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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미래 먹거리로 초거대 AI 공개…경쟁 치열해

IT 일반

오랜 기간 ‘탈통신’을 외쳐왔던 통신 3사가 최근 미래 먹거리로 초거대 인공지능(AI)을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 등 3사는 자체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과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2032년에 약 1조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한국IDC에선 국내 AI 시장이 2027년 4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글로벌 AI 컴퍼니 도약 노리는 SKTSKT는 지난 9월 T타워 수펙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를 위해 유영상 SKT 사장은 간담회에서 AI 인프라·AIX·AI 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 자사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協力)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이다. 새로운 산업 혁신을 만들어 줄 주체이면서 SKT의 지향점인 ‘글로벌 AI 컴퍼니’까지 실현해 줄 열쇠다.유 사장은 이를 통해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2019년~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년~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해 2028년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AI 피라미드 제일 하단에 위치한 AI 인프라 영역은 SKT의 첨단 기술 역량이 집결된 영역으로,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LLM 등이 해당한다. AI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 과다 사용·탄소 배출 급증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이에 SKT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을 돕는 액침냉각 시스템·수소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 솔루션을 도입하고, 여기에 더해 사피온의 NPU(Neural Processing Unit), 하이닉스의 HBM 등을 패키징해 더 높은 마진율을 내는 AI 호스팅 사업으로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SKT가 설립한 AI반도체 전문기업인 ‘사피온’은 차세대 추론용 AI칩 ‘X330’을 올해 말 출시한다. X330은 경쟁사의 최신 추론용 모델 대비 연산 성능 약 2배, 전력 효율도 1.3배 우수하다. 또한 경쟁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진행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아울러 SKT는 자사의 AI 기술 브랜드를 ‘에이닷엑스’(A.X)라고 확정하고 초거대언어모델 이름도 ‘에이닷엑스(A.X) LLM’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SKT는 멀티 LLM 전략을 추구하는데,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양질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체 LLM을 고도화하는 자강(自强)과 앤트로픽(Anthropic), 오픈AI, 코난테크놀로지 등 국내외 굵직한 AI 플레이어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협력(協力), 투 트랙으로 다양한 라인업과 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점이 핵심이다.AI 피라미드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AIX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코어 비즈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고객 경험을 혁신함과 동시에, 모빌리티, AI헬스케어, 미디어, 애드테크 등 SKT의 AI 역량을 인접영역까지 확장하며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아울러 SKT는 UAM, 엑스칼리버 등의 AI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AI 혁신을 이어가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디어, 애드테크 등 영역도 AI 혁신에 나선다. SKT는 2022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한국어 LLM 서비스 ‘에이닷’도 1년여 만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SKT는 에이닷이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혁신하고 일상과 AI 서비스 연결을 확대해 ‘나만의 AI 개인비서’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 사장은 “생성형 AI로 촉발된 파괴적 혁신은 산업, 사회, 생활 전 영역에서 이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SKT는 ‘자강과 협력 기반의 AI 피라미드 전략’을 중심으로 AI 컴퍼니 실행력을 가속화하고 AI 관련 리소스 투자도 지속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거대 AI ‘믿음’ 선보인 KTKT는 지난 10월 말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초거대 AI ‘믿음’(Mi:dm) 출시를 발표했다.출시하는 모델은 총 4종으로, 경량 모델부터 초대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규모와 사용 목적에 맞게 완전 맞춤형(Full Fine-Tuning)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I 풀스택을 통해 KT 클라우드와 함께 믿음의 기업 전용 AI 클라우드팜(Mi:dm CloudFarm)을 패키지로 제공해, 별도 개발 및 학습 인프라가 없더라도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초거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KT는 초거대 AI를 활용하고 학습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믿음의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개방한다. 이를 위해 ‘KT 믿음 스튜디오(KT Mi:dm Studio)’라는 전용 포털을 오픈해 고객에게 편리한 개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선 KT 믿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선택·학습·서빙할 수 있는 맞춤형 환경이 구성된다.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방대한 데이터 세트로 학습한 초거대 AI 핵심 기반 모델을 말한다. 오픈 AI사의 자연어 처리 모델 GPT가 대표적이다. 보다 복잡한 기술의 구현이나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기업에서 원하는 형태로 미세조정(Fine-Tuning: 파인 튜닝)을 거쳐 다양한 AI 응용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초거대 AI를 사용하고 싶지만 수십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파라미터 모델을 직접 만들 여력이 없는 대다수 기업의 경우, 기존에 공개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튜닝해 활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데이터 자주권(Sovereign AI) 차원에서 빅테크에 데이터가 종속될 수 있다는 보안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기존 상업용 파운데이션 모델은 풀 파인 튜닝(FFT)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KT는 이러한 기업 고객들의 갈증을 해결하고자 이번에 국내 업계 최초로 조(兆) 단위 데이터의 사전 학습을 완료한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믿음을 개방한 것이다. 이를 통해 LLM(거대언어모델)의 B2B 사업화를 가속하고,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AI 사업 모델과 응용 서비스의 폭발적 확산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KT 믿음의 또 하나의 장점은 강력한 신뢰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간 생성형 AI가 산업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진 문제점은 바로 ‘AI의 환각 답변’이었다. KT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과 추론, 답변 모든 단계에서 신뢰성을 높일 세 가지 기술을 개발해 믿음에 적용했다.KT는 이번 믿음 출시를 계기로 기업 전용 LLM 사업화, 새로운 AI 혁신 사업 발굴 등 우선 B2B 시장에 집중한다. 이후 글로벌, 제조, 금융, 공공, 교육의 5대 영역으로 초거대 AI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스타트업 개방 생태계를 통해 초거대 AI 기반 비즈니스 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KT는 기업전용 LLM 사업화에 ‘업스테이지’, Math-GPT를 비롯한 교육 영역에선 ‘콴다’와 ‘에누마’, 기업용 업무 개인비서 영역에는 ‘비아이매트릭스’ 등 다양한 AI 스타트업들과 ‘믿음’을 활용한 AI 사업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국내 및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KT AI/DX융합사업부문장 송재호 부사장은 “초거대 AI 시장은 세계적 빅테크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참여하며 급격한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며, “KT는 차별화된 초거대 AI 모델을 개방하고 대한민국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통신 맞춤형 AI 선보인 LG유플러스LG유플러스도 지난 10월 말 회사가 보유한 통신·플랫폼 데이터와 AI 기술 역량을 활용해 통신 맞춤형 AI인 ‘익시젠’(ixi-GEN)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자사 고객을 위한 통신·플랫폼 서비스에는 익시젠을, 전문가 전용 초거대 AI 서비스에는 LG AI연구원과 협력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각각 활용할 수 있게 됐다.황규별 LG유플러스 CDO(전무)는 “지난해 AI 통합 브랜드인 익시를 소개한 데 이어,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통신에 특화된 ‘익시젠’을 개발할 것”이라며 “익시젠을 중심으로 LG AI연구원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초거대 AI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익시젠(ixi-GEN)이라는 이름은 ‘익시’(ixi)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것으로,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의 원천 AI 소스에 기반해 LG유플러스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대형언어모델(LLM)이다. 익시젠은 일반 범용 LLM과 달리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추가 학습해 통신업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통신에 집중한 만큼 컴퓨팅 자원 및 비용을 효율화하고, 속도감 있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LG유플러스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만큼, 익시젠은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상반기 중 익시젠 서비스를 본격 출시하고, 너겟·IPTV 등 고객 접점이 많은 서비스 및 플랫폼에 챗봇 형태로 적용할 계획이다. 익시젠 기반의 챗봇은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 추천부터 정교한 상담까지 초개인화된 안내를 제공할 수 있다.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익시젠과 함께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구글·MS의 AI와 협력하는 초거대 AI 3대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첫 단계로 초거대 AI를 활용해 B2B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엑사원과 협력해 지난 9월 유통·금융·제조 등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구독형 AICC를 출시했다. 