승(안전)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비관론·하락으로의 쏠림을 주의하고 소수 낙관론에 서야 한다”며 “경기 침체를 반영해 2023년 1분기에 역실적장세가 이어지겠지만, 그 이후로 실적 회복, 수요 회복에 긴축이 종료되는 수혜까지 겹쳐 한국 증시가 금융장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1%에서 1.7%로 하락한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인 2%와 경제성장률을 맞추려면 약 0.3%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이제는 당국이 물가 대신 경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 “제조업 르네상스 기대, 수혜 예상 기업 노려야” 그는 “한국 시장은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동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며 “’사두면 오른다’는 미국식 논리가 통하지 않아 산업 동향을 잘 살피고 경기 사이클을 이해하고 투자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한국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 시장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활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주도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는 와중에 반도체·배터리 강국인 한국은 명백한 수혜국”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핵심 기술 제조 능력을 갖춘 국가여서 한국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주가 상승 전망이 보이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리 종목 선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익추정치는 떨어지는 반면 주가는 상승 국면을 그릴 정도로 한국 주가가 강한 선행성을 보인다”며 “’반대편에서 홀로 기다리는’ 태도로 미래 적정가치를 고려해, 지금은 싸지만 나중에 비싸질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3년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서 세액공제·보조금 카드를 꺼내 민간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며 “정부·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지출-민간투자 선순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반도체 ·배터리·전기차·LNG·수소·네옴시티·풍력·태양광 등을 꼽았다. 특히 반도체는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 반도체 생산 비중이 축소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공장을 증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과정에서 반도체 장비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 7월에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수립해 업계에 향후 5년간 340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기도 했다. 염 이사는 이밖에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내년 2분기부터 경제 부양책 효과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IT부품·원자재·소비재 관련 종목도 중국 회복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이코노미스트 2023 경제대예측 포럼’에선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를 비롯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정용택 IBK 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이 강연에 나서 2023년 경제·증시·부동산 시장을 전망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2.01 14:00

4분 소요
“새해 한국 경제 둔화, 침체 아냐…美 금리 인상 출구 찾을것”

국제 경제

지금 세계경제는 격변을 겪고 있다. 숱한 변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불확실성’이 키워드가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에너지 대란, 미국·중국·러시아 간 충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이 얽히고 설켜 세계 경제 침체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해마다 경제 예언서 을 발간해온 는 11월 30일 경제·증시·부동산 전문가들과 ‘2023 경제대예측 포럼’을 마련, 경제 현안들을 진단하고 새해 투자 이정표를 제시했다. “내년에 한국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맞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떨어지고,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정도 내려간다고 예상합니다만 침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코노미스트 2023 경제대예측 포럼’ 세션 1 경제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모든 경기의 저점이 다 경기침체는 아니”라며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대가 될 가능성은 높지만 현재 잠재 성장률이 2%대까지 내려와 있어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표준편차 구간을 구해 경기 침체 여부를 계산한 결과다. 그는 “199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표준편차 구간보다 아래로 내려갔던 국면이 세 번 있었다”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 때 경제 성장률이 1%대 초반이었기에 그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침체 국면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 둔화와 경기 침체의 차이는 신용시장 붕괴” 그는 우선 일반적인 경기 둔화와 급격한 경기 침체의 차이를 분석했다. “경기 침체는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수요가 급속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이라며 “짧은 기간 안에 수요가 급속하게 사라지려면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 또한 빠르게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비 여력이 축소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그는 ‘신용시장의 붕괴를 수반하는지 여부’를 꼽았다. 큰 폭의 수요 감소는 투자와 고용의 급격한 조정을 통해 발생하고, 짧은 시간 안에 이러한 흐름이 형성되는 중요한 원인은 결국 신용 위험이라는 근거에서다. 그는 “결국 내년에 실질적인 경기 침체가 올지 안 올지는 부도가 많이 일어나면서 ‘대량 해고’가 나올 것인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신용위기를 직접적으로 촉발시키는 것은 ‘통화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이익의 후퇴로 신용 위기가 발생하는 현 경제 기반에서는 ‘강한’ 통화 정책이 신용위기를 현실화하는 직접적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기업 부도는 한국은행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같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발생한다”며 연준의 정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예측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이 경기 침체까지 가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경기가 둔화되지만 경기 침체로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한국은행의 통화 금리 결정보다 연준의 통화 정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 “새해 1월말 2월초 연준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이 12월을 지나가면서 출구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 4.75% 정도로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 가능성을 80%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며 “최대 5% 안쪽에서 금리 인상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금리 인상 기조가) 길어져도 새해 4월 전에는 금리 인상을 종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물가와 고용지표, 금융 불균형을 들었다. “미국의 물가 지표는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 소비자 물가를 유의미하게 선행하는 중국의 생산 물가 지표가 떨어지고 있어 시차를 두고 따라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준의 기준금리 궤적과 가장 연동성이 높은 경제 지표는 체감 고용지표”라며 “지표상 체감 고용지수가 올해 6월을 정점으로 꺾어지고 있어 연준도 출구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금융 불균형은 실물 경제 대비 자산 가격이 얼마큼 널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양적 긴축으로 통화를 거둬들이며 빠르게 금융량이 축소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준들로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한참 남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통화 정책의 강도보다 연준이 집행하는 통화 정책의 강도가 훨씬 강하게 집행될 때 경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지금까지 올린 금리보다 시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최종 금리의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아직 그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중국·일본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럽은 침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은데 기준금리 인상 폭은 상대적으로 낮아 새해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꺾일 수 있다”고 예견했다. “중국은 내년 성장률이 높은 거의 유일한 지역”이라며 “정치 행사가 끝난 시점이기에 여러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여 내년엔 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일본에 대해선 “소비 지표가 반등하고 임금 상승률이 올라가는 등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탈피해 선순환 구조가 시작되는 조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이코노미스트 2023 경제대예측 포럼’에선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을 비롯해,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가 강연에 나서 2023년 경제·증시·부동산 시장을 전망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2022.12.01 13:00

4분 소요
[알림] 격변기 경제 맥을 짚는다 ‘2023 경제 대예측 포럼’

북 리뷰

경제 전문 미디어 가 내년 경제 변화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매년 연말마다 새해 경제를 전망하는 ‘경제 대예측’ 단행본을 출간해온 이코노미스트가 올해는 11월 30일에 전문가와 만나는 자리 ‘2023 경제 대예측 포럼’을 함께 개최합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습니다. 미국·중국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대립, 그로 인한 세계 공급망 차질,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 대유행 여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과 세계 금리 상승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증시·부동산 등 국내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자금 흐름이 안전자산으로 대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선 경제·증시·부동산 전문가들이 국내외 현안을 진단하고 혜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 본부장이 경제를,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증시를,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가 부동산을 각각 전망합니다. ▶일시: 11월 30일(수) 오후 2~4시 ▶장소: KG타워 지하 1층 하모니홀(서울 중구 통일로 92) ▶대상: 관심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11.18 17:37

1분 소요
간접·분산 투자로 전환, 상장지수펀드(ETF) 인기 이어갈까?