기업 고객은 초기 구축 비용 부담 없이 콜봇이나 실시간 대화록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AI 협력도 본격화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MS의 애저를 활용해 챗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 자사 구독 플랫폼인 ‘유독’에 적용했다. 유독에 적용된 챗에이전트는 정해진 답변만 하는 일반 챗봇과 달리, 고객에게 구독 서비스 상품을 추천하고, 구독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향후 LG유플러스는 자체 제작한 익시젠과 엑사원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초거대 AI를 적절히 활용해 고객사에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LG유플러스는 익시젠을 중심으로 한 초거대 AI 경쟁력 확보 전략에 이어 자체 개발한 ▲검색 ▲추천 ▲예측 ▲비전 등 AI엔진도 고도화한다. AI 통합 브랜드 ‘익시’ 산하에 확보된 각종 AI 엔진의 성능을 개선해 LG유플러스의 각종 플랫폼에 적용,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실제로 브랜드 출시 1년 동안 익시는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했다. 익시의 ‘검색 AI’ 기술은 IPTV 서비스인 U+tv NEXT 2.0에 고도화된 형태로 적용, IPTV/OTT 콘텐츠명에 최적화된 사용자 음성 인식 및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한 검색 기능으로 강화됐다. 그 결과 고객이 검색한 결과를 실제로 시청하는 시청 전환율이 6.9%포인트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익시의 ‘추천 AI’ 기술은 키즈 전용 서비스인 ‘아이들나라’와 U+tv NEXT 2.0에 적용, 매일 발생하는 1000만 건의 고객 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추천 엔진 고도화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아이들나라의 콘텐츠 노출 대비 클릭률은 35% 성장했고, U+tv NEXT 2.0은 AI가 추천한 콘텐츠를 선택하는 트래픽이 144% 증가했다또한 ‘예측 AI’ 기술은 통합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인 ‘스포키’가 제공하는 승부 예측 서비스에 적용돼 2023 한국프로야구(KBO) 정규 리그에서 LG트윈스의 승리를 65% 확률로 예측했고, ‘비전 AI’ 기술은 스포키에 적용돼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자동 생성하는 '득점 장면 AI 하이라이트' 서비스 출시로 이어졌다.향후 LG유플러스는 내재화된 AI 기술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LG AI연구원과 기술 및 개발 역량 협력은 물론, 멘토링 교육 등을 통한 AI 인력 육성, 주기적인 AI 기술 트렌드 교류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황규별 CDO는 ”통신 및 플랫폼 영역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제공,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U+3.0’ 전략을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통신 서비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AI 서비스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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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AI 인프라·AIX·AI서비스 등 ‘AI 피라미드’ 전략 공개…2028년 매출 25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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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자강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변모한다. SK텔레콤은 26일 T타워 수펙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를 위해 유영상 SKT 사장은 간담회에서 ‘AI 인프라’, ‘AIX’, ‘AI 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SKT의 ‘AI 피라미드 전략’은 자사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協力)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으로, 새로운 산업 혁신을 만들어 줄 주체이면서 SKT의 지향점인 ‘글로벌 AI 컴퍼니’까지 실현 시켜 줄 열쇠다.유 사장은 이를 통해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2019년~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년~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하며, 2028년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AI 데이터센터·AI칩셋·멀티LLM 중심으로 AI 기술 혁신 추진AI 피라미드 제일 하단에 위치한 AI 인프라 영역은 SKT의 첨단 기술 역량이 집결된 영역으로,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LLM 등이 해당된다.AI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 과다 사용, 탄소 배출 급증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이에 SKT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을 돕는 액침냉각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 솔루션을 도입하고, 여기에 더해 사피온의 NPU(Neural Processing Unit), 하이닉스의 HBM 등을 패키징해 더 높은 마진율을 내는 AI 호스팅 사업으로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이와 같은 차별화된 에너지 솔루션과 AI 호스팅 사업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과 기술, 글로벌 CSP와의 관계 등의 강점과 로컬 파트너와의 보유 부지, 클라이언트 관리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확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도 2030년까지 현재의약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SKT가 설립한 AI반도체 전문기업인 ‘사피온’ 은 차세대 추론용 AI칩 ‘X330’을 올해 말 출시한다. X330은 경쟁사의 최신 추론용 모델 대비 연산 성능 약 2배, 전력 효율도 1.3배 우수하다. 또한 경쟁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진행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SKT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자사의 AI 기술 브랜드를 ‘에이닷엑스’(A.X)라고 확정하고 초거대언어모델 이름도 ‘에이닷엑스(A.X) LLM’으로 정했다고 밝혔다.SKT는 멀티 LLM 전략을 추구하는데, 수십년간 축적해 온 양질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체 LLM을 고도화하는 자강(自强)과 앤트로픽(Anthropic), 오픈AI, 코난테크놀로지 등 국내외 굵직한 AI 플레이어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협력(協力), 투 트랙으로 다양한 라인업과 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점이 핵심이다.먼저, 자강 측면에서는 최근 LLM 기술 진화 방향이 산업 전반에 걸쳐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모델에서 특정 산업의 전문성을 활용해 고유한 요구사항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는Vertical AI로 확산되는 것처럼, SKT 자체 거대언어모델도 기존 통신 서비스/ 고객 응대/ 서비스 이용/ 라이프스타일 데이터 등 풍부한 Telco. data를 기반으로 통신사 특화 LLM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뿐만 아니라, 전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47위에 등재, 국내 기업들 가운데 2위를 기록한 SKT 슈퍼컴퓨터 ‘타이탄’, 글로벌 톱 수준의 한국어 데이터로 학습한 한국어에 대한 높은 이해력, B2C/B2B의 다양한 Telco Use Case에 최적화된 Multi LLM 및 AI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 플랫폼(Intelligence Platform), 그리고 Text 뿐 아니라 음성/ 영상/코드로 소통하는 멀티모달 LLM 기술을 적용하는 등 독자적인 LLM 기술을 지속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동시에, 미국 AI 혁신 기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으며, 양사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 다국어 LLM 개발을 통해 통신사 특화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또 오픈AI와는 최근 공동으로 생성형 AI 해커톤을 개최해 우수 사례는 향후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추진에 공동 활용할 예정으로 있는 등 향후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이 외에도 SKT는 지난해 코난테크놀로지에 224억원을 투자했으며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 LLM 등을 조합해 고객 맞춤형 LLM으로 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모바일 등 코어 비즈를 AI와 접목 추진, 모빌리티·AI헬스케어까지 영역 확장AI 피라미드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AIX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코어 비즈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고객 경험을 혁신함과 동시에, 모빌리티, AI헬스케어, 미디어, 애드테크 등 SKT의 AI 역량을 인접영역까지 확장하며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SKT는 우선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코어 비즈를 AI와 접목해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할 계획이다.SKT는 마케팅, 고객센터에 콘택트센터(AICC) 등 AI를 접목하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AI 기반으로 운영 효율을 높인다면 중장기적으로 현재보다 약 20~30% 이상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또 SKT는 SK브로드밴드 Btv를 AI tv로 진화시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TV가 개인을 식별해서 개인화된 TV를 보여주는 ‘AI 큐레이션’, AI 에이전트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AI홈’ 등이 이에 해당한다.SKT는 기존의 Vision AI, Language AI, Big Data AI 등 AI 솔루션에 멀티LLM까지 결합해 금융 고객 대상 AI 상담을 지원하는 AICC, 제조 중심의 Data Platform 사업을 확장하고, 생성형 AI 사업은 보안이나 특화 서비스가 니즈가 강한 공공, 금융 등 고객사에게는 구축형을, 일반 기업 고객에게는 SaaS 기반 패키지형으로 구성해 본격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마지막으로, SKT는 UAM, 엑스칼리버 등의 AI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AI 혁신을 이어가고, M&A 등을 통해 미디어, 애드테크 등 영역도 AI 혁신에 나선다.‘나만의 AI 개인비서’ A. 정식 출시… 세계 시장 공략SKT는 2022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한국어 LLM 서비스 ‘에이닷’을 1년여 만에 정식 출시한다.SKT는 에이닷이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혁신하고 일상과 AI 서비스 연결을 확대해 ‘나만의 AI 개인비서’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AI 전화는 통신사만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강화하고 특히 통화 맥락 이해와 추론을 기반으로 다양한 AI 서비스와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AI 전화는 이전 통화 내역을 바탕으로 전화할 사람을 추천하고, 통화 중 주고받은 내용을 AI로 분석해 중요한 정보 중심으로 통화 요약도 제공한다. 