증권 일반

2021년 주식시장에선 상장지수펀드(ETF)가 큰 인기를 끌었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로 눈을 돌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도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테마형 액티브 ETF’ 상품을 연일 쏟아냈다. 이러한 흐름은 2022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고, 은행권 퇴직연금 ETF 투자 규모의 성장도 예상된다. 투자 유망 테마로는 친환경과 바이오, 메타버스 등이 거론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12월 10일 기준)은 70조6000억원이다. 2020년(52조원)보다 37% 늘었고, 5년 전(25조원)과 비교하면 183% 성장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조9889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약 1302억만 달러·154조원)과 중국(82억만 달러, 한화 약 9조원)에 이은 전 세계 3위 수준이다. ETF는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돼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고, 펀드 대비 낮은 운용보수와 큰 분산투자 효과가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1년 사이 증시 변동성 확대로 간접·분산투자 선호 심리가 부상하면서 ETF 시장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크게 쏠렸다. 현재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ETF는 529개다. 이 가운데 국내외 주식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ETF(국내주식 288개, 해외주식 110개)가 총 398개로 전체의 75.2%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채권과 선물,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주식형 ETF의 2021년(1월 1일~12월 13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4%로 코스피 지수(1.94%)의 수익률을 3.06%포인트 상회했다. ━ 국내 ETF 시장 70조원…일평균 거래대금 세계 3위 국내 주식형 ETF 중 2021년에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미디어컨텐츠’다. 수익률이 62.80%로 전체 평균(4%)을 훌쩍 웃돌았다. 해당 ETF는 플랫폼 사업 진출, 주요 아티스트 해외투어 재개 등으로 주가가 오른 대형 엔터 4사(JYP·SM·HYBE·YG)에 자산의 38.67%를 투자하고 있다.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던 ETF는 KB자산운용의 ‘KBSTAR게임테마’다. 2021년 수익률이 61.46%에 달한다. 주요 투자처인 위메이드(14.49%)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적용 게임(미르4 글로벌) 출시로 2021년 한 해 동안 주가가 732% 폭등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 여파로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 산업(46.55%)’ETF도 수익률이 좋았다. 반면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ETF는 부진한 성과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에 큰 수혜를 입었지만, 2021년 들어 백신 접종이 가속화하며 신약 개발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진단키트 수요 감소로 관련 기업 주가가 내리막을 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률 최하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 ETF로 2021년 수익률이 -32.31%에 그쳤다. 해당 ETF는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코스닥 150 생명기술 지수’를 추종하며,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자산의 17.40%를 투자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해외로도 ETF 투자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2021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110개 ETF엔 7조원 이상의 돈이 새로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ETF에 들어온 자금(6조2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평균 수익률은 29.47%로 국내 주식 ETF 평균(4%)보다 약 7배 높았다. 다만 해외 주식 ETF 성과는 국가별로 갈렸다. 수익률 상위 종목엔 미국 지수 추종 ETF가 포진했다. 1위는 한국투자자산운용의 ‘KINDEX미국S&P500’로 2021년 수익률이 37.47%다. 해당 ETF는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우량주 500개로 구성된 S&P500지수를 추종하는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6.40%), 애플(5.94%), 아마존닷컴(3.87%), 알파벳A(2.23%), 테슬라(2.15%)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마벨 테크놀로지 그룹(3.19%), 퀼컴(3.16%), 자일링스(3.16%), 엔비디아(3.02%) 등 미국 나스닥 상장 반도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미국나스닥테크’도 37.25%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수익률 하위 종목은 중국 기술주를 담고 있는 ETF가 많았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 추종 ETF들이 평균 17~18%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차이나항셍테크(-18.15%)’, KB자산운용의 ‘KBSTAR차이나항셍테크(-17.95%)’ 등이 대표적이다. 샤오미, 알리바바, 바이두 등 항셍테크 주요 기술주들은 2021년 중국 정부의 플랫폼, 게임 등에 대한 각종 규제로 큰 영향을 받았다. 2022년에도 ETF 투자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메타버스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등 시장의 관심이 높은 신사업 테마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도 본격화돼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21년에만 테마형 주식형 액티브 ETF가 21종목이나 상장했다”며 “ETF 시장에 처음 진입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첫 종목으로 주식형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 액티브 테마형 상품이 ETF 성장 주도 주식형 액티브 ETF는 일반적인 ETF처럼 단순 지수(코스피 200 등) 추종에 그치지 않고,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목표로 펀드매니저가 운용에 적극 참여하는 상품이다. 당국이 제한한 ‘상관계수 0.7’ 규정에 따라 펀드 자산의 70%는 추종지수가 담고 있는 종목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펀드매니저가 선별한 종목에 투자한다. 