동시에 통화 중 약속한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거나 주소를 공유하는 등 필요한 과업으로 연결해준다. 또한 통화 중 실시간 통역 등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AI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특히 에이닷은 기상, 출근, 취침 등의 생활 전반 일상에 AI를 결합할 예정인데 9월에는 AI 수면 관리, AI 뮤직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고객은 새롭게 출시되는 ‘A. sleep’ 서비스를 통해 별도 수면 진단기 없이 AI 수면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수면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인 에이슬립과 협업해 호흡 데이터 기반으로 수면의 패턴과 질을 분석하고 상태에 따라 최상의 기상 시간에 알람을 받게 해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이다.AI 뮤직은 “BTS 신곡 추가해줘”, 혹은 “재즈 음악 삭제해줘”와 같이 에이닷과 대화만으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편집이 가능하도록 진화할 예정이다. 특히 자사의 생성형 고객예측모델을 통해 자동으로 개인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기도 한다.SKT는 국내에서 검증된 AI 서비스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PAA(Personal AI Assistant)를 개발, 전세계로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SKT는 지난 7월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결성했으며 통신사 특화LLM과 인텔리전스 플랫폼(Intelligence Platform)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들 통신사의 가입자는 전세계 45개국에 걸쳐 약 12억명에 이른다.SKT는 각 국가별 통신사들과 협력을 통해 현지화/고도화를 거쳐 글로벌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PAA를 런칭하며 빠르게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 나갈 방침이다.SKT, ‘자강’·‘협력’ 투 트랙 혁신…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할 것SKT는 ‘나만의 AI 개인비서’ 에이닷과 ‘에이닷 엑스 LLM’, AI 반도체 사피온을 포함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글로벌 통신사들과 결성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제휴 확대, 국내 유망한 AI 기업들과 만든 K-AI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리딩할 계획이다.유영상 SKT 사장은 “생성형 AI 로 촉발된 파괴적 혁신은 산업, 사회, 생활 전 영역에서 이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SKT는 ‘자강과 협력 기반의 AI 피라미드 전략’을 중심으로 AI 컴퍼니 실행력을 가속화하고 AI 관련 리소스 투자도 지속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술과 서비스로 고객을 이롭게 하고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AI 컴퍼니, SKT의 모습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3.09.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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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만원도 아깝다” 토종 OTT의 냉혹한 현주소[토종 OTT 생존전략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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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TT 산업이 성장 둔화 위기를 맞았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내놓는 자료에선 올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서비스의 이용자 수 감소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수혜를 누린 OTT 서비스는 감염병 대응이 점차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열기가 한풀 꺾였다. 엔데믹과 함께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막혀 다시 위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지갑을 닫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 일부 OTT 업체들은 이용요금을 올렸다. 구글이 앱마켓의 외부 결제 링크를 막으면서 구글에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를 요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OTT 산업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고 주가가 3분의 1 넘게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경쟁사끼리 협업의 폭을 높이거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가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에게 국내 OTT 산업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넷플릭스 역성장 쇼크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OTT 시장도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 시장 전체로 따져봤을 땐 플러스 성장을 하긴 할 거다.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시장에 상륙했고, HBO맥스도 채비를 마쳤다. 새 플레이어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건 아직은 성장 산업이란 방증이다. 다만 중요한 변곡점을 맞긴 했다. 어떤 변곡점인가. 단기간에 ‘가입자 수 몇 배 성장’ 같은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각각의 기업이 세워둔 가입자 중단기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6년째다. 한국 OTT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긴 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반응이 생각보다 잠잠하지 않았나. 시장을 뒤흔들 줄 알았는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다. 두 서비스는 확실히 명성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막상 가입하고 나니 볼 게 생각보다 없었던 거다. 두 서비스 모두 킬러 콘텐트가 부족했다. 한국 OTT 소비자가 냉정해졌다. 내가 지갑을 열었다면, 그만한 혜택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OTT 서비스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파는 계정 공유 스타트업 페이센스를 둘러싼 불법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씁쓸한 일이다.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페이센스를 두고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페이센스의 비즈니스는 OTT 플랫폼이 정한 이용 약관을 명백히 어긴 편법이다. 다만 왜 이 서비스가 국내에서 인기를 누렸는지는 업계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월 1만원 안팎의 구독료를 투자하는 게 아깝다는 얘기다. 볼만한 소수의 콘텐트만 보면 되는데, 왜 계속 구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페이센스 논란, 인기 누렸던 이유 살펴봐야 국내 OTT 서비스들은 현재 콘텐트에 큰돈을 베팅하고 있다. 볼 만한 콘텐트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콘텐트 투자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애초에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좋은 콘텐트가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비결이 자본은 아니지 않나. 구독형 OTT는 가입자 수가 성장의 척도다. 이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큰 위기일 텐데. 한국의 개별 업체는 위기 국면에 놓인 게 맞다. 투자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성장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서비스는 어떤 분야에서 특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특징도 없다. OTT를 보는 고객은 정해져 있고, 이들을 두고 뺏고 뺏기는 구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샌 토종 OTT 업계도 적극적으로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KT‧LG유플러스와도 공동전선을 펼친다. 왓챠는 완전히 탈바꿈한 새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다. 시장을 뒤바꿀 만한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티빙의 PIP(플랫폼 인 플랫폼)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티빙 내 특별관을 만들었는데도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그 부담은 티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처음 한국 시장을 두드릴 땐 국내 이동통신사의 PIP 방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점점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기업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전 세계에서 K콘텐트가 인기라지만, 이걸 보겠다고 지갑을 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기업이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 진출한 상황에서 한국 플랫폼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치솟는 물가도 OTT 서비스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구독경제의 특징은 한 번에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거다. 언뜻 가성비가 좋아 보이기에 인플레이션 국면이 꼭 불리한 건 아니다. 다만 물가가 올랐는데도 이용료를 올리는 게 어렵다는 점은 문제다. 이들 서비스의 가격 인상은 필수소비재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저항이 크다. 고객 입장에선 한 번 내고 마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꾸준히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 OTT 업체가 반등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은 없을까. 넷플릭스의 대응을 눈 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이 회사는 넷플릭스닷숍을 오픈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 같은 파생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광고 없음’은 그간 넷플릭스의 정체성이었는데, 이를 버리고 광고를 단 저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만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렸는데, 이 역시 본업인 이커머스에서도 뚜렷한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서비스도 구독료가 아깝지 않은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다. 맞다. 이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론 한국 기업 모두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초월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넷플릭스의 위상조차 뛰어넘는 토종 플랫폼이 나와야 소비자도 다시 OTT에 열광할 것이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06 19:00

4분 소요
흔들리는 넷플릭스…토종 OTT ‘콘텐트 투자 올인’ 대신 '전략적 협업'[토종 OTT 생존전략①]

IT 일반

국내 OTT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영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쟁 관계에 놓여있던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가 하면 콘텐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거나, 아예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콘텐트 투자에 뭉칫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2025년까지 1조원 투자 목표(콘텐츠웨이브)”, “향후 5년간 5조원 투입(CJ ENM)”, “3년간 5000억원 이상 투자(스튜디오지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트를 내세워 소비자를 매료할 생각이었다. 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성공 사례가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OTT로 등극하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독점 콘텐트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넷플릭스(Original Netflix)’ 콘텐트 제작에 수십조원 단위의 자금을 투자해 물량공세를 펼쳐왔다. 투자 규모도 매년 수직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킹덤’, ‘D‧P’, ‘오징어게임’ 등을 앞세워 국내 OTT 시장을 석권했다. “OTT 시장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콘텐트의 양과 질”이라는 게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OTT 서비스도 콘텐트 제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 전략적 협력 나선 국내 OTT 업계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경쟁하듯 콘텐트 투자 규모를 늘려 발표하던 이들이 다른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건 CJ ENM의 티빙이다. 이 서비스의 최근 전략은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장’으로 요약된다. 지난 6월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빙 플랫폼 내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을 별도로 신설하고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제공하는 콘텐트를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티빙은 출범 때부터 네이버와 SLL(전 JTBC스튜디오)의 지분 투자를 받고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했다. 지난 3월엔 CJ ENM이 KT그룹의 미디어·콘텐트 사업을 총괄하는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양측은 콘텐트 투자부터 제작, 편성,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최근엔 그 일환으로 KT의 5G 요금제 혜택에 티빙 이용권이 포함되기도 했다. 티빙은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제휴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CJ ENM이 KT‧LG유플러스와 콘텐트 사용료를 두고 격한 갈등을 빚었던 걸 고려하면 이들의 전략적 제휴는 파격적인 일이다. 독점 콘텐트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다양한 콘텐트를 확보하고,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게 티빙의 목표다. 왓챠는 2.0 버전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연내 새롭게 선보인다. 영상 콘텐트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여러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단순히 모아 놓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분절되지 않은 종합적이고 연속적인 콘텐트 감상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왓챠는 모든 콘텐트를 한 번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구독 요금제’를 채택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처음부터 넷플릭스 대신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벤치마킹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유료 회원에게 배송, 제품, 반송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영상·음악·게임 등 다양한 콘텐트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고 있다. 고객이 쇼핑을 하다가 콘텐트를 보거나, 콘텐트를 보러 왔다가 쇼핑을 할 수 있는 ‘락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쿠팡 역시 유료 멤버십 와우에 가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와우 전용 할인’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뉴(NEW)의 사내 벤처 ‘뉴아이디’는 아예 틈새시장을 노렸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사업을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아마존 프리비,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 글로벌 플루토 TV 등 20개 플랫폼과 콘텐트·채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5개 채널과 광고 기반 주문형비디오(AVOD)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내 OTT 사업자들이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시장이다. 이처럼 많은 서비스가 넷플릭스식 성공 방정식 대신 새로운 경영 전략을 꺼낸 이유는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세계 최초로 OTT 가입자 수 2억명을 확보할 때만 해도 넷플릭스의 전략은 적중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유료 회원이 직전 분기 대비 20만명 감소했고, 2분기에서도 200만명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먹구름이 꼈다. 올해 역대급 규모의 콘텐트 투자를 공언했음에도 가입자 수가 역성장한 것이다. ━ 부작용 드러낸 넷플릭스식 성공 전략 성장 한계에 부딪힌 넷플릭스도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사실상 묵인해온 계정 공유 방식에도 추가 요금을 물릴 예정이고,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광고 삽입 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콘텐트 투자가 가입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OTT 사업자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입자 수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한 가운데 콘텐트에 자금을 얼마나 더 쏟아야 할지 가늠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다만 이들의 전략 변화가 시장에 통할 지는 예측불가다. OTT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당하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올라 소비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선 해지가 간단한 OTT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주요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 영향과 콘텐트 가치 상승으로 콘텐트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동시에 치솟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적자에도 꿋꿋이 공격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던 서비스들이 최근엔 터닝 포인트를 고려하면서 수익성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라면서 “국내 OTT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투자 자금이 떨어지는 게 빠를지, 시장 장악이 빠를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06 09:10

4분 소요
[MWC 2022] SKT의 ESG 접근법…11개 스타트업과 ‘공동전선’

IT 일반

SK텔레콤(이하 SKT)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2’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문제 해결사로 나선 11개 국내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SKT는 MWC 2022 부대행사인 ‘4YFN(4 Years from Now)’ 전시장 내에서 ESG를 키워드로 한 부스를 마련했다고 2일 밝혔다. 부스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ESG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11곳을 소개했다. 4YFN는 4년 뒤 본 전시에 참여할만한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행사다. SKT와 함께 한 11개 업체는 “Think Tomorrow, Do ESG!”를 슬로건으로 ‘장애가 어려움이 되지 않는 세상’을 뜻하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및 환경·에너지·사회안전망 등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배리어프리 부문에선 ▶최근 SKT와 카카오 ESG 펀드의 투자를 받은 시각장애인용 점자출판 플랫폼 ‘센시’,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은 AI 시선추적 솔루션 ‘비주얼캠프’, ▶시각장애인 모바일쇼핑 앱 ‘와들’, 스마트 점자학습 솔루션 ‘오파테크’ 등 세 곳이 소개됐다. SKT와 협업하는 업체도 두 곳도 전시에 참여했다. ▶청각장애 택시기사와 승객 간 소통을 돕는 서비스 ‘고요한M’(코액터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한 맞춤형 출퇴근 셔틀 ‘착한셔틀’(모두의셔틀·이유) 등이다. SKT는 또 환경·에너지·사회안전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ICT 서비스도 선보였다. SKT는 ▶AI와 무인 다회용 컵 반납기를 활용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을 줄이는 다회용 컵 사용 프로젝트 ‘해피해빗’, ▶AI·빅데이터 활용 낭비 음식 최소화 솔루션 ‘누비랩’, ▶전기차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베리’, ▶AI·빅데이터 활용 사회안전망 구축 솔루션 ‘이투온’,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관리 솔루션 ‘식스티헤르츠’, ▶택시 동승 중계 플랫폼 반반택시 ‘코나투스’ 등 여섯 곳이다. 박용주 SKT ESG담당은 “SKT는 ICT 기술로 ESG 스타트업 육성과 생태계 확장 등 ESG경영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3.02 12:28

2분 소요
의료AI 업계 ‘맏형’ 제이엘케이, 네이버와 공동전선 이뤄

IT 일반

의료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규제다. 상업적으로 쓸 수 없는 민감 정보라서다. 그런데 규제만큼이나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데이터 양식이다. 의료데이터 활용도를 높이자면 데이터 양식부터 표준화해야 한단 지적이 많았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제이엘케이(JLK)’는 업계에서 이 분야 노하우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업체가 개발한 AI 진단 솔루션을 의료기기로 허가했다. 국내 업체 중에선 처음이다. 이 업체는 또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37가지 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의사 진단을 보조하는 플랫폼 ‘에이아이허브(AIHuB)’를 개발하기도 했다. 의료 빅데이터사업 확대를 모색해온 네이버클라우드가 JLK와 손잡은 건 이런 역량 때문이다. 두 업체는 지난 14일 업무 협약을 맺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의료 AI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두 업체가 협력하기로 한 사업 범위는 포괄적이다. JLK의 의료 데이터 활용 노하우와 네이버클라우드의 보안기술을 결합한단 것이 큰 얼개다. 특히 JLK는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가공부터 인공지능 학습, 그리고 의료서비스 제공을 잇는 자체 플랫폼들을 사업화해본 경험이 있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병원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납품 후 사용료 이익을 거두는 식이다. JLK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의료 AI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기술특례 상장하기도 했다. 파트너사인 네이버클라우드는 세계적 수준의 보안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인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김동민 JLK 대표는 “여러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키워가는 것이 목표인 만큼 네이버클라우드와의 이번 협약의 의미가 크다”며 “의료 AI 분야에서 하나의 큰 생태계를 먼저 구축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09.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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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정책 브리핑] 통계청 ‘4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유통