주식시장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ETF의 장점에 적극적인 운용 전략으로 수익을 높이는 액티브 펀드의 장점이 더해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샀다. 일례로 2021년 5월 25일 동시 상장한 4개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엔 출시 첫날에만 95억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퓨처모빌리티액티브’ ETF 등 4종은 당일 개인 순매수 EFT 순위 5~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수익률도 낮지 않다. 주식형 액티브 ETF 8종은 최근 6개월간 평균 17%의 수익률(2021년 12월 10일 기준)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94.48%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향후 액티브 상품을 중심으로 ETF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액티브 ETF는 메타버스, ESG,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등 장기적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중장기 투자 대안으로 액티브 ETF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액티브 ETF로 투자 자금이 모이면서 기존에 ETF가 없었던 운용사들도 액티브 ETF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액티브 ETF와 기초지수의 상관계수를 현행 0.7에서 그 밑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액티브 ETF 운용 자율성을 좀 더 보장해 해당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상관계수 인하 시점은 2022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액티브 ETF 운용 성과엔 펀드매니저의 종목 분석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관계수가 인하되면 펀드매니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수 초과 수익률 추구에 나설 수 있고, 장기적으론 액티브 ETF 상품 출시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2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 자금이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향후 ETF 시장을 키울만한 요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2조9613억원이던 연금 ETF 투자 규모는 같은 해 2분기 4조5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2배가량 뛰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연금계좌의 소득공제 및 과세이연, ETF의 투자 편의 및 분산투자 등의 장점을 활용한 연금 ETF 투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며 “최근 주요 시중은행 연금계좌에서 ETF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연금 ETF 투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22년엔 어떤 ETF에 투자해야 할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ESG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테마가 ETF 투자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현에 나서고 있어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2년에는 유럽의 그린딜, 미국의 친환경 정책 관련 자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탄소중립과 친환경 테마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ESG·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테마 주목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에너지대란도 친환경 테마 ETF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2년 하반기 공급망 긴장이 완화된 이후에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꺾일 것”이라며 “2022년 에너지 가격은 2021년보다 8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및 석탄 가격은 2021년 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4월 최저가(배럴당 23.38달러)를 기록한 두바이유 가격은 2021년 12월 80달러까지 치솟았고, 같은 달 호주 뉴캐슬탄 가격은 1t(톤)당 240.73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역설적으로 클린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높일 전망”이라며 “향후 빈번할 화석연료 가격 급등은 신재생에너지(원전 포함)으로의 전환을 더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유망 ETF로는 ‘FnGuide K-신재생에너지 플러스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를 꼽았다. 12월 15일 기준 포트폴리오엔 풍력타워 제조기업 씨에스윈드(8.21%), 해상풍력발전 구조물 제조기업 삼강엠앤티(7.94%) 등이 담겨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07%다. 2021년에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던 코스닥바이오 테마 ETF도 눈여겨봐야 할 분야다. 공 연구원은 “2021년에 부진한 주가를 보였던 코스닥 바이오 테마의 가격 메리트가 높다”며 “2022년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 영업이익이 미국과 서유럽, 일본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망 ETF로는 2021년 수익률 최하위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를 꼽았다. 그는 “위드코로나 등으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 주요 투자처인 건강관리 기업들의 임상 시험 활동이 재개될 것이고, 이들이 코스닥 강세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 증시를 주도한 ‘메가트렌드’ 메타버스 테마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 상황 및 상용화 가능성이 해당 테마 ETF의 추가 상승 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또한 “국내 메타버스 ETF는 SM과 HYBE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비중과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게임 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미국 메타버스 ETF는 엔비디아나 애플의 비중이 높다”며 “국내가 콘텐트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선 좀 더 제반 기술이나 하드웨어에 주목하는 점을 고려해 투자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2.0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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