━ 7% 성장 기대되는 개발도상국 경제개발 지원 약정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4일 오후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아시아개발은행) 총재와 면담을 갖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협조융자를 갱신하는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도로·철도·병원·학교·상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해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과 빈곤 감소를 지원하는 원조자금이다. 국내에서 EDCF는 ▶ADB 등과 협조하는 협조융자사업 ▶수출입은행의 수출자금과 혼합 지원으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기금 가용성을 증대하는 혼합신용 공여사업 ▶중소기업이 전문분야에서 원조관련 분야 사업을 추진하는 중소기업 추진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ADB는 5월 3~5일 제54회 연차총회를 개최하며 정부는 총회를 계기로 MOU 체결을 진행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7억 달러를 3년에 걸쳐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예정이다. 개발도상국 지원은 사안에 따라 한 국가가 직접 지원을 하는 것보다 ADB 등과 협조해 진행하는 것이 업무효율과 파급효과가 더 크다. 이에 이번 EDCF 협조융자 갱신을 통해 정부의 해외 인프라 구축 지원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ADB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의 성장률은 0.2% 역성장을 기록했다. ADB는 백신 보급 등에 따라 아시아의 GDP 성장이 올해 7.3%, 내년에는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G7, 중국·북한 대응 공동전선 구축하나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가 5월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일 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 등 논의에 참석한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미국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방침이다. 정부는 한·일 양자회담도 조율 중이지만, 정 장관이 출국할 때까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참석한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일 양국 외교장관은 이번 회의를 두고 G7이 중국과 북한에 맞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바 있다. G7 회원국들은 4일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한 초청국은 국제 정세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다. ━ 작황부진·공급부족 여파 4월 밥상물가 오를까 4월 ‘밥상물가’가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5월 4일 ‘4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한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전기·수도·가스는 큰 변동이 없었다. 농축수산물은 하락했지만 공업제품·서비스가 상승하며 전체 물가가 0.1% 상승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식품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식품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시작으로 상승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기상 여건이나 조류독감 등 변수가 발생하며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이 식품물가 상승의 원인을 제공했다. 3월엔 기상 문제로 작황이 부진해 파 물가가 305.8%나 올랐다. 사과는 55.3%, 달걀은 39.6%나 상승했다. 고춧가루와 쌀·국산쇠고기·돼지고기 등도 전년 동월대비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수급 불안정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추가적인 달걀 수입 등을 통해 공급 부족을 해소할 계획이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1.05.04 06:00

3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는 인간 바이든] 트럼프의 ‘반대말’ 바이든

전문가 칼럼

트럼프는 압박·제재 휘두른 검투사… 바이든은 외교·합의 내두른 협상가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77)이 당선권에 진입하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에 대한 궁금증을 선거캠프 공식 홈페이지(joebiden.com)와 미국과 여러 나라의 보도를 바탕으로 풀어본다.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동안 부통령을 맡았다. 1973년에서 2009년까지 36년간은 델라웨어 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다. 내리 7선을 했다. 외교 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지냈다. 젊어서 델라웨어 주 뉴케슬카운티 의원을 지냈다. 풀뿌리 정치인 출신인 셈이다.바이든의 성장과정을 보면 자수성가형이다. 숱한 고난을 헤치고 잡초처럼 건강하고 강인하게 자랐다. 부모의 부동산 사업을 물려받아 승승장구한 부잣집 자식 트럼프와 대조된다. 바이든은 1942년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튼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선 당일 스크랜튼의 옛 고향집을 방문해 주민들에 둘러싸여 소형 확성기를 손에 들고 인사를 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가리키는 ‘러스트 벨트’의 동쪽 끝에 해당한다. 자동차공업 등 제조업의 쇠퇴로 일자리와 활기를 잃은 이 지역 백인 유권자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러스트 벨트 북부에 해당하는 위스콘신, 미시간이 개표 초반 트럼프가 우세했지만 후반에 우편투표가 개봉되면서 바이든에게 넘어왔다. 4년 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던 러스트 벨트, 제조업 종사자들 상당수가 트럼프에 등을 돌린 셈이다.트럼프의 경제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경기침체로 일자리시장이 위축되면서 노동자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2017년 2.22%(전년 대비 0.65%포인트 성장), 2018년 3.18%(0.97%포인트 성장), 2019년 2.33%(-0.85%포인트 하락) 등으로 나쁘지 않은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으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러스트 벨트는 바이든의 승리를 견인한 주요 지역으로 변했다. ━ 노동자가정 출신 경험이 중산층 중시 정책으로 이어져 바이든은 이곳에서 중고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노동자가정 출신이다. 바이든은 10살 때 실직한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이웃 델라웨어 주로 이주하면서 함께 옮겼다. 2007년 펴낸 라는 자서전에서 그는 “다니던 학교에 다시는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괴로운 심정을 회고했다.어린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쓰라렸던 어린시절의 경험은 훗날 정치인 바이든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정치적인 자양분이 됐다. 개인의 경험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바이든은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가진 중산층이 미국의 튼튼한 허리라고 굳게 믿게 됐다. 이런 중산층이 많아야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고 사회에 안정을 가져온다는 신념이다.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 자신을 ‘중산층 조’라고 불렀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가 미국의 가치와 명예를 실추했다고 강조하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영혼을 부활하자(Restore the soul of America)’는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상원의원 시절에는 더욱 현실적인 ‘중산층 부활’을 선거구호로 많이 내세웠다.트럼프가 부유한 부동산업자의 자식으로 가업을 물려받아 키운 고용주 출신이라면 바이든은 피고용인 가정 출신의 피고용주 정치인인 셈이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트럼프는 금수저, 바이든은 흙수저 출신인 셈이다.바이든에 대해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정체성이다. 바이든은 카프카스계 미국인(백인)이지만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비주류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까지 45대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는 35대 존 F 케네디가 유일하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은 아일랜드 가톨릭 이민자의 후손이지만 자신은 개신교도였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는 케네디 이후 처음이며, 아일랜드계로는 레이건 다음이다.센서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인종적으로 76.5% 백인, 11.4% 흑인, 5.9% 아시아계 등으로 이뤄졌다. 종교적으로는 개신교 48.5%, 가톨릭 22.7%, 유대교 2.1%, 몰몬교 1.8%, 이슬람 0.8%의 분포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종교·핏줄 상으로는 선거에서 불리한 셈이었다. 트럼프는 독일계 이민 2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이민 1세 어머니를 두고 개신교인 장로교회를 어려서부터 다녀왔다. ━ 가족 잃은 아픔이 고통 받는 타인과 연대감 형성 이뤄 바이든은 제2의 고향인 델라웨어에서 델라웨어 대학을 마치고 이웃 뉴욕 주에 있는 시라큐스 법대 졸업 후 1969년 변호사가 됐다. 바이든은 1970~1972년 군의원에 해당하는 뉴캐슬카운티 의원으로 일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1972년 29세 나이에 델라웨어 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내리 7선을 기록하며 36년간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풀뿌리 정치인에서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이 됐다.워싱턴 정계에서 44년간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활동한 바이든은 정치적 약점도 적지 않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변호사인 차남 헌터(50)다. 변호사 겸 로비스트(미국에선 절차만 제대로 밟으면 합법이다)로 활동하던 헌터는 2014~2019년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이사로 활동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는 음모이론을 퍼뜨려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를 조사해달라고 압력을 넣다가 지난해 9월 탄핵사태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탄핵안은 연방하원에선 통과됐지만 연방상원에서 부결됐다. 연방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계가 47석으로 공화당이 우위에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을 잠정적인 경쟁자로 보고 타격을 입히려 한 셈이다.바이든은 아들을 비롯한 가족에게 애틋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직후인 1972년 12월 18일 첫 부인 네일리아와 딸 나오미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바이든은 5년 뒤 질 제이콥스와 재혼하기 전까지 장남 보와 차남 헌터를 키웠다. 재혼 뒤 딸 애슐리를 얻었다.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변호사로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을 지낸 장남 보가 2015년 뇌종양으로 46세에 세상을 떠났다. 바이든은 견디기 쉽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그런 과정에서 고통 받는 타인에 대한 연대감을 보여왔다. 고통과 불행이 그를 인간적으로 성숙시킨 셈이다. 바이든은 평생 2남 2녀를 뒀지만 그 중 장남과 장녀 1남 1녀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그는 대선을 맞아 고향에 있는 장남의 묘지를 찾기도 했다.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표시다. 5명의 손주까지 둔 할아버지인 바이든은 전형적인 ‘패밀리맨’이다. 이는 아일랜드계의 전통이기도 하다.바이든의 건강, 특히 인지장애를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든은 1988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로 1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으며, 몇 달 뒤 두 번째 수술까지 받았지만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잦은 말실수는 이로인한 뇌혈류 문제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그 정도 나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애교있는’ 실수라는 주장이 교차한다.실제로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영국의 여성 총리인 마가렛 대처와 테리사 메이를 헛갈리기도 했으며, 이미 1997년 세상을 떠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을 2016년 파리기후협정에서 만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미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방하원을 다음 선거에서 되찾겠다는 말실수도 했다.하지만 선거 과정, 특히 토론회에서 보인 바이든은 트럼프 못지 않은 기억력과 활기로 정확하게 현안을 다루고 상대의 허점을 지적했다. 두 차례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합격점을 받았다. 더 이상 인지장애를 거론하기 힘든 상황이다. ━ 풍부한 외교경험 갖춰 오바마 정권서 러닝메이트로 활약 바이든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소통과 단합의 리더십으로 보인다. 트럼프에 대항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계속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월 25일 경찰 폭력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을 6월 8일 1시간 이상 만나 대화하며 위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족측 변호사인 벤저민 크럼프는 트윗에서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미국을 치료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과 한 시간 넘게 함께한 이유”라고 적었다. 정치인 바이든과 함께 인간 바이든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면이다.바이든은 정치인으로서 전공이 두 가지다. 바이든은 상원에서 법률가 경력을 살려 1987~95년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냈지만 외교위원회로 옮겨 2000년대에 세 차례에 걸쳐 미국 정계의 노른자위인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소련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을 상대하면서 그는 풍부한 외교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와 전략핵무기 감축협정(SALT2)도 주도했다. 버락 오바마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도 자신에게 부족한 외교정책 분야에서 바이든의 경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으면서 바이든은 특유의 인간적인 친화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인권을 무시하는 독재국가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왔다.바이든은 동맹·중국·북한·기후온난화·국제협력 등 외교 안보와 국제관계에서 트럼프와 시각차가 극명하다. 대북정책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바이든이 지난해 중순 선거 유세에서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하는 국민이냐”며 트럼프의 정상외교를 비판했음을 지적했다.라디오자유아시아(RFA)는 바이든이 트럼프와 김 위원장 간에 이뤄진 어떤 합의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접근방식에서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며 극적 타결을 노려왔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국무부 관리를 앞세워 실무협상을 계속하는 전통적인 외교방식으로 비핵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선거캠프에 ‘2021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외교안보팀을 가동하고 있다. 크리스 머피 연방 상원의원과 국무부 출신의 토니 블링큰 부장관과 니컬러스 번스 전 정무차관 등이 외교안보분야 자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바이든은 한미동맹,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미일동맹 등 동맹 강화를 중시한다. 나토 회원국들과는 방위비 지출 의무비율(국내총생산(GDP)의 2%) 준수 여부를 두고 갈등하고, 한국과 일본에는 미군 주둔비의 과도한 인상을 요구해온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길을 추구한다. 군사력 투입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활이 걸린 사안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국가의 체제 전환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는 반대 입장이다. ━ 국제협력·상호합의 중시, 트럼프 규제 정책과 대조 바이든의 중국 정책은 동맹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협력국가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트럼프와 차이가 없지만 바이든은 외교와 협상을 앞세운 반면 트럼프는 압박과 무역제재를 무기로 삼는 전략이다.바이든이 트럼프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대표적인 분야가 국제협력이다. 하지만 환경이나 보건 분야에서는 미국이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에 나온 이란핵합의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트럼프와 상반된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부활했지만 바이든은 오히려 합의를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책을 펼 경우 한국이 맡고 있는 이란 석유수출대금 70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이란으로 송금하는 길이 트일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이란과 경제 관계를 돈독히 하고 기회를 열어갈 수 있다. 건설 수주를 하려고 해도 금융 제재로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이 한국에 기회를 줄 수도 있다.인간적인 친화력과 가족 중시의 바이든이 미국을 맡으면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대통령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인간성과 ‘트럼프 빼고 무엇이든(Anything But Trump)’ 정책이 결합하는 미국은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11.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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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적은 오늘의 동지

산업 일반

중국, 이념적 라이벌이던 러시아와 전략적 밀착으로 미국 제치고 아시아 패권 노린다 아직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파워다. 그러나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패권에 거세게 도전한다. 세계 최고의 전략 지역 중 하나인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위태롭고 복잡다단한 파워 역학을 분석한 최근의 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이다.호주 시드니 소재 싱크탱크 로위연구소는 지난 5월 8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25개국의 국력을 평가한 ‘아시아 파워 지수(API·Asia Power Index)’를 발표했다. ‘경제적 자원’ ‘군사적 역량’ ‘탄력성’ ‘국방 네트워크’ ‘문화적 영향력’ ‘미래 전망’ ‘외교적 영향력’ ‘경제 관계’ 등 8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발휘되는 각국의 파워와 영향력을 측정한 결과다. 미국이 100점 만점에 85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그런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신흥 초강대국’ 중국이 75.5점으로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중국은 일부 주요 평가 항목에서 미국보다 앞서며,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 라이벌로 인식되는 러시아와 전략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러시아는 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지지만 중국과 손잡았다는 사실이 러시아의 입지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파워 지수에서 러시아는 33점으로 5위였다. ‘스마트 강대국’ 일본과 ‘미래의 거국’ 인도보다 뒤졌다. 또 중국은 아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러시아와 공동전선을 펼침으로써 전통적인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려 한다.로위연구소에서 API 프로젝트 조사 책임자를 맡은 에르브 르마이유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그들의 파워가 합쳐진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상비군 규모도 가장 큰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정권을 잡은 이래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인접한 주변 지역을 넘어 아시아 전역과 아프리카·유럽으로 영향력과 경제력을 확대한다. 그와 함께 국내외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창출했다. 바로 그 측면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떠맡았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수입했지만 2016년부터는 러시아가 사우디를 제치고 최대 대중국 석유 수출국이 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주 복잡한 냉전 역사를 공유한다. 처음엔 공산주의 강국으로서 동지애를 나눴지만 나중엔 이념적인 라이벌로 서로 적대시했다. 그러다가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중국에 손을 내밀면서 ‘중국-러시아 선린우호 협력조약’이 체결됐다. 그 이래 양국 관계는 갈수록 공고해졌다. 지난 3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국가 수반으로 재선출되면서 국내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의 추를 서에서 동으로 옮겨 놓았다.르마이유 연구원은 뉴스위크에 “러시아가 중국의 에너지 의존성을 상쇄해주는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리스크를 싫어한다. 그래서 러시아와 정략적으로 선린관계를 구축했다. 아주 냉정하고 계산적인 관계다. 따라서 그런 관계는 이득이 없으면 언제라도 쉽게 깨질 수 있다. 또 소련 시대와 달리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동생격이며 러시아도 그런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아시아 파워 지수에서 군사력만 놓고 보면 중국이 2위, 러시아가 3위다. 러시아군의 대부분은 유럽과 시리아에 배치된 반면 중국군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지출하는 국방비는 러시아의 3.5배에 이른다. 물론 두 나라 모두 미국의 국방비 지출과는 비교가 안 된다.현재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이웃나라들의 반발에도 많은 구역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여기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 관계를 강화하면서 그에 맞서는 상황이다. 2012년 이래 러시아와 중국은 여러 차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사일과 대테러 훈련만이 아니라 연례 합동 해상 기동연습도 포함됐다. 지난 4월 중국 국방부는 올해 중-러 합동 훈련이 서해에서 실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편에 서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지난 몇 달 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관리들은 양국 사이에서 돋보이는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군사 협력을 자랑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개최된 제7차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특히 현재와 같은 상황을 감안해 중국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당면한 주요 지정학적 이슈에서도 공동보조를 취했다. 예를 들어 북핵 위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그리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쌍중단(freeze-forfreeze)’ 접근법을 지지한다. 아울러 러시아와 중국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공습에 반대했고,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러시아(시리아에서 이란과 전략적인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와 중국(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한다)은 미국·유럽국들과 함께 이란 핵합의 협정 조인국에 포함됐다.한편 푸틴 대통령은 오는 6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의 협력기구)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7월엔 러시아가 제5차 중국-러시아 엑스포를 개최한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2018년 중-러 양자간 무역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연간 무역액이 1000억 달러를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로위연구소는 “아시아 국가 다수 사이의 경제적 관계가 강화된다”면서 “세계의 부와 파워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의 대부분을 중국이 선도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파워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3가지 주요 평가 분야(‘미래 전망’ ‘외교적 영향력’ ‘경제 관계’)에서 미국에 앞서며 ‘경제적 자원’에선 중국과 미국이 거의 동률을 이뤘다. 또 중국은 2030년이 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쉽게 능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역내 관계에서 더욱 전략적으로 중국의 편에 설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가장 약하게 평가된 분야는 ‘국방 네트워크’였다. 군사 관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아시아 파워 지수에 포함된 25개국 중 7개국와 긴밀한 군사 관계를 맺고 있어 1위로 평가됐다.르마이유 연구원은 아직 중국이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았고 지금까지 해군 전력 강화에 치중했지만 인공지능(AI)만이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과 항공모함 같은 좀 더 전통적인 무기에도 투자를 늘려 방위 능력의 급속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모든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경쟁국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중국이 미국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확언할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2018.06.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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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우파 운동의 간판으로 알려진 헝가리 오르반 총리, 4월 8일 총선에서도 반이민·난민 메시지로 3연임 유력시 돼 지난 3월 6일 헝가리의 고위관리인 야노스 라자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찍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곳에 ‘백인 기독교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글을 달았다. 그는 무슬림 난민이 빈을 망친다고 경고하며 누군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도 그와 비슷하게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민이 들어와 살게 되면 우리 수도도 가난하고 더럽고 범죄율이 높은 도시가 될 것이다.”라자르는 유럽의 난민수용 반대 정책에 앞장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수석 보좌관 겸 비서실장이다. 그는 오는 4월 8일 총선을 약 한 달 앞두고 그런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처럼 이슬람과 난민을 둘러싼 유권자의 두려움을 부추기는 것은 오르반 총리 진영의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그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집권당 청년민주동맹(피데스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그렇게 행동했다. 페이스북이 그 동영상을 삭제했지만 그 이미지는 유럽에서 진행 중인 정치적 투쟁에서 가장 최근의 공격을 의미했다. 그 전투에서 오르반 총리는 극우 진영의 지지를 한몸에 얻었지만 나머지 유럽인은 그를 혐오하게 됐다.그 싸움은 2015년 시작됐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수십만 명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이주를 시작했을 때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의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오르반 총리는 오히려 헝가리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난민 유입을 철저히 막았다. 그런 조치로 오르반 총리는 유럽 전역에서 비난을 샀다. 베를린 장벽 너머 동독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난 오랫동안 울타리 뒤에서 살았다”며 “철조망 울타리를 세운다고 해서 난민을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라트비아 리가에서 오르반 총리를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 독재자님!”이라는 가시 돋친 인사를 건넸다.난민은 프랑스와 독일을 최종 목적지로 삼고 그곳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에 들어가 공원이나 기차역에서 노숙했다. 헝가리인은 처음엔 그들을 동정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곧바로 냉담해졌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유럽 도시 공격이 빈발하면서 대다수가 무슬림인 난민을 향한 두려움과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와 그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그런 정서의 변화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지난 3년에 걸쳐 오르반 총리와 피데스당은 난민 문제에 집요하게 초점을 맞추며 EU 회원국들의 난민수용을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노력에 반대되는 정책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에 맞서 헝가리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인 억만장자 금융가 조지 소로스는 유럽이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소로스는 오르반 총리의 주된 표적 중 하나가 됐다(유대인인 소로스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반유대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에 중앙유럽대학(CEU)을 설립하고 헝가리 시민단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면서 우파 성향의 헝가리 정부 눈 밖에 났다. 그들은 소로스가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을 돕는 식으로 난민 유입을 방조하면서 헝가리 정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소로스는 헝가리 정부가 거짓말로 국민을 오도하고 있으며 난민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증오심으로 국민을 오도해 권력을 유지하는 게 헝가리의 비극이다.”현재 오르반 총리의 지지도가 빠지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무슬림 난민과 소로스, EU를 향한 그의 세 갈래 공격은 지금까지 효과가 있어 보인다. 정부 비판자 대다수는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당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며 단지 얼마나 큰 차이로 이기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유럽 전역의 다른 극우 진영은 피데스당의 성공을 보며 자신들도 그럴 수 있는 희망적인 조짐이라고 생각한다.오르반 총리는 소련의 헝가리 점령 말기에 순조롭게 정계에 뛰어들었다. 1989년 헝가리 공산당 지도자 임레 나기(소련이 오래 전 처형했다)를 기리는 행사에서 오르반은 소련군의 헝가리 철수를 촉구했다. 1년 뒤 소련군이 떠나자 오르반은 의회에 진출했다. 거기서 그와 피데스당은 주류파 정치를 향한 신랄한 비판으로 인기를 얻었다.그러나 1990년대 중반 오르반은 피데스당을 설득해 극우 노선을 채택했다. 헝가리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처음엔 몽골, 그 다음엔 오스만, 그 뒤엔 나치, 마지막으로 소련에 침공당하고 점령당했다. 오르반은 그런 역사적 사실 때문에 민족주의에 호소하면 선거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체결된 트리아농 조약의 유산을 계속 비판했다. 그 조약으로 헝가리 영토의 75%가 쪼개져 루마니아·체코슬로바키아·유고슬라비아에 흡수됐다. 오르반은 1998년 선거를 앞두고 헝가리인의 그런 불만과 배신감을 교묘하게 부추겼다. 그 결과 당시 35세였던 그는 헝가리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4년 뒤 선거에서 패한 그는 2004년 헝가리가 EU에 가입했을 때 다시 야당 지도자가 됐다. 헝가리 경제에 큰 타격을 안긴 세계 금융위기 후인 2010년 피데스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오르반은 다시 정권을 잡았다. 총리에 취임한 그의 첫 조치는 트리아농 조약으로 나라를 잃은 헝가리인 자손들에게 투표권과 시민권을 주는 것이었다. 피데스당이 의회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덕분에 오르반 총리는 새 헌법을 채택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감사원과 검찰청 책임자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앉히고 헌법재판소도 피데스당 지명자들로 채웠다. 판사의 정년 퇴직을 앞당겨 수백 명을 몰아내고 피데스당에 유리하도록 선거법도 고쳤다.한편 오르반 총리를 따르는 부유한 사업가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던 독립 언론사들을 하나씩 사들였다. 지난해까지 헝가리의 18개 지방신문 전부가 친정부 재벌들의 소유로 바뀌었다. 헝가리 언론인으로 ‘오르반: 유럽의 새 독재자(Orban: Europe’s New Strongman)’라는 저서를 펴낸 파울 렌드바이는 “바로 그게 헝가리와 미국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헝가리엔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독립적인 매체가 없다.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는 신문과 TV가 없다. 그들이 전부 없애버렸다.”사실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만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는 헝가리의 정부 부패가 동유럽에서 최악이라고 경고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8년의 임기 동안 계속 부패 의혹을 샀다. 경제잡지 포브스 헝가리 판에 따르면 오르반 가족(한때 시골의 단칸방 집에서 살았다)의 순자산 가치는 2830만 달러(약 303억원)에 이르며 그 대부분이 2010년 이래 증가했다.최근 EU 부패감독청(OLAF)은 헝가리 가로등 설치 사업이 오르반 총리의 사위 이슈트반 티보르가 소유한 회사에 입찰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에 가로등 계약에 들어간 EU 기금 중 4000만 유로의 회수를 권고한 것이다. 반이민 정책을 고려하면 오르반 총리와 뜻이 맞을 듯한 극우 노선의 요빅당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며 ‘국민은 일하고 그들은 훔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오르반 총리의 대변인 졸탄 코바치는 헝가리 공무원의 부패 수준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부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안다. 그걸 자랑으로 삼진 않는다. 우린 부패와 싸워야 한다는 점을 잘 알며 부패를 단속하는 관련 기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한편 오르반 총리의 반이민 발언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그는 자신을 헝가리의 ‘구원자’로 내세우며 유럽의 기독교인을 무슬림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헝가리에 입국한 난민에게 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단체 메네데크의 안드라스 코바츠 대표는 “오르반 총리는 발언할 때마다 난민을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그 용어는 욕설처럼 변했다”고 말했다.비판적인 언론인 렌드바이는 오르반 총리에게 난민 위기가 이념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부패에 쏠린 관심을 난민 쪽으로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반 총리가 재선에 성공한 뒤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난민 문제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5년 초 형편없었던 그의 지지도가 그 이래 완전 반등했다.”그런 기세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월 25일 피데스당은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국경 부근의 헝가리 남부 도시 호드메죄바사르헬리에서 중요한 지방 선거에서 복병을 만났다. 선거 전 피데스당은 반이민, 반소로스 메시지가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그 지역에서 잘 먹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무소속의 메테르 마르키-자이가 57%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헝가리의 모든 사람에게 충격적이었다. 2014년 선거에선 40%도 안 된 투표율도 기록을 세웠다.그러자 이제 유권자가 오르반 총리의 메시지에 싫증난 게 아닌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pen Society Foundation)에서 활동하는 대니얼 매코넨은 선거 결과 발표 다음날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도심까지 이어지는 주요 도로변에 나붙었던 반이민 포스터 수십 장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유권자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두려움보다 경제와 부패를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부다페스트 주재 연구원 수잔나 베그는 “헝가리에선 교육이나 의료에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며 “그 대신 정부가 스타디움 건설에 거액을 쏟아붓는 것을 보고 국민이 질린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헝가리의 보수 성향 신문 마기아르 히르랍에서 국제뉴스를 담당하는 마리안 오리는 피데스당이 호드메죄바사르헬리에서 패한 것은 다른 모든 당이 전례 없이 똘똘 뭉쳐 마르키-자이를 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피데스당은 여전히 40% 이상의 지지를 받는다. 극우 노선의 요빅당이 19%의 지지도로 2위를 달린다. 오리는 “야권은 지도자들의 견해가 제각각이라 결집력이 약하다”며 “그들은 말로만 공동전선을 펼 뿐”이라고 말했다.오르반 총리의 대변인 코바치도 피데스당이 호드메죄 바사르헬리 지방선거에서 진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늘 그렇듯이 반이민, 반소로스 메시지가 피데스당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그 메시지는 여전히 헝가리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난민과 이주자를 ‘독소적인 존재’라고 말할 때 유럽인 다수는 거부감을 표하지만 “실상을 정확히 지적하려면 때로는 그렇게 노골적인 표현을 좀 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코바치 대변인은 말했다. 지금 오르반 총리는 유럽 극우파의 간판 얼굴이다. 심지어 미국 극우 진영의 일부도 그를 우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본다. 지난 3월 9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프랑스의 한 집회 연설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르반 총리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현 시점에서 우파 운동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지도자 중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인물은 오르반 총리뿐이었다. 그 이래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를 “강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부른다.그러나 유럽에선 오르반 총리와 뜻이 맞던 주요 정치 지도자 중 몇몇이 힘을 잃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와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둘 다 지난해 선거에서 패했다. 그러나 유럽 전체로 볼 때 극우 이념은 건재한 편이다. 지난 3월 초 이탈리아 총선에선 극우정당 오성운동이 32%의 득표율로 최대 정당으로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대표는 부총리가 됐다.헝가리 언론인 오리는 진보적인 유럽인 사이에서 오르반 총리를 칭찬하는 것이 환영 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지지자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방에선 오르반 총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정치적인 올바름’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지만 그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독자는 기자보다 그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2014년 오르반 총리는 루마니아의 헝가리인에게 한 연설에서 “헝가리는 민주 국가지만 개인적 자유는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처럼 ‘자유 제한적 민주주의’를 주장한 이래 다른 독재자들이 오르반 총리를 자신들의 이상적인 인물로 내세웠다. 2011년 폴란드 극우정당 법과정의당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오르반 총리가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폴란드에선 실제로 카친스키의 법과정의당이 정권을 잡았다. 오르반 총리와 뜻이 맞는 다른 국가 수반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주석의 임기제한을 폐지해 평생 통치의 길을 열었다) 등이다.그런 세계 지도자들과 지지자들에겐 오르반 총리가 모범적인 사례다. 포퓰리스트 메시지와 역사적·문화적·정치적 상황, 불타는 권력 의지를 적절히 배합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가 잘 보여줬다는 뜻이다. 그러나 파시즘과 공산주의 둘 다를 겪은 헝가리의 유대인 언론인 렌드바이는 오르반 총리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에서 전형적인 권력의 병폐인 ‘오만’을 떠올린다. 그는 “권력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아직은 피데스당이 유리하지만 실질적인 승리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민주 세력의 점진적인 확대는 오르반 총리와 그의 정권을 약화시킬 것이다.”- 올랜도 크로크로프트 뉴스위크 기자

2018.04.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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